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K |
어제는 내게 크나큰 일이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학교에 와서 또 평범하게 수업을 듣고 밥을 먹는 걸 보니 허전함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긴 했나. 자꾸만 남우현의 목소리가 들리고 예쁘게 웃던 모습이 떠올라 몇번이나 무의식중에 고개를 젓기는 했지만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크게 자리하지는 않았다. 사실 오늘 아침이 되고 나서야 집에 들어갔을 때 남우현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집에 언제 누가 있었냐는 듯이 적막감이 날 반길 땐, 이게 꿈인가 싶어 괜시리 눈을 몇번 비벼보기도 했었다. 야, 김성규. 저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다시 원위치 시켰다. "성규야. 나 니 카톡 오늘 아침에 봤어. 나 많이 기다렸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을 베베 꼬며 말하는 이성열에 소름이 돋아 다시 고개를 돌려 이성열을 흘겨봤다. 미친놈아, 한번만 그딴 목소리 내봐. 라는 내 말에 베베 꼬던 몸을 풀고 정색을 하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근데 진심이야. 오늘 봤어." "구라까지마. 김명수가 다 불었어." "김명수?" "니가 김명수한테 가보라했다며." ".. 헐. 배신감. 이 배신감 어쩔거야."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흥. 아 맞다. 그거 알아? 남우현 걔 깨졌대." "뭐?" "그 저번에 사귄다던 애 있잖아." "아." "남우현이 찼다더라. 그 새끼 하여간 능력 대박이지 않냐?" "..." 언제부터 남우현의 연애담이 애들 사이에서 흔히 연예인 이야기하듯 나오는 말이 되었을까. 남우현이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애들 입에 오르락 내린다는 사실이 기분이 별로 좋지만은 않았다. 몇번이나 시계를 확인하던 이성열이 약속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나도 김명수와 만날 시간이 되어서 주섬주섬 책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 김명수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 가니 벌써 꽤나 보일까 말까한 안쪽에 자리를 잡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김명수가 얼핏 보였다. 그 김명수가 앉은 맞은 편에 앉아서 테이블을 똑똑ㅡ 두어번 치니 그제서야 핸드폰에 있던 시선이 내게로 넘어왔다. 왔어요? 라는 김명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명수가 먹던 카페모카를 내 앞으로 끌어와 한모금 마셨다. "이거 시켜줄까요?" "아 됐어." "왜?" "돈 아까워. 지금 배물러서 다 못먹어." 지극히도 현실적인 내 말에 피식 웃더니 내가 한모금 마시고 다시 김명수 앞에 가져다놓은 카페모카를 다시 내앞으로 밀어주는 김명수. "왜? 나때문에 안먹는 거야?" "아니요." "그럼 왜." "나도 지금 배불러서 다 못먹어." 내 말을 똑같이 따라하는 김명수에 피식 웃어줬고 한모금 더 마셨다. 형,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 라는 김명수의 말에 어제 자꾸 질문했던 이상한 질문 빼면. 이라고 답을 하니 고개를 갸웃한다. "이상해도 물어볼래요." "뭔데." "왜 우현선배랑은 안 사귀는거에요? 우현선배 좋다며." ".. 죽을래. 다른 질문." "지금 우현선배랑은 왜 그래요? 우현선배 좋다며." ".. 장난하냐. 다른 거." "우현선배랑 사겼다 깨진건가? 우현선배 좋다며." "...야." "그럼 나랑은 왜 사귀는거에요? 우현선배 좋다며." "......." 처음엔 싱글싱글 웃으며 장난식으로 물어오다가 급기야 진지하게 물어오는 김명수에 결국 내 입이 다물어져 버렸다. 마지막 질문 어렵죠? 그럼 다시 처음질문으로. 라며 우현선배랑 왜 안사귀는지 말해줘요. 궁금해. 라고 다시 물어보는 김명수. 한없이 다운된 분위기에 원래 이런건 다 하소연하는거에요. 형 가만보면 감정표현 완전 서툴러. 빽빽 욕이나하고. 라며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풀었다. 그런 김명수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조곤조곤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래, 니 말대로 남우현 좋아해. 그건 남우현도 알았었고." "..과거형이네요." "알았는데 그런 취급 받을까봐 싫었어. 알잖아. 그런 취급." "...." "난 내 성취향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척 했고, 여자랑 사귀면서도 내 스스로 합리화를 시켰어. 난 남자니까 여자랑 사귀는 거라고." "...." "우리나라 현실을 난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살아가는지 생존의 법칙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난 내 모든걸 다 모른척했어." 물론, 남우현을 좋아하는 마음까지도. 어쩌면 난 남우현을 꽤 오래전부터 좋아했었을지도 몰라. 내가 내 마음을 받아들인지 얼마 안되서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하다가 남우현이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남우현이 내 마음을 알게 되었고, 남우현이 내게 물었었어. 자기 좋아하냐고. 게이냐고. 근데 난 부정했어. 그때 내 모든걸 부정하고 있었으니까. 난 겁이 많아서 세상이 날 경멸하게 만들수는 없었거든.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남우현이 내 마음을 끝까지 몰랐으면 싶었어. 인정하는 것도 난 죽을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게 싫었어. 그래서 내 마음 피하고 또 피하고 돌아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오니까 남우현이 날 좋아한대.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는데 너무너무 좋았어. 세상이 날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남우현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 세상이 날 경멸하는 게 겁나지 않을만큼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혹시나 세상이 남우현도 그렇게 볼까봐. 나는 괜찮은데. 남우현까지 세상에서 그렇게 몰아쳐지는게 너무 싫었어. 지키고 싶었어. 우현이는. 힘들게 한마디 한마디 내뱉으며 결국엔 눈물을 쏟아낸 날 김명수는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형 우현선배 되게 좋아하나보네. 라고 운을 뗀 김명수는 내가 그칠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펑펑 쏟아내고 가빴던 숨이 점점 줄어들 때까지 김명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날 기다려주었다. "다 울었어요?" ".. 아 쪽팔려. 진짜." "귀여워요. 형. 되게ㅡ." "미친놈아. 조용히해." "근데 아까는 좀 나빴다. 나 되게 아팠거든." ".. 니가 왜." "... 그냥. 감동적이잖아. 스토리가." "..." "나 내 온 진심 다해서 형 도와줄거에요. 선배 바램대로. 나중에 후회하기 없기." "..." "그러니까 형. 지금 내 옆으로 와야될거 같은데." 김명수의 말에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쳐다보니 내 손을 이끌어 일으켜세우더니 날 끌어와 자신의 옆자리로 앉혔다. 쇼파같은 의자라 김명수가 당기는 바람에 딱 붙어서 앉게 되었다. 남우현도 그랬지만 다른 사람과의 스킨쉽은 되게 어색해 잔뜩 얼어버린 날 보고 피식 웃는 김명수, 잠깐만. 왜이렇게 붙어. 라는 내 말에 실례좀 할게요. 선배. 라며 김명수는 내 고개를 자신쪽에 기대게하고 내 허리를 감싸안아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그와 동시에 남우현이 카페 안으로 들어서고 선배들 심부름인지 여러잔의 커피를 주문하고 우리가 있는 쪽의 테이블에 자리잡았다. 도저히 남우현의 얼굴을 볼수가 없어 김명수의 품에 고개를 묻어버렸다. 그런 김명수와 남우현은 눈이 마주쳤는지 김명수가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고, 그와 동시에 나를 놓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되게 어색하네 김성규. 좋은 시간인가봐?" 결국 우리 테이블까지 와 말을 건네는 남우현에, 아무말도 못하고 김명수의 옷자락만 꽉 움켜잡았다. 한참을 쏟아낸 눈물인데, 남우현을 보자마자 그 눈물이 다시 터져나올까봐. 도저히 남우현을 볼수가 없었다. "조금 더 진해야겠다. 둘이 지금 연기하는 거 다 티나." "연기 아니에요." "미친 새끼. 너는 연기 아니겠지. 김성규는 절대 이런거 안해." "성규 형이 왜 이런거 안하는데요." "니가 지금 날 왜 자극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니가 날 아무리 자극해도 ㄴ.." 남우현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 손목을 잡아 당겨 한 손은 내 허리를 감싸고 한손은 내 뒷목을 잡아 곧 키스라도 할 기세로 자세를 잡는 김명수. 그와 동시에 남우현 손에 있는 진동벨이 울렸고, 시발. 이라는 말을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버렸다. 고분고분 김명수가 하는 대로 따라주던 난 남우현이 가자마자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김명수에게 남우현 자극은 하지 말자. 김명수. 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선배 되게 좋은 선배인데 오늘은 참 미워서요. 라는 김명수는 내 허리와 뒷 목에 잡은 손을 뗄 생각을 안하고 고개를 내게 자꾸만 가까이 했다. 좋은말 할때 나와라. 내 말은 이미 흩어져 들은건지 안들은건지도 모르겠고 어느새 코가 겹쳐 고개를 살짝 튼 김명수가 아슬아슬한 정도의 거리에서 멈췄다. "지금 이 순간 되게 떨리네요. 가슴 터질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살풋 웃은 김명수는 내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
| 으아아 :) |
와, 벌써 케이편이야 으핫! ㅎ 이렇게 길ㅡ게 연재한 적은 처음인데 그건 모두 우리 이쁜이들 덕분에! ㅎㅎ 항상 관심 가져주고 충고 위로 응원 해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ㅎ 많이 부족한 내 글보고 한 줄 한 줄 평 해주는게 너무너무 기뻤고 감사했어! 괜히 오늘따라 이쁜이들이 더더더 좋다. 뭔가 이제 성규의 마음이 모양을 잡아갈거야. 무슨 계기가 하나 생길텐데 그때 딱 흐흐흐.. 그때까지 참아주고 끝까지 봐주기! ㅎ 항상 고마워 이쁜이들 >< 사랑하는거 알징? ♥ 언나 아이비 달링 카카라 흥 써니텐 삼동이 꾸꾸미 꼬마아이 뀰 둘리 다별 쪼꼬미 야채 미캉 찹쌀떡 리인 푸딩 키세스 비회원 석류 우현성규 샅바 케헹 엠제이 호들호들 뒷간신 모닝콜 감성 준이 31 호잇호잇 아니쥬 홍홍 딸규 밤야 RIN 1015 달달 쇼금 미옹 ♥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지 받고 있고, 신청 받고 있을때 하는게 좋을껄?~ 왠지 앞으로 완결이 얼마 남지 않은거 같거등 ㅎ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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