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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석진/김남준] 김석진 회고록 | 인스티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형을 기억하기 위해


*


'토마토소스, 생 토마토, 스파게티 면, 파슬리 가루'


남준은 마지막으로 받았던 석진의 문자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제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일어나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해줄 테니 늦지 않게 오라던 석진의 미소도 아직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서로 일이 바빠 권태기 아닌 권태기를 보내고 있던 둘이었기에, 남준은 이 저녁이 권태기를 끝낼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선 석진의 심부름 외에도 서프라이즈로 꺼낼 와인을 한 병 골라 계산했었다.

석진과 술을 마시며 얘기를 했던 적이 마지막으로 언제였을까. 술만 들어가면 보기좋게 발그레 해지는 석진의 볼이 괜히 아른거렸다.


"형, 나 왔어요."


집 안의 고요함이 평소랑은 다른 느낌이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온 남준은 곧장 석진이 있을 서재로 향했다. 석진 몰래 사온 와인이 들킬세라 등 뒤에 꼭 숨긴 채 얼른 말해주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는 걸 꾹꾹 참곤 굳게 닫힌 서재의 문을 열고 눈으로 석진을 찾았다. 

없었다. 언제나 자신이 쓰는 글에 집중하던 석진이 보이지 않았다.


침실에서 자고 있나? 없었다.

아니면 베란다? 없었다.

형, 혹시 씻고 있어요? 욕실은 아침에 자신이 씻고 나간 흔적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언제나 외출할 일이 생기면 문자로 꼬박꼬박 남겨주던 석진이었기에 남준은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낯설기만 했다. 그래도 형이 한두 살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야. 어련히 알아서 들어오겠지. 집 앞 슈퍼라도 갔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사온 것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석진이 오기를 기다렸다.


"늦는데."


깜빡 졸뻔한 남준은 자신이 꽤나 오래 기다린 듯해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했다. 자신이 집에 온 지 30분이 넘었다.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늦는 거야. 재료는 내가 다 사왔는데. 남준이 그제서야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지 연신 입술을 뜯으며 현관과 핸드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래도 그 때까진 그렇게 큰 일이 아니었다. 

길을 잃어버렸나, 아님 지갑을 안 들고 가서 슈퍼에 묶였나. 설마 병원에 있는 건 아니겠지? 정도의 흔한 걱정. 남준은 석진에게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을 켜 석진의 번호를 찾았다.


"...어?"


없었다. 석진의 번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형에 새까만 하트가 다섯 개. 석진이 손수 적어 저장해줬던 번호는 흔적도 없이 연락처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 남준은 나중에 석진에게 혼날 게 분명하다 생각하며 문자라도 남기기 위해 문자목록을 뒤졌고, 목록을 내리면 내릴수록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없었다. 수십 개가 되는 목록을 내리고, 또 올렸다 다시 내리고, 또다시 올렸다 내려도, 하나하나 눌러가면서 확인해도 석진과 했던 문자가 보이지 않았다. 

제 핸드폰에 석진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남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핸드폰에 있는 모든 것들을 눌러가며 석진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석진과 찍었던 사진, 동영상, 함께 했던 커플 앱, SNS에 업로드했던 둘의 사진... 그 모든 것을 찾아보았지만 석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남준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꿈이 아니고서야 어제, 아니, 오늘 아침까지 보았던 석진이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질 리가 없었다. 패닉에 빠진 남준이 고갤 들어 멍하니 집 안을 둘러보았다. 남준이 무언가 어색한 것을 느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무언가 달라진 느낌.


여기가 이렇게 텅 비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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