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F(x) - Beautiful Goodbye
Everything’s Coming Back To Me
Even Though I Tried So Hard To Forget
나보다 한 마디 큰 손 나보다 두 뼘 큰 키
나보다 네 살 먼저 세상에 태어났죠
무심히 지나쳤던 그대의 모습들이
자꾸만 더 가까이 이제야 더 가까이
내 어떤 말이 그대를 속상하게 하게 될지
어떤 모습이 그댈 힘들게 할런지
그대를 알기 전 그 누구라도 알았다면
혹시나 그대가 처음 아니었다면
좀 더 먼저 나를 던져 그대에 번져 사랑했다면
But a Beautiful Goodbye
햇살이 더 아름답던 내 기억 속 어느 날엔
방과 후 교문 앞에 날 기다려 주었죠
친구들이 입을 모아 우릴 자꾸만 놀려도
그댄 미소 띈 웃음으로 나의 손을 꼭 잡아줬죠
때묻은 운동화 끝이 조금 부끄러워져서
그대 시선 서툴게 돌리려 했었죠
그대를 알기 전 그 누구라도 알았다면
혹시나 그대가 처음 아니었다면
좀 더 먼저 나를 던져 그대에 번져 사랑했다면
But a Beautiful Goodbye
뾰족한 걸 삼킨 듯이 넘어가지 않는 기억에
목이 메어 왈칵 나도 모르게
또르르 눈물이 나 My love
시간이 지나도 자꾸 선명해져가요
처음의 기억은 모두 이런건가요
그만큼 더 그대라서 그리워서 더
가슴 아파도 But a Beautiful Goodbye
너무 보고싶어 나도 몰래 찾아간 날
그저 난 멀리서 바라보는 것 밖에
숨 죽인 내 눈물 너머 그대 모습이 멀어져가요
But a Beautiful Goodbye
But a Beautiful Goodbye
But a Beautiful Goodbye
그만큼 더 그대라서 그리워서 더 가슴 아파도
But a Beautiful Goodbye
# 열두 번째 이야기. 숨 죽인 내 눈물 너머
☆★☆★☆★
언젠가부터.
네가 변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찬열아!"
평소보다 더 높고 간지러운 목소리로 널 불러도,
"어. 어? 불렀어?"
어디다가 정신을 놓고 있는 것인지.
자꾸만 어? 하며 내게 되묻는 태도가 알게 모르게 속상했다.
얼마 후면 중간고사를 보기 때문에, 이렇게 집에 가는 것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고 싶었던 걸 어제 잠들기 전에 한참을 설레어하며 생각해 두었는데, 너는 내게 자꾸만 집중하지 못한다.
"아니. 어디 아파?"
"아, 아니."
평소 같았다면 내가 까치발을 들고 머리를 쓰다듬으려 팔을 쭉 뻗었을 때, 귀엽다며 웃어주었을 텐데.
지금은 내 손을 피해 몸을 뒤로 젖히며 한 쪽 눈썹을 살짝 찡그리는 너를 하필 놓치지 못하고 봐 버린 나는.
"…미안해."
네 앞에서 절대 보이고 싶지 않은 눈물이 벅차올라 네게서 도망가야만 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옛날엔 내가 보낸 답장에 바로 또 답장을 보냈었는데, 이젠 내가 카톡을 보내도 한참 뒤에 답이 오고,
옛날엔 내가 단답형의 답장을 보내도 재치있게 그를 받아쳐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꺼내 주었는데.
이제는 내가 아무리 이야기를 이어보려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말장난을 쳐도 읽었단 표시만 보일 뿐 답장은 오지 않았다.
밤마다 답장 없이 1만 사라진 채팅방을 보며 초조해하다 보니, 점점 나도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넌 날 좋아하지 않는 걸까?
나는 널 너무 좋아하는데, 찬열아. 난 아직도 네가 너무 좋은데.
'찬열아.'
'어디 아파?'
'박찬열.'
곧바로 1은 없어졌지만 한참 동안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난 초조히 핸드폰을 붙잡고 화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그만 차오른 눈물을 베개 위로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니'
'미안.'
뭐가 미안한 거야.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괜찮아? 내가 뭐 잘못했어? 미안해 찬열아. 내가 뭘 어떡하면 돼?
두 달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어느 누구 부럽지 않게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내 감정이 결코 얕지만은 않았고, 찬열이 또한 그런 줄만 알았는데.
모든 것은 나의 환상이었을까?
-
혜미와 터덜터덜 학교로 향했다.
교문엔 다른 자신의 친구들과 웃으며 티격태격 장난을 치는 찬열이가 있었고, 나는 더이상 내게 향해 있지 않은 그 웃음을 겹쳐보며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고, 찬열이는 내 시선을 피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언젠가부터 이렇게 서먹한 사이가 된 것인지.
나는 찬열이에게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덕스럽단 건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였고, 더군다나 나는 그런 내 성격을 고치려 무던히 애를 쓰던 중이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내 어떤 것이 찬열이를 지치게 만들었을까.
이 견디기 힘든 정적을 '권태'라 이름지어야 할 지, '사라진 애정'이라 이름지어야 할 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 때, 담임 선생님 뒤로 한 여자 아이가 따라 왔다.
"안녕. 새로 전학왔어. 잘 부탁해."
그 아이는 밝게 미소지으며 자신을 소개했고, 담임 선생님은 그 아이를 우리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혔다.
찬열이의 시선이 그 아이를 따라 뒤로 따라가는 것 같았지만, 모른 척 했다.
-
숨 막히는 정적이 이어진 지 나흘 째였다.
말 없는 카톡 채팅방은 이제 당연했고, 나는 모든 SNS를 탈퇴했으며 모든 프로필 정보를 지워냈다.
내 모든 걸 다 지우면 네가 내게 불만을 가진 것들까지 지워낼 수 있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찬열이는 내 앞에서만 미소를 잃었고, 나는 마치 죄인처럼 찬열이의 시선을 피해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조각조각 깨뜨려 버린 한 사건이 일어난다.
찬열이와 놀러갈 일이 없기 때문에, 난 고개를 푹 숙이고 2차 야자까지 남아 열한 시가 되도록 학교 앞에 남아 있었다.
어두운 교실엔 반도 안 되는 아이들이 차 있었고, 나는 중간중간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샤프심을 뚝뚝 부러뜨리며 나의 허전한 마음을 메우고 있었다.
어쩔 땐 너무 귀찮을 만큼 연락을 많이 해서 조금만 줄었으면, 했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제발 내게 한 마디라도 연락을 해 주었으면 싶었다.
옛날엔 늘 웃고 있어서 몰랐던 그 무표정이 이렇게 무섭게 와 닿을 줄은 몰랐다.
날 보고도 웃지 않는다는 그 변화가 꼭 내 목에 서늘한 칼날을 들이댄 듯 숨이 멎게 했다.
"지우개 좀 빌려줘."
"……."
짧은 대화에도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목소리를 꺼낼 수 없었고, 나는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생각보다 박찬열은, 내게 큰 존재였기에.
나는 야자를 마치고 열한 시를 가리키는 시침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천천히 가방 속에 교과서와 파일, 노트를 정리해 넣었다.
오늘따라 가방은 왜 이리 무거운 지. 옛날이라면 찬열이가 키 안 큰다며 가방을 들어 주었을 텐데.
가방을 메고 살짝 비틀, 하며 중심을 잃은 나는 이내 머리를 정리하고 터덜터덜 뒷문을 열었다.
아이들을 마주치기도 싫고, 조용하게 내려가고 싶어서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북쪽 계단을 아주 천천히 내려갈 때였다.
"야. 새로 전학온 애, 꽤 괜찮지 않냐."
"아 어. 몸매도 존나 잘 빠졌던데."
"한 번만 먹어보고 싶다."
"미친놈. 존나 발정났냐."
"아, 넌 그런 생각 안 드냐?"
저급한 음담패설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나는 그들이 지칭하는 이가 내가 아님에도 숨이 막혀왔고, 당장이라도 뒤를 돌아 다른 길로 도망치고 싶었다.
"야 박찬열. 넌 어떻게 생각해?"
"뭐가."
그 무리 중 찬열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모든 것을 멈췄다.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전학생."
"뭘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걔가 오징어보다 예쁘지 않냐. 니가 얼굴 좀 되니까, 걔를 꼬셔서 이 새끼 오피스텔로 그 애를 불러내서…"
"존나 좋다. 어?"
찬열이의 뒷모습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층계의 중간에 서 있어서, 반 층 아래 거울 앞에 멈춰서 있는 찬열이와는 여섯 계단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뱉는 말은 너무나 참담한 것이었다.
단순 음담패설이 아닌, 그 여자아이에 대한 범죄를 계획하는.
찬열이라면 당연히 저런 저급한 것에 끼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지금 서로 간의 사이가 벌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찬열이는 아직 나의…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그래. 꼬시는 건 오바라 치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걔가 오징어보다 예쁘고 섹시하잖아."
"그러고 보니 넌 오징어랑 왜 사귀냐? 너라면 최진리, 정수정 정도도 가능하지 않냐."
"맞다, 박찬열. 너 그 전학생 저번에 괜찮다고 했었잖아."
순간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찬열이가 그럴 리가 없어. 찬열이가 날 버렸을 리가 없어.
핸드폰은 계단을 타고 굴러가 찬열이의 발치에 툭 닿았다.
찬열이는 무심코 그를 느끼고 뒤를 돌았다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찬열이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대로 뒤로 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찬열이가 날 뒤에서 쫓아오며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뿌옇게 흔들리는 시야를 눈물 방울로 바꾸어 떨어뜨리며 멀리 도망갔다.
가슴이 시큰할 만큼 무언가가 내 입으로 쏟아질 듯 목에 방울방울 매달렸다.
호흡을 참지 않는다면 내 울음 소리를 텅 빈 복도에 모두 쏟아버릴 것 같았다.
그래.
이건 너와 나에 대한 환상이었어.
가까스로 화장실에 뛰어들어가 아무 칸이나 비집고 들어간 다음, 문을 잠그고 목을 놓아 울었다.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나한테 어떻게 이래.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네가 내게서 마음이 떠난 것이라는 사실이 날 너무 조여오게 했다.
화장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목에서 쇳소리가 나올 때까지 울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면, 네가 이 화장실 앞에 서서 날 기다려주길 새삼 기대했는데.
"……."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 너는 나의 환상이었다.
☆★☆★☆★
* 굵은 글씨 : 우리 -> 너와 나
* 일종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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