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이 백희와 백현을 처음 만난 지 두 달이 좀 넘었을까, 찬열이 저녁을 먹고 집에 가는 시간은 날이 갈수록 늦어갔고 금요일 같은 날이면 아예 집에서 옷을 가져와 백현의 집에서 자고 가는 날도 생겨났다.
처음엔 백희와 단둘의 공간에 자꾸 찾아오는 찬열이가 불청객같이 불편하기만 했던 백현이도 얼마 안 가 원래부터 3명이 함께 생활하던 것처럼 찬열이 오는 것이 마냥 당연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주말같이 찬열이가 없는 날이면 괜히 심심하기도 했다.
"둘 다 손 똑바로 안 들어?"
"아빠아..."
"백현아아..."
"뭐!"
찬열과 백희가 한걸음 다가온 여름의 더위에 물총을 가지고 노는 것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집 안에서 물총 놀이를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백희는 그렇다 쳐도 박찬열 저 인간은 다 커서 뭐 하는 거야 진짜! 일이 끝나고 느긋하게 집에 들어온 백현은 지붕이 없는 집에 비라도 내린 것 마냥 물로 가득한 집안에 홀딱 젖어서는 뭐가 좋은지 물총을 쏘아대고 있는 둘의 모습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 했다.
찬열과 백희를 거실 한쪽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게 한 뒤 집 안을 한번 둘러본 백현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고 그런 백현의 모습을 본 찬열과 백희는 입을 꾹 다물고 백현의 눈치만 보았다.
"내가 못 살아 진짜..."
"청소 내가 다 할게!"
"백희도 청소 할게요!"
"둘 다 조용히 안 해?'
손으로 이마를 짚고 울상을 짓는 백현을 보고 찬열이 재빨리 제가 청소를 하겠다며 나서자 그런 찬열을 뒤따라 자기도 청소를 하겠다는 백희였다. 그런 찬열과 백희를 쏘아보자 금세 시선을 피하는 둘이었지만 언제 눈빛 교환을 했는지 이곳저곳 청소하는 백현의 뒤를 한 손에 걸레 하나씩을 들고 졸졸 쫓아다니는 둘이었다.
서투른 손길로 물기를 열심히 닦는 둘을 힐끔 본 백현은 피식 웃고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을 준비했고 둘은 백현이의 화가 풀린 것 같다며 작은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조용하게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못난이들 얼른 와서 밥이나 먹어."
청소를 다 한 것인지 옷을 갈아입고 똑같이 거실에 대자로 뻗어있는 찬열과 백희를 부르자 언제 피곤했느냐는 듯 벌떡 일어나 식탁으로 뛰어오는 둘을 보고는 백현이 고개를 저었다.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냐"
인사를 하고 젓가락을 집어든 찬열과 백희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이게 뭐야...
"햄 어디있어?"
"콩이랑 풀밖에 없잖아..."
자신에게로 쏠리는 원망 가득한 네 개의 눈을 무시한 채 각각의 밥그릇에 시금치를 올려주자 똑같이 인상을 쓰는 모습이 마치 아빠와 딸 같아서 백현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햄 안 줄 꺼야.
"그럼 소세지는 줄꺼야?"
찬열의 바보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찬열은 물론 백희의 표정도 울상이 되어갔다.
"그런게 어딨어!"
"아빠 백희는 이거 싫어요..."
"둘 다 조용히 해."
"....."
"....."
"....."
"...백현아..."
"아빠..."
"조용히 하라고 했지. 안 먹을꺼면 먹지 말던가."
"....."
".....'
"....."
"...앞으로 잘할게 백현아! 응?"
"백희도 이제 집에서 물총놀이 안 할게요!"
"....."
"아아 백현아~ 세상에서 제일 착한 백현아~"
"아빠가 제일 멋있어요!"
아무 반응 없이 밥만 묵묵히 먹자 백현의 뒤로 와 어깨며 팔이며 안마를 하면서 애교를 부리는 둘의 행동에 백현은 백기를 들며 웃고 말았다. 하여튼 내가 이 둘을 어떻게 이기겠냐. 백현이가 웃는 걸 보자 그제야 따라 웃으며 자리에 앉아 콩이며 나물이며 입안에 가득 넣고 먹는 찬열과 백희를 보고 백현은 올라간 입꼬리를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백희랑 놀고 집에 가면 진짜 외로워 죽겠어-"
"그럼 안 외롭게 이제 백희랑 놀지 말고 바로 집 가면 되겠네."
"에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긴.. 솔직히 나 있으니까 좋지?"
"....."
"응? 좋지?"
"....."
"나 여기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지?"
"....."
"솔직히 나는 집에 가서 잠만자는데 완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아?"
"....."
"나는 여기서 너랑 백희랑 같이 살고 싶은데."
"....."
"백희야, 백희도 오빠랑 같이 살고 싶지?"
"네!"
"근데"
"응?"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도대체 왜 오빠야?"
"그럼 아저씨게?"
"그럼 아저씨지."
"와.. 나 아직 결혼도 안한 20대거든?"
"완전 양심없어."
어느새 이야기의 주제가 다른 데로 흘러가 옥신각신하던 둘은 순간 마주친 눈에 서로 멈칫했다. 갑작스럽게 흐르는 이상한 기류에 입에 있던 밥을 마저 씹어 삼킨 백현이 먼저 고개를 돌렸고 찬열도 이내 말없이 밥 먹기에 열중했다.
"....."
"...그러든지."
"응?"
"들어오싶으면 들어오라고."
"헐..."
예상하지도 못했던 백현의 대답에 입을 떡 벌리고 저만 쳐다보는 찬열을 뒤로하고 백현은 헛기침을 몇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씽크대로 가 얼마없는 설거지 거리만 만지작 거렸다.
"진짜?"
"싫음 말아라."
"안 싫어! 완전 좋아!"
환호성을 지르며 집안을 방방 뛰어다니는 찬열의 모습에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찬열을 타박했다. 아랫집에서 올라와 조용히 해! 그 말에 찬열이 여전히 실실 웃으며 싱크대로 와 강아지처럼 백현의 주위를 맴돌며 말했다.
"내가 생활비도 보탤게!"
"그럼 공짜로 먹고 자려고 했어?"
"아니! 그럼 막 우리 둘이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그러나?"
"나는 백희랑 잘 건데? 내가 딸을 놔두고 누구랑 자"
"에이. 백희도 이제 다 컸는데 혼자 잘 때 됐잖아!"
"그런 소리할 거면 들어오지 마."
"아아 알았어! 그럼 너랑 나랑 백희랑 셋이! 아 생각만 해도 좋다-"
한참을 부엌에서 떠들어대던 찬열은 시계를 한번 힐끔 보더니 벗어놓았던 정장 마이를 챙겨입고 몸을 숙여 백희에게 볼을 들이대면서 뽀뽀. 라고 하자 백희가 찬열의 얼굴을 잡고 볼에 살짝 입을 맞춘 뒤 떨어졌다.
"가게?"
때마침 설거지를 끝내고 나오는 백현이를 보고 씨익 웃으며 백희에게 했던 것처럼 볼을 들이대면서 뽀뽀. 라고 하자 백현은 인상을 쓰며 찬열의 얼굴을 밀어내었고 찬열을 능글맞게 웃으며 이번엔 입술을 쭉 내밀었다.
"백희 아빠는 여기에 해주고 싶구나?"
"내일부터 백희 보기 싫은 가봐? 좋은 말로 할 때 곱게 가시지?""
정색을 하고 저를 보며 말하는 백현이를 보던 찬열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재빨리 백현이의 볼에 뽀뽀하고 백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나갔다.
"잘자!"
한참을 찬열이 닫고 간 현관문만 멍하게 바라보는 백현의 얼굴이 점점 달아올라 귀까지 빨개졌고 그런 백현을 멀뚱멀뚱 올려다보던 백희가 말했다.
"아빠 사과같아요!"
| 작가의 말 | ||
제가 하트하는 독자님들의 말씀대로 번외를 썼는데....... 원래는 찬백행쇼한 뒤의 얘기를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아직 행쇼하기 전의 썸타는 모습만 담았네요..... 마음에 드시려나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원래 제가 한 글에 사진은 하나 올리는데 저 움짤들은 다섯개 전부 다 글과 잘 어울려서 그냥 다 첨부해요.... 들이대는 찬열이와 밀어내면서도 웃는 백현이ㅋㅋㅋㅋㅋㅋ
신알신 해주신 분들, 댓글 써주신 분들, 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하트 합니다 ㅠㅠ 오타지적과 피드백은 항상 감사히 받고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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