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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가죠아 전체글ll조회 540l 1

 

 

 

 

 

※ 이 글은 무단 배포를 금지한 글입니다. 공유를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오직 저, 쿠키가죠아에게만 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구다정과 기데레 27화

W.쿠키가죠아

 

 

 


 


Read it Listening to '첫 데이트 - 스윗소로우'

 

 

 


차를 타고 부지런히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50분, 한시간도 넘게 남았지만 그것이 더 즐거웠다.

전에는 기본 10분은 그냥 늦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이런 기다림도 기분 좋게 다가왔다.

역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어제 예약해놨던 것들을 꼼꼼히 살핀 나는 기분좋게 주변공기를 들이마셨다.

주위에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딱 달라붙어 지나가는 커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도 성용과 저러싶은데…, 새삼 부러움을 느끼며 넋을 놓고 구경하던 내 눈에 저 멀리 빛이 나는 얼굴이 들어왔다.

성용이다. 키가 크니 사람들이 많아도 우뚝 솟아 잘보이는 얼굴에 피식 웃었다. 누구 애인인지, 번쩍번쩍하네.

아차, 시계를 확인하니 12시 20분 녀석도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왔다. 나는 이렇게 일찍 도착한것에 감사했다. 하마터면 기다리게 할뻔했잖아.

내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지 당황하며 나에게 다가오는 성용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내가 남편인데, 마누라를 기다리게 할 순 없지 않냐.

 

 

 


"당연히 남자가 일찍와서 기다려줘야지, 뭐… 생각보다 더 일찍 도착했긴 했는데, 너도 일찍 왔으니 다행이도 30분밖에 안기다렸네, 하하"
"하… 나도 남자거든? 내가 시간 맞춰왔으면 진짜 1시간을 꼬박 기다리려고 한거냐? 전화라도 했어야지"
"뭐하러, 기다리는 것도 데이트의 일부인데"
"… 못말린다 진짜, 땀이나 닦고 말해"
"아, 오늘 많이 덥네… 하하"

 

 

 

 

그래, 오늘은 무지 더운 날이었다. 아무렇지 않아했던 나였지만 무더위는 그런 내게 창피함을 안겨주었다. 아씨, 기껏 폼잡았더니…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데, 성용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도 내 옷차림을 보며 당황한다.

성용아. 아무래도 우린 아무래도 천생연분인가보다. 씨익 웃고는 옷을 가리키며 입을 열자 녀석이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야, 우리 꼭 맞춰입은 것 같다?"
"맞춰입긴 무슨, 이게 가장 무난한 옷이니까 우연히 비슷할 뿐이지"
"에이, 그냥 그렇다 한마디 하면될거 가지고…"
"시끄럽고, 얼른 가기나 하지?"
"아, 아아 그래"

 

 

 

 

괜히 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녀석에 웃어보였다. 평소라면 나따위와 비슷한 옷이라면서 당장 바꿔입겠다고 펄쩍 뛰었을텐데. 킥킥

아마 내가 마음먹고 꾸미고 왔다면 이런 행운은 없었을테지? 아니, 행운이 아니라 이건 필연인거야. 난 그렇게 믿을테다!

더워하는 녀석을 이끌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녀석은 살짝 맘에 안들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데이트의 기본은 영화관아니겠냐.

당당히 들어가 어제 예매해놓은 표를 사와 성용과 함께 팝콘을 사기위해 줄을 섰다.

내가 고른 영화에 대해 녀석이 한마디를 하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아무생각없이 보기엔 딱일것같아서 일부러 고른 영화인데, 쩝

길던 줄이 서서히 줄어 우리차례가 거의 다가왔을 때, 녀석이 갑자기 나를 끌어당겼다.

팝콘은 됐으니까 얼른 들어가자는 녀석에 영화에 팝콘이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따지려 했지만, 이미 녀석은 나를 질질 끌고 있었다.

아씨, 영화의 재미요소를 이렇게 놓치다니… 갑자기 마음바뀐 녀석옆에서 투덜거리자 녀석이 무시한채 눈을 감는다.

 

 

 

 

"어? 야! 자려고?"
"안 자,"
"근데 눈은 왜 감아?!"
"아직 광고중이잖아!!!"

 

 

 

 

… 눈만 껌뻑였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다시 흩어졌지만 나는 녀석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버럭 화를 낸 녀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녀석이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이유가 뭐란말인가. 대체 뭐가 맘에 안들었지?

영화관에 들어오기전까지 했던 행동들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린 나였지만 답이 나오지않았다.

벙찐 채 녀석을 바라보고 있던 내게 작은 말소리가 들렸다.

 

 

 

 

"죽을래? 왜 소리지르게 만들고 난리야"
"… "
"약간 어지러워서 그러니까 좀 냅둬"
"… "

 

 

 


그 말에 나는 더 충격을 받았다. 어지러워? 어디 아프기라도 한건가?

그것도 모르고 그저 신만 난 채 옆에서 주절주절 떠들기만 했던 내가 너무 멍청하게 느껴졌다.

그래, 분명 아까부터 녀석의 표정이 좋지 않아보였다. 그랬음에도 나는 마냥 들떠서 그냥 그러려니 넘겼다.

아프다니, 녀석의 상태 하나 체크하지 못하다니 너무 미련하잖아. 이 바보멍충아.

다시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녀석을 잠시 바라보던 난 슬쩍 일어났다. 성용에게는 굳이 말을 하지 않고 살며시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주위를 뛰어다니며 약국을 찾았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근처에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무말도 안하고 온거였는데 큰일났다.

그래도 약은 사가야겠단 일념으로 뛰던 속도를 높여 기어코 좀 멀리 떨어져 있던 약국을 찾았다.

헉헉거리며 약 좀 주세요. 하니 당황한 약사가 어디가 아프신데요? 묻는다.

그러고보니 어디가 아픈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잠시 머뭇거리다 어지러울 때 먹는 약 주세요. 하니 잠시 고민하던 약사가 약을 건넨다.

설명을 들을 새도 없이 재빠르게 계산을 하고 나와 영화관을 향해 다시 달렸다.

시계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잠에서 깨 당황하고 있을 성용 생각에 죽어라 뛰어 영화관에 도착하니 역시나 성용이 밖으로 나와 나를 부르며 찾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구자철… 자철아!!"

 

 

 

 

나를 찾아다닌 시간이 꽤 길었는지 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거리가 좀 있었음에도 녀석을 불렀다.

하지만 녀석에게 들리지 않았는지 반응이 없다. 더 큰 소리로 부르며 다가가 앞에 서자 녀석이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너…"
"기성용, 너 여기서 뭐하고 있어?! 영화 안보고"
"니가…"
"응?"
"니가… 갑자기 없어졌잖아!!!"
"미안미안, 몰래 나온다고 했는데 알아차렸구나"
"내가 바본 줄 아냐? 대체 너… 어디갔다온거야, 걱정했잖아!"
"아, 음… 너 아까 어지럽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약사러 갔는데 근처에 약국이 없더라고…그래서 저기 좀 먼데까지 가서 사오느라… 응? 너 울어?"
"아씨, 구자철 진짜… 이 망할놈아…"
"어…? 성용아, 왜그래. 왜 울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치던 녀석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아씨, 또 울려버렸다.

말없이 나온 내 섣부른 행동에 녀석을 또 울려버리고 말았다.

분명 다시는 울리지 않겠다 몇번이나 다짐했는데 좀처럼 맘대로 되지 않음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일단 먼저 울고있는 성용을 달래만해야했다. 울지마, 울지마 옆에서 등을 토닥이니 녀석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응?"
"미안하다고, 화내고 짜증내서…"
"아냐, 아프다며. 그럼 그럴수도 있지. 이해해"
"… 치사한 새끼"
"뭐?"
"…"

 

 

 


자신을 울린 나에게 오히려 사과를 하는 녀석에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하니 녀석이 또 뭐가 불만인지 치사한새끼, 하며 볼을 부풀린다.

그런 녀석의 볼을 꼬집어주고 싶었지만, 일단 주저앉아 울고 있는 녀석을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멍하니 먼곳만 바라보던 녀석에게 약을 건네주자 군말없이 받아 물과 함께 삼킨다.

진짜 아프긴 아팠구나, 약 사오길 잘했다. 안도하며 녀석의 옆에 앉아 숨을 몇분 골랐을까 어느새 한 여학생이 다가온다.

 

 

 

 

"저…저기 혹시 축구선수 기성용선수이랑 구자철선수 아니에요?"
"…!!"

 

 

 

 

맙소사, 일났다. 물론 지금은 휴식기간이기에 문제될 건 없었지만 혹시나 사람들이 몰리기라도 한다면 골치아파질 듯 하다.

성용이 먼저 나서 부정을 했지만, 여학생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다시 물어왔다.

차마 내가 답하지 못하고 있자 성용이 흘깃 노려보았다. 그렇지만 이미 상황은 늦어 여학생이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하나 시선을 보내고 수근수근대더니 이내 우리는 금새 둘러싸여버리고 말았다.

무섭게 밀착해오는 사람들때문에 우리는 당황한 채 간신히 버티고 서있었다, 그리고 곧 성용의 재치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앞만보고 죽어라 달리던 우리들은 인적드문 곳에 멈춰 웃음을 터뜨렸다.

 

 

 

 

"푸…ㅂ하하하하하하, 아 진짜. 그 상황에서 영원한 캡틴이라는 지성형을 파냐, 넌?"
"키키킥, 그래도 덕분에 살았잖아. 역시 지성형의 인기는 대단한데?"
"그러게, 근데 우리도 이번 올림픽하면서 인기 상승 제대로 탔나봐. 예전엔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난 예전에도 이랬는데?"
"… 그래, 너 잘났다"

 

 

 

 

한참을 웃고나서 녀석의 표정을 살폈다. 약을 먹어서그런지 아까보다는 꽤 밝아진 얼굴에 내 얼굴도 밝아졌다.

그럼 이제 데이트를 계속 해볼까? 녀석의 손을 덥썩 잡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솔직히 나도 분위기상 얼떨결에 잡긴 했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입꼬리 저절로 올라갔다.

이 맞잡은 손을 평생 놓기 싫을 정도로 너무도 따뜻했다. 순간 멈칫하는 녀석에 빼려는건가, 하고 긴장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긴장을 풀었다.

또다시 모여들 인파를 걱정하는 성용이었지만,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닌 식사하러가는 길이라고 하자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왔다.

 

 

 

 

성용을 데리고 간 곳은 서초동에서 유명한 일식집이었다.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꽤 오래전에 녀석이 내게 여기에 대해 말해준적이 있다.

그때 흥분한 표정으로 자세히도 설명해주는 모습에 꼭 한번 같이 와야지, 했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바로 예약한 것이다.

꽤 비싼가격에 인파도 별로 없고, 단 둘이 있고 싶어 따로 방까지 예약해놨는데 이게 이렇게 현명한 선택이었을 줄이야.

자리에 앉아 이번 장소는 마음에 쏙 들었는지 나를 향해 활짝 웃어보이는 녀석에 잠시 멍해졌다.

 

 

 

 

"… 역시 웃는게 더 이쁘다"
"뭐라고?"
"아냐, 아무것도"

 

 

 

 

작게 중얼거리니 녀석이 못들었는지 다시 물었지만, 지금 내 마음을 말해주자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오기전부터 정해놓은 요리들을 주문하고 가만히 녀석을 보고 있자 녀석이 민망했는지 볼을 긁적이며 딴곳을 본다.

 

 

 

 

"왜 또 그렇게 봐?"
"음, 생각해봤는데…"
"뭐를?"
"난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가만히 니 얼굴 보는게 제일 좋은 것 같아"
"… 아까까지는 별로였다는거지?"
"아, 아니! 절대 아니지!"
"나도 알아, 이번 데이트 내가 망쳤다는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데이트 아직 안끝났거든?"
"휴… 난 데이트가 이렇게 힘든건 줄 몰랐다"

 

 

 

 

정말 그냥 돌아다는 것보다 이렇게 성용의 얼굴을 보는게 더 좋아서 한 말에 녀석이 아까의 행동이 맘에 걸렸는지 시무룩해진다.

나는 그런 녀석을 귀엽다, 하면서도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진짜로 나는 지금만큼 아까도 무척 행복했으니까.

하지만 괜한 내 말에 한숨을 쉬던 녀석이 혼자만의 세계로 빠졌다.

말을 걸까 망설였지만, 그냥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지각색의 표정을 지으며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녀석을 보며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내 모습에 녀석이 눈을 흘겼다. 쉽게 멈추지않는 웃음에 이제는 인상까지 찡그리며 톡 쏘아부친다.

 

 

 

 

"뭐야, 기분나쁘게"
"아, 미안… 큭큭. 니가 너무 귀여워서"
"하…?"
"널 보고 있는데 자꾸 수시로 바뀌잖아, 니 표정.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래?"
"… 너 전여자친구랑은 어떻게 알콩달콩했나 하는 생각,"
"아, 응… 응?"

 

 

 

 

내 물음에 갑자기 진지해진 투로 답하는 녀석의 말에 잠시 입을 멈췄다. 당황했다.

이렇게 또 전여자친구가 나올줄이야. 아씨, 잘못했다니까 내가…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끙끙거리며 생각한 것이 나라는 것에 기분은 좋네.

나 또한 진지하게 대답해주려 잠시 과거를 돌아봤지만, 딱히 걸릴만한 것은 없었다.

 

 

 


"음… 알콩달콩한적 없는데?"
"거짓말, 많이 사겨봤으면 데이트도 많이 해봤을거 아냐"
"그건 그렇지. 똑같이 밥먹고 영화도 보고 하긴 했지만 이번만큼 알콩달콩하고 좋았던 적은 없어, 진짜야"

 

 

 

 

당연하지, 내 첫애인은 이름도 기억안나는 그저그런 여자였지만 첫사랑은 너니까.

당연히 이렇게 설레고 기분좋은 데이트도 너와의 데이트가 처음이지.

어지간히 내말을 믿지 못했는지 성용이 잠시 머뭇거리면서도 또다시 확인차 물어왔다.

 

 

 

 

"그래도 뭐 즐겁다거나, 행복하다거나 그랬지?"
"아니, 항상 지루하기만 했는데."
"…너, 대체 무슨 맘으로 사귄거냐?"
"말했잖아, 협박해서 사겼다고. 그래서 데이트도 형식대로만 한거였고"
"… 그거 진짜였어?"
"응, 내가 뭐하러 이런 거짓말을 하냐?"
"근데 집엔 왜 죄다 데려갔는데?"
"그건… 밖에서 피곤하게 돌아다닐바에야 그냥 집에 있는게 편하잖아. 걔들도 딱히 불평없길래"
"집에선 뭐했는데,"
"음… 컴퓨터하거나 책읽거나 축구보거나"
"…너, 하… 아니다."
"…?"

 

 

 

 

사실대로 술술 털어놓자 녀석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 이유를 짐작하긴 했지만, 딱히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그냥 내 말을 그대로 믿어줬으면 했다. 그리고 녀석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닫았다.

혼자 표정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또 무엇을 생각하는 듯 했지만, 그사이 음식이 나와 식사를 시작했다.

열심히 먹어치우다 성용이 염색한다는 말에 흔쾌히 같이 가기로 했다.

원래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지만, 검은머리로 염색한 성용이가 보고 싶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검은 머리가 더 이쁘거든, 순수해보이는 기멍뭉이 되버려서.

그런데 미용실에 거의 도착해서 절대 잊어선 안될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나는 급한 일이 있다며 성용에게 머리를 하고 있으라 하고는 어딘가로 향했다.

 

 

 

 

반지를 직접 디자인하면 바로 만들어주는 수제귀금속점에 도착한 나는 주머니에 꼬깃꼬깃 숨겨놨던 것을 꺼냈다.

어제 데이트를 준비하면서 슥슥 그렸던 디자인을 건네주자, 주인이 활짝 웃더니 칭찬을 한다.

축구 좋아하시나봐요? 하는 물음에 약간 진땀을 흘려야했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한시라도 빨리 나오길 기다렸다.

몇시간 후 완성된 작품을 들고나온 주인의 표정이 밝았다. 받아든 나 역시도 생각보다 잘 나온 반지 한쌍에 웃었다.

기분 좋게 미용실로 돌아가던 중 성용에게서 전화가 왔다. 헉, 나를 찾는걸보면 벌써 끝난건가.

얼른 전화를 받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디냐?'
"아, 헉헉. 응, 거의 다왔어"
'어딘데?'
"바로 앞이야, 금방가"
'… 빨리와. 보고싶어'
"… 뭐라고?"
'못들었으면 됐어, 빨리 오기나 해'

 

 

 

 


맙소사,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열걸음? 아니, 다섯걸음이면 녀석에게 닿는 거리였지만,

녀석은 내가 온 걸 눈치 못챘는지, 그저 고개를 숙인채 발로 바닥을 지익 끌었다.

뒷모습만 봐도 녀석이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 눈에 선하다. 하하

들었지만 또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못들은 척했지만 녀석은 말을 돌렸다.

그리고 성큼성큼다가와 녀석의 몸을 획 돌려 마주보았다. 역시나 녀석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다.

갑작스럽게 돌아선 녀석이 날 보며 입을 뻐끔뻐끔 거린다. 아마 더 부끄러워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다시 부탁한다. 말해줘말해줘.

 

 

 

 

"……너!!"
"다시말해봐, 아까 뭐라고 했는지 다시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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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미녕입니다~ 작가님 글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보니깐 너무 반갑습니다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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