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서울에서 왔다며? 그래 이새끼야 2
(문체바뀜주의)
"맞네, 안녕하세요!"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가 아니고
모르는 남자가 다짜고짜 와서 아는 사람 인 척 인사하는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거지?
난 모르는데 왜 아는사람처럼 인사세요?
라는 철벽녀 같은 멘트는 넣어둬... 그나저나 멋있게 생겼네요, 참.
"안녕하세요."
"저기 소 농장 집 손녀 맞죠? 반가워요, 난 김준면."
"아~ 어떻게 아셨어요?"
"저 여기 이장님 아들이거든요, 늦둥이. OO이는 열 일곱살이라 그랬었죠?"
"네, 네."
"그럼 말 놔도 되나? 우리 세 살 차이 밖에 안나네."
"아, 네 네!"
김준면이라는 남자는 굉장히 똑부러졌다. 음, 마치 학생회장 같은 이미지?
그리고 이런 시골에서 땡볕을 받으며 자라왔다는게 안믿길 정도로 피부가 너무 희고 고왔다.
처음보는 남자애게 마음을 열고 말한다는게 참... 많이 조심스러웠지만
좋아하는게 뭐야? 할아버지 댁에서 사는거라고 들었는데 맞지? 하면서
무슨 내 사생활을 다 캐내려는 듯 한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주면서 가까워졌다.
"근데 왜 이쪽으로 오는거야? 여기 온 지 얼마 안됐잖아. 이 쪽 길 알아?"
"응? ...아, 두부!"
"두부? 두부 사러 가야 돼는거야?"
"어, 두부. 깜빡했네. 두부 사려면 어디로 가야 돼요?"
"오빠 따라 와. 백현이네 가게로 가면 되겠다."
백현이? 백현이는 또 누구여. 솔직히 김준면이야 잘생겨서 좀 시대에 뒤처진것 같고
요즘 아이돌들 이름도 잘 모르고 약간...이 아니고 좀 많이 오글거리는 것도 나름
커버된다고 보지만, 계속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거 아닐런지 뭔가 그런 걱정도 되는?
"백현아, 형 두부 좀. OO아, 한 모?"
"두 모."
"백현아, 두 모!"
김준면이 그렇게 애타게 부르는 그 백현이는 어디갔는지 통 보이지 않는데도
김준면은 계속 백현아, 백현아 하면서 이름이 닳도록 부르고 있다. 아, 시끄러운데 그냥 내가 찾을까.
오빠, 내가 찾을게. 라고 말하려던 찰나, 남자가 계산대 밑에서 튀어나왔다. 한 손에는 만화책을 들고.
어쩐지, 계산대 한 쪽에 만화책이 쌓여져 있더라니. 저 사람이 읽는 거였구나. 그럼 저 남자가 그 백현이?
"아, 형! 좀! 저 지금 이거 빨리 읽어야돼요. 진짜 바빠요."
"그런 건 나중에 읽어도 돼잖아. 손님한테 이러기 있냐?"
"10시에 김종대가 가지러 온다고 했는데 저거 세 권 읽다가 깜빡하고 낮잠을 자서 지금 너무 급하다니깐요?"
"됐고, 변백현 너 슈퍼 제대로 안보는거 아줌마가 알면 이런 만화책, 앞으로는 보지도 못할텐데. 안 그래, 백현아?"
"하 진짜 형..."
아까 나한테 인사할 때 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미소였다. 빨리 안주면 아줌마한테 전화 할 꺼야. 라는 듯이.
근데 무슨 만화책인데 저렇게 급해? 만화책이야 그냥 만화방에서 빌려서 보면 되는거 아닌가?
그리고 무슨 만화책을 저렇게 쌓아 놓고 봐?
궁금하게.
"변백현, 빨리 빨리! 미안, OO아. 조금만 기다리면 가져와서 계산 해 줄거야."
"괜찮아요! 저녁 먹을 시간 지나긴 했는데. 사가면 내일이든 언제든 먹겠죠, 뭐."
"어휴. 만화책 슈퍼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만화책만 주구장창 읽는 것 봐. 저런 남자 만나면 안돼. 알았지, OO아?'
"아, 당연하죠. 근데 저게 무슨 만화라고 저렇게 급하게 본대요? 만화방에서 못 빌리는 만화책인가?"
글쎄. 하는 김준면의 말에 허리를 숙여 변백현이 아까까지 보다가 엎어놓고 간 만화책의 표지를 훑어봤다.
근데 저게 뭐... 내가 보고 있는 표지가 만화책 표지가 맞는 것인가? 설마 저기있는 저 십구라는 숫자와 동그라미가
내가 생각하는 혹시 그런건 아니겠지? 그냥 만화가 십구화라는 거겠지, 십구금 만화를 이렇게 대놓고...
"...오빠, 쟤 몇살이에요?"
"변백현? 백현이가 올해로... 열여덟살이던가? 어, 맞아. 열여덟살. 그건 왜?"
"아, 아니... 그럼 이따가 저거 만화책 가지러 온다는 김종 뭐시기 그 사람도 열여덟살?"
"종대 얘기하는 거지? 종대랑 백현이랑 동갑이야, 열여덟살."
지금 열여덟살들이 십구금 만화를 보는거 맞아요? 내가 십구금 만화책 보는 남자한테 두부사러 온 거 맞아요?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백현이 열여덟살이지, 종대도 동갑이야. 하는 눈치도 없는 김준면.
이 사람아 좀 주위를 둘러보세요, 제발. 이 똥멍청이야. 너는 이장님 아들로서 뭐 노력같은거 안하시나봐요?
"형, 빨리요! 이천원! 빨리 내고 나가요, 얼른!"
변백현이 새까만 봉지를 건네주며 시끄럽게 말했다. 이 와중에도 만화 봐야 된다고 이미 한 손으로는
아까 엎어놨던 만화책을 들어서 빠르게 눈으로 스캔하고 있다.
"어. 못보던 앤데. 안받고 뭐해?"
"...차라리 야동을 봐 변태새끼야!!!!!!!!!!!!"
봉지를 확 낚아채고 밖으로 쿵쿵 나가는 나를 뒤따라는 김준면이 저거 때문에 몇살이냐고 물어본 거였어? 관심있는 줄 알고 놀랐잖아! 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즣은믈르흘뜨득츠르...
그나저나 아직 온 지 이틀 밖에 안돼서 그런지, 여기서 할아버지 댁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어딜 가던 이 동네는 참 낯설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까 많이 어두워졌네. 오빠가 데려다줄게."
"집에 안들어가봐도 돼요?"
"난 남자니까 괜찮아. 너 데려다주고 바로 들어갈게."
한 번 튕겼어야 됐는데... 어쩔 수 없지. 저 눈치없는 남자가 아, 혼자 갈 수 있어요. 라고 하면 정말 자기 혼자 가버릴지는 혹시 모르는 일이다.
안그래도 길도 잘 모르는 데다가 깜깜해져서 지금 더 모르겠는데, 김준면이랑도 빠이빠이해버리면...
진짜로 나 시골미아 돼는거야.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집 앞까지 도착했고, 김준면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이 아! 하며 나를 바라봤고.
왜?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전화번호 좀 알려줘! 하는데 순간 이 시골동네가 유일하게 좋은 게 신기하게도 전화든 카톡이든
통신은 잘 돼는 거라고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까 할아버지 댁에도 공유기가 있더라. 아, 물론 이장 아드님인데 드려야지.
"오빠, 조심해서 가요."
"응, 카톡할ㄱ..."
"야!!!! OOO!!!!!!!! 옆에 너는 누구야 이새끼야!!!!!!!!!!!!! OOO 너 벌써부터 남자를!!!!!!!!!!!!!!!!!!"
전화번호도 서로 주고받고, 인사도 하고 모처럼 훈훈하게 끝날 무렵, 갑자기 이쪽으로 뛰어오는 검은 물체가 있었다.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오길래 진짜 진심으로 겁먹음. 하... 내 심장. 빤쓰빤쓰.
이쪽으로 계속 막 미친듯이 내 이름 부르면서 뛰어오길래 겁나 쫄아가지고 얼굴을 봤더니 우리 아빠.
"아빠? 아빠 뭐하고 오던 길이야? 이렇게 무리하게 막 뛰어도 되나?"
"너는 그게 중요해? 지금 집 앞에다가 외간남자 데려다 놓고 뭐야? 어?"
"아니, 아빠 지금 무슨 소리... 아빠, 들어가서 얘기해. 지금 말이 안통하네."
"어... 안녕하세요, 아버님."
"...뭐, 아버님?"
"저 이장 아들 김준면이라고 하는데요."
"이장 아들? ...그럼 니가 형님 아들이여?"
"...그런 것 같습니다."
와. 서울 살 때 아빠가 일부러 만나러 몇 번이나 찾아갔다는 그 강원도 형님이 김준면 아빠?
와, 정말 굉장히 언빌리버블하네요. 형님 아들이라고 하니까 바로 표정 피면서 어휴 내가 오해했다면서
뜬금없이 집으로 들였다가 저녁 먹이고 다음에 또 보자면서 배웅해주는건 뭐다요?
"아빠. 아, 진짜 내가 쪽팔려서 저 오빠 얼굴을 이제 어떻게 봐!"
"무슨 사이야? 계속 만날 사이인가?"
"아니!! 저 오빠 이장 아들이라며. 앞으로 볼 일이 없겠어?"
"뭘 어떻게 봐, 잘 해 보는거지. 늦었네, 얼른 씻고 자."
아. 아버지.
제가 요즘 미치겠습니다.
사담 |
자, 이제 제목에 어울리게 다음 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해볼건데요. 암호닉 신알신 사랑해요. 그냥 그렇다구요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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