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쑨양, 어떻게 지내? ㅎㅎ]
from. taehwan@.... 」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키면 안봐도 뻔한 비난하는 말이 나를 괴롭힐것을 알기에 겁이나서 도저히 컴퓨터를 킬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자꾸만 컴퓨터로 손이갔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넷북인데 , 오늘은 자기좀 만져달라고 무언의 표시를 하는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키긴 했으나 메일을 확인해 보니 이메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욕하는 익명성 메일들이 수백개나 쏟아졌다. 하아 .. 괜히켰나 ? 후회하던순간 왠지 오랜만에 보는 이메일과 친숙하지 않은 영어로된 이메일을 보았다.
「 [쑨양, 어떻게 지내? ㅎㅎ]
from. taehwan26@.... 」
태환이 보낸 이메일
기사를 봤을것이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기사도 봤을것이고 , 불성실 기사도 봤을것이고 , 코치를 바꿔달라는 말도 안되는 기사도 봤을것이다. 다른 선수가 보면 정말 아직 머리가 안컸다고 철없다고 저게 금메달리스트냐며 질책할것이였다. 시선도 곱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태환이 보낸 이메일에선 그런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평소에 친구가 밥먹었냐 ? 라고 친숙하게 이야기하는 말투. 힘든 나의 심정을 배려해주는듯한 느낌이 물씬들었다.
「 [ 그냥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태환도 잘 지내죠 ? ]
to. taehwan26@....」
사실 태환의 상황도 알고 있다. 포상금문제. 한국의 수영연맹이 태환의 포상금을 자기멋대로 쓴 사실. 많이 들었다. 박태환선수는 저렇게나 열악한 조건에서도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데 너는 뭐냐, 국가에서 돈을 대주는데도 그걸 안하냐 , 질리도록 들었다. 그 소릴 들을때는 사실 태환이 좀 미웠었다. 하지만 새벽에 천장을 보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를 미워하다니 .. 내가 미쳤지. 내가 잘못했다면 잘못한일이지 그가 잘못한일은 하나도 없었다. 왠지 그를 생각해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여전한 나의 롤모델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가 이메일에 마법을 걸어놓은것은 아닐까 ? 우스운 생각을 하며 살풋이 웃었다. 마법이라니 우습잖아 . 나는 예전에 그의 사진을 붙여 놓았던 벽쪽을 한번 흘낏봤다. 어색하리 만큼 그의 사진을 붙여 놓은곳만 네모낳게 떄를 안타고 하얀 벽지색깔이였고 나머지는 누렇게 떠있었다. 그 부분은 보면서 아아..내가 그를 오랫동안 존경해왔구나. 새삼느꼈다.
“ 쑨양 ! 밥먹어 ! ”
“ 어 , 어,? 네 나갈게요 ”
쑨양은 급하게 넷북을 닿고 방문을 나섰다. 급하게 나서는 바람에 걸어 놓았던 메달이 툭하고 떨어졌다. 쑨양은 가던 걸음을 멈추곤 뒤를돌아 은색메달을 주워 다시 가지런히 걸어놓았다. 금메달 동메달 다른 은메달들은 모두 전시장에다 놓았는데 , 런던때 땄던 은메달은 도저히 저 곳에 넣을수 없던 쑨양이였다. 왠지 금메달보다 이번에 200m때 땄던 은메달이 더 소중하다는 이유였을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높이의 시상대에 올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쑨양은 책상위에 대여섯개 있는 조그만 액자를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봄이 밀려오듯 살풋 웃었다. 쑨양 나오라니까 ! 엄마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쑨양은 액자를 내려놓고는 방을 나갔다. 쑨양이 나간방에는 창문틈으로 햇빛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햇빛은 쑨양이 잡았던 액자를 따뜻하게 비추었다. 액자속에는 박태환과 쑨양이 똑같은 색깔의 메달을 걸고 해맑게 웃고있었다. 마치 미래의 둘처럼
「 [쑨양 호주오면 말해 ㅎㅎ 오랜만에 만나서 밥사줄게 ㅎㅎ ]
from.taehwan26@... 」
조각 |
하하 , 정말 오랜만이에여 .. 23일날 시험이라 .. 도저히 올수가 없어요 엉엉 .. 거기에다가 쑨양이 여자친구가 있다죠 ? ㅎㅎ 쑨양이 태환 존경하고 그냥 좋아하는 것처럼 쓰고 싶었는데 .. 이놈의 고자손 그렇게 만들지를 못하네요 그냥 내용 그거예요 그래요 요즘 쑨양힘들어서 태환이 아무렇지않게 메일 보내면서 위로해주는거 .. 그리고 밥사주는거 .. 헿 .. 현실로 됬으면 좋겠네요 ! 그럼 고자손은 물러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