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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부터 가물가물하던 화장실 형광등이 결국 켜지지 않는다. 귀찮은 몸을 이끌고 슈퍼에 가서 형광등을 하나 사가지고 오는 길이었다. 별로 안되는 거리였지만 걷기도 귀찮아서 지름길이지만 너무 외져 평소 안다니던 골목길로 들어섰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로 가려니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어 걸음을 빨리 했다. 그런데 몇 걸음 앞에 남자로 보이는 사람이 골목길 벽에 기대어 서있다. 괜히 마주쳐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멀리 떨어져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그 남자를 지나치려 했다. '취한건가... 취했으면 빨리 집에나 가지, 저러고 있을까' 나는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그 남자로부터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저기요-" 하지만 뒤에서 낭창하게 날 부르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나와 저만치 떨어져 있어야 할 남자가 바로 내 코 앞에 서있었다. 남자는 내가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나를 골목길 벽에 밀쳤다. 손에 들고 있던 형광등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멀리 떨어졌다. "이 새끼야, 이게 뭐하는... 아!" 남자가 내 목에 얼굴을 묻음과 동시에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아픈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아파, 이 새끼야! 너 뭐..으윽" 계속 더해지는 통증에도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지금 내 목을 뚫고 들어와 있는 건 이 남자의 이빨. 그리고 피가 빠르게 빨려나가는 느낌. 뭐지, 이 남자? 뱀파이어? 곧 그가 내 목에서 입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나보다 키가 조금 작은 남자의 송곳니는 길고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의 입가에 묻은 내 피가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남자는 목의 통증을 잊을 만큼 예뻤다. "너 뭐야" "루한, 내 이름. 네 이름은 뭐야?" "세훈. 오세훈" 나도 모르게 루한이란 남자의 분위기에 이끌려 이름을 말해버렸다. "너 피 맛있어" "너 뱀파이어 뭐...그런거야?" "응" 밥 먹었냐는 물음에 대답하듯 간단히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말한 루한에게서는 묘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그 분위기에 취해 나는 넋을 놓은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금방 달리기를 한 듯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진다. 나와 계속 눈을 마주하던 루한은 이내 내 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피 너무 많이 나." 울상을 지으며 말을 하는 루한에게 나는 말했다. "네가 만든 상처잖아." "응. 그러니까 내가 없애줄게, 세훈아"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다시 내 목에 고개를 묻었을 땐 심장이 더 세차게 뛰었다. 그에게 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를 내 목에 파묻은 그가 혀를 내밀어 상처를 핥짝이기 시작했다. 점점 몽롱해지는 기분에 그를 떼어냈다. "이제 없어. 상처" 루한이 나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몸을 돌려 루한을 내가 있던 자리와 바꾸어 놓았다. 그대로 그에게 홀린듯이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대었다. 혀로 그의 입술 근처를 배회하다 당황한 듯 벌려져 있는 그의 입술 사이로 혀를 내밀었다. 살살 입안을 혀로 훑으며 그의 혀를 찾았다. 그에 반응하듯 루한은 내 목덜미를 끌어당기듯 껴안아왔다. 그의 행동에 나는 더 깊게 혀를 섞었다. 내 혀에 날카롭게 닿아오는 그의 송곳니가 느껴졌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와의 입맞춤을 이어갔다. 입을 맞추고 있는 채로 살짝 눈을 떠 루한을 바라 보았다. 예쁘다. 나는 루한에게 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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