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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인가 보다. 두둥실 떠있는 느낌이 든다. 우현이 묘지가 있는 곳이다. 계절은 봄인가보다.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꽃향기에 취해 사뿐사뿐 풀길을 무작정 걸어갔다. 노란색.빨간색.주황색.흰색.분홍색들이 가득한 꽃밭이 내눈을 피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탕!〃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 총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위로 지나가던 참새 한마리가 총알에 맞아 내앞으로 쓰러진다. 갑자기 일어난일에 겁에 질린 나는 앞만 보고 무작정 뛰어간다. 뒤에서도 나를 따라오는듯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헉헉. 숨을 토해내며 죽을듯 달린다.
날 따라오는 소리가 잦아든 쯤에 뒤를 돌아보았다. 꽃. 그 이상의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고. 무릎을 잡고 부족한 숨을 쉬었다. 햇빛이 쨍쨍했는데 갑자기 내 위로 어둠이 그려진다. 뭐지.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렇게 도망치면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분명 낮익은 얼굴이다. 그리고, 아까 나를 따라오던 그 사람이 분명하다.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있었다.
나는 기겁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 남자는 내 심장을 향해 총을 겨눌 준비를 했다. 두려움에 침을 꿀꺽 삼켰고,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가 내 심장부위에 총부리를 바짝 가져다대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빠른 속도로 뛴다.
그 짧은 상황에서도 나는 그 누군가가 보고싶어졌다. 자세히 생각은 안나지만 누군가를 절실히 원한다. 그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 총을 겨누려는 사람이 겹쳐질 쯤… 방아쇠는 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