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x도경아]
<민서: 민석, 종미: 종대, 경아: 경수 여체화 입니다.>
도와줘요 변군!
* ep1. 오후의 홍차
w. 맛살
"저 선배 괜찮지 않아?"
'오후의 홍차'라고 들어나 보았나.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실은 별거 없다는 게 문제다. 민서가 아주 좋아라하는 찻집 이름일 뿐, 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이 쓸데없는 '오후의 홍차'를 언급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을 떼어야 한다. 홍차빠레기, 즉 홍빠로 과 내에 유명하신 김민서와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사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찻집인데, 거리가 멀어서 자주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민서는 항상 홍차를 달고 살아서 자주 그 집 얘기를 하곤 했다.
민서와 친한 나는 가본 적도 없는 그 곳을 마치 가본 사람처럼 홍차의 맛을 상상으로 추려내곤 했는데 나는 처음에 민서에게 이 찻집 영업질을 당했을 때 참 시달렸던 신입생 당시라 쓴 맛으로 밖에 생각을 못했다. 현재에도 줄곧 이어지는 그 맛에 진저리를 치지만 민서의 말을 빌리자면 그 맛은 황홀하며 정신이 파뜩 차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그 맛을 느끼질 못하겠다는 게 문제였다. 그니까 이 길고 지루한 서론을 짧게 단 한 마디로 추린다면 결단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 생각이 지금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진짜 멋있어."
바로 남자한테 쥐뿔도 관심 없던 이 김종미가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것이다.
종미는 과 내에 유명한 숙(쑥)녀였다. 별명? 당연히. 김종미 별명이 좀 많은데 바로 대표적인 2가지가 비글 선배, 쑥녀라고 불린다. 비글은 모두가 알다시피 키우기 좀 어려운, 거칠게 말해 Baby dog(개새끼)인데, 바로 이 숙(쑥)녀는 '쑥스러움 따위 먹어치운 여자' 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귀여운 후배들 마저 종미를 비글 선배, 또는 쑥녀 언니, 쑥녀 누나라고 부른다. 그만큼 과 내에서 쑥스러움과 남자를 모른다고 유명한 김종미가 사랑에 빠지다니 그것도 '남자'에게. 이 학교에 들어온지 1년만에, 아니 내가 본 종미의 모습이 1년동안 헛이었던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올 만큼 대단한 충격에 휩쓸리기 충분했다. 난 분명 종미랑 친한데? 이게 말이 돼?
갑작스런 짝(사랑)밍아웃을 당해 혼돈의 카오스를 경험하고 있는 나는 멍하니 구장의 선배들을 지켜보기 바빴다. 실은 말만 멍하니 였지 귀는 열려있었다. 바로 이 종미가 반한 '남자' 선배가 누군지 매우 아주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캠퍼스 운동장에서 축구 삼매경에 빠진 우리 과 '남자 사람' 선배들 중임이 분명했다. 공 하나에 왔다 갔다 거리는 그 꼴들을 무심코 지켜보던 홍빠 민서와 쑥녀 종미 그리고 나는 아직 오지 않은 더위 앞에 쭈쭈바 하나 물고 처량하게 종미의 짝밍아웃을 당해야만 했다. 이 서러움을 느끼기 이전에 나는 축구에 가장 열중인 한 선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종미가 눈에 하트를 잔뜩 달면서 쳐다보는 선배가 바로 저 선배이기 때문에. 이름이 뭐였더라, 좀 많이 말이 많은 선배였던 것 같은데…. 성도 특이했고….
"뭐? 미쳤냐? 경아야 종미 봐라. 김종미가 남자 앞에서 다 죽었네."
나를 대신해 잔뜩 놀라주며 열을 올리는 민서에 공감하며 하트 만빵인 종미를 슬쩍 쳐다보다 다시 '그 선배'를 주시했다.
뭐, 축구는 잘하네. 근데 누구였더라?
"야, 저 선배 완전 또라이야 상 또라이. 그거 너가 더 잘 알잖아."
"무슨 소리야! 너가 선배를 몰라서 그래! 존나 멋져, 진심."
꿰여도 단단히 코가 꿰인 종미는 아까부터 아주 사랑 타령이시다. 야, 너네 저 선배가 얼마나 멋있는 줄 알아? 어제 말이야…. 운을 떼려던 종미가 갑자기 말을 끊더니 궁금함으로 포화상태된 민서를 놀리려는 수작인지 아니면 당당히 한 골을 넣어 본인의 팀에 우승을 먹게 한 장본인 '그 선배'를 보고 감동을 먹은 건지 중간에 벌떡 일어나 들고있던 쭈쭈바 역시 내팽겨 치고 민서의 홍차 병을 훔쳐들고 달려가 그 선배에게 사랑의 홍차(분명 민서 꺼)를 가득 담아드렸다. 선배, 이기셨네요. 역시 선배야! 찡긋 거리며 애교가 넘치는 종미의 놀라운 모습에 민서는 분명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헐퀴, 김종미 진짜 미쳤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지만 매우 동감이라고!
민서는 세상이 벌써 미쳤다며 벌떡 일어나 종미를 뒤따라 가서 꿀밤을 쥐어줄 태세를 준비했다. 나는 은근히 눈치를 보다가 뭔가 이때다 싶어 민서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 선배 누구야? 돌아오는 답은 없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는 민서는 충분히 당황한 듯 해보였다.
저 선배 몰라? 끄덕끄덕. 우리 과 그 선배잖아, 김종미랑 맞먹는. 모르겠어. 대화가 오가도 나는 전혀 감을 못 잡았다.
아, 맞다. 나는 눈치가 더럽게 없다. 그리고 웬만큼 친한 사람 아니면 잘 기억 못한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안면 인식 장애는 아니구요.
*
김종미의 사랑을 이유로 하고 한 잔을 거하게 했다. 덕분에 세상이 빙글빙글 거리고 속은 꿀렁꿀렁 거려 제정신도 차릴 수 없었다. 우리 중 제일 술이 센 민서가 그나마 사랑암에 걸려 난동을 피우는 종미를 말려서 다행이지, 민서 아니었으면 이 나이에 경찰서 끌려가서 조서나 일백장 쓰고 올 뻔 했다. 오늘은 민서의 공이 가장 컸다. 내일 보자. 수고해. 종미와 민서는 집이 같은 방향이라 같이(말이 같이지, 거의 민서가 엎고 갔다.) 떠났고 이대로 흩어진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발을 뗐다. 어느정도 걷고나니 조금 큰 도로가 나왔다. 신호등이 있어서 초록불이 뜰 때까지 기다리는 중, 밤 공기를 들이마셨다.
밤이라 그런지 으슬으슬 추위가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으, 추워. 뉴스에서 '지구가 점점 미쳐갑니다' 라고 정확히 말은 안 하지만, 분명히 지구는 미쳤다. 봄인데 너무 추운 거 아니야? 내뱉은 한숨과 혼자만의 독백을 즐기다가 언젠가부터 기분 나쁜 손길이 허벅다리에 와닿았다. 뭐야, 뭐야. 취기에 정확히 보이지도 않고 몸도 채 제 멋대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주름이 진 손인데…. 기분이 너무 나쁜 손길이었다. 소름 돋아.
잔뜩 온 몸에 날이 선 순간에 몸이 한 쪽으로 쏠렸고, 어깨부근에 나와 같이 술내가 묻은 팔이 걸쳐졌다. 다행스럽게 몸이 옆으로 끌려가 안기게 되자 기분 나쁜 손은 허벅지에서 떨어져 나갔다. 누군지 조차 가늠을 못하고 안겨있던 터라 놀라서 떨어지려던 참이었지만 날 안은 상대방의 행동이 빨랐다.
"좀 차갑네."
싱글벙글 웃으며 내 두 볼을 잡는 그 손길은 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정했고 따뜻했다. 정말 농담이 아니라, 손이 너무 따뜻했다. 원래 열이 많은 사람인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로 따뜻했다. 이 날씨에 손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얼굴은 낯이 익었다. 술에 쩔어도 뭔가 어디서 본 것 같단 느낌은 단박에 느꼈다. 낯이 익다. 익어도 너무 익었다. 그리고 축구가 생각났다. 축구와 이 얼굴…. 나를 마치 여자 친구 처럼 대하는 이 사람은
"춥지, 얼른 들어가자."
선배? 성이 특이하고…. 작년에 군대를 제대했다고 군필자라 유명하고,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조각조각 끼워 맞춰지는 상대의 정보에 슬슬 퍼즐이 맞춰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학교, 그러고 보니까 종미의 짝사랑 당사자. 이름이, 이름이. 변씨, 변 선배. 이름은 기억이 안 나. 어느새 허벅다리에 붙어있던 그 변태적인 손길은 떨어져 나간 걸 다시 기억해냈다. 아, 이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난 누구한테 빚만 지는 게 제일 싫다.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교차되어 직격타로 빵 터져 그저 멍하니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취기에 섞여서 몽롱했지만 선배는 분명 웃고 있었다…가 정색했다. 뭐야? 갑자기 따뜻했던 손에 밀쳐져 버려 아까보다 열배는 더 놀라버렸다. 뭐지? 무슨 상황이지? 이 와중에 반짝이는 초록색 빛이 눈에 밟혔지만 상황이 상황인 지라.
날 밀치고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손 꽂는 그 행색, 취해서 불그스름 해보이는 얼굴의 옆테가 눈을 사로잡았다. 정신 없는 상황에 연속이라 당황한 속내를 감출 수 없이 선배를 쳐다봤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겸 아까 손길이 와닿았던 곳을 쳐다보니 이미 그 변태는 달아난 게 분명했다. 이런, 빚졌다.
"…저기 선배."
흘깃 내 쪽을 쳐다보는 시선에도 나는 굳세게 선배를 쳐다보았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궁금해서 잠 못잘 정도? 아까와는 태도가 너무 다르다. 이건 술에 쩔어도 직감적으로 느낀 건데, 저 선배 날 도와준 게 확실하다.
"저 아세요?"
나는 선배 몰라요. 술에 취해 잘못해서 튀어나갈 뻔한 말을 조심스레 집어 담고 본론만 말했다. 날 아니? 나름 내 쪽에서 신경 써본다고 단조로우면서도 친근한 말투로 내붙인 건데 이 놈에 술에 뭉개진 발음이며 추위에 입이 얼어서 바보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한 셈이 되어버렸다. 나를 알아서 이런 호의를 베풀어준 건가? 아니면 그냥 여자니까, 아니면 그냥 저 변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알게 뭔데."
"네?"
"너 치마 좀 똑바로 입고 다녀라."
"… 선배, 저… 아니 잠깐."
"우리 과 맞지 너."
매섭게 몰아붙이는 선배에 잔뜩 긴장하고 얼어버렸다. 뭐라 반응해야 될지 감이 도통 잡히지 않자 멍청하게 선배만 바라보다가 나는 또 2차적으로 선배에게 빚을 졌다. 정신 빠진 사람 처럼 청승맞게 서있던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선배는 신호등에 붉은 빛이 띄자마자 내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가자, 너 코 빨개. 저 안 그래요. 안 그러긴 뭐가 안 그래 생긴 게 딱 루돌프 같은데. 킬킬 대는 꼴이 재수 없어 눈길을 치우고 선배의 손에 이끌려 걸었다. 아까의 긴장감은 금새 또 사라졌고 묘한 감정만 앞섰다.
그래서, 나는 지금 뭘 하는 거지?
이끌려 걸었다고 치지만 선배와 나의 사이 보폭은 줄어들 틈이 없이 우리는 걷고 걸었다. 같이 걷는 게 아닌 저쪽 마음대로 나를 끌고 가는 꼴이었다. 이 선배는 우리 집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걷는 게 역시 취하긴 취했구나 싶었다. 이쪽도 취했고, 저쪽도 취했고. 제법 그래도 내 자신을 추켜세우는 생각을 하다가 선배에게 잡힌 손목을 바라보았다.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따뜻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손이 참 따뜻하다. 원래 열이 많구나. 한참을 체온을 공유하고 있을 때 내 손목도 차츰 젖어들어갔다. 따뜻하다. 선배는 걷고 걷다가 환한 불빛으로 꽉 찬 카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았던 손이 슬쩍 손으로 내려갔다. 내 손은 얼음장 처럼 차가울텐데 표정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뭘봐. 무심한 표정이 꼭 그렇게 말했다. 선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달랐지만.
"너네 집 어디야."
"……."
말투가 꽤나 건방졌지만
"데려다 줄게."
오늘 나는 민서가 이때까지 약을 파는게 분명했던 것 같은 이상한 '오후의 홍차' 그 맛을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사고 쳐버렸다 |
퇴고도 제대로 안 하고 무작정 갈긴 글이라 형편 없을 지도…. 읽으시느라 수고했어요 :-3 분량도 거지같네 껄껄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EXO/백현x경아] 도와줘요 변군!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5/f/75f839aebe1f6b955876589897b6fe22.jpg)
한국인의 THE 발음이 웃긴 일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