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3년 전, 나의 환상인 오사카에게 바친다 당시 고 2였던 나는 아버지의 사업 문제로 일본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너무나도 낯선 언어와 환경 그리고 사람들. 모든 것들이 향수병과 학업스트레스, 대인관계로 뭉쳐져 우울증으로 찾아왔다. 매일을 눈물로 사치를 부렸다. 결국 우울증은 악화되어 3월 끝이 될즈음에는 학교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등교거부였다. 부모님은 나의 우울의 크기를 눈치챘던 건지, 힘들어하는 딸에게 미안해서였는지 내가 학교를 나가지 않는 것에 대하여 호통치지 않았다. 나는 여덟 시쯤 일어나 씻고 교복을 차려입었다. 그리고 하는 일이라고는 베란다에 서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각하는 학생의 등굣길마저 사라지면 그때서야 아무것도 들지 않은 가방을 손에 꼬옥 잡고 집 주위를 산책했다. 봄의 오사카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는 내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수백 개의 벚꽃잎을 떨구었는데 그때 그것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것은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가장 큰 벚나무에 앉아 쨍해지는 햇빛을 피해 앉아있었다. 아린 학생들의 등굣길이 끊기자 흰백의 머리를 가진 노인들이 거리 위에 즐비했다. 그 풍경마저 아름다울 정도로 벚꽃은 흩날렸다. 그런데 어느날이었다. 나는 늘 같은 오전을 보내고 있었던 어느날. 모두들 등교를 마친 시간, 아마 2교시가 시작할 시간즈음이었다.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벚꽃잎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뽀얗진 않았지만 쌍꺼플이 짙고 순한 인상을 가지고 있던 남자애. 바퀴는 끊임없는 전진 운동을 계속했고 꿈결 같던 남자애는 벚꽃과 함께 나타나 벚꽃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 두근거리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남자애의 목격은 그날 이후로 계속되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늘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느순간부터는 그 남자애를 보는 것이 아침 산책의 목적이 되었다. 남몰래 바라보는 순정 같은 마음. 남자애와의 마주침이 꼬박 이주일을 넘어갔을 때, 늘 굴러가던 바퀴가 멈추었다. 그리고 그 남자아이의 발이 땅에 떨어진 벚꽃잎 위에 자리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세워두고는 저벅저벅 걸어와 내 앞에 섰다. "おはよう" (안녕) "... Hi" "Hi?" 그 꿈결같던 남자애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무나도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주 친절하게. 청승맞았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에서 나와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부모님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 또한 다니지 않는 마당에 우울증에 시름시름 앓아 성격이 많이 변해 있었다. 찔끔 눈물이 차오르는 걸 꾸역꾸역 참아내고 있으면 남자애는 이어서 말을 걸었다. "日本の人じゃないの?" (일본 사람이 아니니?) "What are you talking about?" (뭐라고 하는 거야?) "You... you... so. Not japanese?" "... 私は日本の人はありません"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내뱉을 줄 아는 문장이라고는 몇 개 존재하지 않았다. 중학생 때 제 2의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기초 지식이 다였으니까. 남자애는 내가 일본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 챈 건지 어설픈 손동작을 추가해 이해를 도우려 애썻다. 그 행동이 천진난만해 보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남자애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라. 그리고는 학교를 갈 생각이 없는지 옆 자리에 다리까지 꼬고 앉았다. "Wow. We are 友達!(tomodachi: 친구) friend! Okay?" "Okay. We are the 友達 and friend." 남자애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웃을 때 말려올라가느 입꼬리가 예뻤다. 아주 예쁜 미소를 가진 아이였다. 순간 바람이 일었고 다시 벚꽃이 떨어졌다. 웃고 있는 남자아이와 흐드러지는 벚꽃잎...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너무 쿵하고 심장이 떨어져 굴러내려갔다. "Do not go to school?" "Yes. Are not you going to school?" "Im swimming. Athletic student." "수영 잘하니?" "何言ってるの" (뭐라는 거야) 내가 짓궂게 한국어로 물으면 그 아이도 짓궂게 일본어로 답을 했다. 그리고는 서로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보였다. 우리는 수개의 언어로 가까스럽게 대화를 진행했다. 그러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휴대폰 번역 어플을 거쳐 서로의 생각을 말했다. 오랜만에 나눠보는 대화에 너무 들떠버린 나는 너무나도 많은 사정들을 말해놓고야 말했다. 그동안의 학교에서 겪었던 무시, 적응하기 힘든 낯선 환경, 향수병까지. 남자애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아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다. 주책이었다. 처음 본 남자아이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다니. 주책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나는 너무나도 외로웠다. 나의 말을 전달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 끝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남자아이는 잔뜩 당황하며 가방을 뒤져 휴지를 손에 쥐어주었다. 또 그게 너무 자상하고 고마워서 더 눈물이 흘렀다. 말이 이민이었지 그동안의 일본은 내게 고립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내게 힘든 구석을 말할 사람 조차 없으니 그동안 서럽고 힘들었던 것들이 너무나도 쌓여 있었던 거다. 남자아이는 내 눈물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Tomorrow. You and me. Together. Going to school. Okay?" 어눌한 일본 발음으로, 완성되지 않은 문장으로 내게 한 마디를 해주었다. 그런데 그게 그때 내게는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붓고 나서는 바보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근데 나 너 이름 몰라." "What the... what about saying?" "I dont know your name." 우리는 이름조차 묻지 않고 그런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또 너무 바보 같아 실소가 터졌다. 그러니 저도 그 상황이 어이가 없었는지 남자애 또한 한 쪽 입꼬리만을 끌어올렸다. "Im nakamoto youta. Youta. Whats my name?" "유타?" "Thats right! Sounds good! Whats your name?" "My name is kim mina." "Mina?" "응. 미나. 김미나." 다시 한번 벚꽃잎이 떨어졌다. 어쩌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일본이, 아니 어쩌면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할 것 같았던 일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직 벚꽃만이 아름답지 않았다. 아름다운 것들은 내가 시야를 넓게 가질 때 비로소 더 많이 존재했다. @@@ 사실 오사카에 대한 환상만으로 적은 글임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봄의 오사카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너무나도 거대한 벚나무 그리고 흩날리는 분홍색의 벚꽃잎들 그리고 그 아름답고 웅장한 벚나무 아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잘생긴 소년.............. 나의 환상........ 오사카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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