이루마 - far away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다.
잠을 자는 것은 살아가기 위해 자는 것이 아니라 죽는 연습을 하기 위해 자는 것이라 어느 누가 그랬다.
죽으면 천국이라는 것이 있을까, 지옥이라는 것이 있을까.
이승도 지옥인데, 저승의 지옥은 얼마나 더 힘들까.
살아가는 것이 편할까, 죽어가는 것이 편할까.
잠이 들기 전, 나는 생각한다.
.
.
.
“오늘 일찍 마치지? 마치면 바로 집으로 와. 저녁에 고기 구워 먹자.”
“고기는 물론 소고기겠지?”
“당연하지. 딸 오늘도 파이팅."
한별 (恨別)
: 이별을 한스러워함. 또는 그 이별.
이 모든 상황이 당황스럽다. 지금 여기는 하늘나라고, 나는 영혼이다.
그러니까 그 음악실 귀신이 진짜 있다는 말이지?
누군가가 뒤통수를 세게 친 것만 같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멍하니 허공만 쳐다봤다.
여기가 하늘나라래. 엄마, 나 궁금증이 해결된 거 같아. 죽으면 하늘나라가 있나 봐.
숨긴다고 숨겼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게 지금 내 기분이다.
당황과 놀람, 어이없음이 그들 눈에도 보였나 보다.
여기가 하늘나라라며 제게 알려준 그 남자는 침대 옆에 놓인 서랍을 뒤적거리다 거울 하나를 들고 왔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것인지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나는 이렇게 어이가 없는데 그는 신이 난 것만 같아 기분이 나쁘다.
그는 거울을 내게 건넸다. 곁눈질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
“위험한 거 아니에요.”
거울을 받아 들고 나를 비췄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거울 속에서 파도가 친 듯 울렁거렸다.
“저기 보이는 저 사람. 저게 당신이에요.”
의학 드라마에서만 보던, 실제로는 일어날 거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장면이 거울을 가득 채운다.
온갖 줄이란 줄을 주렁주렁 달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로 숨을 쉬는 저 사람이 바로 나다.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이 병실 밖에서 엉엉 운다.
난 괜찮은데, 괜찮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저기 있는 나는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진다.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곧 있으면 눈물이 툭하고 떨어질 것만 같다.
“미안해요. 쟤가 사고 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셨네요.”
“저 죽었어요?”
“아직은 아니죠.”
“안 죽었는데 하늘나라에 온 거라고?”
“그 자리에 두고 올 수는 없어서. 야, 김남준. 빨리 사과드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나라에 왔다.
괜찮다고 말도 못 해주는 게 너무 서럽다.
슬금슬금 제 옆으로 오는 그를 노려봤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저 다시 못 살아나요? 이대로 못 죽는데? 신 어디에 있어요?”
“왜 못 죽어요?‘
“왜 죽어야 해요? 아직 못 해본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당장 오늘 저녁에도 가족끼리 외식하기로 했거든요? 아니, 됐고. 어디 가야지 신 만날 수 있어요? 저 좀 데려다주면 안 돼요?"
제 말이 뭐가 그렇게 웃긴 것인지 그는 옆에 서있는 김남준을 때리며 웃기 시작했다. 김남준은 얼굴에 큰 변화가 없이 입꼬리만 살짝 올리고는 그를 따라 하하, 작게 웃었다.
“신 만나면? 싸움이라도 해요?”
“아뇨. 살려달라고 할 건데요.”
“말하면 살려줘요?”
“모르죠, 그건. 설마 못 살아나요? 아니, 영혼이 제 몸 찾아간다는데 그것도 안 돼? 그거 하나 못 해주면서 어떻게 신이래요? 신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봐. 여긴 원래 그래요?”
아무리 떠들어봐도 그는 제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렇게 웃긴 이야기도 아닌데.
나는 엄청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저 사람에게는 어느 한 영혼의 말도 안 되는 개그겠지.
그는 나를 신에게 데려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혼자 떠날 수밖에.
방문을 열고 나왔다. 누군가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다. 저 뒤통수가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아 그에게로 다가갔다.
까만 머리에, 교복. 어디서 봤을까.
아, 음악실.
“아까 음악실에 있었죠.”
“응.”
내가 말을 걸 거라는 것을 알았다는 듯 그는 바로 대답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날 바라봤다.
“음악실 귀신이에요?”
“그렇게들 부르더라.”
“그럼 내가 그쪽 봐서 이렇게 된 거예요? 너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의 멱살을 잡고 무자비하게 흔들었다.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 말라고 날 말리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서서 내가 흔드는 대로 몸이 흔들렸다.
그러자 김남준이 후다닥 달려와 멱살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떼어냈다.
나 빼고 귀신들끼리 편먹었나 봐.
교복에 붙어있는 명찰을 빤히 바라봤다. 이름 꼭 기억한다, 민윤기.
“제가 운전을 거지같이 해서...”
“그 쪽은요. 죽었어요?”
“네?”
“내가 이렇게 됐으니깐. 그 쪽은 죽어서 온 거 아니에요?”
“아, 아뇨.”
“그럼요? 나랑 똑같은 혼수상태?”
“원래 죽은 사람인데 잠깐 내려갔다가...”
날 이해시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혼수상태고, 내 앞에 서있는, 사고를 낸 이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음악실 귀신은 왜 여기 있으며, 저기 저 이상한 사람은 또 누구일까.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신을 이렇게 부르고, 또 부르고, 심지어 내가 못난 소리까지 했는데 찾아오지도 않고. 나 같으면 열 받아서 벌써 찾아오고도 남았을 텐데.
학교 음악실을 공포에 빠트리게 한 저 민윤기라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옷 맵시를 정리하고 소파에 앉아 아까 보던 프로그램을 마저보고 있었다.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야?
“하나 제안할게요.”
그가 다가왔다. 여전히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지만 아까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냥 무시할까 했지만서도 그가 무슨 제안이 할 지 궁금해졌다.
“뭔데요?”
“할 거예요?”
“뭔지 말이나 해요."
“쟤. 아, 이름을 모르는 구나. 쟤 이름은 김남준이에요. 하여튼 쟤 같이 이승에 떠돌아다니는 애들 좀 데리고 와줘요. 그럼 다시 살려줄게요.”
“그 쪽이 뭔데요.”
“저요? 저는 김남준 형 김석진입니다.”
“아니, 저기요.”
“이름 궁금했던 거 아니에요?”
“그 쪽이 뭐길래 절 살려줘요.”
“##김아미씨가 찾던 신이요.”
-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몸 찾으러 떠나보시죠. 어떤 영혼이 여러분을 기다릴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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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