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수험생Y양
여주는 고3 수험생임. 오늘은 시험 첫 날이라서 일찍 마쳤기 때문에 점심만 먹고 바로 독서실에 박혀 공부 하려했지만, 전 날 새벽 3시까지 책을 붙들고 있느라 피곤에 지친 몸 덕분에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버렸음. 결국 점심 먹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잠에서 깬 여주는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내며 (받아줄 사람은 정작 자신밖에 없는데 말임.) 똥머리를 대충 말아 올려 입에 고무줄을 입에 문 채, 서둘러 집을 나왔음.
독서실 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푹푹 찌는 날씨에 여주의 짜증은 더 해 졌을 듯.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볼에 무언가 찬 것이 툭- 하고 묻었음. 정확하게는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해야 맞겠다. 여주는 깜짝놀라서 뭐지? 하고 하늘 올려다봤다가 투툭 투두둑. 하고 여주의 얼굴로 내리는 비에 에라이 미친. 하면서 욕을 작게 읊조리고는 근처에 보이는 옷 가게 앞 천막 밑으로 냅다 뛰었음. 조금만 더 가면 독서실 입구가 보이는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음. 여주는 발만 동동 굴리며 소나기이길 바랐지만, 비의 양은 눈이 띄게 더 불어났음. 속으로 온 갖 쌍욕을 해대며 야속하게 내리기만 하는 비를 노려보고 있는데, 시야에 한 남자가 밟힐 듯.
남자는 여주와 같은 독서실을 다니는 남자 애 였음. 웬만한 사람 잘 기억 못하는 여주가 이 남자 애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 하나임. 사람인지 의문 들 정도로 잘 생긴 외모 때문임. 딱 그거 뿐이었음. 뭐, 하나 덧 붙이자면 가끔 휴게실에 물 뜨러 갈 때 마다 앞머리에 웬 이상한 핑크색 집게핀을 꽂고 열심히 공부 하고 있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봐서? 여튼 여주는 그 남자애랑 눈이 딱 마주쳤을 듯. 남자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음. 쓰고 있던 우산으로 얼굴을 휙 가려버리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음. 여주는 남자의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느라 자기도 독서실가는데 좀 씌워 줄 수 있겠냐는 말을 건네지 못 했음. 하는게 더 이상해 보일 수 있었겠지만.
여주는 입맛을 다시며 우산을 쓴 채 뽈뽈 거리며 걸어가는 남자 애의 뒷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음. 그러길 잠시, 남자 애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틀어 뒤를 돌아보았음. 덕분에 여주와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쳤겠지. 여주는 깜짝놀라 눈을 훼둥그레 뜨고는 괜히 쳐다본 거 들켜서 기분나빴나 싶어 재빠르게 시선을 피하고 딴 청을 피웠음. 몸을 좌우로 흔들며 난 아무것도 모르쇠- 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여주는 사실 온 신경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남자 애 한테 쏠려있었음.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똥줄이 타는 느낌이었음. 남자 애는 어느 새 코 앞까지 다가와있었고, 곧 말을 걸 것만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