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사이좋은 아름다운 남정네들.
3 months ago
"방송부 인원보고 완료."
"선도부 인원보고 시작하겠습니다."
회의실 테이블 가운데에서 스테인플러에 찍힌 여러장의 A4용지를 뒤적이던 세훈이 고개를 들어 말을 끊었다.
"선도부는 지금 부장이 안온거죠?"
"네? 아……."
"3학년 1반 도경수 선배님이 선도부 부장인 걸로 아는데."
"부장님께서 현재 3학년은 수험생이라……빠져도 된다고 하셔서……."
"그럼, 지금 여기 있는 선배님들은 다 시간이 남아 돌아서 모인겁니까?"
날카로운 목소리가 일어서서 보고를 하고있는 학생을 찌르자 회의실안에 침묵이 돌았다. 회의에 단 한번도 참석한 적 없는 선도부 부장인 경수 때문에 선도부는 언제나 보고와 대책들이 엉망진창이었다. 세훈은 이렇게 하다간 올해는 학생들이 해이해져 그 피해가 모두 저에게 돌아올까봐 두려우면서도 짜증이 일어났다.
"오늘 회의는 다음주로 미루겠습니다."
"끝난거에요? 가도 되죠?"
눈치없어 보이는 1학년의 물음에 세훈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탄식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 둘 씩 회의실 문을 나섰다. 들고 있던 볼펜을 신경질 적으로 던진 세훈에게 백현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러주었다.
"네가 고생이 많다."
"도경수가 너 반만 닮았으면……."
"원래 3학년인 부장들이 텃세 심하고 그러잖아 좀 참아."
"아니, 그렇게 공부가 하고 싶으면 2학년한테 넘기든지."
백현은 책상에 걸터앉아 손등에 이마를 기대고 있는 세훈의 머리카락을 털어주었다.
"보나마나 친구들 때문이겠지 뭐."
친구들. 저기서 백현이 말한 친구들이라 하면은 경수와 함께 몰려다니는 찬열과 종인 그리고 준면을 뜻하는 거였다. 아마도 선도부 부장의 권한으로 자기들이 저지르는 사건들을 모두 벌점 하나 안 받고 무마하려는거겠지 싶었다. 그런 점이 세훈은 맘에 들지 않았다. 권력을 남용하는 경수도, 경수를 이용해먹는 그 친구들도.
"야, 그런데 빨간색으로 염색한 그 형. 어제 교실에서 하다 걸렸데. 완전 자기입으로 다 떠들고 다니던데."
"……안물."
그래, 걸렸지. 나한테.
그 날 세훈은, 우수반 자습이 끝나고 잠깐 교실에 들리러 본관 건물로 가려던 중 학생회 휴게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아무 의심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갔던 자신을 한없이 원망했다. 그 빨간머리가 책상에 누운채 어떤 학생에게 펠라를 받고 있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머릿 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한 여름의 열대야 속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의 교복을 풀어내던 빨간머리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 한 순간 반대편 손잡이에 걸려있던 학생증이 떨어지고 거기에는 빨간머리와 동일한 사진과, 김준면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세훈은 한참 그 둘을 응시하다 조용히 문을 닫고 아무일도 업었다는 듯이 반으로 가 빼놓은 문제집을 가방에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그 날 밤, 준면이 자신에게 그 어떤 학생이 펠라를 해주던 것 과 똑같은 꿈을 꿔 중학교 이후로 끊었던 몽정을 해야만 했다. 그 이후로 준면을 우연히 발견하기라도 하면 몰래 벌점을 부여하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죽일 듯이 노려보며 입으로 나오려하는 심한 말들을 목 뒤로 삼키곤 했다.
"불쌍한데 좀 부럽다. 우리학교 사람들이 아닌척 하면서도 다 우쭈쭈 해주잖아. 존나 공주대접."
"엿 쳐 먹으라고 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던 백현이 박수를 한번 치고는 주머니를 뒤졌다.
"나 엿 있는데."
씨발 너 부터 쳐먹어.
-
and now
"박찬열, 김준면, 박찬열, 박찬열, 김준면, 김준면, 박찬……열."
책상위에 엎어진 학교폭력신고함을 들춰 흩어진 쪽지를 한장 씩 펴보던 세훈이 손에 잡힌 쪽지를 던지며 한숨을 내쉬고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몸이 녹아 흐르듯 주르륵 내려갔다.
한달에 한번 씩 확인해보는 학교폭력신고함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역시나 박찬열과 김준면이였다. 하지만 찬열은 학교 내에서가 아닌 학교 밖에서 일으킨 사건들이 더 많이 접수 되어 절반 이상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학년 주임 선생님께 드린다 하여도 왠지 모르게 처벌을 받은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찬열에 버금 갈 정도로 많은 쪽지에 이름이 적힌 김준면. 준면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펼칠 때마다 세훈은 한꺼번에 모두 모아 불질러 태워 버리고 싶었다. 준면의 학교폭력사유는 '제 심장을 훔쳐갔음. 절도죄', '어제 방화하는거 제가 봤어요 제 마음에 불질렀거든요 ㅋㅋ', '강간함. 꿈에나와서 강제발기ㅎㅎㅎ'등 딱히 할 말도 없고 웃기지고 않는 시시콜콜한 장난들 뿐이였다.
"아……죽겠다."
세훈은 힘없이 한쪽 팔을 툭하고 얼굴 위로 올려 눈을 가렸다.
작년, 교장이 바뀌면서 학교의 규칙이라던지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가 있던건 현재 학교의 큰 비중을 쥐고 있는 학생회 였다. 교장은 기존 학생회실을 개조하여 신관 4층을 모두 학생회 관련 교실로 만들었고, 전교 학생 회장의 특실까지도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회의보다는 학생회의 회의를 더 중요시 여기고 애초에 모든 일에는 학생회의 의견이 반영되어야만 했다. 그 사실을 혼자 몰랐던 세훈은 스펙을 쌓는다며 2학년에 올라와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였고, 아니나 다를까 그 누구도 해봤자 귀찮기만 할 자리란 것을 알아 단독 출마한 세훈은 투표없이 자동으로 학생회장이 되었다.
세훈이 학생회장이 되고 가장 기뻐한 것은 바로 교장이었다. 성적도 우수하며 품행이 단정하기로 교내 선생님들에게는 소문이 났었고, 명문고인 척 하는 이 학교에 딱 적합한 학생회장이라며 세훈을 유난히 아끼고 아껴주었다. 그리고 교장의 애정이 더해갈 수록 세훈의 일은 쌓이고 쌓였다. 그래도 좋은 점은 야자시간에는 학생회장실에서의 자습이 가능했고, 조퇴가 자유자재였으며 지각과 결석을 해도 잡히는 일은 없었다. 물론 세훈은 지각도, 결석도 하지 않았지만.
시계의 시침은 어느새 하교시간인 10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우수반인 세훈은 1시간 30분이나 더 이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공부는 하기 싫고, 할 짓은 없어서 무심코 가져온 학교폭력신고함은 오히려 지루함을 더해 주었다.
잠이나 잘까 싶어 쇼파로 가 누운 뒤 마이를 벗어 상체를 덮었다. 배에 닿은 주머니에서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빼낸 휴대폰에는 문자가 한 통 와있었다.
[나 오늘 먼저 집에감 ㅠㅠ 아파 ㅠㅠㅠ]
백현이 우수반 자습을 빼고 집에 간다는 문자였다. 세훈은 웅크린 몸을 정자세로 눕혀 답장을 보냈다.
[살아서보자]
휴대폰을 앞에 있는 테이블에 올려두고는 바닥에 떨어진 몇개의 쪽지를 주워 돌돌뭉쳐 스위치를 향해 던졌다. 정통으로 맞고 꺼진 LED등이 꺼지고 어두운 학생회장실 사이로 가로등 불빛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의 램프의 불만 간간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한 쪽 무릎을 세워 팔짱을 낀채 편한 마음으로 눈을 감은 세훈을 문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온 누군가가 다시 방해를 하였다.
줄여진 교복 바지와 하얀 와이셔츠뿐인 누군가는 어둠에 감춰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인상을 쓰며 상체를 일으킨 세훈이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직시했다. 지금 자기가 제정신이라면 아마도 세훈의 눈앞에 있는 건 절도범이자 방화범에 강간범인 트리플 크라운 김준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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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비 오길래 비오는 노래^^^^
사실 어제 밤에 올릴려고 했는데 데이터베이스와 502/504가 저를 막았어요. 고생하시는 운영자님들께 박수를 보내드리세요. 꼭
프롤로그 두편이 끝났는데 내일부터 진짜 연재네요. 인스티즈 네이트온이 로그인 하기 전까지는 톡에서는 만날 수 없을 꺼에요. 울D망..
부족하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신거에 감사드립니다. ㅎ흫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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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닉 |
찡찡 찌찔이 꼬꼬 삐삐 이쁜이 개념원리 삐보삐뽀 코알라 쵸파^^; 펠리컨 수녀 롤롤 귤~.~ 백혓준면 됴란됴란
아이폰 멘트 여세훈 감자튀김 학생회장 잘자요 단풍나무 속미인곡 ^~^ 해파리 매미 말미잘 이불 마요네즈 아이셔
암호닉이 빠졌어요! 절대로 그럴일 없어요 만약 암호닉 없으시다면 다시 신청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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