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로 기억한다. 내가 너에 대한 이 마음을 깨닫게 된 것은. 그리고 그 여름 이후로, 나는 처음으로 타인에게 친해지자 말했다. 아마 그런 용기가 난 이유는 너를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여자아이를 보며 얼굴을 붉히는 너와 치졸한 질투에 휩싸여 그 아이를 노려보는 나를 인식할 수 없었고,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표지훈 너는 나에게 첫사랑이었고, 열병이었으며, 앞으로 마주할 수 없는 사람이다.
"사회공포증이네요."
여전히 내게 내려지는 병명. 입술을 꼭 깨물로 집으로 돌아가는길. 너와 그 아이를 보았다. 간신히 다 잡은 내 마음이 다시 한번 무너졌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손끝이 떨려오고, 발이 후들거린다. 앞으로 나아가야하는데 앞으로 나아가지지 않는다. 눈에 눈물이 맺히지만 땅으로 떨어지지는 못한다. 마치 너에 대한 내 마음을 접지 못하는 것 처럼. 시간을 돌려 내가 너에 대한 마음을 깨닫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 다리는 결국 나를 버티지 못했고 나는 땅에 주저앉아버렸다. 크게 난 소리에 너와 그 아이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오지마. 그 아이와 있지마. 그리고, 나를 봐줘 지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