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성적이 멋지게 떨어졌다.
난 나대로 억울한게, 난 정말 열심히 했다는 거다.
독학은 내스타일이 아닌가. 나름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반타작에도 못 이른 두자리의 숫자가 모든걸 망쳐놨다.
결국 고2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고, 늦은감이 없지 않은 지금 난 엄마손에 이끌려 학원 상담실에 앉게됬다.
'
'우리 경수가 혼자서 열심히 한다곤 했는데 2학기 중간고사부터 점수가 안좋더니 기말엔 그 점수 반으로 더 떨어져서요, 선생님'
'경수는 착실하고. 얌전하고 똑부러질 것 같은데, 혼자하는 공부는 스타일이 안 맞았나 보네요~'
'1학기때 까지는 학원 다니고 그래서 성적도 괜찮았거든요. 여름방학부터 혼자 할 수 있다고 해서, 믿고 혼자 하게 뒀는데...'
'경수가 원래 머리는 좋은 것 같으니 학원에서 바짝 열심히 하면 다시 더 좋은 성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거예요'
'그렇겠죠, 선생님?'
얼씨구, 날 코앞에 두고 이런 저런 품평을 하는게 듣기 싫지만
이번 시험 점수는 뺴도 박도 못할 점수니 난 닥치고 있을 수 밖에 없겠다.
질질 끌지말고 단칼에 끝내자며
오늘 바로 학원상담을 목표로 엄마의 퇴근도 앞당기고, 나의 야자도 하루를 빼서 지금 시간은 7:00.
오늘 하루는 상담하고, 신청하고...곧 끝나겠다. 집가서 뭐하지? 뭐 먹지? 찬열이한테 롤이나 하자 할까? 그새끼는 오늘도 야자 쨌겠지? 피방일려나?
.
.
'...야'
'-수야'
"도경수!"
"...네,네?"
"어딜 정신을 팔고 앉아있어?여기 실장님이랑 말 다 해 놨으니까 너 오늘부터 수업 듣고 와"
"...예?"
"그럼 우리경수,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걱정마세요 어머님.그럼, 안녕히 가세요~"
"수고드려요 선생님. 경수 너, 수업 잘 듣고.아까처럼 정신 팔지 말고! 그럼, 이따 보자 아들~"
생각치도 못한 전개다. 이게 뭐지?
상담온 당일부터 수업이라고? 사전 동의도 없이?내가 잠깐, 아주 잠깐 정신 팔려있을 때 뭐가 진행된거지?
"저기..."
"오늘 수업할 분량은 선생님이 프린트 해줄게.책은 다음주까지 사오면 되고, 수업은 9:10분 부터인데...시간이 좀 많이 남았다, 그지?"
...네...
"그래도 조금 있으면 같이 수업듣는 애들 몇명이 미리 올꺼거든? 같은 남자애들이니까 미리 친해져 놓고 그래.
다 착한 애들이고 서글서글한 애들이니까 불편한 건 없을거야"
"그럼 그때까지 오늘 할 부분 미리 풀어보고 있을래?"
..
.
.
지금 도경수는 짜증난다.
일사천리로 수학학원의 구석 자습실에 프린트 종이를 뭉텅이로 받아 반강제로 갇히게 된 지금 현 상황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18년 인생, 착한가면을 쓰고 살아온 타칭 모범생이미지 도경수라 실장님이 친히 뽑아준 프린트를
'감사합니다'하며 꽃미소를 날리고 받아 앉고선
실장님이 문을 닫고 나간 지금까지 단 한문제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이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도경수만의 소심한 반항이었다.
지루한 시간.
이런 짓 그만하고 문제라도 풀까...하고 갈등을 하는 순간 뭔가 밖이 소란스럽다.
'진짜요?새로온 애요?'
'이뻐요?'
실장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열심히 질문하는 저 앤 불쌍해서 어쩌냐. 난 여자가 아니라 남잔데, 미안해서 참.
ㅡ벌컥
"..."
"......뭐야, 남자잖아?"
목소리와 얼굴이 매치가 잘 되는 상이다.
첫인상에서 느낀 나의 느낌은 그랬다.
그리고,묘하게 재수없다.
"안녕?"
"..."
그 애의 인사에
살짝 고개를 까닥임과 동시에 다시 프린트로 시선을 박았다.
"실장님이 이쁜애가 새로 왔다 했는데"
...?!
"이게 뭐람"
...'묘하게' 생략.
그녀석의 빈정거리는 네마디를 마지막으로 둘뿐인 자습실엔 어색한 침묵이 눌러앉았다.
난 침삼키기도 신경쓰여 죽겠는데, 아까부터 내 앞앞줄에 앉아 내쪽을 말없이 빤하게 보고있는 녀석때문에 더 숨막힌다.
실장님이 말한 사교성 넘치는 서글서글한 애가 저놈은 아니겠지.
설마.
"백도고에"
"2학년에"
"이름은...어디봐, 도~경수?"
...?!!!
당황스러움에 고개를 들어 녀석을 보자 턱을 괴고선 피식 웃는다.
"너도 야자 안해?"
"어떻게 알았어?"
"야자 안하구나?그렇게 안생겨선."
"아니, 오늘만 뺀거야. 내가 물어본건 그게 아니라, 그전에 말한거 어떻게 알았냐고"
"바보아냐?교복도 그대로 입고오셨고 명찰도 달고있는데.내 친구가 거기 다녀서 명찰색은 나도 구별 가능하거든"
존나고토 죽고싶다.
쪽팔린다!나 왜이러지?
"내 신상은 뭐게?"
빙글 웃으며 나머지 한손으로 턱을 괴곤 꽃받침을 만들고선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맞춰봐"
갈색 마이에 베이지색 바지는...그니까...
"...선강고"
같은 수업듣는다 했으니까 보나마나
"2학년"
마지막으로 이름은...
"...손 좀 치워봐"
그까짓 것쯤이야, 하고 능글거리며 손을 치운 그녀석의 가슴팍엔 명찰이 달려있지 않았다.씨발!
"...섭섭하다 깜찍아"
"뭐래?닥쳐"
"오,욕도할줄알아?"
"무슨 사람을 개-"
"존나 섹시해.한마디만 더 해봐"
치고들어오는 당황스런 멘트에 경수의 콧구멍이 1.5배로 늘어났다 원상복귀됬다.
저새끼 변태같이 웃는것좀 봐.
인중 한대 날려버리고 싶다.
"난 매일 이시간에 와 깜찍아."
"이시간에 맞춰오면 나와 이렇게 단둘이 있을 수 있단 말이지.너만 알고 있어,비밀이니까"
"..."
"학교에선 도통 자습이 안 되서 말이지.여긴 조용하고, 몇명없고, 쾌적하거든"
"한 20분 뒤면 내 시다바리 녀석들이 오지.나의 지론에 깨달음을 얻고 입도한 중생들이야.신경쓰지마.못생겼거든."
"그리고 곧 수업시작. 기대하지 마. 완전 남자밭이야. 여자애들도 있긴 있는데 역시 못생겼어."
"내가 우리학원 얼굴간판이었는데. 이제 너도 세컨드로 끼워줄게."
혼자서 참 잘떠든다. 지랄도 병이라던데.
"내이름은 변백현."
이름도 지같네.
"너 친구없지?나랑 앉자 깜찍아"
"존나 영광이지?"
개패버리고싶다.진심.
마이 럽 배틀호모
담편에는 불막을!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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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이유 진짜 예쁘게 찍어주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