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착하고 둔해 빠져서 자꾸 미련 가지게 만들어. 편지, 왜 이제서야 줬어? 돌아오라며, 기다린다며. 다 거짓말이네 그치? 밉다 진짜. 그렇게 급했어? 왜, 왜 그랬어. 지금 내가 더 아프고, 짜증 나는 건 형이 혼자 목숨을 끊을 만큼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그래. 아프다 진짜.
내가 용기가 생길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랬어. 아니, 차라리 다른 사람 만나서 나 보란 듯이 행복하게 지내지 그랬어. 형은 진짜 바보야. 형이 이렇게 떠나면 내가 좋아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것 같았어? 아니잖아. 지금 머리고 심장이고 다 쓰라리고 아파 죽겠어. 보고 싶어. 다 잊었는 줄 알았는데, 아니야. 하나 둘 떠오르는 추억 때문에 미치겠어. 분명 잘 지낸다고 했잖아, 안 아프다고 했잖아. 왜 거짓말했어? 형, 난 형 생각보다 아직 많이 어려. 아프고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품에 안고 앓다가 혼자 울기도 하고 그래.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도 안 가고, 차라리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혹시 모르지, 내가 형만큼 우리 추억에 휩싸여서 지냈던 것일지도, 밀려오는 감정을 억지로 꾹꾹 눌러 담은 것인지도. 이럴 땐 솔직하지 못한 게 참 힘들다. 차라리 내가 아프다고 다 털어놨으면 일이 이렇게까진 안 꼬였을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도 웃기다, 이미 형은 떠났는데.
새벽에 기범이한테 연락이 왔어. 자꾸 우물쭈물 거리면서 말을 안 하길래, 그냥 끊으려고 했는데 말하더라. 형이 죽었다고, 자살했다고.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 아니, 거짓말이길 바랐었던 것 같아. 허겁지겁 그대로 일어나서 외투만 걸치고 오라는 곳으로 갔는데, 진짜더라. 처음에는 눈물도 안 났어, 그냥 이 상황이 안 믿기고 웃겨서 헛웃음만 짓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그제야 눈물이 나더라. 이렇게 하루 이틀 지나고, 정말 현실을 깨닫는 날이 오면 어떨까? 두렵다. 그땐 정말 형이 죽은 걸 인정해야 하는 거잖아. 그래서 지금 당장 깨닫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 왜냐면 내 가슴속엔 아직도 형이 있어.
무섭지 않아? 아니다, 원래 바다 좋아했으니까 행복하려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형이 항상 그랬던 것 처럼, 나도 빌어줄게. 형 많이 행복하라고. 내가 그동안 형한테 받았던 사랑, 다시 다 돌려줄게. 조금만 기다려.
오랜만에 하는 말이라 그런지 좀 많이 어색하다. 그래도 용기 내서 할게.
사랑해, 형.
2013년 2월 25일. 종현.
종현이 버전은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결국 질렀네요
너무 빨리 써서 그런지 이것도 역시 똥글! 망글! 망글이 뭉글뭉글 피어나네요..
올ㅋ 라임 쩐당!
뭐 굳이 정하자면 진기가 종현이에게 쓰는 편지가 1편, 종현이가 진기에게 쓰는 편지가 2편이에요!
간략하게 내용 정리를 하자면.. 진기가 종현이에게 편지를 썼는데 전해주지 못하고 자살을 했고, 진기가 자살을 한 뒤 종현이가 진기가 쓴 편지를 찾아서 보게 되고 진기에게 다시 편지를 쓰는 그런 내용인데.. 이게 웬 횡설수설이야 끼룩끼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