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은 한참동안 크리스 집의 대문 앞에서 서성였다.
빨리 그를 인터뷰하고 회사로 가야하는데 차마 손이 차임벨 쪽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크리스의 집까지 오면서 연습했던 모든 행동과 말이 새하얗게 변해 떠오르지 않았다.
편집장이 당부했던 말도, 감기에 걸려 자신에게 인터뷰를 떠넘긴 선배의 말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기만 하고 망부석이 된 것처럼 움직이기 힘들었다.
태연 씨, 이번 인터뷰 정말 중요한 거에요. 나래 씨가 힘들게 약속 잡았어요.
정말 어렵게 따낸 거라구. 크리스, 그 남자, 쉬는 날엔 인터뷰 신청 받아주지도 않는 사람이야.
그만큼 중요한 인터뷰에요. 이 작은 회사, 잘 하면 좀 더 커질 수도 있어요. 부탁해요.
태연아, 솔직히 너두 겨우 기자됬는데 하는 일이라곤 좁은 사무실에 갖혀 특별할 거 없는 똑같은 기사만 줄줄 써내리는 거 싫지?
나도 싫어.
그런데 이거 인터뷰 잘 하면 그런 거 할 필요 없어. 그러니까 제발 나 대신 가줘.
태연은 인터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극구 사양하는 자신의 손을, 목이 갈라져 인터뷰를 못 하게 된 선배가 울먹이며 잡아줬던 것을 떠올랐다.
그래, 잘 하자, 잘 하면 되지, 잘 하면 나도 그런 인터넷 기사 쓸 필요 없어.
태연은 입술을 꾹 깨물고 차임벨을 눌렀다.
긴 벨소리가 들려오고 뒤이어 가정부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아, 저는 ES 뉴스의 김태연 기자라고 합니다. 오늘 3시에 인터뷰 약속...
-들어오세요.
짧은 목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에 태연은 다시 한 번 머리 속을 정리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가정부가 소파를 가르키고는 기다리세요, 라고 말하곤 밖으로 나가버렸고 태연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집 안을 둘러보았다.
진짜 별 거 없었다. 정말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집이랑 아주 똑같았다.
차이점은 자신의 사진을 걸어놓지 않았다는 점.
보통 모델이라면 자신의 사진을 정말 대문짝만하게 인쇄해서 벽에 걸어놓던데 이 집은 깨끗했다.
"제가 뵈었던 분과 다른 분이시군요."
한참 집구경을 하고 질문지를 읽어보고 있을 때 위에서 들려온 소리에 태연은 고개를 들었다.
"아..."
태연은 그의 말에 대답을 하려다가 하지 못 하고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주 예전에 나래 선배와 함께 그의 화보집을 사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사진일 뿐인데 빛이 난다며 둘이 손잡고 꺅꺅거리며 실물이 궁금하다며 대화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세상에 그의 외모를 완벽하게 담아내는 카메라가 없다는 카더라가 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저는 김나래 씨가 오신다고 들었는데..."
크리스의 말에 정신을 차린 태연이 서둘러말했다.
"아, 나래 선, 아니 나래 기자 분께서 편찮으셔서 제가 대신 오게 되었습니다. 혹시... 언짢으신거라도?"
"...괜찮습니다."
약간 표정이 불편해보여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더니 음료와 케잌을 들고 왔다.
"드시면서 하세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 김태연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중간중간 긴장이 되어 눈치를 보며 음료와 케잌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실수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그럼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올해 꼭 이뤄보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글쎄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있어요."
"지금 당장요?"
"케이크가 먹고 싶네요."
뜬금없는 대답에 태연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제서야 자신이 조금씩 먹어치운 케이크가 생각났다.
"아!"
그 사실을 깨닫자 태연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리고 크리스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그럼 제가 나가서 다시 하나 사올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단호한 그의 말에 태연은 울고 싶어졌다.
어쩐지 잘 한다 싶더니 이런 실수를 하는구나. 친구들이 나보고 아귀 귀신이 들렸다고 할 때 좀 자각을 하고 줄였어야 했는데.
인터뷰가 끝난 직후에 말한게 다행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기분나빠서 이 때까지 한 인터뷰 내용 싹 다 날리라고 말 할까봐 태연은 고개만 푹 숙이며 발발 떨고 있자 크리스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태연 씨, 이리 와보세요."
그 말에 태연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에게 다가갔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보는 그의 얼굴은 정말 매력적이어서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 것도 잊은 채 또 다시 감탄사를 내뱉으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크리스가 태연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했다.
한참 후에야 그의 얼굴이 떨어졌고 태연은 어버버 거리며 입을 떡 벌리자 크리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맛있네요. 다음엔 다른 맛으로 부탁할게요."
망함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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