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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itrage
w.fumerie
orig. text from http://fumerie.livejournal.com/

 

 

 

 

경수는 아스팔트 바닥에 거칠게 얼굴이 긁히는 느낌에 눈을 떴다. 이슬비의 젖은 흙 냄새가 매 숨결마다 그의 코를 쿡쿡 찔렀다. 꽤 오랫동안 내린 듯한 비였다. 차갑고, 퀴퀴하고, 피곤했다. 봄비다. 서울에 이렇게 비가 내린 건 꽤 오랜만이었다. 몸을 비틀고 허우적거리면서 바닥에서 멀어지려 애쓰다가, 얼굴이 아스팔트에 쓸려버려 따끔거렸다. 그의 손 끝 아래 포장도로는 축축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빗방울이 그의 머리 뒤로 흩뿌려졌다. 그의 뺨은 생생하고 부드럽게 느껴졌고, 온 몸이 쑤셨다. 그가 마침내 자력으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을 땐, 바닥엔 어두운 자국이 얼룩져 있었는데 빗물 같지는 않았다. 그건 오히려 그의 손의 긴 피투성이 생채기와 비슷했다. 빗방울이 벌어진 상처에 떨어지자, 경수는 스읍-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른 아침의 정적 속에서,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은 크고 완강하게 들렸다. 아직 이른 아침이구나, 그는 창백한 회색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거리는 텅 비어있었고 끝나지 않는 잠에 젖어있었다. 사지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마지막으로 아드레날린이 퍼져나간 후로 손가락은 계속 구부러져 있었다. 깊은 숨을 몇 번 들이마시며, 그는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살폈다. 익숙한 거리였다. 차고지로부터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그의 아파트에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계속 발을 헛디뎠지만, 그의 걸음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부터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과 샐러리맨들은 그를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에게 거의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가랑비가 그를 완전히 젖히진 못해도, 차갑고 눅눅해진 날씨가 그의 옷 겹겹이 스며들어 그의 몸에 한기가 퍼져나갔다.

 


아파트에 도착해보니, 아파트 건물 2층 맨 오른쪽 창문이 열려있었다. 경수는 건물에서 한발짝 떨어져 그 열린 창문을 바라봤고, 뭘 해야할 지 조금 당혹스러웠다. 검은 제네시스 쿠페가 바로 앞 길가에 주차 되어있었다. 경수는 그 차로 걸어가 몸을 기대고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는 손을 더듬거리며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현금, 카드, 급하게 찔러넣은 폴라로이드 사진, 영수증 더미가 쏟아져 나왔다. 경수는 차에서 몸을 뗐고, 몸을 돌리기 전 마지막으로 그 열린 창문을 쳐다보곤 다른 길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신문가판대가 있었다. 그는 하나를 집어들어 헤드라인을 훑었다. “소득세 2.4% 올라,” “인천 북항 거대 추돌사고” 바로 위, 신문의 오른쪽 상단 모서리를 보자 경수의 움켜쥔 손이 덜덜 떨려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제자리에 신문을 다시 내려놨다. 그가 고개를 올려다 봤을 땐, 누군가가 길가에 파란 현대 차를 세운 채, 내린 차창 너머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 운전수가 그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태워줄까? 라이드 필요한 거 같은데.”

 


경수는 발을 끌었다. 아직 비가 오고있다. “괜찮아요."

 


“경수, 맞지? 레이싱 트랙에서 봤어. 내 이름은 종대야.” 미소를 머금은 채, 그 운전수는 창 밖으로 악수를 청하는 의미로 손을 뻗었다. 경수의 몸에 밴 매너가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그 손을 잡게 했다. “아니, 정말로, 내가 도와줄게. 비도오고, 보니까 방금 차 사고에서 운 좋게 빠져나온 것 같은데.”  그의 상처난 팔에 종대의 두 눈이 깜빡였다. 경수는 손을 뒤로 뺐다. “너네 집으로 데려다 줄게. 진짜 괜찮아. 여기서 먼가?"

 


경수는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전, 괜찮아요. 사실 돌아갈 곳이 딱히 없는 상태라.” 라는 말은 그가 지금 대체 어딜 가고 있는건지 모른단 얘기였다, 정말로. 종대는 눈을 깜빡이며 눈썹을 치켜떴다.

 


“아.”

 


그 후 어떻게 된 건지 경수는 그 현대 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손을 가만히 무릎 위에 포개어 놓은 경수가 차 내부에 피가 묻지 않게 조심하는 동안, 종대는 운전하면서 계속 그를 흘낏거렸다. 아마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종대가 말했다. 경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들을 생각했다. 할까 말까 재가며, 모든 복합적인 위험 요소를 계산해가며.

 


“사람들이 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어, 알고 있었어?”

 


경수는 흥얼거리며 창문에 기댔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차들과 건물들, 모노톤으로 덮인 서울을 빤히 쳐다봤다.

 


“몇 블락만 가면 EXO라는 팀 차고지가 있는데, 들어봤어? 내 친구들인데. 이번 레이싱대회에 출전할 새 드라이버를 크루에 영입하려고 찾고있어. 한번 확인해봐. 걔네가 너 찾으려고 계속 트랙 돌아다녔는데,” 종대가 핸들을 꺾으며 얘기했다. 그는 밀폐된 공간에 누군가와 있으면 말을 절대 멈추지 않는 류의 사람이었다. 강박적인 대화주도자. “걔네가 너에 대해 계속 물어봤어.”

 


그가 말하길, 그들은 종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집 바로 옆에 빈 평지가 있으니 경수더러 한번 둘러보라고. 얼마나 좋은 우연의 일치야. 마치 삶이 우연과 행운으로 만들어진 것 처럼.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너 귀에서 피나는데.”

 


경수는 손을 들어 귀에 가져갔다. 그의 손가락이 피로 마구 얼룩졌다.

 


“밤이 좀 거칠었나봐?” 시선을 그의 몸 한 곳으로 고정시키며, 종대는 경수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너 그 번호 어디다 적어놔야 되는 거 아냐? 누군가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잖아.”

 


경수는 아래 쪽을 쭉 훑어보며, 종대가 쳐다보는 쪽으로 손가락을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경수의 창백한 손바닥엔 검은 잉크로 뭔가 적혀있었다. 어설프고 불안정한 펜 놀림이, 마치 어린 아이가 직선을 꼼지락거리며 삐뚤게 그리듯이, 거의 읽을 수도 없는 수준으로, 비와 피투성이 상처에 번져있었다. 무언의 일련번호였지만, 누군가의 전화번호라기엔 너무 짧았다.

 


20211130.

 


“그 복 받은 사람 이름 기억해냈으면 좋겠네.”

-

 

 

 

 


* 번역픽입니다. 원문 작가님께서 작가와 크레딧 표기만 올바르게 되어있다면 번역본 만들어도 좋다고 하셨어요.
* 수위 있어요~불맠은 수위 있는 편에 달립니다
* 사실 원작자가 있는 소설에 포인트를 역자가 받는 것도 웃기지만 5P는 번역 수고비/댓글 독려 정도로 생각하겠습니다. 댓글 달고 다시 받아가세요!
* 제 번역글은 인스티즈 내에서만 볼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밖으로 가져가고 싶으신 분들은 위에 원문 링크 있습니다. 직접 번역하고 공유하세요. 번역 완결 날 때 까지 다른 곳에 공유할 생각 없어요
* 번역문 수정 제안 등은 괜찮지만 원문과 비교,비하 글은 자제해주세요. 오리지널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

사담/줄거리

*Arbitrage: 차익거래. 주식 또는 외환 등을 한 지역에서 사서 더 비싼 지역에서 파는 것. 재정거래.

*장르/내용: 스트리트 레이싱, 패러렐 월드

*수위: 있음

*줄거리: 도경수의 삶은 세 트랙으로 나뉜다. 첫번째 트랙, 투자은행 거래자. 두번째 트랙, 레이스 크루 EXO의 신입. 세번째 트랙...세번째 트랙은 카이라는 이름의 남자와의 많은 좋지 않은 결정들을 동반한다.

*떠도는 트레일러 영상은 스포가 있더라구요. 트레일러 자체는 좋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제 나름에겐 반전의 요소였거든요... Arbitrage를 끝까지 읽으실 분들이시라면 트레일러는 되도록 다 읽고 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제 나름의 생각이지만 Arbitrage는 초반보단 중후반부에 빵빵 터지는 글입니다. 굿.

*Anterograde Tomorrow와 장르 비교를 하자면 AT는 좀 더 절절한 로맨스 쪽. Arbitrage는 좀 더 세계관쪽에 중점을 둔 내용인듯 싶네요.


 

*장르/내용: 거리 레이싱, 패러렐 월드

*수위: 있음

*줄거리: 도경수의 삶은 세 트랙으로 나뉜다. 첫번째 트랙, 투자은행 거래자. 두번째 트랙, 레이스 크루 EXO의 신입. 세번째 트랙...세번째 트랙은 카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많은 좋지 않은 결정들을 동반한다.

*떠도는 트레일러 영상은 스포가 있더라구요. 트레일러 자체는 좋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제 나름에겐 반전의 요소였거든요... Arbitrage를 끝까지 읽으실 분들이시라면 트레일러는 되도록 다 읽고 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제 나름의 생각이지만 Arbitrage는 초반보단 중후반부에 빵빵 터지는 글입니다. 굿.

*Anterograde Tomorrow와 장르 비교를 하자면 AT는 좀 더 절절한 로맨스 쪽. Arbitrage는 좀 더 세계관쪽에 중점을 둔 내용인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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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진
독자1
신알신이요!!!!!!우와 번역을 하신다니 존경스러워요!!!!!!앞으로도 끝까지 번역 해주세요!!
11년 전
대표 사진
웅이야
감사합니다ㅠㅠ도저히 쉬운 일이라곤 말못하겠네요..ㅋㅋㅋㅋ 화이팅!!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기대할게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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