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장마가 한창이던, 한창 대입시험준비를 하느라 바뻤던 날이었다. 창밖으론 거센 장대비가 쏟아지고있었고 자습시간이라 조용한 교실안에 각종 필기구소리만 가득했다.
「지용아아...」
작게 속삭이듯 지용이를 부르니 은테안경을 쓴 그가 날 뒤돌아본다. 왜냐고 입모양으로 속삭이는 그에게 풀던 영어문제집을 들이밀었다. 그러곤 최대한 소리안나게 의자를 끌어 지용이옆에 안...착하는듯 했으나,
「이승현 제자리로 돌아가라.」
「쌤.. 저 진짜 모르는문제에요..」
「나한테 물어봐.」
「영언데..」
지금은 문학시간인데 왜 영어공부를하냐며 꿀밤을 맞곤 제자리로 돌아왔다. 칫- 지용이랑 공부하고싶었는데
* * *
야자까지 다 끝마치고 집에가는데 아직도 비가온다. 쉽게 그칠것같지 않았고 얇은 하복밖에 걸치지않은 내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별수없이 책가방을 위로 들고 뛰어가려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역시 그 누군가는 권지용이였고 나는 미소를지으며 그의 우산속으로 들어갔다. 항상 설레고 처음같은 연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