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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기다림의 겨울왕국 조각글 | 인스티즈

 


내일도 평년 기온을 훌쩍 넘은

날씨가 따뜻할 것으로 예상 ….

 

일기예보를 아무리 봐도 따뜻한 날 뿐이다.

그 아이는 첫눈이 내리는 날 자신을 찾아오겠다고 이야기했었다

딱히 어느 날이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해놓고 사라졌다.

수증기가 증발하듯이.

 

첫눈이 내릴 때마다  얼어붙은 손을 입김으로 녹이면서 처음 만났던 장소에 나가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시간이 안 맞았나 하는 마음에 첫눈이 오는 날이면

하루 종일 그 장소에 서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머리카락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그마저도 요즘은 눈이 내리지 않는다


첫눈이 내릴 때마다 정신줄을 놓고 달려가는 날 보고 주변 사람들은 수근 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지쳐간다, 이번 딱 한 번만 더 기다려보고 포기하자는 심정이었는데

그 생각을 듣고 하늘이 화가 났는지 올해는 한 번도 진눈깨비조차 내리지 않았다

 

눈을 들어 말갛기만 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너는 과연 나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 이제 그만두려고 해. 하지만 잊지는 않을 거야, 추억으로 꼭 꼭 마음속에 담아둘게

 

-

내일은 평년보다 쌀쌀할 것으로 예상되며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되오니….

 

예전 같은 설렘은 무뎌졌지만 그래도 조급한 마음에 아직 쌀쌀하기만 한 거리를 나섰다

어둠이 가득 내려있는 장소에 뛰어서 도착하자 숨이 턱 막혀왔지만

아무도 없이 스산한 기운만 감돌고 있는 것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근처에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는 그 아이와 장난치던 그때처럼 바닥에 글을 썼다

 

-잘 지내? 보고 싶다

나 매일 기다렸어. 눈 올 때마다

근데 한 번도 나한테 얼굴 안 보여주더라. 미웠는데 원망했는데

그냥 이제는 얼굴이라도 한 번만 보고싶어

나 이제 네 얼굴 기억 안 나

민석아...

 

나 이제 안 올 거야

쓰지 못한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데 하늘에서 눈이 아닌 비가 내린다

네가 원망이라도 하는 걸까. 아님 그냥 내가 울고 싶은 걸까

 

우산도 없지만 비를 피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비를 맞았다

 

"내가 제일 후회하는 날이 언제인줄 알아?"


어릴 적 정말 마법 같은 만남. 이별 후에 나의 기다림은 시작되었지만

딱 한번. 첫눈 오는 날에 이곳에 오지 못한 날이 있었다.

고열로 헛소리를 할 때조차도 병원에서 못 가게 막는 의사 선생님과 부모님을 뒤로하고

링거조차 내가 빼고 거의 정신 나간 것처럼흘리면서까지 달려왔었는데.

 

머리가 커가고 세상과 혼자 부대끼면서 대학에 입학하고. 정말 잠도 몇 시간씩 못 자고

준비한 면접날이 되니까 하늘이 떨리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어두운 회색빛으로 온통 물들

어서 마치 하늘에 구멍 뚫린 듯이 눈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너와의 장소로 달려가려고 하던걸 멈춘 건, 정말 말도 안되게 너의 존재를 내가

믿고 있지 않았던 것. 가 봤자 넌 없을 텐데. 하는 마음

 

그날 면접은 이례적인 폭설 때문에 모두 취소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지만 난 여전히 길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눈이 방패막이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것들을피해 이리저리 들어올 때마다 시리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

 마치 네가 울며 원망하듯 하늘은 온통 눈을 쏟아내고 있었고 그 눈들은 나를 아프게 다그쳤다.

한 번도 따뜻하고 그리웠을 뿐 차갑고 시리다는 느낌이 없던 눈이, 그날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나를 덮쳤다.

그 후로는 계속 나 자신을 자책하다 결국에는 이 기약 없는 기다림에 회의감마저 생기게 되었다.

 

"근데 말이야, 네가 그날 왔는데 내가 없어서.. 그래서 실망해서 지금까지 안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고"

 

충분히 네가 실망하고 안 와도 납득 가는 이유잖아.

푸념 아닌 푸념을 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내리는 비 때문에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낙서를 보고 아까 다 쓰지 못한 자리를 채웠다

 

-용서해줘. 미안해

 

손이 잔뜩 얼어버리는 바람에 몇 번이고 손이 헛 나갔지만

문장을 끝마칠 수 있었다. 이제는 기억의 잔상뿐인 생각이 문뜩 나서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갈게.

 

미련 없이 내려 가려고 했지만 발이 얼었는지 아니면 내 마음이 미련을 둔 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빗방울로 축축해진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스스슥-

 

무엇인가 얼어붙는 소리가 들린다.

어렸을 때 눈 대신 비가 온다고 칭얼거리던 그때처럼.

추위 때문인지 그냥 내 몸이 떨리는지 분간이 안 간다. 그냥 온몸이 떨린다

 

"정말 그냥 갈 거야?"

 

정말? 나 속 좁은 사람 만들곤? 뒤에서 들려오는 말간 목소리에 눈물이 탁 터졌다

어느새 눈물을 감춰줄 비가 아닌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진짜... 민석이야?"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널 보고는 숨도 쉬지 못한 채 달려가서 너를 껴안았다

한참을 껴안고 서로의 체취와 온도를 나누고 있다가 살짝 고개만 때어내고 물었다

정말 너야?

 

멍청한 질문인 걸 알면서도 확답을 듣고 싶었다, 내 오랜 기다림의 끝을.

가만히 손을 들어서 추위와 눈물로 새빨개져 있을 얼굴을 만지고 있던 네가 살짝 미소 짓는다

 

네가 살짝 손을 흔들자 얼음이 뭉처드는 소리가 나더니

눈앞에는 곧 어렸을 적 같이 만들었던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었다.

네가 그리울 때마다 만들곤 했지만 한 번도 완벽한 적 없었던 눈사람이 지금은 완벽해졌다.

 

"루한아"

".... 응"

"기다려줘서 고마워"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빛났던 미소를 지으면서 얼어붙은 주변과는 다르게 따스했던 모습으로

네가 내게 꿈 처럼 속삭인다

 

이젠 나 여기 있을게, 항상 네 곁에서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울지 마. 이젠 네 주변이 아니라 네 눈물을 얼려줄게. 다신 흐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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