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오전 1시 40분]
“곧 오겠다. 하나... 둘...”
딸랑-
“어서오세요.”
빵 하나 캔커피 하나 집어서 오겠지... 역시나.
“2500원입니다.”
“여기...”
“네, 안녕히 가세요.”
누구는 잠드는 시간, 또 누구는 신나게 불태우는 시간, 새벽 1시 40분만 되면 그 손님이 온다.
♥ 사랑은 편의점에서 ♥
처음 그 손님을 봤을 땐 엄청 무서웠다. 주택가에 있는 작은 편의점, 비가 오는 날 새벽 1시 40분, 검은색 마스크로 반쯤 가린 얼굴, 푹 눌러 쓴 검은색 모자, 그 틈으로 보이는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피부, 검은색 후드에 검은색 바지, 신발까지. 처음에는 저승사자 아니면 강도인 줄 알았다. 겁에 질려 몸이 굳었고, 덕분에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손님이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지고 온 물건은 빵과 캔커피 하나. 겁에 질린 게 무안할 정도로 평범한 물건. 그렇게 나는 손님과 혼자만의 아찔한 첫만남을 가졌었다.
***
그렇게 아찔한 첫만남을 가진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그 손님은 똑같은 시간, 비슷한 옷차림으로 매일 찾아왔고, 덕분에 나는 심심한 야간 알바 중 처음으로 물건차 들어오는 시간 빼고 진짜 처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다.
“오늘은 말 한번 걸어볼까...”
그렇게 그 손님을 본 지 한 달이 다 되어갔고, 나는 문득 그 손님이 궁금해졌다. 내가 먼저 걸면 뭔가 말할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긴 나는 결심했다, 오늘 꼭 말을 걸어보기로.
“아, 오늘도 오셨네요. 여기 근처 사시나 봐요. 혹시 성함이...”
결심은 했는데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통 모르겠다. 아는 척하면 부담스러우려나? 이름 물어보는 건 오지랖 아닌가?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쥐어뜯고 있었는데
딸랑-
망했다. 생각하느라 1시 40분이 됐는지도 몰랐다.
“어, 어서오세요!”
아, 뭐라고 하지? 머리는 그 손님 피부처럼 새하얘졌고, 오늘 이렇게 실패하는 건가 싶었다. 왜 시계를 안 봤냐, 왜. 자책을 하면서 속으로 울고 있을 때 똑같이 빵과 캔커피를 내려놓는 손님이 앞에 보였다. 드디어 말을 걸 때다.
“아, 2500원입니다!”
“여기...”
“네, 저 혹시... 여기 근처 사세요?”
“네? 아, 네.”
“아, 매일 오셔서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어... 혹시 새벽에 일...”
“저기, 제가 좀 바빠서요. 죄송한데 물건 봉투에 담아서 빨리 주시겠어요?”
“아, 아, 네.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망했다. 진짜 망했다. 오늘 내 인생 역대로 쪽팔린 날이다. 오늘 밤새 내일 점장님한테 관둔다고 말할까 고민해야겠다.
***
“윤기 형, 오늘은 5분 늦게 들어왔네. 밖에서 뭐 했어? 여자랑 전화하다가 왔어? 귀가 빨갛네, 형.”
“뭐래, 미쳤냐? 추워서 그래.”
“춥긴 무슨, 날 다 풀렸는데. 그래서 누군데?”
“누구긴 뭐 누구야. 그냥 편의점 다녀온 거라고.”
“아니, 형 또 그 여자 알바 있는 편의점 갔지? 맞은편에 가까운 편의점 두고 왜 거기 가냐고. 형 그 알바 좋아하지? 아, 맞네. 그게 맞는 거네”
“뭔 소리야. 내가 마시는 커피 앞에서 안 팔아.”
“웃기고 있네 전에는 잘만...”
“야.”
“......”
“조용히 해라. 가서 편집 안 하냐?”
“알겠어요. 형 성질은...”
“아이씨...”
남자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딘가 불편한 걸까, 아니면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걸까, 남자는 머리를 헝클이다 책상에 엎어졌다.
“그냥 말하는 거 다 듣고 올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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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