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어!"
만났다. 그렇게 찾아도 볼 수 조차 없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버리게 될 줄이야.
태연은 반가움과 동시에 밀려드는 허무함에 헛웃음을 내뱉으며 카페 한구석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있던 그애에게 다가갔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넌 변함없이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애는 항상 카푸치노를 마시곤 했다. 시럽은 듬뿍넣어 달게, 잔에 가득담긴 거품을 꼭 입 주변에 묻히고선.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한건,
"어, 태연이 맞지? 너무 오랜만이야. 얼마만이지? 그동안 잘 지냈어?"
보는사람까지 미소짓게 만드는 그 예쁜 눈웃음.
태연이 주문한 커피를 들고 미영이 앉아있던 자리 앞에 앉자 미영은 정말 반갑다는 듯이 태연을 마주했다. 그 특유의 눈웃음을 여전히 지어보이며.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만난거 처음이지? 너 옛날이랑 달라진게 없는 거 같아. 아, 우리 둘이서 카페 자주왔었는데 기억..."
쉴새없이 재잘거리던 미영을 가벼운 미소를 띈 얼굴로 빤히 바라보던 태연이 미영의 입가로 손을 뻗어 거품을 훔쳐내었고, 조금은 놀란모양이었는지 눈망울을 동그랗게 떠보인 미영은 하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너도 달라진 게 없는 거 같다. 여전하네, 거품 묻히고 커피 마시는건."
갑작스러웠던 자신의 행동에 본인도 놀라 서둘러 말을 꺼낸 태연은 이어 멋쩍은 듯 웃어보였고 이내 미영도 또다시 눈을 곱게 접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 옛날에 카페 같이오면 맨날 네가 내 입에 묻은 거품 닦아줬었는데."
"어..그랬지. 근데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뭐 묻히고 다녀. 뭐..옛날에도 묻히고 먹을 나인 지났었긴 했어."
"아..아냐! 이젠 안그래. 오늘은 어쩌다 그런거야. 어쩌다.."
내가 닦아주던거 생각나서 일부러 묻힌거아냐? 자신을 놀리는 태연의 장난스러운 말에 당황한 미영은 절대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고 태연은 그런 미영이 귀여운지 끅끅대며 그자리에서 소리내어 웃을 뿐이었다. 둘은 그렇게 함께 했던 날들의 추억을 되짚어보며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었고 문득 손목에 있던 시계를 들여다 본 미영이 놀란 얼굴로 헉 소리를 내며 먼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태연아 난 일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봐야 할꺼같아.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여기 명함!"
미영의 명함을 받아든 태연이 서둘러 자신의 것도 꺼내려 손을 움직이던 참, 자신은 이곳에 빈손으로 왔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지금 내가 아무것도 없는데 네 핸드폰에 번호 찍을까?"
"아..미안, 지금 일이 늦어서. 빨리 가봐야 할 거 같아. 명함에 있는 번호로 꼭 연락해야해. 꼭! 알았지?"
"아..응. 알았어."
"오늘 정말 반가웠어. 나중에 보자. 안녕!"
요란스럽게 떠들던 미영이 뛰쳐나가듯 카페를 나섰고 이내 눈앞에서 사라지자 태연은 다시 자리에 앉아 한동안 꿈이라도 꾼 듯 멍하니 자신의 앞에 앉아있던 미영을 떠올렸다.
"황미영..."
중얼거리듯 미영의 이름을 곱씹어보던 태연이 피식 웃음을 짓다가 손에 쥐고있던 명함으로 시선을 옮겨 네모난 작은종이를 쳐다봤다.
저녁이 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온 태연은 문득 미영이 자신에게 건네던 명함이 생각나 카페에서 입었던 바지주머니를 찾아 뒤적였다.
'명함에 있는 번호로 꼭 연락해야해. 꼭!'
"으 어쩌지.."
문자를 보내볼까 전화를 걸까 고민하며 미영의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하던 태연은 이내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창을 열였고 따닥-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너무 딱딱하나. 어떡하지. 그냥 전화를 할까. 그렇게 문자를 썼다 지웠다 한참을 고민하던 태연은 짧고 간결한 내용의 문자한통을 보냈다. 눈을 딱 감고.
-나 태연이야. 오늘 만나서 정말 좋았어.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같이 먹을래?
태연은 자신이 봐도 무미건조한 문자내용에 한숨을 내쉬며 미영의 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웅-하고 울린 진동에 태연은 서둘러 문자를 확인하고 이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장 완료! 우리 카페가자. 너랑 또 가고싶어. 난 카푸치노! 거품 듬뿍^_____^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용의, 미영이 보낸 문자답다는 생각을 하며 몇번이나 되읽어보면서.
평범한 일상속에 소소한 행복이 찾아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