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도진] 창밖의 첫사랑 검산법 2
w.오렌지
+)공포의 중간고사가 와버렸습니다...아ㅠㅠ..
그러니까 이런 기분 언제 느껴봤더라 |
"버스타고 가자."
하루종일 도진이 처음으로 동원에게 건낸 말이였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무거운 땅거미가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시간이였다.
지친듯 한 기색이 역력한 도진의 말에 동원은 말 없이 발걸음을 정류장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힘들면서도 왜 굳이 학교에 오는걸까.함께 있는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공부가 목적은 더더욱이 아닐꺼고.동원은 생각했다.
"여기선 몇번 타야되요?" "211번." "난 아무거나 타도 되니까,그거 타고 같이가요."
동원의 말에 도진은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낡아보이는 정류장 나무 의자에 도진은 몸을 붙였다.동원 또한 그 옆자리에 따라 앉았다.
이미 반쯤 감긴 눈에 축 늘어진 모습이 분명 기진맥진 해 보였다.
그니까 자율학습은 빼자니까 억지는 왜 부린거야.동원은 생각했다.
사실 도진을 핑계 삼아 몇번 빠질 궁리를 하고 있던 동원이였다.
"가방 줘봐요." "왜." "들어 줄께요." "버스 탈 껀데 이제와서 들어주면 뭐해."
아 그렇구나.동원은 순간 생각했다.참으로 민망했다.
내민손이 무안해 멍하니 있던 동원이 입술을 열었다.
"그래도 줘요.매고있는 것 보단 편하겠죠."
이젠 대답조차 않는 도진을 바라보다 동원은 마지못해 도진의 가방을 쥐었다.
거의 뺏어가 듯이 가방을 손에 둔 동원이 황당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도진에게 말했다.
"지금 얼마나 표정이 축 쳐져있는지 알아요?" "...괜찮으니까,이리 줘."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좀 가만히 있어요."
힘든 표정으로 죽을 상 하고 있지 말구.동원은 마지막 말을 뱉지 않았다.
아까 웃는 모습은 볼만 하더만.이 말 역시 동원은 삼켰다.
무어라 대꾸할까 아예 고개를 돌려버린 동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도진도 시선을 바꾸었다.
아직 정말 어색하다.동원은 생각했다.
정류장 옆에 멀뚱히 서있는 가로등은 무덤덤히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둘을 위해 준비라도 해둔 듯 비어있는 2인석 자리에 동원과 도진은 별로 고민않고 자리에 앉았다.
사람이 많지 않는 버스 안에는 술에 취한 중년의 남자와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곤 꽤 한가로웠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내려야되지.
문득 생각한 동원이 고개를 돌렸다.
"....."
덜컹이는 창문에 기대어서도 잘도 잘고 있는 도진이 시선에 닿았다.
역시 피곤했구나.동원은 가만히 생각했다.
하얀 얼굴에 감긴 쌍커풀이 짙은 눈이 역시 꽤 잘생겼다.
아니,근데 정말 어디서 깨워야 되는거야.조금 곤란해진 동원이다.
* * *
잠이 가시질 않는 것인지 도진은 여전히 어물거렸다.
그래도 제법 무거운 가방은,도진의 등이 아닌 아직 동원의 어께에 있는 체였다.
밝은 것이라곤 노란 가로등 불빛 뿐인 거리에 깔린 정적을 깬 것은 다름아닌 도진 이였다.
"오늘 고마워." "...아니,뭐 별로..." "귀찮았을 텐데,아침에도 고맙고 지금도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고마워." "...." "사실 나는 괜찮으니까 앞으로는 시늉만 해도 상관없어."
가방,줘.이제 혼자 갈께.도진은 말했다.
동원은 생각했다.왜 기분이 나쁘지.
귀찮다고 생각한 것도 맞고,하고 싶었던 것은 더더욱 아닌데 왜 기분이 상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날로 좋아질 수 있는 기회 임에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반응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도진에게 동원은 대답했다.
"저 그정도로 양심 없는 놈은 아니거든요." "...." "빨리 걷기나 해요."
동원은 도진을 앞서 걸었다.
완전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기분이 조금씩 가슴에 물들어 갔다.
눈에 띄게 호화로운 주택앞에 멈춰서 도진의 걸음을 기다리다 동원은 말했다.
"내일도 6시 40분까진 올께요." "...." "잘자요."
동원이 가는 자리를 바라보는 것은 멍하니 서있는 도진이였다.
* * *
도진이 집에 들어서자,자신을 반기는 것은 도진의 어머니 였다.
집안에서도 입술을 붉게 칠한 도진의 어머니가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다녀왔니?" "네." "어디 아픈덴 없었구?" "밥은 석식으로 먹었어요."
도진은 무뚝뚝하게도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오자 마자 한 것은 문을 걸어잠그는 일이였다.가방을 책상위에 올려 놓곤 도진은 침대에 쓰러지 듯 누웠다.
힘들어,졸려.하얗게 도배된 천장을 바라보며 도진은 생각했다.
'내일은 6시 40분까지 올께요.'
난 늦게 등교해도 된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일까.
무심결에 옆으로 뒤척이자 책상에 놓인 가방에 시선이 닿았다.가방을 들어주던 손이 문득 그려졌다.
도와주고 싶다고 하던 목소리도 귓가에 울렸다.
잠시 넋을 놓고 있다 도진은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집었다.
플립을 열자 '9시10분'이라 반듯하게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도진은 6시에 알람을 맞춰두었다.
"...."
이런 기분 언제 느껴봤더라.
어딘가 익숙한 감정이였다.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뭔가를 찾아낸 듯한 감정에 도진은 잠시 고민했다.
초등학생 시절 소풍 가기 전날에 이런 기분이 들었던가.
도진은 무거운 눈커풀을 내리 감았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았다.
* * *
평소에도 이렇게 일어난 적 없는데.거울속 부시시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동원은 생각했다.
거울 옆에 반듯하게 걸려있는 시계는 5시 10분을 팔을 벌려 가르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잘까.갈등하던 동원은 이내 침대에서 일어섰다.
방 문을 열자 텅 빈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시리게 푸른 새벽 하늘 빛이 집안에 가득 차있었다.
교복 마지막 단추를 채웠을 때의 시간은 6시를 조금 넘어 가고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였기에 동원은 잠시 고민하다 결국 신발을 구겨 신었다.
걸어가도 될 정도의 거리였기에 동원은 별 망설임 없이 걷기를 선택했다.
바닥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신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별 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느세 마지막 골목이였다.
고개를 들자 여전히 번지르르한 대문앞에 누군가가 보였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너도 일찍왔어."
동원의 말에 도진은 가볍게 대답했다.
동원은 말없이 도진에게 손을 내밀었다.뭐야?눈을 동그랗게 뜬체 도진은 물었다.
"가방 줘요." "...오늘은 오전 수업만 들을 꺼라서 안 무거워.괜찮아." "주라면 좀 줘요."
짜증 섞인 동원의 말에 도진은 조금 입술을 샐쭉이다 가방을 내밀었다.
확실히 어제 보단 가벼워진 가방이였다.
"오늘은 왜 오전 수업만 들어요?" "병원 가야되서." "아..."
동원은 외마디를 뱉었다.병원 가는데에 규칙이 없는 것일까,쉬도 때도 없이 가는 병원이였다.
그럼 오늘 하교 시간은 안데려다 줘도 되는건가...동원은 생각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같이 안 가줘도 되."
마침 도진이 대답했다.차가운 색깔의 아침 하늘은 상쾌하다기 보단 시려웠다.
사람이 조금씩 채워져가는 거리를 동원과 도진은 나란히 걸었다.
원래 말이 없는 성격인 것인지 아니면 낯을 가리는 것인지 도진은 유난히 말이 없었다.
무어라 하면 딱딱한 이 관계를 조금은 풀어줄 수 있을까.동원은 조용히 생각했다.
도진과 동원이 교문에 다다랐을 때에 이미 꽤 많은 학생이 학교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동원은 어제의 도진을 떠올렸다.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던 이질감.동원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도진을 내려다 보았다.
자신의 옆에 있는 도진이 어제의 도진과 쉽사리 겹쳐지지 않았다.
항상 혼자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는데도 말이다.
"강동원,너가 왠일로 이렇게 일찍 왔냐." "뭐,그냥..."
교실에 들어서자 한 남학생이 동원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 것이 무색하게 그저 지나친 동원은 도진의 자리에 가방을 올려 놓고는 앞 자리에 앉았다.
이미 자리에 앉아있는 도진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뭐야?" "뭐가요." "친구들이랑 안 놀아?" "형이랑 좀 친해져 보려구요.그러면 친구들이랑 노는 거죠,뭐."
어차피 꽤 같이 있을 꺼 친해지는게 좋잖아요.동원은 말했다.
동원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듯 입술을 달싹이던 도진이 휙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제인지 모르게 항상 열려있는 창문이였다.기분좋은 아침 향기가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도진은,푸스스 미소 지었다.
* * *
"점심 같이 먹어요."
교과서를 정리하고 있는 도진에게 동원은 말했다.공책과 필통을 마저 가방에 넣은 도진이 대답했다.
"나 오늘 오전수업만 듣는다니까." "그렇다고 밥도 안먹어요?" "좀있다 먹으면 되." "사람은 모름지기 밥부터 먹어야 되는 법이거든요."
동원은 책상에 반듯하게 올려져있는 도진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플립을 열어 도진에게 내밀며 동원은 말했다.
"집에 전화해요.밥먹고 제가 병원까지 데려다 줄께요." "그건 좀 그런데.." "제가 할까요?"
동원의 말에 핸드폰을 가로챈 도진이 마지못해 번호를 꾹꾹 눌렀다.
짧은 통화후 핸드폰을 닫은 도진이 책상에 엎드렸다.
밥 먹으러 가자니까요?동원의 말에 도진이 대답했다.
"싫어." "왜요,밥먹고 간다고 통화했잖아요 방금." "지금가면 끼어 죽어.조금 있다 가자."
아..동원은 수긍하곤 도진의 옆자리에 앉았다.
창문 높이까지 자라난 벚꽃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따뜻한 봄볕에 운동장을 뒹굴다시피 하는 남학생들,수다를 떠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좋은 풍경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는 도진도 꽤 볼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동원은 조금 웃었다.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