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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강동원 온앤오프 엑소 샤이니
wasp 전체글ll조회 2509l

 

 

 

*

 

"나 사실 어제 소개팅 받았어."

 

자기 앞에 놓여있던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 그의 입에서 가녀리지만 결코 가볍진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튀어나온건 아니겠지.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겠니까...
나도 모르게 눈이 크게 뜨였지만 이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으로 얼굴을 추스렸다. 그래도 마음 안 구석에 쿵 하고 내려앉은 무언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 예쁘대?"

 

억지로 웃으며 맘에도 없는 뻔한 말을 하며 택운의 대답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길 바랐다.

 

"글쎄..."

 

다리를 꼰 채 심드렁하게 말하는 모습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제서야 긴장했던 얼굴 근육들이 스르르하고 풀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눈치 챌 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그냥 웃는 얼굴로 일관했다.
그가 나에게 조금만 더 관심이 있다면 눈에 띄겠지, 당연히. 이정도는 괜찮아, 괜찮아...

"근데, 니가 왠일로 소개팅이야? 이제 좀 외로운가보지?"

아닌척, 아닌척 곧 뒤집어 질 것 같은 뱃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두 세 모금 들이켰다. 깜빡하고 시럽을 안넣었나보다, 으써...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그는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일어나더니 이내 시럽통을 들고 왔다. 이러니 내가 반해, 안반해?

 

"땡큐"

 

신나서 남은 잔에 시럽을 가득 담아 빈 공간이 없도록 만들었다. 조금 들 뜬 기분에 오버 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가 날 위해 한 배려니까.
빨대로 음료를 조심스레 휘휘 저어가며 콧노래를 불렀다. 내가 니 행동 하나하나에 이렇게 기분이 나빴다, 좋았다 한다, 택운아.

 

"그냥... 친구가,"

 

응? 친구가? 말을 하다가 다시 뒷말을 삼킨 그는 뭔가 언급을 잘못한 것처럼 우물쭈물하면서 바닥을 응시했다. 아 귀엽다. 근데 뭐지 약간 불안한 단어들이 내 속을 뒤집어버릴 것 같은 이 느낌은... 제발, 제발, 제발. 그의 말을 기다리는 듯이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냥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 여자애가 나 소개 시켜달래서 간거였어."

 

또 한번 쿵. 역시 잘생기면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그렇지, 택운이가 어디가서 못생겼다는 소리 못듣는 친구였지. 난 혹시나 내 눈에만 잘생긴 줄 알고 착각했네. 나만 좋아하는 거라고..... 아메리카노의 양이 빠른 속도로 줄어갔다. 입안에서 단내가 이미 가득한 것 같은데, 아직도 입속은 쓴맛밖에 나질 않는다.

 

"그
래서?"

"그래서는 뭐, 그냥 만나서 얘기 좀 하고, 술도 좀 마시고....."

"술?"

 

아차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남여가 만나서 소개팅하는데 술 한잔 씩 할 수 있지. 그치.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에 그는 그냥 별거 있냐는 듯이 조용히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주스를 한 모금 마시더니 몸을 앞쪽으로 슬쩍 내미는듯, 허리를 굽히는 듯 하면서 내 눈을 마주한다.
아 잠깐만, 그런 눈빛 발사하시면 난 아직 받아들일 자신 없는데.....아 녹는다....

 

"학연아."

"응?"

"술마실래?"

 

네가 그런 눈으로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당연히 가지.....뭘 물어....

 

 

 

 


*


"아, 춥다, 그치."

"응.."

 

생각보다 날씨가 많이 추워서 그런지 카페에서 얼마 나가지 않아 근처 술집으로 들어오고나서도 바로 겉옷을 벗지 못했다.
주머니에 손을 꼬옥 집어넣고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을 추위에 입을 오물거리고 있는 택운이가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방긋방긋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얘는 또 뭐가 좋다고 웃냐는 듯 게슴츠레 쳐다보는데 그게 또 그 한 매력 하는지라...
멍때리고 있는데 알바생이 다가와 메뉴판을 건네준다. 사실 메뉴판 같은 거 별로 필요없다. 돈 없는 학생이 무슨 안주타령이야.

 

"여기 오뎅탕이랑 맥주 오백,"

"후레시, 후레시."

 

갑자기 급하게 훅 들어오는 택운이가 후레시를 외친다. 잘못들은건가하고 후레시?라고 되물었더니 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인다. 표정이 제법 진지한게 더 의아했지만 일단은 주문 먼저 하기로 결정 한 뒤 다시 알바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맥주말고 후레시로 하나 주세요."

 

알바생은 메뉴를 한 번 확인 하고는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 와중에 그의 시선은 그 알바생이 사라지는 방향을 놓지 않았다. 그래 알바생이 예뻤지? 내가 봐도 피부도 깨끗하고 눈도 말똥말똥한게 귀엽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가 그런 반응을 할 줄은 몰랐다. 아 살짝 빡친다.

 

"왠일로 소주마신대? 너 원래 쓰다고 안좋아하잖아."

 

그제서야 그녀를 향한 시선이 내게로 돌아왔다. 뭔가 멍하니 있다가 퍼뜩하고 깨달았다는 듯이.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어 머리를 긁적인다. 멋쩍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쑥쓰러워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눈을 찡그리는데 뭐랄까, 마냥 멋있어보인다는 느낌보다는 이 친구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왜, 그.... 소개팅녀 때문에?"

 

이내 내어진 소주를 휘황찬란하게 흔들어 회오리를 만든 다음 택운이 잔에 한가득, 그다음 내 잔에도 한가득 채웠다.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뭔소리야 도대체."

 

생각보다 뜸을 들이는 게 뭔가 좀 정리할 생각들이 많은건지 신중하게 골라가며 하는 말도 뭔가 이해되지 않게 들려왔다. 그 누구라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라 뭐 잘 말해봐야 우문현답이란건가 이게. 왠지 곧장 고백하려하다가도 이내 빙 돌려버릴 것 같은 그의 표정이 계속해서 미묘하게 바뀌어갔다. 그리고 어디를 봐야 할 지 모르는 듯 방황하던 그의 눈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작은 잔을 발견하고는 이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쭉 들이켰다. 그렇게 싫다고 권해도 마시지 않던 소주를 원샷하고는 씁슬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있는 인상을 구겨버린다. 그게 인생의 쓴맛이란거다.
혀를 차며 나도 그를 따라 쭉 들이켰다. 오늘따라 왜이렇게 단건지. 택운아 나는 오늘이 그날인가보다.
다 비운 잔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를 위해서 곧바로 두번째 잔을 나누었다. 그에게 건배를 권하기도 전에, 잔이 다 차자마자 그는 술잔을 들어 또다시 한 방울도 안남기고 들이켰다.

 

"써......"

"그럼 뭐 처음에 쓰던게 또 마시면 좀 맛있어질 줄 알았냐?"

 

귀여워서 피식 웃고는 내 잔도 털고나니 어느 새 택운이의 손에 소주병이 쥐어져있었다. 내 것이 비기를 바랬다는 듯이, 테이블에 잔이 닿자마자 바로 가득 채우고 자신의 것에도 가득 채웠다. 그 잔의 술도 이내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 사라졌지만.
그리고 네번째. 그가 소주병에 손을 내미는 때를 알고 먼저 뺏어 들었다. 평소 마시지도 않던 걸 왜이렇게 갈망하는지. 자기가 그러면 내 마음이 더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는 건지. 그의 시선이 차츰 올라와 나와 마주했다. 그 세잔으로 그의 동공은 풀려있었다.

 

"혁아...."

 

꼬였어. 이제 내이름도 막 지어서 부르네. 그러고 있기를 삼초? 오초정도 지났을까, 정신차리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며 크게 젓는다. 그 와중에 소주병을 잡으려 뻗었던 팔은 갈 곳을 잃은 채 고개를 따라 허우적 거리다가 이내 힘없이 테이블에 널부러졌다.

 

"아니아니, 학연아....."

"왜"

 

대답을 해주니까 또 베시시 웃는다. 이젠 아예 자기 팔에 기대어 눕다시피하며 힘없이 나부라진다. 이거가지고 취하면 진짜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려구.... 괜한 걱정이 앞선다. 한숨을 푹 쉬고 내 잔을 채우니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쏙 빼가서는 자기가 마신다.

 

"야!"

 

거봐 또 그렇게 인상 쓸거면서. 또 눈 마주치니까 베시시 웃는다. 억지로 짓는 눈웃음으로 화답한다. 그제서야 맘이 놓였는지 술에 의존됐는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볼을 두어번 톡톡 쳐대며 눈을 껌뻑껌뻑였다. 그대로 나를 마주한다.

 

"내가 많이 생각해봤어."

"뭘?"

 

난 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가 뺏어간 내 잔을 찾아 남은 막잔을 비웠다. 역시 달다. 막잔인데 남자친구나 사귀게 해주세요. 택운이로.

 

"여기, 후레시 한 병이요!"

"솔직히 소개팅 많이 해봤어."

"그거 고백하려고 거하게 취하셨어요?"

 

오늘따라 너 내 가슴에 비수 엄청 꽂는구나. 난 또 네가 여자한테 흥미없다고 했을 때 그대로 믿었잖아. 최소한 나한테 가망은 없더라도, 널 가질 수 있는 사람도 따라서 없길 바랐는데...
약간은 비꼰 내 말에 또 절래절래 고개를 젓는다. 손가락은 왜그러고 있는거야?

 

"내 말 좀 들어봐...."

"......."

"진짜 예쁜 애들도 있었고..... 엄청 귀여운 애등도 있었고.... 가, 가슴도 큰 애도 이썽는데....."

 

와 진짜 이건 못들어주겠다. 예쁜 애들에 한번, 귀여운 애들에 두번, 가슴 큰 애들에 세번, 거짓말 안하고 드라마에 나오는 상처입은 남자 주인공마냥 눈이 파르르 떨렸다.
급하게 새로 놓여진 소주병을 깠다. 그가 더 말하기 전에 나도 그 만큼 취하고 싶었다. 그냥 술에 취해서 다 잊지 않으면 내일부터라도 그에게 웃으며 마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그 수많은 소개팅녀들 중에 한명과라도 잤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정신이 들면서 화가 났다.

 

"근데, 걔네들 앞에 누가 있었는지 알아?"

"누구...."

 

 

 


".....너....."

 

 

 

 


*

 

"뭐.....?"

 

잔을 채우던 손이 멈췄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싸한 기분이 내려갔다. 머리에 피가 안 통하는 듯이 눈 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잘못들은 걸까? 장난, 그래 장난인거지 술 들어갔잖아. 평소에는 내가 치던 장난이니까 이번엔 자기가 하는거지.

 

"뭐래, 장난 치는거
지?"

 

일부러 크게 웃었다. 웃다 말았다. 이때 즘이면 또 피식 웃으면서 날 우습게 바라봐야 할 텐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괜히 오버액션하는 내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대로 온 몸이 굳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말이 없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도 전환 할 만 한데 내 진심이 너무 커서 그러질 못했다. 안돼, 얼굴 근육이 이상해진다. 안되는데, 택운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내 표정 보면 안되는데. 오해하면 어떡하지. 차라리 장난이라고 말해주면, 사실 진짜라면.
제발.

 

"나도 알아. 미친놈 같은거...."

 

정적을 깬건 택운이였다. 그는 침착하게, 천천히 자기 잔을 채웠다. 마법처럼 굳어있던 내 몸도 그의 목소리에 따라서 서서히 풀어졌다. 아,아니..하고 목에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처럼 흘러나왔다. 이제서야 어지럽게 그려지던 생각들이 멈춰갔다. 그가 고백을 한 것 같다. 내게. 그것도 남자인 나에게.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그와의 인연이 가까워 지기를 그토록 반겼는데 왜일까. 후, 그의 한숨이 심장을 때려박는다.

 

"니가 부담스럽다면 이제 나 안봐도 돼. 대신 하나만 더 말할게."

 

그가 다섯번째 잔을 비운다. 소리 없이 인상을 찌푸리지만 뭔가 참고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마치 이 상황을 벼텨보려는 듯이. 빈 잔을 손안에 두고 굴리기를 한참이 지나고 이젠 결정했다는 것 처럼 테이블에 탁 하고 소리나게 내려 놓았다. 푹 숙인 고개에서 그의 표정을 읽기는 힘들었다.

 

"넌 왜 맨날 내 옆에 있냐."

"왜, 왜냐니...."

 

제발, 제발 차학연 표정관리 좀 하자. 지금 너한테 좋은 상황인거아냐? 네가 바라던 일이잖아. 그가 날 이성으로써 신경쓰고 있잖아. 그런 표정 짓지마. 택운이가 상처 받잖아... 안돼.....
그가 고개를 든다.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웃는다. 아 사랑스럽다. 이와중에 난 또 머릿속에서 그를 괴롭힌다.

 

"왜 맨날 내 옆에 있어서 맨날..."

"니 생각만 나게 하냐...?"

 

쿵. 심장이 내려 앉은 것 같다. 결국 그의 뺨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프다. 그가 나때문에 아파하고 운다. 나 때문에 속이 타들어갔다. 나처럼.
나 처럼?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을 때, 그제서야 정신이 들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입으로만 미소짓고 있었다. 조명의 역광때문에 그의 얼굴이 점점 그림자로 짙어졌다. 택운아, 입술을 뗐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미안, 나 갈게. 안녕."

 

 

 

 

 

*

 

그를 따른 시선만 두고 멍 때리기를 한참, 부랴부랴 계산하고 그가 제발 내 시선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주점 밖을 튀어나왔다. 주위를 둘러 봤지만 휘황찬란한 조명들과 의외의 인파들만 비틀거릴 뿐, 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씨...바....ㄹ..... 나도 모르게 욕짓거리들이 입에서 툭툭 내뱉어졌다. 주위를 계속 둘러보고 이쪽으로도 가보고 저쪽으로도 가보며 어디서 질질 짜며 걸어갈 남자 하나를 애타게 찾았다.
아 맞다 전화, 전화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걸었는데, 왠걸. 아까 그 주점 골목에서 낯익은 벨소리가 울려왔다. 혹시나하고 슬쩍 골목을 바라보니 뭔가 커다란게 쭈구리고 앉아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하곤 끊어버렸다. 동시에 내 전화기의 울림도 끊겼다.

 

"정택운!"

 

커다란 덩어리가 움찔하고 움직이는게 눈에 보였다. 날 보고 있는건가?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는 것 같아보여 천천히 그를 향해 골목 안쪽으로 발을 딛였다.
그가 벌떡 일어서더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택운아, 택운아 잠깐만."

 

도망가지마. 할 말이 있단 말이야. 그가 뒷걸을음치며 입술을 열었다. 그의 말투가 왠지 딱딱하게 느껴졌다.

 

"오늘 일을 잊어달라는 말은 못해. 그런다고 우리 사이가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않을테니까."

 

난 왜 너 만큼 용기가 없었을까. 너보다 내가 더 먼저 널 좋아했는데. 네 눈에 내가 밟히길 바랐는데. 내 마음만 아팠으면 됐는데. 나만, 나만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가면 그걸로 됐는데.
그를 향해 어둠 속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이상하게 바깥의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가 그 공간에서는 단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몸짓과 나의 발자국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그가 더 이상 도망가지않게 재빨리 그의 팔을 낚아챘다. 꽤나 당황하는것 처럼 보였지만 그도 발버둥 친다거나 굳이 힘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내 진심이 보여지길 바랐다. 그의 모습이 점차 옅은 조명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니 얘기 들었으니까 너도 내 얘기 좀 들어."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 쉬었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내심 그래도 쪽팔리니까 취중진담 같은 건 하기 싫었는데......오히려 이게 우리에게 더 어울릴 수 있겠다 싶었다.

 

"택운아."

"나도 네가 좋아. 좋아해. 네가 날 신경쓰기 시작하기 전부터.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훨씬 전부터,
너 사랑했어."

".....어?"


택운이가 갑자기 풀석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나는 또 놀라서 따라 주저앉으며 그를 부축했다. 괜찮아? 잔뜩 긴장했던 몸이 이제야 풀렸다는 것 처럼 그는 살짝 나를 밀쳐내고 벽에 기대 앉았다. 두팔을 감싸 얼굴을 덮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골목에서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 귀여워. 술이 들어가서인지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꾸물꾸물거리는데 덩치도 커다란게 그러고 있으니까 더 사랑스러웠다.

 

"아, 나는. 그런것도 모르고..진챠......나만.....미친 줄 알고....."

"택운아"

 

일부러 분위기를 가라앉히기위해 목소리를 낮춰서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서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나와 마주했다. 그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가볍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내가 설마 이럴줄은 몰랐는지 택운이의 눈이 커져선 벙찐 얼굴로 굳어버렸다. 아이구 놀랬쪄여? 그를 향해 씩 웃어주니, 그제야 푸흐흐하고 웃는다. 넌 웃을 때 가장 예뻐. 택운이의 양 볼을 슬그머니 잡고 고정시켰다.

 

"사랑해."

"나두.."

"나두 뭐?"

"..........사랑해."

 

그가 전한 단 한마디 말이 가슴 속에 박혀 녹아들었다. 그에게 점점 다가가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뭐가 웃긴지 서로 입을 맞추면서도 푸흐흐하고 웃어버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좁은 골목길 속에서 서로의 입술을 탐한 채 사랑을 속삭였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먼저 용기내줘서.

 

 

[빅스/엔택] The Answer is You | 인스티즈

 *드라마 난로 트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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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대박이당 택운이가 소개팅얘기할때ㅏ마다 저도 학연이랑 같이 놀랐어요ㅠㅠㅠㅇ오ㅓ 짝사랑이 아니고 맞사랑이였다니ㅠㅠㅠㅠㅠ글 잘 읽고 가요!ㅇㅌㅎㅅ
10년 전
독자2
아 좋다ㅠㅠㅠㅠㅠㅠ취향저격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
10년 전
독자3
아...내스타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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