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xorable
─ 멈출 수 없는,
中
[돈은 통장으로 붙였으니까 확인해보고. ㅇㅇ병원. 이름 차학연. 찾아서 처리하는 대로 전화줘.]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의뢰가 자신에게 왔는지…. 그저 현실이 아니기를 바랬다.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하니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더 웃긴건 이 명령을 어길 수 없다는 거였다. 다른 의뢰건 보다 훨씬 높은 액수에 홍빈은 거절 할수 도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좋아서 웃고 있던 입꼬리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고 불안한듯 떨려오는 손가락 끝을 내려다 보았다. 이 의뢰가 만약 다른사람한테 넘어간다면, 학연이 죽는건 역시 다를거 없었다. 그게 홍빈의 손이 아닌 다른사람의 손이라는것뿐.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뻗어버린 홍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저리 나뒹구는 술병이 눈에 띄였다.
"형, 학연이형…"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점점 방 안을 가득채웠다. 기댈 사람이라곤 고작 학연 하나 밖에 없는 홍빈이었다. 상부의 명령을 어기면 이 의뢰는 사라지는게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게 분명했다. 홍빈은 그게 두려운것이었다. 도저히 피해갈 방법을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째 아무리 머리를 굴러봐도 나오는 답은 딱 하나뿐이었다.
*
해가 벌써 뜬건지,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잠 한숨도 못 잔 홍빈의 얼굴은 사람 꼴이 아니었다. 일부러 피곤해서 일찍 들어왔는데, 잠 한 숨도 못잔 홍빈은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그는 피곤해보였다.
[일어났어?]
[아직 자고 있는거야?]
[보고싶어]
[오늘은 일찍 오면 안되?]
일어나자마자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뜨고선 폰을 들여다보니 우르르 쏟아지는 문자에 홍빈은 적잖이 당황한듯 보였다. 이렇게 학연이 직접적으로 표현하는게 거의 처음있는 일 이었다. 혹시 학연에게 무슨일이 생겼나 싶어 전화하려 했지만 차마 할 수 없었다. 어떤 얼굴로 학연을 마주해야할지 아직 홍빈은 마음의 준비가 안된 듯 불안해보였다.
[이제 일어났어. 오랜만에 푹 잤네.]
[지금 준비하고 금방 갈게요. 기다려.]
학연의 문자에 답을 해주고는 간신히 몸을 일으킨 홍빈은 화장실로 향했다. 걸어가는 걸음이 뒤에서 보니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 좀 시간이 흐르고, 깨끗이 씻고 나온 홍빈은 무슨 옷을 입고갈지 살펴 보고 있었다. 딱히 입고 싶은 옷이 없어 학연에게 선물로 받은 남방을 걸쳤다. 그리고는 혹시 모를 닥칠 일에 대해 총을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씁쓸한 미소가 홍빈의 입가에서 떠날줄을 몰랐다.
*
"나왔어요, 형."
말끔히 정리하고 앉아있는 학연을 보니 괜스레 울컥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어떻게든 오는길에 학연앞에서 만큼은 울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는데 막상 학연을 보니 말짱도루묵이었다.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학연에게 다가간 홍빈은 그대로 학연의 품에 파고 들었다. 따스한 품 속에 거칠었던 호흡이 안정되고 눈물을 닦아냈다.
"학연이형…"
"나 여기있잖아."
"형, 나 어떡해요. 진짜."
"무슨일 있었어? 왜?"
또다시 학연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학연의 손길에 눈물을 그치고는 자초지종 여태껏 학연에게 숨겼던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나갔다. 돈을 받고 살인을 한다는 홍빈의 말에도 학연은 눈 한번 꿈쩍하지 않고 그대로 홍빈이 하는 이야기를 아무런 말없이 다 들어주고 있었다. 놀랄법도 한데 아무런 표정 변화없는 학연이 홍빈의 눈에는 그저 이상하기만 했다.
"근데, 나 못하겠어요."
"…
"
"형을 죽이라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해요."
"…
"
"나 못해요."
홍빈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천천히 달래고 있었다. 누구보다 자신이 이런일을 하고 있어 놀랐을 학연을 보고 있으니 생각치도 못한 말이 학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못하면?"
"…
"
"못하면, 뭐 어떡할려고."
"형, 그냥 우리 도망가요. 한국에 없으면 우리 찾지도 못할거야. 그러니까…
"
"너도 알잖아. 형 살날 얼마 안남았는거. 한달도 채 안남았는데 뭘 도망가. 그냥…
"
"나는 못해요. 못해."
홍빈의 자켓 주머니속 있던 총을 어떻게 찾아낸건지, 학연은 그 총을 홍빈의 손에 쥐어줬다. 이해안되는 학연의 행동에 당황한 홍빈은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
"무슨 말이에요. 그게,"
"다 괜찮아. 홍빈아,"
"지금 뭐하는거에요. 형. 갑자기 왜이래."
학연의 손길에 그대로 방아쇠가 당겨져버렸고, 시끄러운 소음속에서 홍빈은 아득해져오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았다. 마지막…. 지금 눈 앞에서 피를 토해내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학연의 모습이 믿기지 않아 홍빈은 몇번이고 학연을 불러댔다. 쉼없이 흘러내려오는 홍빈의 눈물을 학연은 자신의 손을 들어 닦아주었고, 여전히 홍빈 앞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학연은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마음인듯 억지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온 몸의 장기가 다 뒤틀리는 그 고통속에서도…. 하지만 그런대도 한치의 찡그림없이 웃고 있는 학연이 그저 대단할뿐이었다. 마지막까지도, 학연은 아픔에도 끝까지 혼자 남을 홍빈을 걱정해왔다.
"울지말고"
"…
"
"좋은사람만나서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되. 알겠지?"
"…"
"이홍빈, 대답해야지?"
"…
"
"그리고 사랑해, 많이."
"형, 학연이형. 형."
눈을 꼭 감고 있는 학연을 미친듯이 흔들었다. 제발, 형. 눈 좀 떠봐요. 제발…. 아픔이 가득한 홍빈의 목소리가 병실을 가득채웠다.
[잘 처리했어?]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홍빈은 신경질적으로 폰을 내던지고는 학연을 안아들었다. 나, 형 이대로 못보내. 그대로 의사에게 달려간 홍빈은 다짜고짜 학연을 살려내라면서 소리쳤다. 그 소리에도 의사는 침착하게 학연의 상태를 살폈고 이내 고개를 저어보이는 의사의 행동에 홍빈은 자리에서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온 몸 가득 묻어있는 학연의 피…. 홍빈은 아직까지도 학연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듯 흰 천에 덮여져 있는 학연을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
"왜 그랬어, 왜! 마치 다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한달이 지났다.
홍빈은 한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일을 학연의 병실을 찾아갔다. 몇일 전에는 상부에게 의뢰인이 누구냐고 필사적으로 묻고 찾아내려 해봤으나, 나오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멱살을 잡아가며 말해돌라는 홍빈의 말에도 그저 상부는 입을 꾹 닫기만 했다. 그렇게 홍빈은쏟아지는 의뢰건에 정신 없는 나날을 보냈다.
[이름 차학연. 집 주소…]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홍빈은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차학연, 차학연. 자꾸만 중얼거리게 되는 이름이었다. 어떻게 이름이 똑같지. 피식 웃은 홍빈은 자켓을 걸쳤다. 이번에도 평소와 같이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니 잘 처리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홍빈은 학연과 이름이 똑같은 그를 찾아갔다.
"주소가, 여기 어디 쯤이 맞는데…"
"누구세요?"
이상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시선에 고개를 돌려 보니 학연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떡 하니 서있었다. 뭐야, 설마…
"혹시 이름이…"
"차학연인데, 그건 왜요?"
홍빈이 죽여야 하는사람은 믿을 수없게도 학연과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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