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이 내리앉은 새벽인데도 회의실의 불은 환하게 들어와있었다.
언제나 간결하면서도 무겁게 진행되던 회의였는데 오늘만큼은 제법 큰 소리가 오갔다.
“박지훈이 다니엘이랑 같이 훈련하는 복싱선수고 너랑 개인적으로 만난적이 있는것도 알아. 근데 조회 결과 휴대폰 주인도 박지훈이고, 유일한 목격자인 현우가 아무것도 기억못하는 상황인 지금, 정황증거만으로는 박지훈이 용의자일 수밖에 없다.”
“...... 그치만...”
“힘든거 알겠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보단 이성적인 생각을 유지해야하는게 경찰이잖아.”
틀린말 하나없는 반장님과 하형사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감식반과 국과수의 검사결과가 필요했다. 그 뒤로는 몇일 밤샘의 연속일 수사이기 때문에 오늘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했다.
마지막으로 회의실을 정리하고 나오자 혼자 밖에서 휴대폰으로 만화 동영상을 보며 우릴 기다리던 현우가 “형아-“ 하고 황형사님에게 안겨들었다.
유독 황형사님만을 형아라고 부르며 잘 따르는 현우는 해리성 기억상실로 인해 그날밤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해리성 기억상실 : 외상 사건, 심한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기억상실 증상
더군다나 부모님이외의 친척이나 가족은 아무도 연락이 닿질않았고 미국에 거주하는 삼촌만이 유일해 잠시동안 임시보호소로 보내져야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이 새벽에 진행 될 수 있는 절차가 아닌지라 결국 오늘밤은 우리가 데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여주야, 다니엘한테 아직 연락 안했지?”
“네.”
“네가 하기 힘들면 내가 할게. 아무래도 네가 말하긴 힘들것 같아서.”
윤형사님의 배려섞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들은 현우와 함께 모두 샤워실로 향했다. 아무것도 모른채 황형사님의 품에 안겨 웃고있는 현우가 마냥 안쓰러웠다.
그러다가도 다른 사람은 삼촌이라고 부르며 틱틱거리면서 유독 황형사님만 잘 따르는 현우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현우를 남자 5명에서 씻기는것도 또 다른 숙제였다. 이 새벽에 저 건너 남자 샤워실에서는 장난스러운 대화와 웃음들이 들려왔다.
그 귀여운 대화를 들으며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 흘러내리는 물이 머리부터 차례로 몸을 적셨다.
눈을 감으면 자꾸 떠오르는 처참한 장면들과 복잡해지는 머리속에 아무 생각없이 물을 맞고 서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젖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넘기면 얼굴을 향해 쏟아지는 물줄기가 오늘 하루 복잡한 일들과 감정을 함께 씻겨 내려가게 했다.
그렇게 홀로 따뜻한 물을 맞고 서있자니, 또 한번 저 멀리서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굳게 감았던 두 눈엔 잔잔한 미소가 번져왔다.
***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빔 프로젝터를 켜고 앞으로 나간 성우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피해자 남자, 43살 박호영. 사건 당일 퇴근 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집안으로 침입한 범인에 의해 살해 당했습니다. 부검 후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겠지만 과다출혈이 원인으로 보여지며 범인과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던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특이점은 피해자가 지구대에 근무중인 경찰이라는겁니다. 지구대 내에서 가장 현장담당으로 많이 나가는 경찰인데 그만큼 무도실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런 피해자를 범인이 제압했다면 범인 또한 뛰어난 무도 실력자로 보여집니다.”
“아저씨들은 누구에요? 우리 아빠 친구에요?”
허리에는 권총벨트를 차고 무전기를 꼽고 있는 우리를 보고 현우가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그리고 회의하는 우리를 기다리며 익숙하게 혼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있던 현우의 행동들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빠르게 화면을 넘기며 다음 피해자인 현우의 엄마와 현우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을 마친 성우는 이내 마우스를 움직이며 한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그 동영상은 다름 아닌 현우의 집앞을 촬영하는 CCTV였다. 빠르게 넘어가던 화면이 다시 원래의 속도를 되찾고 어두운 밤에 누군가 집앞에 멈춰섰다. 그 모습에 모두가 몸을 앞쪽으로 기울였다.
어두운 밤, 새까만 후드모자를 뒤집어 쓴 지훈이 화면에 잡혔다. 가만히 서서 집을 응시하던 지훈은 이내 결심한듯 문에 다가섰다. 하지만 굳게 잠긴 대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문을 억지로 열어보려 몇번 시도하던 지훈은 뒤로 물러나더니 가볍게 그 옆의 벽을 뛰어넘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 뒤로 지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나도 모르게 꽉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지훈이를 그리 잘 아는 것도 아니었고, 다니엘을 찾기 위해 딱 한번 만났던 사이,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내가 느꼈던 지훈이는 순수했고 티없이 해맑은 눈을 지닌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이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해치다니, 반장님의 말씀처럼 경찰은 어떤 순간에도 감정보다 이성적인 생각이 먼저여야하지만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상이 끝나고, 고개를 숙인 나를 중심으로 정적이 흘러왔다.
“들어가시면 안된다니까요!”
그리고 그런 정적을 깨는건, 다른 경찰의 제지를 뚫고 회의실 문을 거칠게 열어오는 다니엘이었다.
흥분한듯한 다니엘은 씩씩거리며 그 제지를 뿌리쳐냈고, 반장님의 눈짓에 다니엘을 막아서던 사람도 회의실 문을 닫고 돌아갔다. 어찌나 급했으면 병원복을 입고 여기까지 달려왔고, 아직 손등에 붙은 링겔 테이프와 손등을 타고 흘러내린 피까지도 그대로였다.
“반장님. 우리 지훈이, 그럴 애 아니에요.”
“원래 친구한테 나쁘게 보여지는 사람은 없어.”
“반장님! 지훈이 금마는요,
쪼매난게 겁은 대따 많아서 피도 무서워하는 애에요. 아직 선수생활 3개월차 밖에 안되서 사람 제압할줄도 잘 모르고요, 맨날 폐지 모으는 할머니 지나가는 시간 되면 도와줘야 한다고 지 휴식시간까지 써가면서 남 돕는 그런애에요. 그런 애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진짜 지훈이는 아니에요.”
늘 바보같이 웃기만 하던 다니엘이 처음으로 흥분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다니엘을 안타깝게 보는 형사님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차분하게 다니엘의 말을 듣던 반장님이 “경찰의 수사에는 정해진 법칙이라는게 있어, 그리고 그런 점에 박지훈이 딱 들어맞을 뿐이고, ”라며 말을 이어나갔지만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형사님에 의해 말이 끊겨버렸다.
그리고 한가득 서류를 안고 돌아온 윤형사님은 다니엘이 왜 이곳에 왔는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특유의 눈치로 한번에 파악한듯 했다.
“DNA 분석결과 나왔습니다.”
좋지 않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문을 닫고 책상에 서류를 내려둔 윤형사님이 다니엘과 우리를 번갈아보며 보고를 이어갔다.
“흉기에서 발견된 지문, 침대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침실에서 검출된 혈흔.
모두 박지훈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말에 다니엘이 무너졌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다니엘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옆에 있던 윤형사님이 놀라 다니엘을 부축했다.
“이럴수는 없어요. 이건 아닌데, 분명히 뭔가 잘못된긴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다니엘은 넋이 나간 사람마냥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병원에서 편히 쉬어야 할 아이가 그새 쏙 들어간 볼이 확연히 보일만큼 수척해져서는 이곳에 무너져 앉아있었다.
그런 다니엘의 앞에 다가섰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혀 앉자 초점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다니엘이었다.
“누나야....”
그리고 그런 우리를 위해 하나,둘씩 회의실에서 자리를 비켜주는 형사님들이었다.
바보같이 남자의 눈물을 쪽팔리는거라고 늘 말해오던 다니엘이 두눈 가득 눈물을 담고 있었다. 다만, 그 눈물을 흘리지않는게 마지막 자존심인듯 입술을 꽉 물고 흐르지못하게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만큼 다니엘에게 소중한 가족같은 존재였다. 지훈이란 아이는.
“일어나. 네가 이렇게 무너져봤자 달라지는건 없어.”
“누나. 누나도 지훈이 봤잖아요, 걔 그럴애 아니,”
“알아. 그러니까 아닌거 밝혀내도록 도와야지, 네가.”
모든 상황과 증거들은 지훈이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걸 떠나서 다니엘과 지훈이를 그리고 내 마음이 아니라고 가리키기에 최대한으로 해볼 수 있는데까지 덤벼보자고 그렇게 마음먹었다. 비록, 그 길이 힘든 숲길 일지라도.
그렇게 찬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다니엘을 일으키려 하면, 나보다 먼저 다니엘에게 손을 내미는 누군가가 있었다.
“황형사님...?”
“내가 생각보다 다니엘한테 빚진게 많아서.”
그렇게 회의실에 남은 세사람은 흰 A4종이가 새까맣게 채워질만큼 많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힘든 숲길이라도, 세 사람이라면 무성한 나무와 풀을 베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것 같았으니까.
***
그렇게 다니엘을 돌려보낸 후 모두 각자의 수사에 매달려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나는 지훈이에게 살해동기가 전혀 없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매달렸고 다니엘이 기억하는 지훈이의 마지막 모습을 중점으로 수사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나와 같이 모두가 구내식당에서도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대충 해결하고는 다시 사무실로 올라와 점심시간에도 손에서 사건노트를 놓지 못했다.
대충 국에 밥을 말아서 몇숟가락 입에 넣다가 이마저도 집중을 흐트리는것 같아 밥을 그대로 반납하고 다시 사무시로 오면, 점심시간이라 불을 꺼 우중충한 사무실 안에서 홀로 집중하고 있는 황형사님의 모습이 보였다.
“황형사님.”
“쉬잇-!”
간만에 안경까지 쓰고 집중한 황형사님은 나의 부름을 듣지 못했고 그런 나의 부름에 답하는건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조용히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현우였다.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가려면 발걸음도 현우의 손에 이끌려 사무실 밖으로 끌려나왔다. 사무실의 유리 문이 닫히고 나서야 복도의 벤치에 앉은 현우가 말을 건네왔다.
“못난이 누나, 우리 형아 일 하고 있잖아요. 조용히 해요, 쉿-“
“아, 쉿... 근데, 내가 왜 못난이 누나야?”
“형아는 맨날 누나보고 예쁘다하는데, 우리 엄마는 여자가 예쁘면 마음이 안예쁘다 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못난이 누나에요.”
사실 현우가 왜 못난이 누나라고 부르는지 이유는 중요하지않고, 오로지 나의 귓가에 맴도는 내용은 ‘형아는 맨날 누나보고 예쁘다하는데,’ 이부분이었다. 정말, 현우한테도 이렇게 티를 내면 어떡하란거야.
기분좋은 부끄러움에 괜히 몸을 배배 꼬면,
“현우야, 나는?”
하고 얼굴을 들이미는 성우였다.
그러나
이내 칼같이 들려오는 “삼촌도 조용히 해요!” 라는 말에 성우는 홀로 울부짖었다지
“삼촌이라니! 내가 막내인데 왜 삼촌이야!”
"충성!"
"괜찮으니 편히들 해요."
피해자가 한 지구대의 팀장이다보니 그 지구대의 담당자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 모인 회의가 진행되었다. 말이 회의지 높은 사람들에게 하는 보고와 다름없었다.
한분, 한분이 들어올 때 마다 각잡힌 경례를 건네고, 자리에 앉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 황형사님은 회의를 시작한다며 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경찰서에서 가장 큰 회의실에 둥글게 모여앉은 관계자들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반장님의 브리핑을 조용히 들었다.
"밤 10시경에 집안으로 침입한 범인은 먼저 칼로 남자를 제압하고 남자앞에서 여자의 몸에 끔찍한 상처들을 장난처럼 새겼습니다. 그리고 남자가 자신에게 반격해 오면 다시한번 남자를 칼로 찌는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몸에는 큰 상처들이 남았고 그렇게 과다출혈로 사망한것으로 보입니다."
"용의자가 위치파악이 안되는 상태로 알고있습니다. 경찰이 당한 사건인만큼 주위 시선이 많으니까, 얼른 공개수사로 전환해서 언론에 얼굴을 알리고 범인을 잡읍시다."
"안됩니다."
공개수라니, 언론에 지훈이의 얼굴을 공개한다니. 그들의 말이 곧 명령임을 알면서도 그들의 막을 막아섰다.
가장 막내가 이 큰 회의에서 당당하게 일어나 안된다는 의견을 내다니, 그 대담함에 모두가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물론 그 눈빛엔 어디 한번 들어나보자 하는 눈빛이 섞여있었지만.
"그게....
이사건의 경우 사람의 몸에 장난을 치고 끔찍하게 살해한 계획성 범죄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박지훈군의 마지막 행적에 따르면 사건 다음날 체육관의 형들과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살인사건을 저지를 사람이 그런 약속을 잡지 않죠. "
"박지훈군은 복싱선수입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무도실력이 뛰어난 경찰입니다. 그런 경찰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운동선수 말고 누가 있죠?"
당신은 지금 범인이 지훈이라고 맞춰놓고 사건 추리를 하고 있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말은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간이 배밖으로 나왔다고 해도 막내주제에 지구대장에게 그런말을 할 수는 없을테니까.
대신 작게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최경감님, 박경위를 잃어서 슬픈 마음을 알겠지만 아직 사건이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공개수사 전환은 너무 섣부른것 같습니다. 대신, 제가 책임지고 범인을 잡아낼테니 우리 팀원들 좀 믿어주시지요."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방이 기분나쁘지 않게 공개수사의 전환을 말리고 수사기간을 더 따내신 반장님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모두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텅빈 회의실에 앉아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면 조용하게 회의실 문을 열고 반장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반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운건 아니고 믿은거야. 민현이가 사건현장을 보러가야한다고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데, 민현이가 그러는거면 그정도의 이유가 있을거거든.
물론 박지훈이 범인이 아니라는데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능력있는 두 사람이 박지훈이 범인이 아니라고 열심히 힘을 쏟아붇는데 두사람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벌어주는거, 저 늙은 어른들한테 휘둘리지 않게 막아주는거. 딱 여기까지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야.
남은일은 두 사람이 박지훈이 범인이 아니라는걸 함께 밝혀내는거야, 알았지?"
"반장님..."
감동받은 눈빛으로 반장님을 쳐다보면, 그 눈빛이 쑥스러운듯 빨리 일어나서 사무실로 가자며 아프지 않게 내 등등 퍽퍽 쳐오는 반장님이셨다.
반장님의 믿음은 그 어떤 도움보다도 감사한 일이었고, 덕분에 지훈이의 얼굴이 범인으로 공개되어 알려지는 공개수사도 막고, 하루 더 수사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얻었다.
역시 모두가 그 사람에게 배우고 싶어하고, 그 사람을 잘 따르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반장님이 몸소 보여주었다. 앞에서 오글거리는 말과 칭찬은 잘하지 않으셔도 누구보다 팀원을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에 몽글몽글 또 다른 존경의 두근거림이 피어났다.
그렇게 소중하게 자료파일을 품에 안아들고 사무실로 돌아가면, 아까 이미 간줄알았던 지구대장과 팀장들이 사무실안에서 현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팀장의 아들이고, 현우의 행동으로 보아 지구대에 자주 놀러갔었던것 같았기에 크게 의아하진 않았다.
"싫어!!, 안갈래요!!!!!!!"
그리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현우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흘리는 현우였고 그런 현우를 한 여자와 지구대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현우야. 아저씨 집으로 가자."
결국 보다 못한 지구대장이 현우에게 다가서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언제까지나 이곳에 둘 수 없는 현우를 데려가기 위해 임시보호센터의 직원이 현우에게 왔고, 현우가 가지않겠다고 떼를 쓰자 지구대장이 자신의 집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런 배려마저도 싫다는 듯 현우는 악을 쓰며 소리를 쳤다. 그런 현우가 너무나도 안쓰러웠지만 지금 경찰서안에는 현우가 유일하게 따르던 황형사님도 있지 않았다.
결국 사무실에는 강력반에서 잘 들을 수 없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보호소 직원이 익숙하게 아이를 달래려했지만 현우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누나!!!!!!!"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우의 사정에 아무것도 도울 수 없어 조용히 내 책상에 서류파일을 내려두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현우가 눈물범벅인 된 얼굴로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누나, 나 안갈래요. 가기 싫어요, 여기 있을래. 응?"
"현우야..."
난처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의 다리를 붙잡고 우는 현우를 일단 안아들었다. 그럴수록 현우는 내 품안에 더 안겨왔다. 한번도 아이를 안아본적도, 다뤄본적도 없어서 어색하게 현우의 등을 토닥이면 아까보단 조금 줄어든 소리로 울고 있는 현우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결국 먼저 발길을 돌리는 지구대 사람들이었다.
***
"현우는 지금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큰 상태라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보호센터라는 낯선 환경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요. 여기 경찰관분들이 괜찮으시다면, 현우가 이곳에서 조금씩 기억을 살려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결국 그 말에 모든 형사님들이 마음이 통한듯 현우를 이곳에서 보호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렇게 현우는 한번도 안기지 않던 윤형사님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그런 현우를 바라보다 시간이 더 늦기전에 다니엘의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니엘에게는 또 무슨말을 하면 좋을까. 지훈이가 공개수사로 현상수배가 붙을지도 몰라, 아직도 지훈이 위치파악이 전혀 안된데. 뭐 이런 이야기?
잔뜩 어두운 마음에 터벅 터벅 발걸음을 옮겨 다니엘이 머무르는 병실앞에 다달랐다. 하지만 늘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던 평소와는 달리 제법 소란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와 빠르게 병실문을 열었다.
"안된다고."
"딱 함만 더요, 네?"
"환자분, 이러시면 안되세요."
잔뜩 화난 표정의 재환쌤과, 간절한 다니엘의 표정. 그리고 그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간호사의 표정이 한번에 눈에 들어왔다.
"난 분명히 안된다고 했어."
마지막으로 경고아닌 경고를 날린 재환쌤은 문앞에 있는 나를 곁눈질로 살짝 쳐다보기만 하고는 그대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나가버렸다.
이 이해안되는 상황에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면 방을 나가려던 간호사가 "환자분이 자꾸 수면제를 달라고 억지를 부리셔서..어, 선생님, 같이가요!" 하며 짧게 상황을 알려준 채 재환쌤을 따라나갔다.
그리고 방안에 남은 다니엘은 홀로 침대에 걸터앉아 얼굴을 감싸쥐고 있었다. 그 주위로 온통 침울한 분위기가 그를 감쌌다.
"너 왜그래, 요즘 잠 못자?"
"24시간 중에 18시간은 잘껄요..."
"근데 왜 수면제를 찾아."
병실 의자에 가방을 올려놓고 다니엘과 똑같이 침대에 걸터앉으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니엘이 이내 내 손을 양손으로 잡아왔다.
"누나, 누나가 재환쌤한테 한번 만 더 말해보면 안되요? 내보다는 재환쌤이랑 더 친하잖아요."
그리고 그 손에 힘을 꼭 주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해왔다. 잠을 그렇게 잤다면서 왜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한가득 한건지.
"수면제가 대체 왜 필요한건데."
도대체 어떻게 지내고 있길래 그 물만두처럼 여린 재환쌤이 화를 내는거며, 이렇게 상태가 좋지않은건지. 마음이 안좋아 제법 단호한 목소리가 나오자 다시 손을 놓고 얼굴을 감싸쥐는 다니엘이었다.
"누나, 내 꿈을 안꾼다. 억지로 잠을 자도 꿈을 안꿔요. 꿈이라도 꿔야 뭐라도 보는데..."
결국 얼굴 감싸쥔 다니엘의 손틈 사이로 울음이 흘러나왔다. 그 넓은 어깨가 작게 흔들렸다.
그렇게 무너지는 다니엘을 보고 있자니, 연쇄납치사건을 해결하려다 납치된 나를 꿈에서 보고 구하러와준 다니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도 억지로 꿈을 꾸려 하루종일 침대위에만 누워있었다며 장난스레 말해오던 다니엘의 옛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이 없는 다니엘이 유일하게 함께 지내고 함께 훈련하는 동생, 그런 동생이 한순간에 살인범이 되었고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이곳 병원에서 꿈을 꾸는게 지훈이를 위해 다니엘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다니엘이 수면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 그 이유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기에 부드럽게 다니엘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자 더 서러운듯 큰 울음이 터져나왔다.
같은 화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다니엘, 나에게 털어놓은 능력을 가져서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겉은 강해보여도 속은 누구보다 여린 다니엘이 또 한번 상처를 받게하고 싶지 않았다.
현우와 다니엘,
다시 한번 내가 지치지않고 달려야하는 이유가 진하게 새겨졌다.
공지사항! |
독쨔님들, 저번편에서 다들 많이 당황하셨죠...?하핫
오랜만에 독쨔님들의 추리를 보았는데 '같은 박씨라서 현우의 형이 지훈이다' 라는 상상하지못한 무서운 추리와, 범인이 지훈이 휴대폰을 훔친거다 등등 제가 생각해내지못한 신선한 추리들이 많더라구요. 정말 우리 독쨔님들 추리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중에서 딱 한분많이 조금 맞추셨는데 이번엔 알려드리지않을거에요~
다음편에서는 아마 지훈이가 범인인지 아닌지 밝혀질것같네요! 사실 오늘 밝히려다가 조금더 애태우기...
또 다니엘이 사건 마다 엮이니까 다니엘을 의심하시는 분들도 많으셨어요. 그건, 제가 다니엘한테 사과할게요...ㅠㅠ (+작가의 한탄 : 세상에서 제일 힘든 김재환 화난모습 찾기...)
그리고, 공지사항!!
신알신이 850을 돌파한 기념으로... 암호닉분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받으려고해요!
우리 형사님들에게 질문해주셔도 되고, 여주에게 질문해주셔도 됩니다! (ex) 황형사님, 여주가 미래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어땠어요? ex) 윤형사님, 왜 결혼은 안하세요?
그럼 다음편에서 우리 형사님들 출연시켜서 형사님들이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드릴게요 ㅎㅎ
그리고 지금 읽으신 분들도, 암호닉신청 하시고 바로 질문해주셔도 받을게요 ㅎㅎ
늘 꿈만황을 사랑해주시는 독쨔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
❤️소중한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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