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어서 쓰는 2
: 피겨 황제 황민현
1. 너블과 배진영은 이란성 쌍둥이다.
"야이씨, 배진영! 너 또 내 딸기 머핀 먹었지!"
"아니거든!"
"맞잖아! 우리 가족 중에 내 꺼 훔쳐 먹는 거 너 밖에 없잖아!"
"아 아니라고!"
"그거 내가 황제님 드리려고 아껴둔 거라고!"
"...헐. 진짜?"
"하나하나 포장된 거 안 보였냐고! 내가 다 수작업으로 한 거라고!"
"...아니 나는 몰랐지."
"똥멍청아. 진짜 니가 먹은 거 맞네. 일로와 배진영."
2. 너블과 진영은 극적인 화해를 했다. 언제나처럼 너블의 황제님을 걸고.
"내가, 내가 형 보게 해줄게! 오늘 피겨 경기 있어!"
"......"
"진짜 선수들만 아는 작은 경기라고. 너 내가 들여보내 줄게."
"...진심?"
"어. 진짜 다 걸고 진심."
"그 언니까지 걸고?"
"...! 야! 어디서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해!"
"? 너 지금 나한테 소리 질렀냐? 미쳤어?"
"...나쁜 기집애."
"빨리 말해. 걸어, 말아."
"아, 안 되는데. 누나는 진짜 소중한데."
"하나."
"누나... 여주 누나아..."
"둘."
"차라리 내 선수 생활을 걸면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를 이딴 거에 거는 건 아니야."
"셋."
"...누나 미안해요 진짜. 어헝. 배너블 진짜 나빠."
3. 너블이 피겨 황제를 처음 만난 건 배진영 옷을 전달해주러 갔을 때였다.
"? 아니 배진영 얘는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야. 길 겁나 복잡하네. 어? 저기요!"
"네? 저요?"
"배진영, 아니아니. 쇼트트랙 어디서 하는지 아세요?"
"어, 쇼트트랙은 저희 옆 쪽에서 하는데. 제가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실래요?"
"헐! 천사시구나. 고마워요."
"표현이 되게 거침 없으시네요, 하하."
"그런 김에 하나만 더 거침 없어도 되나요?"
"?"
"진짜 잘생기셨어요. 혹시 연예인 지망생이신가요?"
4. 그랬던 그가 일명 피겨 황제라는 황민현일 줄이야. 너블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야! 너 왜 여기 있냐고! 한참 찾았잖아!"
"? 어이 없어. 쇼트트랙 선수니까 여기 있지."
"이 분 아니었으면, 어라? 어디 가셨나."
"왜. 누구?"
"친절하게 여기 데려다주신 분 계신데 그새 사라지셨네. 신기루 같다 야."
"꿈 꾼거 아니야? 너를 누가 데려다 줘."
"뒤진다 진짜. 야, 배. 근데 옆에 뭐 하냐? 아까부터 되게 시끄럽네."
"옆에 바로 피겨 경기장인데? 구경할래? 여기 진짜 난리나는 형 계시거든."
"? 나는 왜 몰라?"
"너는 쌍둥이가 동계 국대라도 관심 없잖아, 이 아이돌 덕후야."
"...그래서 누가 그렇게 대단하시다고?"
"어! 저기! 까만 옷 입으신 분! 황민현이라고, 통칭 피겨 황제!"
"?!"
"? 반응 왜 이래? 또 한 눈에 반했어? 니 새끼로 품게? 아서라. 형은 그런 분 아니다."
"미쳤다. 저 분이 그 분이야. 나 데려다 주셨다는."
"크으. 역시 인성까지 되신 분... 만인의 형..."
"아 솔직히 진짜 미쳤다."
"왜 또? 화장실 급해?"
"솔직히, 나 저 분 사랑하게 될 것 같아."
"...안 된다고 금사빠야."
5. 누가 짐작했겠는가. 아이돌 덕후 너블이 국대 덕질을 시작한답시고 n년 동안 모았던 굿즈를 가져다 버리는 짓을 망설임 없이 한다는 걸.
"야아. 너 진짜 후회한다니까?"
"조용히 있어, 지훈아. 누나 지금 바빠."
"아 그거 내가 밤샘 줄까지 같이 서서 산 거잖아! 그것도 버린다고?"
"이제 나에게 종교이자 아이돌은 황제님이셔. 이런 거 다 쓸모없다! 부질없어!"
"...냅둬 박지훈. 걔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대."
"물론 민현이 형이야 다들 우상이라고 하는데, 팬클럽도 제일 많은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박지훈."
"왜? 그건 안 버릴 생각 생겼어? 잘 했어. 차라리 아이돌 덕질을 계속 하는 게-"
"황제님 턴 하시는 거 봤어? 하늘거리는 옷 입고 얼음 위에서 아름답게 스케이트 타시는 거 봤어?"
"......"
"그런 피겨 황제를 모시면서 내가 감히 양다리를 걸칠 수 있겠어? 그럼 안 되는 거야. 벌 받아."
"...배너블 잘생기면 다 오빠라고 왠만한 그룹에 하나씩 발 걸치던 애 아니었냐?"
"응. 맞아. 부끄럽게도 맞아."
6.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배너블과 배진영은 누가 봐도 하는 행동이 똑같았다.
"황제님, 황제님!"
"? 어, 또 왔네요? 이번 경기는 못 올 줄 알았는데."
"황제님이 경기하시는데 제가 빠질 수 있나요! 응원하러 왔습니다!"
"하하, 매번 고마워요."
"아 고맙대. 제가 더 고마워요... 황제님은 존재 자체가 비타민... 삶의 활력소..."
"민망하네요. 근데 저 이제 그만 준비하러 들어가봐야 하는데."
"...! 들어가셔야죠! 당연히! 오늘도 여기 있는 메달 전부 다 황제님 겁니다!"
"네. 힘내서 해볼게요!"
"황제님 파이팅! 오늘 경기도 다 씹어먹어 버려요! 1등은 황제님 꺼!"
"와, 미친. 저기 동네방네 소리치는 애 네 쌍둥이 아니냐 배진영?"
"...부끄러우니까 말 걸지 말고 조용히 가자 형아."
"하는 짓이 너랑 판박이야 인마. 옹성우한테 다 들었어, 내가."
"아. 아 그러니까 좀 가자고. 누나 보고싶으니까."
"? 맥락 뜬금없는 거 봐라. 하여튼 재수 없는 쌍둥이네."
7. 역시 피겨 황제는 달랐다. 한 마리 나비처럼 사뿐하게 1등 트로피를 거머쥔 황민현을 보며, 너블은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흐흐흐흑. 황제님, 황제님. 어째서 황제님은 아직도 조국이 없는 거지요?"
"......"
"솔직히 오늘 연기는 망국의 황제님 느낌 낭낭했잖아요. 안 그래요?"
"......"
"황제니이임. 도대체 황제님은 이름도 황민현인 이유가 뭐죠? 모든 게 완벽해!"
"......"
"그렇지 않아요 옆자리 분? 인간적으로 황제님은 인간이 아니다. 이것은 참인 명제라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아. 네 뭐."
"황제님 사랑해요! 제가 발닦개가 되어드릴게요! 연모합니다!!!"
8. 사실 그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은 황민현 사촌이자 친구인 하구름씨였다.
"맞다, 야."
"왜?"
"나 오늘 진짜 신기한 분 봤다?"
"언제? 경기에서?"
"응. 경기에서."
"어땠기에 그런 얼굴이야."
"거의 너를 조물주라고 생각하더라니까? 찬양을 하는 건지, 통곡을 하는 건지."
"? 나를?"
"어. 무슨 너는 똥도 안 싸고 밥도 안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재밌는 친구네."
"엄청 열변을 토하던데, 대체 너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러게, 하하. 그러고 보니 매번 응원와주는 친구 중에도 그런 애기가 하나 있어."
"? 그 애기가 내가 말한 신기한 분 맞을 걸? 내 옆에 앉아있었거든."
"아."
"?"
"아 진짜."
"뭐냐? 너 왜 그렇게 웃어?"
"보기보다 훨씬 귀여우신 거 같아서."
9. 하구름은 생각보다 아는 게 많았다. 민현은 그런 구름이 의아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네 입에서 누구 귀엽다는 얘기는 또 처음 들어보네."
"귀엽지 않아?"
"그래. 애기같이 생기긴 했더라."
"맞아. 아직 학생이겠지?"
"학생이지."
"?"
"?"
"?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 아. 내가 말 안 했어?"
"무슨...?"
"알아보니까 배서방 쌍둥이 동생이더라고. 배진영 누군지 알지?"
"어, 알긴 알지. 근데 언제 배서방이 된 거야?“
"그렇게 됐어. 무튼 배서방 동생이라면 그냥 무조건 괜찮아."
"? 그건 대체 어떤 믿음이야?"
"멍청아. 성인이라고."
"어?"
"미자 아니고 성인이라고. 네가 귀엽다던 그 여자 사람."
10. 나이 차이가 많지 않다는 말에 민현은 안도를 했다. 정말 학생인 줄로만 알았으니까. 그런데 안도? 무슨 안도? 왜? 이어진 물음은 다음 문제였다.
"별 일이네."
"...뭐가."
"경기 전에 예민해진 거 오랜만에 봐서."
"정신 사나우니까 말 걸지 마."
"진짜 사나워졌네. 한창 괜찮은 거 같더니."
"하성운. 너 카페 안 가 봐도 돼?"
"지금 여주도 되게 예민해. 배서방이 안 나오고 있거든."
"안 물어봤어."
"그래. 여주보다는 네가 낫겠다 싶어서 왔는데 그냥 가야겠다. 경기 잘 해라."
"어."
"...어후. 아무래도 쟤도 여주랑 같은 이유로 저러나 본데."
11. 성운의 추측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너블이 나오지 않은 지 꽤 되었기 때문이었다. 민현은 습관처럼 관중석을 훑었지만 오늘 역시 너블은 보이지 않았다.
"황민현! 너 자꾸 이런 식으로 할래? 왜 이래 진짜!"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두고 본다. 안 하던 실수 한 번만 더 해봐.”
“...죄송합니다.”
“에이, 형. 너무 우울해 하지 마요. 그냥 오늘이 빙질이 조금 별로였다고 생각해요.”
“...내가 실수 한 건 맞는데, 뭐.”
“민현이 형...! 형도 그런 말을 하시는 분이셨군요...!"
“무슨 소리야. 나는 연습 좀 더 하다 가야겠다. 너희는 이만 들어가 봐. 다들 수고 많았어.”
11. 너블은 아팠다. 망할 쌍둥이가 감기 몸살을 달고 오는 바람에 저에게도 옮기고 말았다.
“너 진짜 죽어, 배진영.”
“야... 나 진짜 아프다... 자꾸 시비 걸지 마...”
“지금 너 때문에 내가 우리 황제님도 못 뵈러 가고! 아, 아 진짜. 오늘 중요 경기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박지훈한테 부탁해놨잖아...”
“헛소리 작작하지? 그 언니한테 말해달라고만 했다가 내가 옆에서 날뛰니까 겨우 덤으로 부탁한 주제에.”
“...미안하지만, 동생아. 오빠 사랑이 더 중요해.”
“닥쳐. 진짜 한 대 치기 전에.”
“...박지훈한테 빨리 전하라고 할게.”
"어떻게 말 할 건지 다시 한 번 말해봐."
"배너블이 아파서 못 나오는데 응원한다고 전해달래요."
"오케이."
"...어우, 형도 이런 애라는 걸 빨리 알고 도망가셔야 할 텐데."
12. 박지훈이 너블의 말을 제대로 전해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겨우 감기 기운만 떨쳐낸 너블이 다시 황제님을 찾아뵈었을 때는.
“...뭐야. 황제님 어디 몸이 안 좋으신가? 왜 저러시지?”
“어, 황제 응원하러 오신 분이세요?”
“네?”
“얼마 전부터 황제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나 봐요. 하구름이 하도 걱정하기에 와 봤는데.”
“...아.”
“아니, 잠깐만요.”
“...?”
“여자친구 그런 건 아니니까 그렇게 실망하지 마세요. 그런 사이는 아닙니다.”
“어머, 그런 얼굴 아니었는데. 티가 많이 나던가요?”
“네.”
“표정 못 숨기는 게 저희 집 특성이랍니다. 이해해 주세요, 예쁘신 언니.”
“제가 언니인 것 같이 생기긴 하셨다만, 정말 제가 언니인가요?”
“아? 제가 언니일까요?”
“저도 모르죠.”
“그렇긴 하네요.”
13. 너블의 황제님은 오늘 역시 성적이 저조했다. 너블은 너무 가슴이 아파 감히 황제님께 다가가지 못하고 구석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황제님이 진짜 왜 저러실까. 대체 무슨 이유로 저러시는 걸까. 물론 그렇다고 황제님이 아닌 건 아니지만.”
“...어? 저기요!”
“??”
“정말 오랜만이네요.”
“?! 황제님?”
“어떻게 된 거에요?”
“네?”
“계속 안 보이던데, 어디 아팠어요?”
“대박. 황제님 제가 온지 안 온지도 알고 계셨어요? 미천한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오늘 잠은 다 잤네요.”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그래도 제발 가까이는 오지 마세요. 저 아직 감기 기운이 덜 떨어져서 옮기면 안 돼요.”
“괜찮은데.”
“? 뭐라고 하셨죠, 황제님?”
“그 정도는 괜찮다고요. 우리 오랜만에 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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