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러브 인 멜로디 (Love In Melody) #02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2/11/23/a3eab2bd44c789783583adfb964d9fd3.gif)
LOVE IN MELODY
# 너를 위한 멜로디 ; 02
글. 럽인
3주 뒤, 지민은 석진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에 도착을 하긴 했지만, 제 아무리 가수였다고 한들 이제는 가수 같지 않은 가수인 처지였고 석진의 도움 없이는 회사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지민은 석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을 수 없다는 기계음만 이어졌다. 스케줄이 딜레이 되는건지, 아니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약속 당일에 늦잠을 자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10분을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이고 있었을까.
“ 어, 지민씨? 여기서 뭐해요? ”
“ 아, 안녕하세요. 저… 오늘 석진 형이. ”
“ 아아! 저거 눌러주시지. 추우신데…, 들어가세요! 아마 회의실로 가시면 될 거예요! ”
회사 출입문이 열리더니 지민에게는 조금 익숙한 회사 직원이 나왔고, 그 덕에 회사 내로 들어 올 수 있는 지민이었다. 앞으로는 석진에게 먼저 연락을 한 다음에 나오리라 다짐을 하며 직원이 알려준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면 약속을 3주나 미뤄? 별로 안 유명한 사람이기만 해봐. 지민은 속으로 약속을 미룬 상대방을 잘근잘근 씹으며 회의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텅 비어있는 회의실이었고, 여기가 아닌가 싶어서 문을 다시 닫고 복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한다. 내가 아는 회의실은 여기 뿐인데. 지민은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도 추운데 여기라도 들어가 있어야겠단 생각으로 회의실의 문을 다시 연다.
문과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지민이었고,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안 오는 걸 보니 여기가 아닌가 싶어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열자마자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 지민이었다.
“ 벌써 와 계셨구나. 안녕하세요. ”
“ … …. ”
“ 제가 너무 늦었나요…? ”
“ …아, 아뇨! ”
왜, 이 사람이 내 앞에 있어? 지민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을 한다. 석진 형, 이번에는 진짜구나. 지민의 대답에 미소로 대신 답을 해주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남준은 지민의 건너편 자리에 앉아 가지고 온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더니 가방 안에서 이것저것 꺼내 테이블 위에 나열하기 시작한다. 지민은 그런 남준을 바라보다 아까 자신이 앉은 자리에 도로 돌아가 앉는 지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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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오늘 같이 오기로 한 친구가 워낙 바빠서 제가 대신 온 건데 괜찮죠? ”
남준의 말에 지민은 뭐에 홀린 사람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남준을 말 할 것 같으면, 대한민국 최고 프로듀서로써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며 그 중에서도 최정상 아이돌의 대표곡들을 만들어 내며 ‘김남준’ 이라는 이 석자를 널리 알리었다. 그런 남준과 함께 작업을 한다? 그러면 그 뒤 지민의 가수 생활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원하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맥북을 꺼내 전원을 켜는 도중에 남준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지민을 보며 눈웃음을 짓는다. 와, 웃는 것도 예쁘시네. 맥북의 화면이 밝아지고 남준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지민을 다시금 바라보고는 입을 연다.
“ 메일은 확인하셨죠? ”
“ 아, 네. ”
“ 어떠셨어요? ”
남준의 말에 지민은 어젯밤 석진을 통해 전해진 메일을 열람해서 그 안에 있는 파일을 재생했었다. 곧 찾아 올 봄처럼 따뜻한 멜로디, 그리고 가이드를 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지민은 꽤나 흡족했다. 그보다도 자신에게 4년만에 곡이 주어진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지민은 엄지를 치켜 세우며 미소를 지었다. 곡이 되게 예쁜 것 같아요. 지민의 말에 남준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이네요, 밤을 새면서 작업한 보람이 있어요. 남준의 말에 지민은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테이블 위에 올려진 휴대폰을 뒤로 엎어놓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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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왜 저예요? ”
“ 네? ”
“ 저같이 무명 가수한테 곡 주시는… 그런 이유가 궁금해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그런 의도는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
살짝 당황한 남준의 표정을 살피던 지민이 손사래를 치더니 뒷목을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보인다. 남준은 턱을 괴고 맥북의 화면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지민에게 시선을 옮겨 아까와 같은 예쁜 미소를 짓는다. 왜냐고 물으시면, 지민씨의 목소리가 필요해서요. 그의 대답에 지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제, 제 목소리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쳐 버렸고, 다시금 당황한 지민은 입을 틀어 막는다. 나 오늘 뭐하는 거야 박지민….
/ /
“ 집이 이게 뭐야, 커튼 다 쳐두고. 오늘 스케줄 잊었어?! ”
초인종을 여러번 누르다가 문을 열어줘야 할 사람이 나오지 않자 결국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오더니 집안꼴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거실의 커튼을 다 쳐둔 걸 보니 아직도 잠을 자는 중인가 싶어서 방문을 똑똑 두드리다 조용하길래 문을 활짝 열며 소리를 치자 무드등이 켜진 채로 침대에서 잠에서 아직도 깨어나고 있지 않은 이름이의 모습이 보였다. 태형은 그런 이름을 보다가 손가락으로 팔을 쿡쿡 찔렀고, 그래도 미동도 없는 이름이의 모습에 벽을 더듬어 불을 켠다.
바닥에 흩어진 약통과 약들, 그리고 바닥에 곤두박질 쳐진 케이크. 태형은 방을 둘러보다가 결국 다시 잠에 빠진 이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좀 조용하다 했어. 태형은 이름이의 침대 아래 쪼그려 앉아 그녀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저 약통으로 봐서는 또 수면제를 먹은 모양인데. 격하게 깨우지 않으면 잠에서 안 깨어날 것을 알기에 태형은 결국 침대 끝에 앉아 이름이의 상체를 일으켜세워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야, 빨리 일어나라. 스케줄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수면제는 왜 먹어.
그제야 눈을 살며시 뜨던 이름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얼굴이 태형임을 인지하고는 어깨를 밀쳐낸다. 알아서 일어날 거야. 목소리 또한 깊게 잠긴 것인지 툭툭 끊기는 이름이의 목소리였다. 침대에서 일어난 태형은 빨리 씻고 나와. 라는 말과 함께 이름이의 방에서 나왔고 거실의 커튼을 양쪽으로 걷어낸 뒤 창문을 활짝 연다. 환한 햇살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집안에 날아다니던 먼지를 휘젓는 태형이었다. 이게 사람 사는 집이야? 주변을 살피던 태형은 장식장 위에 올려진 달력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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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씨 생일이었구나. ”
2월 4일만 검은 매직으로 지워진 것을 보고는 그제야 알아차린 태형이었다. 이름이의 매니저로 윤기를 통해서 대충은 들었던 이야기였다. 이름이는 일 년에 두 번,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자는 날이 있다. 윤재의 생일, 그리고 윤재가 죽은 날. 다 잊었다고, 다 지워버렸다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머리는 기억하고 있는지 7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김없이 이름이는 그 날이 오면 수면제를 먹지 않고서는 잠을 못 잔다고.
언제 씻었는지 아직은 덜 마른 머리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나온 이름이는 달력 앞에서 멍하니 있는 태형을 바라보더니, 안 가? 말을 꺼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름이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 작은 집에서 현관문까지의 거리도 항상 짧아서 몇 걸음 안 걸으면 신발을 신을 수 있었는데, 왜 오늘따라 길게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 청담동부터 가면 돼? ”
“ 응. 근데 태형아…. ”
“ 어? 야 너 배아파? ”
“ 아니… 나 배고파. 샵가면 그 근처에서 먹을 것 좀 사와. ”
벤의 뒷좌석 문을 열어주던 태형의 어깨를 붙잡던 이름이는 배를 감싸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어딘가 아픈 줄 알고 태형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태형의 표정을 보고 웃던 이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벤에 올라 타면서 쓰고 있던 모자를 벗는다. 장난도 적당히 해라. 눈에 힘을 팍 주면서 말을 하던 태형이었다. 그에 태형을 속였다는 사실이 즐거운지 이름이는 배를 잡고 웃으며 태형이 운전석에 올라타기 전까지 웃음 소리를 끊지 않았다.
“ 태형아. ”
“ 왜. ”
“ 대박. 지금 샵에 은 언니 와 있대. ”
“ … …진짜? ”
차가 출발한지 십 분 가량이 지나고, 휴대폰을 붙잡고 있던 이름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태형을 불렀고,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다가 이름이의 이름에서 ‘은’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백미러를 통해 이름을 본다. 이름이는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다가 태형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타자를 친다.
“ 언제까지 있으신대? ”
“ 몰라. ”
“ 아, 좀. ”
“ 너 내 매니저거든? ”
“ 그 전에 은 누나 팬이지. ”
“ … …지랄. 나한테 좀 그래라. ”
“ 어, 어. 그래. ”
은의 이야기 이외에는 여전히 시큰둥한 태형의 대답에 입을 삐죽 내밀며 투정을 부리던 이름이었지만, 그러면서도 태형이 궁금한 질문을 은에게 물어보는 중이었다. 은에게 답장을 받은 이름이는 큭큭 웃으며 태형에게 어떡하냐는 말을 하였고, 운전을 하던 태형은 그런 이름이의 반응에 눈썹을 씰룩거리며 애꿎은 신호만 욕하기 바쁘다. 아 빨리 가야하는데. 샵에 있을 은을 조금이라도 더 보겠다는 심정이었는지 태형은 빨간불을 바라보며 소리를 꽥 지른다.
“ 깜짝아. 아. 진짜. 와 김태형. ”
“ 어떻게 내 가수랑 친한 사람인데도 한 번을 제대로 못 보지? ”
“ 둘이 인연이 아닌가보지. ”
“ 오늘은 꼭 볼 거야. ”
“ 과연. 은 언니 곧 출발한… 야! ”
출발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뀐 신호에 태형은 곧 바로 엑셀을 밟았고, 그렇게 샵까지 도착한 이름이는 심장을 부여 잡으며 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태형의 뒷통수를 열심히 째려본다. 아무리 은 언니가 좋아도 그렇지, 사고 나면 어쩌려고! 샵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태형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매니저라는 사람이 어디로 간 거야? 하는 순간 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저거 완전 바보 아니야?
커피를 마시면서 샵 직원들이랑 이야기 하고 있는 은을 벽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는 태형이었다. 그런 태형의 모습을 보는 이름이는 혀를 내두르며 태형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어디가서 쟤가 내 매니저라는 말 안 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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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름 알죠? 레드퀸이었다가 탈퇴하고 솔로 가수로 흥행하고 있는, 그 곡 가이드 이름이가 했어요. 지민은 남준과의 미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남준에게 들었던 말을 곱씹는다. 전혀 그 여자가 불렀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자신의 목소리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목소리에 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굳이 왜 나한테? 지민은 휴대폰에 담아둔 곡을 플레이 한다. 추운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따뜻함이 가득한 곡이 지민의 방에 울려퍼진다.
‘ 순간의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이 온기가 그대 곁에 오래 머무르기를 ’
눈을 감고 듣다 문득 티비 속 보였던 화려한 이름이의 모습과 카페에 왔었을 때의 이름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무대 아래에서도 그렇게 화려한 사람이 무대 위에선 더욱 화려해보였다. 그 이유는 그렇게 타고 태어난 건가? 그런 사람이 이런 깨끗하고 청아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는 지민이었다. 확실히 될 사람은 다르구나.
자신이 가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게 벌써 9년 전이었다. 그렇게 연습생 생활 5년을 거치고 데뷔한 날들에 꽃 길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아스팔트 길만이 남아 있었다. 그저 평범한 아스팔트. 그렇게 쭉 걷다 오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도 자신이 가수였다는 것도 모르고,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조차도 없는 현실. 그저 현재는 카페 알바생 박지민. 꿈은 꿈으로만 남길 걸 그랬다. 괜히 후회하는 날들도 많았다. 왜, 내가 왜 가수를 하겠다고 해서는….
그래도 그 꿈을 잃지 않은 것에 대한 조금의 감사함도 있었다. 석진을 통해서 자신이 다시는 할 수 없던 가수라는 꿈을 꾸게 해주었고, 남준을 만나게 되었으니까. 남준을 만났으니 다음은 조금 달라지길 바라며 잠에 드는 지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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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무슨 냉장고야. 너 안 추워? ”
지민의 집으로 들어온 석진이 밖보다 추운 집안 공기에 따뜻하게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신발을 벗고 그 바로 앞에 있는 실내화를 신으며 집안으로 들어오며 소파에 누워서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는 지민을 향해 말을 했지만 아무런 답이 들려오지 않자, 소파의 빈자리에 앉으며 지민이 보고 있는 화면에 시선을 옮기는 석진이었다. 와, 쟤 진짜 예쁘지 않냐? 나 저번에 시상식에서 옆에 앉아서 봤는데 진짜 예쁘더라. 그런 석진의 말에도 여전히 입을 꾹 다문채로 있는 지민이었고, 평소랑 다른 지민의 반응에 석진은 다시금 지민에게 고개를 돌린다.
“ 무슨 일 있어? 형이 맨날 바빠서 안 만나줘서 삐쳤어? ”
“ … …. ”
“ 야아, 찌민. 무슨 일인데, 어제 실수라도 했어? ”
“ …아니. ”
“ 뭔데. 뭔데. ”
“ 형. ”
“ 응. 드디어 나를 봐주는 구나! ”
기운이 하나 없는 지민은 소파에서 일어나 제대로 앉았지만 축 쳐진 어깨가 지민의 현재 기분을 알려주는 듯 했다. 석진은 정말 지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서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지민을 바라본다.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지민이었지만,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다시 아끼기 시작한다. 그런 지민이 너무나도 답답한 석진은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때리며 아휴 답답해! 속으로 할 말을 밖으로 꺼냄으로써 지민의 어깨는 더욱 축 쳐진다. 아, 이게 아닌데. 석진은 미안한 마음에 입을 틀어 막고는 티비로 시선을 옮긴다. 저렇게까지 고민하는 걸 보면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지민이 편하게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묵묵히 기다리기를 선택한 석진이었다.
그렇게 30분 쯤 흘렀을까, 지민은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더니 양손 가득 담요를 들고 나와 석진에게 하나를 건네준다. 어떨결에 담요를 받아든 석진은 뭐냐는 듯 지민에게로 시선을 옮겼고, 지민은 힘이 하나 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 보일러 고장났어. ”
“ 그럼 수리를 해야지. ”
“ 저번주에도 했는데…오래되서 고쳐봤자래. ”
“ …그럼 형 집 갈래? ”
“ 카페 너무 멀잖아. ”
“ 카페 그만 두면 되잖아. ”
석진의 말에 지민이 무슨 말이냐며 버럭 화를 냈지만, 석진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앞으로 작업 계속 진행 되려면 많이 바빠질텐데 그럼 카페 일 못 나가는 날도 많을 거고, 며칠 몇 주를 작업실에서 살 수도 있어. 네 꿈이잖아,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 그러려면 둘 중 하나는 버려야 해. 석진의 말이 끝나자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내 꿈이었지… ….
/ /
‘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 되었을 때, 그때 이거 차고 나 만나러 와줘. ’
‘ 목걸이? ’
‘ 내 거에는 네 이니셜, 네 거에는 내 이니셜. ’
‘ 되게 유치하다, 너. ’
‘ 나 원래 유치해. 그래서 너 같은 애한테도 설레이는 거잖아. ’
“ 어떻게 네 생일인데 꽃 한 송이도 없냐. ”
분명 기억 속 너는 주변에 친구도 많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아이라 죽은 뒤 몇 년 동안은 생일때나 기일때가 되면 꽃이 꽤나 많이 쌓여있곤 했었는데. 꽤나 높게 자란 나무를 바라보던 이름이는 품에 안고 있던 꽃을 이름이 파여있는 돌 옆에 내려놓으며 쌓인 눈을 털어낸다. 올해 겨울은 다른때보다 훨씬 추웠는데도 잘 버티고 있네. 피식 웃어 보이던 이름이는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바닥에 내려두더니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내 그 위에 올려둔다.
“ 너는 여전히 열여덟인데. 나는 벌써 스물 다섯이야. ”
케이크에 초를 꽂으며 이름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간 참 빨리 흐르는 것 같아, 그치? 길이가 긴 초 하나와 그보다 짧은 초 여덟개를 꽂아둔다. 남은 초들은 초가 들어있던 봉투에 넣어두었고, 이름이는 눈이 쌓인 바닥에 털썩 앉는다. 그리곤 생일 축하한다는 노래를 부르다가 물기 젖은 목소리가 세어 나오기 시작했고, 아랫 입술을 잘근 씹으며 노래를 계속 이어 나가다가 눈물을 흘린다.
“ 짜증나, 너…왜 안 잊혀지는데. 너 때문에 내가 밝은 곡을 못 만들어, 알아? ”
7년이나 지났으면 잊혀질 법 하잖아, 일 년이라도 네 생일 네 기일 잊고 지나가보고 싶다고. 근데, 자꾸 생각 나니까 스케줄도 빼고 곡도 다 너를 위해서 쓰게되고… 그걸로 상까지 받으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고. 여태까지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 이 곳에 와서도 뱉어놓지 못했던 말들을 계속해서 한풀이를 하듯이 하는 이름이었다. 짜증나게 너 잘생겨서는 나 눈 높아져서 남자도 못 사귀잖아. 중간 중간 장난끼 섞인 말들도 뱉어보지만 다시금 몰려오는 슬픔에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 네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땠을까? ”
나무에 걸려있는 액자 속 가족 사진은 꽤나 화목한 분위기의 가족 사진이었고 그 사이에서 환히 웃는 윤재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멍하니 그 사진을 바라보던 이름이었고, 잠시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액자가 흔들린다. 이름이는 케이크에 꽂아둔 초를 다시 뽑아 봉투 안에 넣고, 케이크 또한 상자 속에 다시 도로 넣어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에 엉겨붙은 눈을 툭툭 털어내고, 기일에 다시 올게. 라는 말을 남겨두고는 한 발자국 떼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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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혼자와서 울었네. ”
“ 오빠…. ”
나무에 걸린 액자가 다시금 바람에 흔들린다.
LOVE IN MELODY
# 너를 위한 멜로디 ; 02 END
| * - * - * 럽인의 한마디 * - * - * |
너무 오랜만에 왔죠..ㅠㅠ일찍 찾아오려고 했지만 너무 바빠서 늦어버리구 말았습니당.. 흑흑.. 그리고 제목에 윤기 이름이 추가 되었는데! 원래부터 추가 할까 말까 하다가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그냥 미리 해뒀습니다.. 누가 봐도 티나게 서브가 윤기여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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