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멜로망스 - 아주 멀지 않은 날에 Inst.上“선배!!!!”윤기는 이제 저 목소리만 들으면 그 날 하루의 일진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그 때 지민이가 했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벌을 이제야 받는 건가 싶기도 하다. 맨 처음 몇 주는 도망을 다녔고, 그 다음 몇 주는 화를 냈었고, 그 다음 몇 주는 제발 이러지 말라고 부탁을 했었던 거 같다. 놀라운 사실은 여주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것. 윤기에게 이런 관심을 표하는 여학생이 처음은 아니다. 뭔가 비밀이 많아 보이고 굉장히 차가운 것 같은데 해달라는 건 ‘내가 왜.’ 하면서도 다 해주는 윤기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을 리가. 하지만 윤기의 차가움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윤기는 여주도 분명 그런 부류일 거라고 생각하고 대했는데 오히려 그런 제 모습을 귀여워하는 걸 보고 적잖이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그래서 이젠 노선을 틀어 여주가 그러던가 말든가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그저 부잣집 아가씨의 가벼운 호기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선배. 이제 수업 다 끝났는데 집에 가요?”“알바.”“그그저께는 과외, 그저께는 편의점, 어제는 카페. 오늘은 어디에요?”“과외.”“그럼 오늘도 못 놀아주겠네요?”“내가 언제는 놀아줬냐.”“선배는 쉬는 날이 있긴 해요?”“학교도 겨우 다니는 판국에 쉴 시간이 어딨냐.”“...”“누누이 말하지만 너랑 나랑은 노는 세상이 달라. 넌 너랑 어울리는데 가서 놀면 되고 난 나랑 어울리는데서 일하면 되는 거야. 내가 일하는 곳에서 네가 노는 게 맞는 거라고.”“선배가 일하는 곳에서 나도 일할 수 있어요. 내가 노는데서 선배도 놀 수 있고. 선배랑 나랑 다르지 않아요.”“장학금을 못 받으면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서 밤새 공부하고 사람구실은 하고 살려고 알바 하는 내가 너랑 어떻게 다르지 않은데. 내가 한 달을 바짝 일해서 버는 돈이 네 하루 용돈도 안 될 텐데.”“...”“너랑 어울리는 데서 놀아. 충고니 뭐니 그런 거 아니고 부탁이다. 나한텐 이런 거 다 시간 낭비야.”결국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여주를 잠시 쳐다보다 윤기는 제 갈 길로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여주에게 대꾸를 해주느라 끼니는 때우지 못하고 과외를 하러 가야할 것 같다. 괜스레 아이가 금방 자리를 떴을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있을지 신경이 쓰인다. 또 괜한 소리를 했나 싶기도 하고. 버스에 올라타 앉아선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는 윤기였다.**아주 잠시였지만 여주를 신경 썼던 제 자신을 매우 치고 싶은 윤기였다. 어제 모습은 분명 저에게 정이란 정은 다 떨어져서 이제 그만 따라다닐 것 같았는데 왜 오늘 또 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걸까. “선배!!”“...”“선배?”“...”“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 떨리는데...”“김여주.”“네?"“부잣집 아가씨면 아가씨답게 굴어. 너랑 나랑 엮여서 좋아할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나 지금 아가씨답게 굴잖아요. 얼마나 예뻐.”“...”“왜 선배만 날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그럼 너 좋다는 애들한테 가서 놀아. 난 지금 너랑 말하는 시간도 아까워. 어제도 말했잖아. 하루하루 사는 것도 버겁다고.”“오늘은 쉬는 날이잖아요. 나랑 술 좀 마셔줘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공부해야 돼.”“아, 진짜 치사하다!”“그리고.”“그리고?”“내가 너랑 술을 왜 마시는데.”“...”“...”“그렇게 못되게 말하면 기분이 막 좋아지고 그래요?”“뭐?”“아니, 그렇게 말해놓고 내 기분 살피려면 못되게 말 좀 하지 마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나 그 정도로는 상처 안 받아요.”결국 끌려왔다. 제 팔을 붙잡고 앞서 가는 여주의 손을 차마 내치지 못한 탓이겠지. 호기롭게 소주 3병 주세요, 하고 외치는 여주를 보며 설마 그걸 다 마실 생각은 아니겠지 싶었던 윤기는 소주가 나오자마자 스트레이트로 3잔을 내리 마셔버리는 모습을 보고 ‘취하면 버리고 갈 거다.’ 하고 조용히 한 마디를 건넸다.“선배는 날 왜 그렇게 밀어내요? 그렇게 좋다고 들이대는데...”“그러는 넌 내가 왜 좋냐.”“음... 얘기가 좀 긴데 들어줄 거예요?”“해봐.”“삼신할매 랜덤 뽑기 덕분에 운 좋게 이런 집안에 걸린 거 나도 알아요. 근데 내가 연화그룹 손녀인 거 말고 뭐가 있어요? 나 대중교통 타고 다니고 떡볶이, 순대, 삼겹살, 곱창 좋아해요. 그 많은 돈이 다 내 돈인가? 우리 할아버지 돈이지. 내가 다른 건 그냥 또래들보다 용돈을 많이 받는다는 거예요. 근데 나만 많이 받나? 금수저라고 티 팍팍 내면서 다니는 애들 다 나만큼씩 받던데 왜 나만 그런 취급 받는지.. 난 없는 게 훨씬 많아요. 엄마, 아빠도 없고 친구도 없고...”“...”“...추억도 없고...”“김여주.”“어렸을 때부터 나한테 친구하자고 다가온 애들은 돈이 필요할 때만 날 데리고 다녔어요. 근데 그렇게라도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았어요. 뒤에서 내 얘기 안 좋게 하는 것도 직접 들었어도 다 참고 바보같이 웃어줬는데...”“...”“그리고 처음으로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걔는 더 심했어. 사귄지 3개월도 안돼서 헤어지자고 하는데 너 돈 말고 볼 게 뭐가 있냐고 하는 거 있죠. 그 땐 너무 서러워서 많이 울었어요. 나는 그 애가 너무 좋아서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싶어서 게임머니까지 막 충전해주고 그랬는데 결국 걔한테 나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셔틀이었던 거예요.”“...”“....고작 20년인데도 이런 비참한 인생을 살아온 나를 부잣집 공주님이 아니라 그냥 같은 과 후배, 사촌동생 박지민의 친한 동기, 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구는 여자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딱 그만큼으로만 대해준 유일한 사람이 선배였어요. 그런데 어떻게 선배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돌겠네.”“근데...”“...”“나 때문에 선배 많이 힘들어요?”“어.”“힘들게 안했으면 좋겠어요?”“그렇다고 하면 힘들게 안 할 거야?”“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든 건 싫으니까...”“너희 집에선 너 이러는 거 아시냐.”“당연하죠. 우리 학교에 심어놓은 사람만 열 명이 넘을 텐데.”“...뭐?”“푸흐- 속았어. 내가 할아버지한테 말했어요. 우리 과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은 내가 돈 많아서 싫대, 라고.”“야.”“근데 선배 과탑이라고 하니까 바로 집에 데려오라고 하셨어.”“뭐?”“뭐 내가 좋아하는 것보단 과탑인 게 훨씬 중요한 할아버지니까 이해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회사는 못 물려주겠고 그럼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마침 우리 손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과탑이면 만나봐야지.”“회사?”“연화그룹에서 연화대 경영학과 탑을 놓칠 리가 없잖아요.”금방이라도 엉엉 울어버릴 줄 알았는데 눈물도 글썽거리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여주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괜히 제 기분이 이상해지는 윤기였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인 아이가 견뎌왔을 왕관의 무게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 무게를 견디기에 아이가 많이 여리다는 것도. 윤기가 지금껏 겪어온 이 작은 아이는 웃는 모습이 참 예뻤고 아주 사소한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저 같은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자판기에서 뽑은 캔 커피, 길에서 파는 천 원짜리 머리핀, 동전을 가지고 다니는 게 싫어서 뽑았던 인형,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모습이 기특해 내밀었던 초콜릿. 그 모든 걸 좋아했던 이유를 오늘에야 알게 됐다. 아이는 늘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나보다.
BGM 멜로망스 - 아주 멀지 않은 날에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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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윤기는 이제 저 목소리만 들으면 그 날 하루의 일진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그 때 지민이가 했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벌을 이제야 받는 건가 싶기도 하다. 맨 처음 몇 주는 도망을 다녔고, 그 다음 몇 주는 화를 냈었고, 그 다음 몇 주는 제발 이러지 말라고 부탁을 했었던 거 같다. 놀라운 사실은 여주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것.
윤기에게 이런 관심을 표하는 여학생이 처음은 아니다. 뭔가 비밀이 많아 보이고 굉장히 차가운 것 같은데 해달라는 건 ‘내가 왜.’ 하면서도 다 해주는 윤기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을 리가. 하지만 윤기의 차가움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윤기는 여주도 분명 그런 부류일 거라고 생각하고 대했는데 오히려 그런 제 모습을 귀여워하는 걸 보고 적잖이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젠 노선을 틀어 여주가 그러던가 말든가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그저 부잣집 아가씨의 가벼운 호기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선배. 이제 수업 다 끝났는데 집에 가요?”“알바.”“그그저께는 과외, 그저께는 편의점, 어제는 카페. 오늘은 어디에요?”“과외.”“그럼 오늘도 못 놀아주겠네요?”“내가 언제는 놀아줬냐.”“선배는 쉬는 날이 있긴 해요?”“학교도 겨우 다니는 판국에 쉴 시간이 어딨냐.”“...”“누누이 말하지만 너랑 나랑은 노는 세상이 달라. 넌 너랑 어울리는데 가서 놀면 되고 난 나랑 어울리는데서 일하면 되는 거야. 내가 일하는 곳에서 네가 노는 게 맞는 거라고.”“선배가 일하는 곳에서 나도 일할 수 있어요. 내가 노는데서 선배도 놀 수 있고. 선배랑 나랑 다르지 않아요.”“장학금을 못 받으면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서 밤새 공부하고 사람구실은 하고 살려고 알바 하는 내가 너랑 어떻게 다르지 않은데. 내가 한 달을 바짝 일해서 버는 돈이 네 하루 용돈도 안 될 텐데.”“...”“너랑 어울리는 데서 놀아. 충고니 뭐니 그런 거 아니고 부탁이다. 나한텐 이런 거 다 시간 낭비야.”
결국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여주를 잠시 쳐다보다 윤기는 제 갈 길로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여주에게 대꾸를 해주느라 끼니는 때우지 못하고 과외를 하러 가야할 것 같다. 괜스레 아이가 금방 자리를 떴을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있을지 신경이 쓰인다. 또 괜한 소리를 했나 싶기도 하고. 버스에 올라타 앉아선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는 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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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시였지만 여주를 신경 썼던 제 자신을 매우 치고 싶은 윤기였다. 어제 모습은 분명 저에게 정이란 정은 다 떨어져서 이제 그만 따라다닐 것 같았는데 왜 오늘 또 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걸까.
“선배!!”“...”“선배?”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 떨리는데...”“김여주.”“네?"
“부잣집 아가씨면 아가씨답게 굴어. 너랑 나랑 엮여서 좋아할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나 지금 아가씨답게 굴잖아요. 얼마나 예뻐.”“...”“왜 선배만 날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그럼 너 좋다는 애들한테 가서 놀아. 난 지금 너랑 말하는 시간도 아까워. 어제도 말했잖아. 하루하루 사는 것도 버겁다고.”“오늘은 쉬는 날이잖아요. 나랑 술 좀 마셔줘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공부해야 돼.”“아, 진짜 치사하다!”“그리고.”“그리고?”“내가 너랑 술을 왜 마시는데.”“...”“...”“그렇게 못되게 말하면 기분이 막 좋아지고 그래요?”“뭐?”“아니, 그렇게 말해놓고 내 기분 살피려면 못되게 말 좀 하지 마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나 그 정도로는 상처 안 받아요.”
결국 끌려왔다. 제 팔을 붙잡고 앞서 가는 여주의 손을 차마 내치지 못한 탓이겠지. 호기롭게 소주 3병 주세요, 하고 외치는 여주를 보며 설마 그걸 다 마실 생각은 아니겠지 싶었던 윤기는 소주가 나오자마자 스트레이트로 3잔을 내리 마셔버리는 모습을 보고 ‘취하면 버리고 갈 거다.’ 하고 조용히 한 마디를 건넸다.
“선배는 날 왜 그렇게 밀어내요? 그렇게 좋다고 들이대는데...”“그러는 넌 내가 왜 좋냐.”“음... 얘기가 좀 긴데 들어줄 거예요?”“해봐.”“삼신할매 랜덤 뽑기 덕분에 운 좋게 이런 집안에 걸린 거 나도 알아요. 근데 내가 연화그룹 손녀인 거 말고 뭐가 있어요? 나 대중교통 타고 다니고 떡볶이, 순대, 삼겹살, 곱창 좋아해요. 그 많은 돈이 다 내 돈인가? 우리 할아버지 돈이지. 내가 다른 건 그냥 또래들보다 용돈을 많이 받는다는 거예요. 근데 나만 많이 받나? 금수저라고 티 팍팍 내면서 다니는 애들 다 나만큼씩 받던데 왜 나만 그런 취급 받는지.. 난 없는 게 훨씬 많아요. 엄마, 아빠도 없고 친구도 없고...”“...”“...추억도 없고...”“김여주.”“어렸을 때부터 나한테 친구하자고 다가온 애들은 돈이 필요할 때만 날 데리고 다녔어요. 근데 그렇게라도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았어요. 뒤에서 내 얘기 안 좋게 하는 것도 직접 들었어도 다 참고 바보같이 웃어줬는데...”“...”“그리고 처음으로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걔는 더 심했어. 사귄지 3개월도 안돼서 헤어지자고 하는데 너 돈 말고 볼 게 뭐가 있냐고 하는 거 있죠. 그 땐 너무 서러워서 많이 울었어요. 나는 그 애가 너무 좋아서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싶어서 게임머니까지 막 충전해주고 그랬는데 결국 걔한테 나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셔틀이었던 거예요.”“...”“....고작 20년인데도 이런 비참한 인생을 살아온 나를 부잣집 공주님이 아니라 그냥 같은 과 후배, 사촌동생 박지민의 친한 동기, 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구는 여자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딱 그만큼으로만 대해준 유일한 사람이 선배였어요. 그런데 어떻게 선배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돌겠네.”“근데...”“...”“나 때문에 선배 많이 힘들어요?”“어.”“힘들게 안했으면 좋겠어요?”“그렇다고 하면 힘들게 안 할 거야?”“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든 건 싫으니까...”“너희 집에선 너 이러는 거 아시냐.”“당연하죠. 우리 학교에 심어놓은 사람만 열 명이 넘을 텐데.”“...뭐?”“푸흐- 속았어. 내가 할아버지한테 말했어요. 우리 과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은 내가 돈 많아서 싫대, 라고.”“야.”“근데 선배 과탑이라고 하니까 바로 집에 데려오라고 하셨어.”“뭐?”“뭐 내가 좋아하는 것보단 과탑인 게 훨씬 중요한 할아버지니까 이해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회사는 못 물려주겠고 그럼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마침 우리 손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과탑이면 만나봐야지.”“회사?”“연화그룹에서 연화대 경영학과 탑을 놓칠 리가 없잖아요.”
금방이라도 엉엉 울어버릴 줄 알았는데 눈물도 글썽거리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여주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괜히 제 기분이 이상해지는 윤기였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인 아이가 견뎌왔을 왕관의 무게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 무게를 견디기에 아이가 많이 여리다는 것도.
윤기가 지금껏 겪어온 이 작은 아이는 웃는 모습이 참 예뻤고 아주 사소한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저 같은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자판기에서 뽑은 캔 커피, 길에서 파는 천 원짜리 머리핀, 동전을 가지고 다니는 게 싫어서 뽑았던 인형,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모습이 기특해 내밀었던 초콜릿. 그 모든 걸 좋아했던 이유를 오늘에야 알게 됐다.
아이는 늘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