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이 너한테 자기 명왕성이라고 했다고?”
매점에서 반으로 올라가는 길, 수영이의 물음에 초코우유를 쪽쪽 빨며 다시금 아까의 기억을 상기시키곤 배시시 웃어보였다. 물론, 한 손에는 전정국이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를 들고선.
“그렇다니까. 지금까지 했던 내 고백이 이제야 빛을 바라나봐.”
“와, 걔 진짜 똑똑하네. 너 같은 꼴통을 이렇게 떼어내네.”
“왜! 명왕성 안 좋은 거야?”
“안 좋다기 보다는...”
금세 시무룩해진 제 표정을 보며 고개를 젓는 수영이를 바라보다, 마침 반에서 나오는 전정국을 보고 속도 없이 달려갔다.
“정국아! 나 마중 나온 거야? 나 매점 갔다 온 줄 어떻게 알고?”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자신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나를 내려다 보다 제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정국이다.
“너가 나한테 명왕성이라고 한 거 수영이한테 자랑해도 돼? 근데 사실 이미 했다! 수영이가 명왕성 안 좋은 거 아니래. 아, 그리고 나 오늘도 너 좋아해!”
정국의 옆에서 계속 재잘대며 말을 하다, 문을 열고 어딘가로 들어가려는 정국이를 따라 들어가는데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곤 나를 돌아보는 정국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는 정국이를 같이 바라봤다. 이내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는 정국이.
“이제 화장실까지 따라오려고? 뭐,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던가.”
“아니야, 아니야. 미안, 화장실인줄 몰랐어. 편하게 갔다 와.”
손 사레를 치며 얼굴을 붉히는 나를 두고는 문을 열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정국이다. 큰일 날 뻔 했네. 정국이에게 줄 바나나 우유만 만지작거리며 벽에 기대 서있는데 전정국의 친구인 김태형이 웃으며 다가온다.
“야, 전정국 스토커.”
“...뭐. 왜!”
“이제 스토커 아니란 소리 안 하네? 드디어 인정한거야?”
“어디서 자꾸 개가 짖네.”
김태형의 말에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김태형을 바라보며 귀를 손으로 후볐다. 제 행동에 황당한 듯 웃어 보이다가 남자 화장실 문과 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이제 변태까지 할 셈이야?”
“변태 아니고 혹시나 정국이한테 무슨 일 생길까봐 지켜주려고 서있는 거거든?”
“너가? 전정국을? 왜?”
그래, 내가 누굴 지켜줄 수 있게 생기진 않았지... 괜히 김태형의 말에 할 말이 없어 제 슬리퍼로 애꿎은 바닥만 괴롭히는데, 갑자기 제 손에 들린 바나나 우유를 가져가는 김태형을 말없이 노려보다 손을 뻗었다.
“아, 줘! 네 것 아니거든? 우리 정국이 거야.”
“걔 너가 준 거 안 먹잖아.”
“오늘은 먹을 수도 있잖아! 아, 내 놔.”
김태형은 뺏기지 않으려 손을 높게 들고 나는 뺏으려 서로 투덕거리고 있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고 정국이가 나온다.
미간을 찌푸리며 한심하다는 듯 나와 김태형을 바라보다 등을 돌려 먼저 가버리는 정국이다. 먼저 가면 안 되는데! 마음이 급해져 김태형의 정강이를 걷어 차, 아파하는 사이 김태형의 손에 들린 바나나 우유를 다시 뺏었다.
“야!!! 개 아파!”
김태형의 외침을 뒤로하고 반 뒷문으로 들어가는 정국이가 보여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는데, 뒤를 돌아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먼저 반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는 정국이다.
“쟤 진짜 너한테 왜 저래?”
선생님 심부름이라도 한 건지 손에 잔뜩 들린 프린트물을 들고는 내 얼굴을 살피는 수영이에게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웃지만 말고 프린트물이나 같이 들어줘. 아까 너 혼자 뛰어가는 바람에 나 혼자 선생님 심부름 다했잖아!”
수영이의 말에 멋쩍은 듯 웃으며, 수영이의 손에 들린 프린트물을 대신 내가 챙겼다. 문을 열고 반에 들어가자마자 어느새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정국이가 보인다. 나는 빨리 내 책상 위에 프린트물을 두고 바나나 우유만 챙겨 정국이의 책상 앞에 섰다. 또 뭐냐는 듯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는 정국이에게 바나나 우유를 건넸다.
“이거 마셔, 정국아.”
“안 마셔.”
“왜! 오늘은 바나나 우유에 고백 같은 거 안 적었는데!”
“그래도 안 마셔.”
정국의 오랜 친구이자 짝꿍인 아미가 나와 정국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더니 바나나 우유를 보고 눈을 빛낸다.
“야, 애 울겠다. 전정국, 너 안 마실 거면 받아서 나 줘.”
아미의 말에 자신의 책상 앞에 망부석처럼 서있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여는 정국이다.
“놓고 가.”
정국의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탕 소리가 나도록 책상 위에 바나나 우유를 놓고 제 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엎드렸다. 나를 달래주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수영이의 손길에 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의 태양은 나에게만 너무 차가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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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에필로그
“뭐야! 태양계에서 명왕성 퇴출?!”
“퇴출된 지가 언젠데. 설마 이제 알았냐?”
괜히 심술이 나서 동생 놈의 귀를 아프게 잡아 당겼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게!”
“누나 미쳤어?! 이거 안 놔?”
그날 밤 밤새 명왕성 퇴출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곤 1인 시위하는 꿈을 꿨다.
“명왕성도 다시 태양계에 넣어 주세요! 명왕성이 더 잘할 게요.”
시위도 아닌 거의 애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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