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찬종] Company people 01
w. 김민석(1,만두)
면접을 마친 경수가 회사에서 나왔을 땐, 점심시간인지 사원증을 목에 걸고 콧대 높은 걸음걸이로 걷는 사원들이 경수를 흘끗흘끗 쳐다보며 삼삼오오 쌩 지나쳐갔다. 괜히 위축되는 기분에 경수는 회사 앞 작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빳빳이 들고 회사를 올려다봤다. 크다. 웅장하기까지 한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는 건물을 바라보는 경수의 눈빛이 어느새 입사하고 싶다는 진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경수는 이미 저보다 먼저 이 회사에 입사한 종인을 기다리며 아까의 상황을 곱씹어봤다. 그러니까, 그 포스 넘치는 팀장이 내게 물은 거라곤 키와 가족 관계 하나뿐이고, 나머지한텐 면접에서 진저리나게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질문들 이었으니까, 나는... 나는... 어떻게 지나간 지도 모르겠는 아까의 순간을 회상하던 경수가 이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아, 힘 빠져. 경수는 이번에도 안 되는구나, 하며 힘이 잔뜩 들어갔던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데, 갑자기 저의 어깨에 닿는 부드러운 손길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홱, 들었다.
" 종인아! "
기다렸던 얼굴이 저를 보며 웃자 경수도 헤, 조금은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종인을 바라보다 문득 목에 걸린 사원증으로 시선을 옮겼다. 부럽다... 경수가 이내 종인을 보며 반가워하던 눈빛을 거둔 채 다시 축 늘어졌다. 도경수, 면접 못 봤냐? 툭 던지는 종인의 말에 경수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종인을 바라봤다.
" 종인아아... "
말꼬리를 늘이며 칭얼대는 경수에 종인이 동그란 머리통을 살살 쓰다듬었다. 병신아, 왜 울려 해. 오늘 팀장이 심사 봤다며. 나긋나긋한 종인의 목소리에 경수가 한숨을 푹, 내쉬며 종인에게 말했다. 응. 내가 맘에 안 들었는지 나한테 이상한 것만 묻고 말더라. 이상한 거? 종인이 경수를 쓰다듬는 손길을 거두지 않은 채 경수에게 반문했다.
" 막... 갑자기 키 몇이냐고 일어서 보라더니, 혼자 웃으면서 가족 관계 물어보고... "
" 진짜? "
" 응. 그래서 형 있다고 말했더니 혼자 실실 웃던데. "
생각하니까 갑자기 기분 나쁘다. 경수가 저를 보며 미소 짓는 백현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썹을 찡그렸다. 분명 나한테 쪽을 주려 했나 본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철판 깔고 살아왔는데.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는 경수를 가만히 보던 종인이 어이없다는 듯 썩소를 지으며 저의 눈썹을 긁적였다. 종인이 당황스러움을 느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나오는 일종의 버릇이었다. 종인이 경수 몰래 중얼거렸다. 변백현 진짜 미쳤구나.
" 야, 도경수. "
" 응? "
" 조심해. "
영문 모를 종인의 말에 경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종인을 바라봤다. 뭐.. 뭐를?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경수의 눈빛에 종인이 한숨을 푹, 내셨다. 이런 애가 버틸 수나 있으려나. 경수 몰래 곰곰이 생각하던 종인이 이내 작은 형상과는 다르게 매운 손으로 경수의 등을 탁, 쳤다. 아! 짧은 신음을 내뱉는 경수에 종인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만 특별히 형님이 쏠게. 종인이 히잉, 소리를 낼 듯한 경수를 질질 끌며 식당으로 향했다.
*
" 새끼,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존나 뚱하게 있네. "
인상을 구긴 채 턱을 괴고 있는 찬열에 백현이 뒤통수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일 안 해? 강압적인 백현의 말투에 찬열이 불현듯 벌떡, 일어서 저보다 한 뼘은 더 작은 백현을 질질 끌며 휴게실로 나왔다. 아, 미친 새끼야! 욕설을 뱉으며 정강이를 퍽, 차는 백현에도 찬열은 인상을 구김으로서 아픔을 참으며 백현에게 말했다.
" 우리 전에 면접 봤을 때 있잖아. "
" 어. "
" 니가 슈퍼패스 쓴 애. "
찬열의 말에 백현이 경수의 얼굴이 떠오른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우리 경수. 다정한 백현의 어투에 찬열이 기가 찬 듯 허, 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니, 언제 봤다고 우리 경수래, 우리 경수는. 중얼거리던 찬열이 이내 백현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했다.
" 그래, 우리 경순가 뭔가 걔 있잖아. "
" 우리 경수 뭐. "
" 합격 안 시키면... "
백현이 찬열의 말을 듣기도 전에 또 한 번 정강이를 퍽, 찼다. 아, 아! 왜 자꾸 차! 니가 옆 부서 외국놈도 아니고! 덩치에 안 맞게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찬열에 백현이 혀를 내둘렀다. 내 경수는 내가 지킨다. 오글거리는 멘트를 남겨두고 백현이 나오려는데 찬열이 끈질기게 백현의 옷가지를 붙잡았다. 아 진짜 미친 비글 새끼야. 백현이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말하자 찬열이 간절하게 말했다.
" 그 개새... 아니 그 경수 때문에 내가 밀린다니까? "
" 뭘 밀려, 뭘. "
" 종인이가 나 버리고 걔랑 밥 먹으러 갔어. "
들어나 보자는 식으로 대충 듣던 백현이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종인이랑 아는 사이야? 백현이 묻자 찬열이 열을 내며 말했다. 김종인이 걔 보러 갈 때 뭐라 했는지 아냐? 부랄 만나러 간댔어, 부랄! 회사가 떠나가라 소리치는 찬열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백현이 혼자 중얼거렸다. 김종인 이 미친... 나도 못 본 우리 경수 부랄을 감히. 종인의 얄미운 얼굴을 잠시 떠올리던 백현이 이내 싱긋, 인자한 미소로 찬열을 쳐다봤다. 드, 들어주는 거야? 감동 먹을 준비는 다 됐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찬열에 백현이 여전히 미소를 띤 채로 찬열에게 말했다.
" 내가 왜, 시발아. "
이런 시발... 변백현, 넌 존나 시발이야, 시발. 찬열이 욕을 내뱉으며 기도하듯 가지런히 모았던 손을 풀어버렸다. 변백현 시발! 이걸 때릴 수도 없고! 혼자 약이 올라 휴게실 내를 성이 난 듯 쿵쾅쿵쾅 돌아다니는 찬열에 백현이 귀찮다는 듯 말을 했다. 자꾸 그러면 김종인 해고한다?
" 변 팀장님, 열심히 업무 처리하러 가보겠습니다. "
" 오냐. "
" 편히 쉬다 오세요. "
허리까지 굽혀가며 구십 도로 인사하는 찬열에 백현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가보라는 손짓을 하였다. 텅 빈 휴게실에 혼자 남은 백현이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이다 이내 반듯하게 접힌 종이를 꺼냈다. 종이를 펼치자 복사해둔 경수의 이력서가 백현의 시선에 꽂혔다. 백현이 씨익 웃으며 경수의 사진에 살짝, 입을 맞췄다.
" 반했습니다, 도경수 씨. "
아, 결과 발표를 좀 앞당길까. 얼른 보고 싶다, 내 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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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와는 다르게 가벼운 분위기로 쓸 수 있어서 좋네요.
저는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나중에 나올 내용을 벌써 생각해 뒀습니다..
항상 이게 문제인 듯. 나중에 나올 내용 좋은 거 생각해 두면 앞부분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항상 막막한데 말이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독자님, 사랑합니다. 하트.
하트 암호닉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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