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많~~이 늦었네요. 여러 일들이 겹쳤고 내용 구상 끝마쳤으니 그래도 지금의 텀보다는 빨라집니다.
글이 올라오는 간격은 항상 불규칙합니다. 볼 분만 보시라는 뜻
모바일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타가 없었으면 좋겠다
오직 나만이, 알아야 한다. 대륙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신의 사자는 더 이상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반신이다. 신의 부름을 받지만 인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신인줄로 착각한다.
작열의 소년
02
"오늘도,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폐하의 곁에 있습니다."
"영광입니다. 헌데 듣자하니 백, 어제 신원불명의 소년을 신당에 한동안 들였다던데,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어둠이 짙은 영혼을 잠시 평안케 해주었을 뿐, 별다른 목적은 없었습니다."
자신의 변명에 웃음이 나왔다. 어둠이 지나치게 짙어 저주받은 영혼이기는 했죠.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저는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지를 보내세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궁의 정문을 지나자 마침내 답답한 정치의 야욕에 찌든 공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매달 왕과 의무적으로 갖는 만남이 불편했다. 나는 만남의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서로의 시시한 안부 따위를 묻기 위하여 먼 교외에서 수도로 올라왔다. 모두가 귀찮고 지겨웠지만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안정을 찾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휴일이란 있을 수 없었지만 디오를 만나고부터 나는 여러 볼일들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선조들이 기록한 고서들을 뒤지며 그 애와 나의 운명에 대해 생각했다. 와중에 나는 흥미로운 것을 찾아냈다. 태양의 아들과 어둠의 딸에 관한 동화였는데, 터무니없이 밝은 내용이었다. 불가능한 얘기였다. 서로에게 상극인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종말을 가져오겠지. 하지만 나는 차라리 동화같은 결말을 바란다. 아버지, 당신은 어떻게 해내셨나요? 어쩌면 난 아무것도 못 할텐데요. 성스런 이름으로 상대를 도륙내는 난투극보다는 어린애같은 화해가 나에게는 어울립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다. 디오가 살고있는 곳을 묻기야 했다지만 그 애의 집이 아니었다. 디오는 부모를 잃고 귀족의 저택서 멍청한 돼지들의 수발을 드는 안타까운 일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가족의 계급을 물었다. 자신이 아주 어릴적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할 수 없다 했다. 나는 알고있다. 소년의 부모님은 애초에 없다. 저주의 아이는 애초에 어둠에서 피어나 불행하게 살아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나의 생명뿐이었다. 부탁했다. 제발 그 곳을 떠나. 내가 지낼 곳을 알아봐줄 수도 있어.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소년은 자신의 사정을 어물어물 마무리 지었다. 한 순간 빛의 왜곡으로 우리의 운명이 이만큼 바뀌었다. 내가 너에게 갚아야 할까. 그렇게 하기에 나는 너무 두려웠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괴물같은 죄책감들이 매일 밤 나를 찾아올 것이었다.
처음 디오에게 질문을 퍼부었을때,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태양의 아드님과 제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을 텐데요. 숨이 턱 막혔다. 어떻게 진실을 말한단 말인가. 우리가 서로를 노리게 될 상황을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마음을 접었다. 사람들은 어둠보다는 빛을 원한다. 이기적인 생각들을 했다. 내가 먼저 찌르면 흔적도 없이 끝나. 불행하게 자라온 고통의 새싹은 뿌리 채 뽑아버리는 것이 빨라. 산발적으로 못된 추궁들이 몰려들었다. 때가 되면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할 일. 지금은 내가 훨씬 유리한 법인데. 품에서 호신용 은제 단도를 꺼내보았다. 겨우 새끼손가락만 한 길이. 찌른다고 해서 끔찍한 상처조차입히지도 못하는, 관대하고 또 관대한 나의 허물에 걸맞았다.
결국 나는 디오에게 전언했다. 만날 수 있을까. 사흘 후, 해가 질 때 쯤에 집 앞으로 흰비둘기를 보낼테니 그 아일 따라가. 내가 있는 곳을 알려줄거야. 신당에 있을 게 아니신가요. 그 근처야. 신당은 아니고. 노력해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던간에 나와. 다음의 순서로는 나를 태양의 빛으로 이끌 살인을 위한 은검을 만들 사람을 찾아야했다. 방법은 너무도 쉬웠고, 사흘 후를 생각했다. 벌써부터 손이 떨렸다. 네가 죽으면 명복을 빌게. 디오는 나와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빌어줘. 나는 어떤 변수도 예상치 못했다. 그저 내 거짓의 손으로 소년의 가슴을 꿰뚫기만 한다면 모든것이 끝날줄로 알았다.
"라크리마."
"말씀하세요, 백."
"도시 제일의 대장장이를 만나고 싶은데요."
"대장장이는 무슨 일로."
"제 호신용 단도가 망가졌어요."
"망가졌다함은,"
"이것 봐요. 완전히 색이 변했는걸."
"그렇다면 당신의 뜻대로. 내일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일이 쉬웠다. 흰비둘기 도로시가 철창 안에서 푸득였다. 그 날갯짓이 악마의 개와도 닮아, 문득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제 꾼 꿈을 떠올렸다. 어린 소년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져 나를 올려다 보고있었다. 디오는 오랫동안 눈을 깜빡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복부에서 쏟아지는 시뻘건 피를 두 손으로 간신히 막을 뿐이었다. 영겁의 시간이 흐른 듯 그가 마침내 입을 벌릴 때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리어 잠에서 깨었다. 검은 개가 나를 부르고 있다.
***
"태양의 아드님, 미천한 저를 이 곳까지 굳이 부르신 이유는."
"은으로 된 검을 만들어주세요. 한 뼘만 한 것으로, 화려하지 않게 해주세요."
"호신용 검이라면 그렇게 길 필요가…
"내일 모레,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정오에 뵈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일어나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대화를 끝냈다. 도로시를 훈련시켜야 했다. 신당 밖으로 나간지 꽤 되었겠지. 길을 헤메어서는 안돼. 도로시가 천장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너는 매 번 무고한 생명을 죽음으로 이끄는구나. 갑자기 스스로가 너무 역겨워져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그토록 믿어 의심치않는 빛은 내가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 내 태양, 그리고 그 이전의 모든 빛들도 그렇게 불리울 자격이 없었다. 살인을 금해놓고서 그것을 어기는것은 나로구나. 이따위 생각들이 나의 공포를 가를 수 없구나. 나는 나의 선택으로 인하여 나를 집어삼키려는 검은 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잠잠했다. 고동치는 심장소리도, 괴로움의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손에는 검이, 한 손에는 도로시가 있었다. 나는 우습게도 심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왼편의 옷깃들 사이로 검을 숨겼다. 아프게 손목을 짓누르는 도로시를 날려보냈다. 이빨이 섬뜩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해야만 해, 백. 그렇게 수백 번을 되뇌었다. 작은 언덕 너머로 날갯짓하는 비둘기가 보였다. 돌아오려면 오래 걸리려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으나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달이 섬짓한 은색으로 온 도시를 비출 때 까지 소년은 오지 않았다. 나는 지쳤다. 차라리 네가 어디선가 죽어 내게 죄를 치루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행하게도 멀리서부터 창백한 달의 소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쥐었다. 온 몸이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코 앞으로 다가온 디오가 싸늘한 눈빛으로 나의 가슴께를 바라보았다. 오금이 저렸다. 숨막히는 암흑의 눈동자가 나를 추궁했다. 어떤 이유로?
"말씀하신 흰비둘기겠죠."
"……."
디오가 불쑥 내민 것은 차게 식어 피갑칠을 한 도로시였다. 나는 품의 은검을 까맣게 잊은 채 그것을 건네받았다.
검은 개, 그것은 허상이나 꿈 따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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