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에그 - Little Star
개안의 정석
부제: 바리스타와 의사
나와 내 남자친구는 28살 동갑내기이다.
사귄지는 한 2년 정도 된 것 같다.
내 남자친구는 잘생겼다.
내가 여자친구라서가 아니라 정말 누가 봐도 잘생겼다.
그래서 뿌듯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불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남자친구는 내가 불안해 할 때마다 나에게 확신을 주고는 한다.
가끔 싸울 때는 그 누구보다 격하게 싸우는 우리지만...
잔뜩 쌓인 전우애로 평소에는 꽤나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1. 바리스타 황민현
민현이는 바리스타이다.
예전부터 직접 커피를 만들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엄청 크지는 않지만 나름 인기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민현이는 공부도 잘했던 터라 부모님께서 카페 운영을 반대하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회사를 한 1년 정도 다니다가 때려치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와 민현이는 만날 수 있었다.
한 2년 전 쯤에 민현이를 처음 만났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회사가 무슨 대학도 아니고 주말에도 할 일을 주냐며 한참을 투덜댔던 것 같다.
집에서 혼자 하면 정말로 서러워질 것만 같아서 카페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충 모자나 둘러쓰고 동네를 둘러보는데 막 오픈한 것처럼 보이는 카페가 보였다.
꽤나 분위기 있어 보였고 나도 모르게 몸이 이끌렸던 것 같다.
“어서 오세요.”
이때 민현이와 처음 눈이 마주쳤다.
솔직히 후회를 많이 했다.
화장이라도 좀 하고 나올걸...
저 남자의 얼굴이 정녕 실화인가 싶어 혼자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난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러 갔다.
이때 문제가 또 하나 생겼다.
나에게는 결정 장애라는 엄청난 병이 있다.
한 2분 동안 메뉴를 골랐던 것 같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저 다 잘 만드는데.. 추천해드릴까요?”
메뉴를 추천하는데 얼굴이 저렇게 잘생길 필요가 있나..?
후하후하...
침착하자 성유리..
“아 네... 잘생긴 걸로..”
으잉?
나 방금 잘생긴 거라 그랬냐....?
미쳤냐 진짜로?
“그... 잘생긴 메뉴는 뭘까요?”
“... 죄송해요. 맛있는 걸로 추천해주세요....”
“그럼 자몽에이드는 어떠세요? 커피는 아닌데 제가 좋아해서 완전 잘 만들어요.”
“ㄴ... 네..”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한다고 속으로 한 95213번 외친 것 같다.
침착한 척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하려니 음료가 나왔다.
“아 제가 가면 되는데...”
“아니에요. 마카롱은 서비스예요.”
“감... 감사합니다.”
이 날 말을 얼마나 많이 더듬었는지 모른다.
일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자꾸만 그에게로 고개가 돌아갔다.
손님이 안 올 때 그는 독서를 하기도, 핸드폰을 만지기도 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가끔은 킥킥 거리며 웃기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있다가 집에 왔는데 자꾸 생각이 났다.
못 끝낸 일을 하다가도 그 미소가 떠올랐다.
한 이틀을 고민하다가 결국 회사를 가기 전에 잠시 들렀다.
이른 아침이라 문이 열렸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열려 있었다.
“안녕하ㅅ.. 어? 또 오셨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제가 만든 자몽에이드가 꽤 괜찮으셨나 봐요.”
그놈의 자몽에이드는...
자몽에이드 말고 너요.
“... 네. 오늘은 아메리카노로 주세요. 오늘 현생에 꼭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 내 말투 뭐야...
“오늘 현생도 화이팅해요.”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거의 매일 갔던 것 같다.
이름도 나이도 알게 됐고 민현이와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늘 다정하게 대해주는 황다정 선생 때문에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그렇지만 바로 연애를 하게 된 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제주도로 출장을 2주 정도 가게 되었다.
막내가 가는 건 흔치 않다며 나를 꼭 추천해주신 팀장님 덕분에...
감사합니다 팀장님....^^
전화번호도 못 물어봤는데...
나는 진짜 바보다.
그렇게 2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집에 짐을 풀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카페로 갔다.
그때의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막상 카페에 도착하니 민현이는 안 보였다.
카운터에는 다른 알바생이 있었다.
카페에 가면 무조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혹시 나 찾아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
“...”
“미안해요. 갑자기 출장을 가버리는 바람에.. 번호도 모르ㄱ...”
“나한테 일일이 설명 안 해도 돼요.”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냥 좀 친해졌을 뿐이었으니까.
뭔가 잘 돼가고 있다는 느낌도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구나 싶었다.
“지금 왔으니까 됐어요.”
“... 네?”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배고파 보이는데.”
“카페는 어떡하고요?”
“내꺼라서 괜찮아요.”
“...”
“농담이고 기다렸어요 엄청.”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후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공주 지금 몇 시지?”
“... 사랑해.”
“그건 나도 알아.”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너무 편히 잔 게 문제였다.
그 덕분에 늦잠을 자버렸고 결국 약속에 늦었다.
“미안해.. 우리 민현이 고기 먹고 싶어?”
“ㅋㅋㅋㅋ 나 사주는 거야?”
“웅. 그동안 내가 먹은 자몽에이드 값은 해야지.”
“아싸.”
둘이서 한 5인분 먹었나..
오늘따라 너무 맛있는 걸 어떡해?
“와 진짜 배불러.”
“나도... 더 이상은 무리야.”
“황민현.”
“...?”
“너 실망이다.”
“나 뭐 잘못했어?”
“새로 나온 복숭아 빙수 먹으러 가기로 한 거 잊었어?”
“ㅋㅋㅋㅋㅋ 역시 내 여자친구는 남달라.”
“혹시 불만있어?”
“아니. 나도 사랑한다고.”
“응 정말 고맙구나.”
“나 뭐 물어봐도 돼?”
문득 빙수를 먹다가 예전 생각이 났다.
“뭔데?”
“언제부터 내가 좋았어?”
“... 뭘 그런 걸 물어.”
“그냥 궁금해서. 처음에 내가 너 더 좋아했잖아!”
“누가 그래?”
“아니야?”
“... 처음부터 내가 더 좋아했어.”
“...”
“너 출장 갔을 때 내가 얼마나 기다렸었는데... 나 혼자 착각한 줄 알구..”
뭐야...
얼굴 빨개진 것도 잘생겼어.
세상 사람들이 내 남자친구가 잘생긴 거 다 알았으면 좋겠다.
2. 의사 옹성우
남자친구가 의사라고 하면 다들 내게 부럽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랬다.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자신을 희생한다는 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바라본 의사는 조금 달랐다.
수면 시간도 불규칙하고 끼니를 제대로 못 챙기는 건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날이 갈수록 살이 빠져만 가는 옹성우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데이트를 하다가 불려간 적도 많고 이미 짜놓은 여행 계획을 바꾼 적도 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이해했다.
성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건 욕심이었을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나대로 성우는 성우대로 지쳐갔다.
며칠을 앓아 누웠더니 탈이 난 것 같다.
집에서 하루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응 유리야.”
“뭐해?”
“나 일하고 있지. 곧 수술 들어가야 돼.”
“...”
“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
“... 아니.”
“유리야 미안한데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중요한 거 아니면 나중에 전화해도 돼?”
“알았어.”
아프다고 찡찡대려고 전화한 건데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아프다고 해.
나쁜 놈...
억지로 몸을 이끌고 택시를 탔다.
이러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을 찾았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응급실 간판을 찾았고 안도감과 함께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었다.
그리고 너무 보고 싶었던 내 남자친구가 보였다.
“... 옹성우”
“정신이 들어? 괜찮아? 몸은 어때? 아프면 아프다고 말했어야지.”
어후... 정신없어.
이런 상황에서조차 너답다 너는...
“하나씩 물어봐..”
“... 왜 아픈 거 말 안 했어 속상하게”
“말하려고 전화 했었잖아 너한테”
“...”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성우는 급격하게 표정이 굳었다.
그게 괜히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미안해...”
“니가 왜 미안해.”
“나 의사 그만둘까?”
“뭐래...”
“진심인데.. 결혼하자 우리.”
“갑자기? 청혼하는 거야?”
“정식은 아니야. 엄청 멋있게 할 거야.”
“푸흡...”
“... 싫어? 결혼은 딴 남자랑 할 거야?”
“응.”
“...”
“뻥이야.”
“아 성유리 장난치지마.. 심장 멎을 뻔 했잖아”
“ㅋㅋㅋ 이제 일하러 가. 너 찾는 사람 천지잖아 여기는”
“... 알겠어. 아프면 바로 말해야 돼. 간호사 쌤한테 말해놓을게.”
심심해...
링겔도 맞고 약도 먹으니까 이제 좀 살 만 하다.
옹성우 보고 싶어...
할 것도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경외과’라고 적힌 5층으로 갔다.
옹성우도 없고... 심심해..
“병원에 와도 소용이 없어요 소용이...”
“내 욕해?”
혼잣말을 하면서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었는데 옹성우가 나타났다.
“... 타이밍 뭐야.”
“올라왔으면 말하지. 나 방금 너한테 가려고 했는데”
“그냥.. 방해될까봐.”
“휴게실 갈래? 지금 아무도 없는데.”
“응.”
인턴들과 레지던트들이 사용한다는 휴게실로 갔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성우의 책상이 보였다.
조금 감동스럽게도 나와 찍은 사진이 담긴 자그마한 액자가 보였다.
“오~~~ 뭐야 옹성우”
“예쁘지”
부끄러워 하기는...
다리가 아파서 털썩 앉았더니 성우가 그 옆자리에 앉았다.
...
그리고 꽤나 긴 침묵이 이어졌다.
분위기 이상한데..?
“... 핳.. 배고프다 그치”
“키스하고 싶다.”
얘가 부끄럽게 증말..
“... 해.”
벌컥-
“옹성우 여기 있었ㄴ...”
“... 큼큼”
“와하와핳 밥 맛있게 먹고 왔어?”
옹성우 오바하지마...
티나...
“안녕하세요. 성우 여자친구예요?”
“아 안녕하세요. 꼴이 말이 아닌데... 성유리라고 해요.”
“전 김재환이라고 해요. 듣던 대로 예쁘신데요?”
“네...?”
“아 얘가 유리씨 예쁘다는 말을 얼마나 하는지 몰라요.”
“하하하 즈응흐르 금즈흔...”
“ㅋㅋㅋㅋㅋ 아 그랬어요? 대신 사과할게요 제가.”
“아니에요. 이제 저 가볼게요 모처럼 자는 시간이 생겨서요.”
“네네 다음에 또 봬요ㅎㅎ”
“후... 깜짝 놀랐어.”
“나도.”
“근데 옹떵우 나 배고파.”
“뭐 먹을까?”
“이런 날 치맥인데!”
“안 돼. 오늘은 죽 먹자.”
아 놔...
그럼 왜 물어본 거야...
“근데...”
“응?”
“아까 재환씨 되게 귀여우시더라.”
“... 진짜?”
“응!”
“나보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짜증나 성유리.....”
역시 옹성우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내 남자친구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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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개안즈로 써봤어요! 갈수록 필력이 줄어드는 게 제 착각이길 바라며... 정석 시리즈를 계속 쓸지 아니면 다른 글을 쓸지 고민인데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ㅠㅠ 우선 지난 글 2개 다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ㅎㅎㅎ 댓글들도 소중히 하나하나 읽고 있어요오)( 근데 제가 글 올리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서ㅜㅜ 신알신 누르면 바로 볼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용:) 오늘도 좋은 밤 보내세요 독자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