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부터보고오시는걸권장함
CLUB BARIKE
2nd 김성규는 보았다
“엄마, 저 잠깐 숙제 좀 가지러 갔다 올게요.”
“칠칠맞기는. 빨리 다녀와.”
숙제를 학교에 두고 왔다. 점심 시간, 사물함 정리를 하다 깜빡 잊고 교과서 사이에 끼운 채로 넣었나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주는 주번이 아닐뿐더러 학생회 회의도 소집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가했다. 이번 주 주번이 누구더라…. 상현이였나. 핸드폰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찾아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컬러링은 Adele의 Rolling in the deep. we could've had it all…. 하이라이트의 절정에 도달할 때 쯤 정주가 전화를 받았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터라 내 말소리가 울렸다, 동네 사람 다 들으라는 듯.
“상현아.”
-니가 웬일이냐. 나한테 전화를 다하고.
“이번 주 주번 너지? 반 키 좀 주라.”
-그거 아까 어떤 선배가 달라 하던데.
“선배? 누구 선배? 선배가 왜?”
-몰라, 우리 반 털 눈치는 아니더라. 가져갈 거 있나봐.”
“열려 있을까?”
-너 갈 때 쯤이면, 아마.
고마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마 동생 심부름이나 빌려준 체육복, 둘 중 하나리라 생각했다. 생각의 회로가 그 지점에서 끊어졌기 때문이다. 요새 며칠 밤을 샜더니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듯 했다. 공부만 하는 학생은 주위에서 공부만 하는 ‘기계’로 낙인 찍혀 있겠지. 나조차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밖으로 나왔더니 날이 5시를 향해 가는데도 한여름마냥 밝았다. 해는 중천에 없고, 구름도 하늘에 없다. 바람은 선선했다. 숙제를 가지러 가는 길인데도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콧노래가 나오다 들어갔다.
§
5층 계단을 오르는 건 예나 지금이나 힏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실 앞에 섰다. 선배가 있다더니, 진짜였네. 열려져 있는 앞문을 통과했다. 뒤에서 보는 남자의 등판이 마치 도둑고양이 같았다면 잘못된 상상인가. 대체 뭘 찾는 건지, 손놀림이 바쁘다. 이쯤 되는 거리면 내 투박한 발소리가 들릴텐데 영 돌아볼 생각을 않는다. 그가 “뭐, 뭐야!”하며 방어태세를 취하기 전에 내가 먼저 물었다. 선배인 걸 알면서도 반말 툭 까는 건 이해해 줘요.
“거기서 뭐 해?”
남자의 등이 흠칫, 떨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초록색 명찰이 낯설다. 시력이 나쁜지 미간을 찌푸리며 명찰을 본다.
“아, 선배시구나.”
갈 곳 잃은 손이 툭 떨어지는 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다 시선을 옮겼다. 염색한 머리는 -4점, 타이트한 바짓단도 -4점, 허전한 목은 -1점. 전생에 공덕을 쌓았나, 난 ‘남우현 선배’에게 한자로 된 동의보감이나 논어를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뭐 하고 계시는데요?”
궁금했다. 5시의 학교와 후배의 반에는 대체 어떤 매개체가 존재하는지, 18번 사물함에서 대체 무얼 꺼내려는지. 다가가는 그 찰나의 순간 동안, 불안해하며 머릿속으로 회로를 연결하는 모습이 도둑고양이 같다고 느꼈다. 생김새만 봐선 고양이과가 아니라 똥개에 더 가까웠지만.
“숙제 놓고 가셨어요?”
“니, 니가 어떻게 알아.”
“저도 숙제 가지러 왔거든요.”
말을 횡설수설 늘어놓는다. 아랫층에 계셔야 할 분이 왜 윗층 교실 사물함에 손을 얹고 있으시고, 말 한 마디 마디 들을 때마다 흠칫 놀라시는지. 주번에게 키를 받아놓는 그 세밀함 덕택에 추궁은 면하신 줄만 아세요. 적어도 철사 같은 걸로 ‘따고’ 들어오신 건 아니니까. 1 9 0 3. 숫자에 해당하는 버튼을 차례대로 눌러 자물쇠를 풀고, 두고 간 숙제를 꺼내들었다. 고1 때 누구던지 한 번쯤은 풀어봤을 법한《고1 최상위 수학》, 겉보기에 위대해 뵈는 표지를 보더니 ‘헉’하는 단말마의 괴음을 내밷는다. 여기서 추측의 예비선상에만 두었던 한 가지를 캐치한다. 하긴, 저 꼴에 공부는 지지리도 안 어울리니까. 생각은 사물함 문을 닫음으로서 다시 종료되려 했으나, 남우현-선밴지 날라린지-이 든 공책이 하필이면 ‘신수연’의 공책이라니.
§
시간은 잠시 성규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시절, 즉 1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성규의 생일은 4월 28일, 수연의 생일은 5월 2일인 덕분에 둘은 서로의 새학기 첫 짝이 되었다. 아, 안녕. 지우개 좀 빌려주라. 응, 그래. 짧은 말 하나에도 소소하게 떨린다면 분명 이건…. 엄마, 나 어떡해요. 구제불능 상태에 빠진 성규의 중간고사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소폭 하락한 성적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부모님부터 시작된 꾸중 릴레이는 선생님, 학원 선생님, 반 친구들에게까지 이르러서야 끝났다. 꾸중 한 번 들을 때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느낌이었다.
“너 그래서 대학은 갈 수 있겠니? 아니, 고등학교는 갈 수 있겠어? 매번 잘 했잖아. 대체 뭐 때문이니? 반이 맘에 안 드니? 엄마한테 말 해봐.”
“성규야, 아빤 너 믿는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라.”
“선생님은 성규가 수업시간에 태도도 좋고, 필기도 열심히 하길래 저번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줄 알았는데..”
“너 학교에서 뭐 하는 거야? 이런 성적을 받아오면 내가 네 부모님 얼굴을 못 보잖아.”
그러나 유일하게 격려한 사람들을 손에 꼽으라면 1순위는 바로 수연이었다. 그 따스한 목소리, 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
“걱정 마. 이번 계기로 더 잘 하면 되는 거잖아? 너 공부 잘 하잖아. 난 너 믿어.”
드디어 싹은 두 마음 속에서 세상을 보았다. 아무도 모르게 매일 물을 주고, 100일에는 열매를 맺고, 200일에는 그 그늘 밑에서 쉬어가기도 하고. 그러나 점점 소홀해졌다. 더욱 떨어진 기말고사는 가뭄을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무가 시들기 시작하고 안락하던 그늘은 올가미가 되어 조여왔다.
“미안해. 더 이상은 못 하겠어.”
나무가 여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베어나가고 남은 밑동은 가끔 쉬어가는 나그네에게 내어 주었다. 베어진 나무는 다시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걸, 둘은 깨달았다. 소중한 기억으로만 남을 뿐.
그리고 다시 3월, 만나지 않을 줄로만 않았던 둘은 다시 한 교실에서 마주했다. 새로 입학한 학교는 가나다 순으로 번호를 매겼다. 성규는 안도했다. 어쩌면 수연도 마찬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과, 그랬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소망 피력과 함께. 그리고 다시 세 달이 지났다. 수연은 말 한 마디 않은 채 현재 성규의 옆 분단에 앉아 있었다.
§
남우현-최소한의 예의는 있으니 선배라고 해 주는게 맞겠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괜히 궁금해져 물었다.
“신수연 공책이 숙제에요?”
선배가 날 돌아보고, 씨익 웃었다.
“수연이 오빤데, 가져오라 해서.”
그녀에게 오빠도 있었던가? 난 서로 배다른 남매일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오빠 아니죠?”
“니가 아는 누나는 친누나 밖에 없냐? 친누나, 아는 누나, 사촌 누나 정도는 있을 거 아냐.”
“아.”
선배의 뒷모습을 보던 순간은 그렇다 치고 그와 마주보고 있는 사물함의 넘버, 대뜸 잡혀나오는 공책을 본 순간에는 사고 회로가 아닌 말단 신경계 모두가 마비된 듯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과거에 허덕인다. 직설적으로, 기분이 아주 개 같았다. 도둑고양이 같은 똥개는 남의 반 전 여친의 사물함을 뒤적여 공책을 꺼내간다. 나와 그녀도 한 때는 그저 ‘서로 아는 사이’였는데 말이지. 물론, 지금과 과거의 ‘알다’의 뉘앙스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직《최상위 수학》은 꽉 잡고 있다. 순간 놓치면 창피함을 못 견딜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선배, 선배는 또 뭔데 내 기분을 이렇게 잡쳐놔요? 라고 말하면 멱살을 잡힐 것 같아 무덤덤한 태도로 말을 시작했다.
“저, 학생회에요.”
“어쩌라는 건지.”
“선배, 염색 풀어요. 바지통도 좀 늘이고. 넥타이는 집에 있죠? 선생님들한테 걸려서 욕 먹기 전에 복장은 단정히.”
벙찐 얼굴의 선배를 뒤로하고 앞문을 통과해 무작정 뛰어간다. 숙제의 페이지들이 날리는 게 느껴진다. 그렇게 무작정 뛰어서 학교 앞 공원에까지 당도했다. 공원엔 우리반 친구녀석이 앉아 있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최민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누굴 기다리고 있는 듯해 보였다. 설마 학교 안에 있는 남우현은 아니겠지. 너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느낄 때, 그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거야? 라고 묻길래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학교엔 왜?”라며 묻는다.
“숙제 놓고 가서! 숙제 가지러!”
그가 알겠다는 듯이 수긍한다. 시계는 벌써 5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학원은 6시, 버스 안에서 숙제를 하지 않는 한은 커트라인에 쫓기게 된다. 그가 홀로 남은 공원을 뒤로하고 정류장으로 달렸다. 헉헉대며 버스의 예상 도착 시간을 보았다. 23-1번은 2분을 기다려야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걸터 앉았다.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 매었다. 심심한 나머지 한 앵그리버드는 단 한 마리도 명중하지 못하고 끝났다. 졸음이 밀려오고, 버스도 도착했다.
사담 |
갑자기 효자손(x) 고자손(o)이 발동걸리는 바람에 문장도 짧고 막 그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망했어 이번엔 성규&수연 과거도 좀 압축해서 써봤어요 더 자세한 과거는 나중에 나올 예정이에요 엑스트라들 이름 추천해 주신 익인들 감사드려요 1편에서 신알신 해주신 익인분들도 말이에요 아이 부끄러♪ 금요일or주말에 3편 쓸게요 학생의 본분은 공부! 열심히 하세요 중간고사가 닥쳐옵니다 근데 성규와 우현이와 이 소설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음 좋겟네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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