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추억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감았던 눈을 뜨자 창문이 보인다. 마치 뭔가에 홀리듯 창문에 서서 밖을 바라본다. 벌써 늦은 밤이다. 역겹게도 토해내는 차들의 한숨에 더이상 촉촉한 밤하늘은 없었다.
시간을 확인한다. 한해가 지났다. 시간도 빠르게 흘러만 갔다. 재작년 이맘때쯤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될때쯤 내가 동경하던 남자친구를 만났다.
중학교때부터 그를 동경해왔다. 아마 널 좋아했던게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그와 교제를 시작한지도 벌써 1년 좀 넘었다. 오늘 그의 전화는 없었다.
후- 또 작은 한숨을 몰아쉬자 추운 공기들이 내 체온과 부딪혀 싸움을 일으킨건지 하얗게 김이 일어난다. 그리고 공기중에 흩어져서 투명해진다.
나는 벌써 어른이 되었고 거울을 보니 아직은 생소하다. 또 너는 먼지를 일으키며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
그해 여름. 작은 휴대폰을 펼쳐 열었다. 나는 전학을 온지도 꽤 되었고 헤어진지 얼마 안돼 그 애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애와 만난다는것도 텍스트를 통해 전해받았다.
그 텍스트는 내게 바늘이 되어 툭 꽂혔고 피가나고 가슴이 메였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종종 너와 만난다던 여자애의 홈피에 들어가 돌아다녔다.
잘 지내는구나. 오늘이 벌써 백일째. 한 손에 잡았던 휴대폰에서 무심코 달력에 들어가 헤어진 날부터 지금까지 세어보는데 그 여자애와 오늘이 백일. 나와 그 애가 헤어진지도 백일째. 역겹도록 짜증나는 우연이다. 미간이 아프도록 잔뜩 인상을 구기며 휴대폰을 닫아 침대로 던져버렸다. 아프다. 너와 그 애와 나의 추억은 너무나도 아프다.
*
"후- 그만하자"
어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을 다시 차곡차곡 쓸어담아 한쪽에 묻어두었다. 아까 뱉었던 한숨이 바늘이 되어 코끝을 톡톡 찔러댔다.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맺혀선 속눈썹을 타고 내려가 발등에 툭 떨어졌다. 몇년간 곪았던 기억이 터졌던건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휴대폰 진동과 함께 방 안을 메웠던 무거운 공기들이 깨어져 흩어졌다. 전화를 들어보니 남자친구였다. 손가락으로 몇번 건드려 메신저를 열었다.
'보고싶다'
그저 글자인 뿐인데 오늘따라 나도 그가 그립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그는 해외로 떠났고 스무살때쯤 그가 잠시 한국에 도착했을때 우리는 기분좋은 만남을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 내 진심을 가득 담아 그에게 보낸다. 해외에 홀로 남아있는 그에게 내 그리움을 전달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가 그립다
'나도'
*
일주일이 지나 그가 한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나가보니 피켓에 가득 써있는 그의 이름 세글자. '윤석영' 멀찍이 서서 그를 바라보다 뒷문으로 슬쩍 빠져나왔다.
기자들과 팬들에 둘러쌓여 마치 나와는 다른 벽을 만드는 그런 상황이 왠지 싫어 도망치듯 빠져나와 집안에서 그가 오기를 초조히 기다렸다.
도어락 눌리는 소리와 함께 내게 달려와 환히 웃는 남자친구. 그런 그를 품속에 가득 끌어넣고 두 팔로 묶듯이 꽉 안았다. 그도 다정히 날 안고 한참을 서있다가 소파에 앉아 그동안 한국에서 지냈던 얘기, 해외에서 어땠는지 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미치도록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것도 잠시. 그의 휴대폰으로 온 연락에 시간은 잠시 멈췄고 그는 조용히 연락을 확인하곤 당황한 눈빛을 한가득 담아 내게 보냈고 나는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후배들이 만나자는데…"
"…그래 다녀와야지"
"너도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
그에게 끌려가듯 그 자리에 앉았고 대충 둘러보는데 내 눈을 툭 걸린 너의 눈빛. 그래 너 맞다. 또 가슴에 묵직한 돌을 던지는 그런 눈빛. 멍하니 쳐다보는데 내 눈빛과 너의 눈빛이 맞닿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정도로 뛴다. 죄지은듯 황급히 눈빛을 피했다. 그는 후배들 하나하나 내게 인사를 시켰다. 넌 반가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악수를 했고 머릿속이 온통 칙칙한 밤하늘 색으로 가득차서는 가슴이 퉁퉁 뛰었다.
"오랜만이다…"
"으응-"
너는 여전히 나지막이 그리고 무심한듯 말을 건넸고 나는 흘리듯 대답을 한 뒤 남자친구 옆에 앉아 너를 피하려 애썼다.
너는 여전히 내게 너무나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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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망상 쉬려고 합니다. 주제도 없고 사실 요새 필력도 별로 좋지 못하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만큼 독자분들 반응도 시큰둥 하구요..요즘 반응이 줄어든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기점으로 새로이 마음 정리해서 다시 국대망상 시작할게요. 이 글이 전개되어 가는 동안에는 국대망상은 없을 예정입니다.
주제도 많이 생각해서 가져올게요.
실망 안겨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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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설명을 하자면 국대는 윤석영 선수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소중한 친구의 중학교시절 이야기 입니다. 계속 등장하는 '너' 와 '그 애' 는 친구의 첫사랑 입니다.
윤석영 선수가 나오는 이유는 친구의 최애선수가 석영선수고 프롤로그는 친구의 실화를 바탕으로 엮어낸 '진짜' 이야깁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마지막편과 함께 해석해 드릴게요.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적었습니다.
이 글이 끝나고 친구와 같은 시기에 좋아하던 제 첫사랑 얘기도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원하신다면 ㅎㅎ)
부족한 실력이 점점 드러나는것 같아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