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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온앤오프
동글동혁동글 전체글ll조회 4415l 5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무적정 연락하면 안 받겠지, 얼굴은 꼴도 보기 싫어하겠지. 그런 생각하면서도 계속 네가 떠오르는데, 나라고 마음이 편했겠어?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나재민. 너도 네 생각만 했던 거잖아. 나도 내 생각만 하고 싶었다고. 힘들었어. 헤어진 후로도 계속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건 힘든 것도 아니었다. 너 이렇게 보고 이야기 하는게, 지금 나는, 더 힘들어. 재민아, 믿을테니까 말해줘. 그만, 

 

 

 

 

 

"이래서 내가 얼굴보고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차라리 울어 김여주." 

 

 

 

 

 

 

 

--- 

 

   **암호닉 : 루니 릴리 토쟁이 또잉 야다 동쓰 코코 참새쨍 베리 스윗 베니 뚱이 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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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은 중학교 졸업식 이후로 영 시간이 안 났어. 여주가 사 교복을 사서 입고 사진을 찍어 보내도 한시간,두 시간이 지나고서야 확인하고 아 예쁘네 할 수 있었지. 별 다른게 아니라 공부할 게 많아지고, 부모님 압박이 조금씩 심해졌던 거야. 이제 고등학생인데~ 하면서 외출하는 걸 은근슬쩍 막으셨지. 재민은 답답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빠져지냈어. 물론 여주와의 관계가 전과 같지 않다는 걸 알고 고민하고 있었지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다가 여주친구 A한테 연락이 온거야.

'야, 너 여주랑 무슨 일 있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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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가는 길에 노래나 들으려고, 그래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얼떨결에 문자를 눌러 읽어버린 재민은 하는 수 없이 답장을 보내. 딱히 바로 보내고 싶지도, 이런 문자에 답을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사이가 안 좋은 친구도 아닌데다가, 여주랑은 친한 친구니까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거야.

'없어.'

그런 문자를 받았다는 사실에 괜히 짜증이 난 재민은 뒷머리를 털고는 에이씨 하고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어. 알아,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핸드폰 꺼냈을 때 한 번 이라도 더 여주한테 연락해야 하는거. 그런데 어쩐지 조금, 그러기가 싫어서 이따가 학원 끝나고 연락해야지 하고 만거야. 이어폰 꽂고 그냥 그렇게 고개 푹 숙이고 아직 찬 겨울 바람 맞으면서 걸었어 재민이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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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후에 방을 정리하다가 보니까, 엥 여주 후드집업이 재민이네 집에 있는거야. 이게 왜 있지? 싶으면서도 아 이거 가져다주겠다고 만나자고 하면 되겠다 싶어서 연락을 해. 근데 조금 웃긴다. 사귀는 사이에 핑계가 있어야만 만나나?

'김여주'
'네 후드집업 우리집에 있다.
-'엥??'
-'무슨색?'
'하늘보라색?'
-'헐'
-'그거 없어진 줄 알았는데.'
-'근데 하늘 보라색이 뭐냨ㅋㅋㅋㅋㅋㅋㅋ'

뻘없는 소리 주고 받다가 재민이 먼저 이번 주말에 여주네 집 근처에서 볼일 있다고, 줄테니까 얼굴 보자고 그렇게 말했어. 여주는 당연히 알겠다고 하지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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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당일 아침에 (점심시간 맞춰서 만나기로 했음) 여주는 친구A랑 통화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지. 2월달이라 춥기는 해도 코트 입을래, 괜찮겠지 뭐 하는 여주에 친구가 얼어죽고 싶지 않으면 패딩입고 나가라고 했지만, 여주는 오랜만에 재민이 보는데 그래도 좀 예쁘게 하고 나가고 싶었으니까 절대 그 말 안들었지. 한참을 거울 보다가 딱 집을 나서는데, 친구가 그래.

-그러면 오늘 재민이랑 데이트야?

어...아마? 여주가 확신 없이 대답하니까 친구가 그게 뭐냐고 또 타박하지. 그러다가 친구가 만약 재민이가 볼일 본다고 너무 일찍 가 버리면 본인이랑 만나재. 점심도 안먹고 헤어지게 되면 점심도 같이 먹재. 여주는 알겠다고 대답했지. 일이 있어서 온다고 했으니까, 재민이는 오래 같이 있지 못할거잖아.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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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금 늦었나 하고 만나기로 한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재민이가 쇼핑백 하나 들고 나와. 여주가 반갑게 손 흔들고 그거 건네 받으려니까 나재민이 손을 뒤로 확빼잖아.

"받고 도망가려고?"
"아, 아니거든!"

그래도 조금 이따가 집 갈 때 주겠다고 그 때까지는 본인이 들겠다는 재민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섰어. 우리 어디 갈까? 그랬더니 재민이 으음 하고 고민하더니 시계를 보는거야.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어.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하고 뜸을 들였더니 여주가 오랜만에 오락실을 가재. 그래서 오락실 갔지. 오천원을 몽땅 오백원짜리로 바꾼 다음 비행기 게임도 하고 버블버블도 하고 그랬어. 근데 원래 오락실에서는 돈이 후루룩 사라지잖아. 으악 아쉽다 하는 순간 이미 텅비어버린 주머니로 나오니까 살짝 추운거야. 그래서 재민이가 여주를 구박하더니, 코트 안에 오늘 돌려주려고 가져온 후드집업을 입혀줘. 다정하고, 분위기가 꽤 좋아서 이제 점심 먹으러 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주한테 전화가 와.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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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여주야아 나 배고프다. 우리 언제 만나?

으잉 우리 만나기로 확실히 약속한 건 아니었지 않나.. 여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걸 대놓고 말할 수가 없으니까 옆에 재민이를 살짝 봤더니 표정이 조금 그래. 서둘러서 친구한테 아직 재민이랑 있다고 말했지.

-아, 그래?
"아냐아냐. 나 어짜피 다른 일 있어서 가야해. 둘이 만나. 재밌게 놀고."

여주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재민이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사라져버렸어. 이렇게 갑자기, 급하게? 여주 어안이 벙벙한데 귓가에 댄 핸드폰에서 친구 목소리 들려오잖아. 본인 지금 어디어디라고. 아직 조금 멍하지만 여주는 일단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어. 재민이를 붙잡기에는 늦어버렸는데도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몰라.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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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친구를 만났는데 애가 너무 미안해하는거야.

"야.. 미안. 나는 너 집으로 들어간 줄알고. 오늘 예쁘게 하고 나온댔는데 그냥 들어가면 속상하잖아.. 그래서.."
"아냐 괜찮아. 너도 들었잖아 재민이 다른 일 있다는 거. 일단 밥부터 먹자 나도 배고프다. "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친구랑 둘이서, 학생들이 자주가는 식당에 나란히 들어갔음.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를 보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사람이 조금 많네. 그래도 여주랑 친구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메뉴를 골랐어. 둘이 다른 학교를 배정받았으니, 예비소집일 날 갔는데 어떠하더라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 메뉴를 주문하고서는 친구가 잠깐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일어나. 여주는 혼자서 테이블도 두드려보고 핸드폰도 괜히 껐다 켰다, 지금 나재민 생각하면 우울해 질까봐 일부러 다른 짓을 했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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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가 저 쪽에서 손에 묻은 물기를 털면서 다가오는데, 저기서 여주도,여주 친구도 아닌 목소리가 익숙한 이름을 불러.

"나재민!"

돌아보면 안됐었나,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고개는 돌아갔고, 아까전에 여주한테 옷을 꺼내줬던 종이가방을 그대로 든채로 활짝 웃으면서 본인의 이름을 부른 여자애랑 몇이 더 있는 무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는 재민을 봐버렸지. 여주는 불에 덴 것 처럼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렸어. 왜 그랬지? 재민이랑 눈이 마주치면 안된다고 생각했었나봐. 여주 친구도 그걸 눈치채고는 서둘러 테이블로 와서 앉아. 다행히도 재민이네 무리랑 테이블 거리가 조금 있어서 일부러 둘러보지 않고는 서로를 보기가 힘든 자리였음. 친구는 자리에 앉자마자 여주 눈치를 봐. 그럴만하지, 일 있다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애들이 있는 무리랑 밥을 먹으러 왔는데.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 친구의 입을, 여주가 선수 쳐서 막았어.

"선약이었나봐."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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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그렇게 무마하려고 해도 어디 분위기가 수습이 되나. 결국 친구랑 여주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어. 여주는 친구를 괜히 밖으로 부른 것 같아서 미안해 했는데 친구는 오히려 더 미안해하면서 본인이 괜히 전화해서 지금 상황 이렇게 만든 것 같다면서 여주 대신 울 것 같이 굴어.

"아냐, 괜찮아."

애써 그렇게 씩 웃고는 집에 들어가는데, 진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온갖 생각이 다 나. 그러고보니까 아까 재민이 이름 부른 그 여자애, 지난 번에 놀이공원에서도 봤던 것 같고, 언젠가 어렴풋이 재민이랑 조금 친한데, 재민이 짝사랑 하고 있다고 들은 것도 같아. 머릿속에서 막 겹쳐지는 거야. 요새 나재민이 연락을 잘 안 받았는데, 용케 쟤네랑은 약속을 잡았네 하고 비꼬아진 생각도 들어. 여주는 본인이 울지 않고 잠든게 대견하다고 생각했음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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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타이밍이라는 게 참 못됐지. 고등학교에 입학하느라 재민이도 여주도 서로에게 연락할 만한 시간이 없었던거야. 어영부영 한 주 두 주를 보내고는 어느 날 저녁에, 여주 핸드폰에 재민이 이름이 떠올라.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새학기랍시고 바빴던 탓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여주는 그걸 보고는 벌떡 일어나서 전화를 받지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목소리가 조금 잠긴 것 같아서 괜히 신경쓰이는거야. 근데 건너편에서 어, 하고 대답하는 나재민 목소리도 뭔가 착 가라앉았어. 눈치빠른 여주는 여기서부터 울음이 날 뻔 했어. 모르는 척 해보려고 해도 너무 뻔했으니까. 재민이가 생각해봤는데... 하고 운을 뗄 때 쯤에는 이미 기쁜 건 다 사라지고 외로움만 남아있었어.

-우리 그만하자.

그 말을 듣고 붙잡고 싶었다면, 동시에 붙잡지 못할 걸 알았다면 우스울려나. 여주는 알겠다고 대답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어. 더 이상 재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거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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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며칠 간 별별 생각을 했어. 무슨 생각을 했는 지 알아? 아침드라마처럼 그 때 그 여자애랑 바람이 나서 나한테 헤어지자고 한 걸까. 아니면 공부에 집중하려고 나더러 헤어지자고 한걸까. 아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었어야 하나. 차였네. 오히려 헤어지자고 말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나. 아니 내가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정말이지 작은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본 것 같아. 그런데 이렇게 헤어진 걸 곱씹는 거 보다 더 힘들고, 슬펐던 건 뭐냐면,
하나도 안 달라졌어. 일상의 모든 것이 그대로 였던거야. 연락도 없고, 소식 하나 없는데, 헤어지기 직전이랑 다를 게 없어서 정말 헤어진 게 맞나 아니면 이 전부터 사실상 헤어져 있었던 건가 할 정도로. 그래도 울지 않고 견뎠으니 되었다고, 여주는 그렇게 생각했어. 차라리 새학기라 다행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잠시 쉬었다가 이따 늦은시간에 다시 올게요~~
5년 전
독자1
악악악악 기다릴께욤 호출누르고가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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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일 다시 만나요 독자님!
5년 전
독자2
기다릴게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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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도 내일 보아요!
5년 전
독자8
더 보고 싶지만 내일 또 봐요 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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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울음 그치시구...내일 봐요
5년 전
비회원79.42
또잉이에요 따흐흑 결국 헤어졌네요 후회공 재민이 기다릴게요! 좀 이따 봬요 💚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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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후회..를 잘 썼는지, 잘 쓸지 모르겠어요 또잉님..
5년 전
독자3
아규ㅠㅠㅠㅠㅠㅠㅠ기다릴게요ㅠㅠㅠㅠ호출 누르고 가요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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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시 독자님을 호출하겠습ㄴ당
5년 전
독자4
헉 작가님 기다릴게요ㅠㅠㅠㅠ
5년 전
독자6
작가님 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햇쨘하루]로 가능할까용...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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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암호닉 감사해요 햇쨘하루 님!
5년 전
독자7
오마깟 작가님 너무 잘 끊으시는 거 아녜요 ㅠㅠㅠㅠ? 아 근데 너무 ㅠㅠㅠㅠ 슬퍼요 ㅠㅠㅠㅠㅠㅠ 나나 대체 뭘 준 거야 궁금해 ㅠㅠㅠㅠㅠㅠ 잘 읽었어요 작가님 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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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다들 그만 우셔요.. 아 제가 울린 건가요.. 아무튼 내일은 울지 말으셔야 해요,, 내일 또 봐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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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재민은 한숨을 지었어. 충동적이었다. 전부터 고민해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이야기한 게 너무 충동적이라고 생각한거야. 연애 기간만 짧았지 서로 좋아한 것까지 치면 1년은 족히 되는 관계였고, 서로 같이 아는 친구들도 많았기에 더 색이 짙고 밝은 연애였는데, 제가 한 순간에 끝내버린 것 같아서 그만하자고 했는데도 후련하지가 않은거야. 맞는 행동이었을까. 다시 한숨을 쉬던 재민은 다시 핸드폰을 들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야 나 헤어졌다"

덤덤하게 말하니까 놀라는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는 높았어. 재민은 비명을 참고는 다시 침착하게 왜 헤어졌냐고 묻는 친구에 그러게, 하고 대답하면서 아직 책상 옆에 기대어져 있는 빈 종이가방을 들여다봤음.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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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은님의 경우의 수 들으며 읽으시면 더 좋을 거에요)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아니다, 빈 종이가방은 아니었어. 그 맨 밑에 종이가 하나 들어있었지.

-이미 헤어진거야? 응? 너 아직 좋아한다,

그걸 집어든 재민은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어. 저 건너편에서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로 상대방이 멋대로 끊어버린 휴대전화를 들고 있을 친구에 대한 미안함은 아주 잠깐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졌고, 재민의 얼굴은 차게 가라앉아서 종이를 만지작 거렸어. 그러면서도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펴보다가 책상 서랍을 열고 비슷한 종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넣었지. 탁 소리나게 책상 서랍을 다시 집어 넣은 재민은 침대에 주저 앉으며 마른 세수를 했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걱정.

5년 전
독자5
헉 작가님 1231 암호닉 신청 가능할까여ㅜㅜㅜ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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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가능해용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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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나 수도 없이 고민했었음. 좋아해도 헤어질 수 있다는게 이런건가 싶은 상황이라고 느꼈거든. 연락도 못하고 잘 만나지도 못하는 본인이 여주랑 연애하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여주 또한 변한 것 같아서, 전과 같지 않은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연애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결정적으로 마지막의 그 데이트 같지도 않은 데이트 날에, 본인과의 약속 이후로 또 다른 약속을 잡아두었다는 게 너무 크게 다가온거야. 이제 더 이상 나를 우선시 하지 않는구나 하는 게 느껴져서, 그래서, 속상하면서도 온갖 감정이 피어올랐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도 모르겠더라.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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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여주가 미웠어. 일은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야. 여주랑 시간을 보내려고 온건데, 볼 일이 있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본인과 무언가를 할 생각을 전혀 않고 있었다는 게, 머리를 한 대 얻어 맞는 느낌이었음. 이제 따로 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 둘이 만나는 약속이 데이트가 아니게 된건가? 겹쳐진 약속이, 꼭 두 개를 겹쳐도 될 만큼 너와 나 사이의 관계는 가벼워졌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여주를 두고 혼자 아무렇게나 걸으면서 입술을 아프게 씹었어. 대충 목소리 들어보니까 A인 것 같던데, 여주랑 많이 친하기는 하지, 그렇지. 나랑 여주 사이 관계도 걱정해주고. 그런데 어쩌냐 우리 헤어지는데. 아니, 헤어졌는데.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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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은 책에 빠져 지냈어. 근데 빠진 게 내 정신이었던가?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이 연필이, 내가 움직이는 게 맞나? 새학기가 시작하고 나서도, 임시 반장을 맡으면서도 아, 이학교에 여주가 없는 게 맞나? 이상한 공허함이 가득 차 버려서는 그렇게, 사람이 회색빛이 되어버린거야. 별 거 없는 연애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내고 보니 추억도 많고, 오히려 한 게 없다고 생각되어서 더 속상한거야. 이거 하나 쯤은 그 때 할 수 있었을텐데, 거기 그 곳 정도는 갈 수 있었을텐데 하고 되도 않는 후회를 했지. 뭐하는 거야 나재민, 본인이 헤어지자고 해놓고서. 실소가 나왔어. 먼저 헤어지자고 하고 그리워하는 꼴이 꼭, 먼저 괴롭혀놓고 미안한 척 우는 악역 같아서.
5년 전
동글동혁동글
같은 중학교, 같은 반이었잖아. 노는 무리도 같았고. 아 진짜 같은 게 왜 이렇게 많은거야, 더 괴롭게. 여주는 SNS 창을 켜놓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비활성화를 하고, 공부하겠다고 변명했어.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친구들과의 연락이 흐지부지 끊겨버린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그러다가도 소문은 또 들려오더라.

'나재민 김여주 헤어졌대. 무슨 여우 하나한테 잘못 걸려서.'

여우? 그 소문을 듣고도 혹시 나쁜 소리 속 주인공이 여주 본인일까봐 걱정해야하는 걸 보면 그닥 이상적인 연애는 아니었나봐. 여주는 여우, 여우 하고 입 모양으로 되새기다 떠오르는 얼굴을 그려봤는데, 이상하지 잘 안 떠오르더라.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았는데.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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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바쁘게 지내면 나재민 안 떠올릴 줄 알았지, 근데 이게 뭐야. 여주네 학교에 지난 번 그 여자애, 그래 B라고 할게. 그 친구가 있는거야. 어느날 복도에서 마주쳐서 알았어. 아 쟤도 우리학교 왔구나 하는걸. 우습게도 그 얼굴을 보자 그 단어가 떠오르더라 '여우'. 누군가를 잘 알지도 못하고 미워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곱게는 못 여기겠어서, 그래서 무시하려고 했어. 근데 그거 알지, 원래 눈에 안보이던 것도 한 번 보이기 시작하면 자꾸 눈에 띄는 거잖아. 지금 딱 그래. 어쩌다 한 번 복도를 나가도 마주치고, 교무실에 다녀오면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또 마주쳐. 여주는 애써 덤덤하는 척하고 지냈는데 B 얼굴만 보면 다시 나재민에 관한 기억이 저를 휘감고는 놓아주지 않는 것만 같았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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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두 달 쯤 또 지났나봐. 따스하고 외로운 오월. 어느 날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와보니까 반가운 연락이 와 있는 거야. A로부터.

-야 여주야! 나 폰 바꿨다.. 고등학생이라고 투지 쓰래ㅠㅠ
-네 번호는 외워서 저장했는데, 나재민 번호를 모르겠어서. 혹시 알려줄 수 있어?

취소. 첫번째 문자만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짓던 여주의 입꼬리가 금방 떨어졌어. 아, 얘는 잘 모르는구나. 내가 말해준 적이 없구나. 소문이 돌아도 믿을 애는 아니었지 차라리 나한테 확인을 했으면 했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뭐라고 답장해야 할 지 알겠는거야.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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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이제 나도 걔 번호는 없다.'

그러자 눈치가 빠르기는 한 건지 아. ㅇㅋ 이거 투지래도 문자 전화는 잘되니까 연락 꼬박꼬박 해, 알겠지? 하고 답이 왔어. 굳이 왜냐고도 어떻게 된거냐고도 묻지 않아주는게 너무 고마웠지. 한 편으로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런식으로 알리고 다녀야 하는 건가 한숨도 났지만 그런건 눈앞에 닥쳤을 때 생각하기로 했어. 그런데 꼭, 왜 나재민이랑 관련된 일은 한 번에 같이 찾아오는 걸까. 다음 날 등교를 했고, 평상시대로 지내고, 지겹게도 B를 복도에서 또 마주쳤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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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B가 야, 하면서 여주 손목을 딱 잡아채오는거야. 생각지도 못하게 붙들린거라 여주가 크게 휘청거렸더니 미안 하고 빠르게 사과하고 손아귀에 힘을 푸르더라.

"우리 말해본 적 없는 건 아는데, 너 나 알지."

그렇게 당차게 묻는 B에 여주는 말없이 끄덕였음. 그러자 B가 묻더라. 나재민은 힘들게 지냈었는데, 넌 잘 지내냐고. 근데 그 물음이 왜 여주의 귀에는 가진 자의 여유, 견제 뭐 그렇게 느껴질까. 과거형으로 힘들게 지냈'었'다고 전했기 때문인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응 한 마디 하고 말았어. B가 고개를 젓더니 됐다 하고 여주를 놔주더라. 무슨 일로 붙잡은 건지 가늠도 할 수 없게.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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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돌아온 여주는 그대로 하루를 망쳤어. 하고 싶은 말이 뭐였을까. 나재민한테 다시는 연락하지마 뭐 그런거였을까. 가까이서 보니까 여주보다 키도 크고 조금 더 나재민 이상형에 가까운 것 같아서 주눅든 제 자신이 어이가 없었어. 이미 걔랑은 다 끝났는데도 왜 그렇게 미련이 남은 것처럼 굴어. 정신차리자. 끝난지 두 달이 되어가잖아. 일상 생활 여기저기에 묻은 나재민을 떨쳐내기가 이렇게도 어려운거구나. 새삼스럽게 또 깨달았지.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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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떨쳐내지 못한 끈이 결국 여주랑 재민을 다시 묶었어. 5월에는 스승의 날이 있잖아. 같이 놀던 친구들이 단체 톡방에다가 중학교를 찾아가자면서 연락을 한거야. 신이 난 여주가 당연히 가겠다고 대답하고 나서 보니까 이미 저 위에 재민이도 가겠다고 대답한 후더라. 이제 와서 취소할 수도 없고, 오히려 피하는 게 더 이상해 보일거라고 애써 합리화 하며 여주는 자신을 다독였어. 미리 미리 다독여놓아야 당일에 재민이를 봐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애들한테 피해 끼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도 한 편으로는 재민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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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

같이 놀던 무리의 여자애 하나가 여주를 만나자마자 품에 안고 다독여줬어. 말보다 행동이라고, 그거 하나에 다 풀려서 제 자리에서 울 뻔 했지만 이제 괜찮다며 친구를 한 번 찐하게 안았다가 놓아주는 걸로 대신했지. 재민은 오고, 다른 친구 두 명 쯤이 안왔더라.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티 안나게 재민에게서 제일 먼 쪽에 서서 걸으려고 했어. 그걸 눈치 챈 재민은 예상했던 행동들인데도 마음이 아파서 또 고개를 숙였어. 피하지는 말지. 여주를 만나면 전해주겠다고 손에 들고 온 게 더 무겁게 느껴지더라.

5년 전
비회원221.138
작가밈,,, 암호닉 [딸랑이] 신청할게요... 오늘 왤캐 슬프죠 징짜... ㅠㅠ 추천해 주신 노래도 진짜 잘 어울려요 ㅠㅠ 짱이에용 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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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환영해요! 어제는 조금 슬펐죠..? 오늘은 답답..하실 수도 있어요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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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중학생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어. 폭풍 같이 웃고 떠들다가 학교를 나와 걷는데, 집 방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뭉쳐서 가기로하고 헤어졌지. 갈라지기 직전까지 중학교 때의 추억이야기를 하고 있던 터라 여주의 얼굴에는 웃음이 잔뜩 묻어 있었어. 그런데 분명 학교 바로 근처에 사는 재민이 여주를 따라 정류장에 남는거야. 여주는 조금, 경계했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자."

짧은 첫 마디랑 같이 내내 손에 들고 있던 걸 건네더라. 뭘까. 지금까지 내가 선물했던 걸 돌려주려는 걸까 싶어서 여주는 울컥했지.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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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비집고 나오기 전에, 목소리가 떨리기 전에, 여주는 먼저 입을 뗐어.

"안 받을래."
"..김여주."
"너 새 여자친구 생긴 거 아니었어? 걔가 알면 섭섭해해. 맞다, 걔 우리학교더라. 이름이 뭐였지, B?"

아아 김여주 말 멈춰. 주제 넘잖아. 미련 남은 것처럼 보이잖아. 찌질해보이잖아. 울지도 마. 울면 안돼. 알겠지. 제발. 속으로 여주가 본인한테 힘겹게 외치는데 나재민이 다가와서 이미 축축하게 젖어 울기 일보 직전인 여주 눈을 마주치고 말해.

"여주야, 그거 오해야."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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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
오해야,진짜.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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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간절한 눈. 여주는 그 눈을 마주하고도 울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재민이 제 손을 붙잡아다 쥐어준 종이 가방을 힘아리 없이 쥐고는 당장 눈 앞에 온 버스를 번호도 확인하지 않고 올라탔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들어야 했을까. 뭐가 오해라는 걸까. 그런 궁금증보다 그냥 지금 당장 나재민 앞에서 울기 싫어서 그랬어. 섣부르게 탄 버스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곧바로 내리지도 못하고 그 안에서 울었어. 그리고 집에 가서, 나재민이 건넨 걸 투박하게 꺼내어 대충 침대에 던졌어. 여태껏 서로에게 선물한 걸 모았다기엔 조금 가벼운가, 싶다가도 그 내용물이 너무 뻔한 것 같아서, 제 품으로 다시 돌아올 그 둘이 나누어 가졌던 모든 것들이 가여워서 상자의 뚜껑은 조심히 열었다. 그런데, 열린 상자를 보고 더 울고 말았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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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독자님들!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습니다 ㅎㅅㅎ
(나 빼고 독자님들 다 울어...)

5년 전
독자9
작가님 끊는 솜씨가 너무 수준급이잖아요 ㅜㅜㅜㅜ 나 기대해서 잠 못 자 .... [점뮨모] 암호닉 신청해요 ♡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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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 주무셨쬬..? 암호닉 환영입니당╰(*´︶`*)╯♡
5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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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적혔어요 소곤소곤)
5년 전
독자13
헐 오류 때문에 이게 무슨일 약간 창피..^^♡
5년 전
독자11
재민여주......이게 무슨 일이야......어쩌다 이 상태까지 와버린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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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 많이 힘들었겟죠... 그래서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2
동쓰예요!! 뭘 줬으려나,, 상자 안에 뭐가 있었을까요?? 너무 궁금하네요 ㅋㅋㅋㅋㅋ 호출 누르고 갑니다💚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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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쓰님의 궁금증 오늘 밤에 풀어드리겠슴니당( ͡° ͜ʖ ͡°)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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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이 제대로 갔나요? 매번 잘 하는 건지 걱정되는..아무튼 달립시다!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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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상자 안에는 각자 모양도 색도 다른 종이,엽서, 편지 가득하고 한 켠에는 열쇠고리랑 팔찌가 들어있어. '진작에 주려고 했는데. 역시 주인은 너인 것 같아서.' 짧은 문장이 단정히 적힌 포스트잇을 떼어내고 열쇠고리를 집어들었다가, 여주는 다시 내려놨어. 이제와서 이걸 봐서 뭐해. 마음을 닫는다고 생각하고 상자를 다시 닫았어. 왜 이제와서 흔드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거야.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여주는 충동적으로 핸드폰을 들어서 연락했어.

'앞으로는 이러지마'

꽤 단호하게 보냈다고 생각한 문자를 본 나재민은, 정말이지 다정하게 답했어. 편지는 읽었어? 나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더라. 애써 참고 안 읽었고 안 읽을거라고 답하며 톡방을 나갔어. 그래봐야 단 둘이 하는 톡방이지만 재민이만 두고 그렇게 나왔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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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와서 초조해하던 재민은 결국 한숨을 참지 못해 내쉬며 침대 위로 쓰러졌어. 제발 봐줘 김여주. 도대체 왜 B랑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또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제 앞에서 그렇게 서러운 얼굴을 했는지, 많이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돌아갈 수도 없는 건지. 전부 다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되니까, 그러니까 재민은 속이 답답했어. 둘 사이에 있는 오해 그거, 풀고 싶은데 섣불리 다가가서 말을 걸 수가 없으니까 이거 갈렸지. 어쩌다가 내가 멍청한 짓을 해서. 받는 사람이 펼쳐보지도 않고 내버려둔 편지처럼, 재민의 속마음은 너무 또렷하게 적혀있는데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았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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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일주일 쯤을 멍하니 보내다가 문득 A한테 전화를 걸었어. 두 번 쯤 받지 않다가 어, 왜? 하고 받는 목소리에 그만 울컥 또 울음부터 차올랐지.

"A야.."

속이 다 뒤집어졌다고. 잘 정리해서 한 구석으로 밀어놨던 걸 나재민이 다 꺼내서 헤집어놓고 갔다고. 그런데도 차마 편지를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울자 건너편의 A는 말이 없었어. 그랬구나, 그래. 간신히 꺼낸 말이 차라리 억지로 위로하려는 것 같지는 않아 고마웠지. 여주는 다짜고짜 전화해 울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A는 오히려 난감하고 미안해 하더라. 그리고 끊기 전에, 다음부터는 이런 일로 전화할 일 없을거라고 말하는데 아 이런 일이 다시 없기를 같이 바래주는구나 싶어서 보이지도 않을텐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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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교에서 보는 B는 아예 여주를 흘겨보기 시작했어.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주 눈이 찢어져라 째려보는 바람에 새로 사귄 친구들까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봄. 여주는 별 일 아니라고 했지만, B는 너무 별일이었지.

"답답하게 굴지 마 나재민. 제발!"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아. 기다릴래.
"기다리면 될 것 같아? 너 요즘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멍청해."

멍청해, 그치 멍청하지. 재민은 이제 아예 비어버린 서랍을 보다 웃었어. 남은 게 없었거든. 그런데 어쩌겠어, 섣불리 대화 없는 이별을 뱉은 건 본인이고, 문제를 만든 것도 본인이니까.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지.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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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쪽 다 겁을 내는 상태로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 재민은 본인이 섣불리 내 뱉은 말로 이별까지 치달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여주를 더 이상 재촉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 했고, 여주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주겠지 그렇게 여느 노래 가사처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어. 사람 일이라는게 누구의 일이라도 다 그렇잖아. 내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시간은 흐르는 거. 딱 그거였어.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마음 위로 먼지가 켜켜이 쌓이는데도 시간은 흐르니까 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거야. 재민은 잘 모르겠다. 다 줘 버린 편지랑 다르게 마음이 또 쌓여가서 그렇게 또 커져가서.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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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달 지나 2학기가 시작한지도 몇 주 쯤 됐을 때, 재민에게 문자가 하나 와. A로부터.

-'마음은 아직 그대로야?'

그 문자를 보고 재민은 제가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뭐 어떻게 해줘야 하나 고민을 했지. 답장도 않고 그냥 씹었어. 그래, 꼭꼭 씹어 삼켰어 그 문자 메시지를. 아니 별로 삼키고 싶지 않았음. 다 게워내고 싶었지. 괜찮은 척을 하려고 했더니 또 이렇게 쑤셔. 재민은 결국 중학교 친구들과의 연락을 다 끊어버릴 수 밖에 없었어. 나도, 이제 똑바로 살아야지. 문득 그런 생각이 나서. 여주랑의 톡방을 다시 열어보는데, 맞다. 여주가 나갔었지, 대화창을. 싶어서 충동적으로 연락했어. 그렇게라도 붙잡고 싶었나봐.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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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오기를 바라지도 않았어. 아직 여름이 다 가시지 않아서 그런가 날이 더워서 마음이 시리지도 않았어. 나도 이제 덤덤해졌나봐. 재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연필을 쥐었음. 묵묵히 공부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사담을 도통 하는 법이 없는 재민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말을 붙이고 마음을 붙일 사람이 없었는데, 그래서 더 느린가봐. 여주를 다 잊고 미련을 모두 지우는게.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아. 그 정리라는 거 말이야. 재민은 빼곡히 쓰인 글자들을 바라보다가 지우개질을 벅벅 했어. 연필 자욱이 남았지만 까만 건 다 사라지고 없었지.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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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다 잊고 지내려고 했어. 정말로. 그래서 저 밑에 있는 재민의 톡을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읽은거야. 여주가 톡방을 나갔을 즈음에 다시 보냈으니까 오월달 메시지 인데, 여주는 지금 겨울 방학이야.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다 보니까 겨우 떠오른 이름이 재민이었던거지. 솔직히 평범하게 지냈고 잘만 지냈어.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덤덤하게 재민의 카톡을 볼 수 있는 거임.

'부탁할게, 읽어줘.'

5년 전
독자14
헉 햇쨘하루예요 아직 실시간 안 늦었겠죠...?
5년 전
동글동혁동글
네넹 잘 오셨어요 햇쨘하루님!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어쩌다 이렇게 꼬여버린 건지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어서 제 탓만 하던 시간에 상대가 사라진 톡방만 계속 읽던 재민이 보내뒀던 문자야. 예전에 나눈 대화들을 거슬러 올라가서 썸을 타던 때의 대화도 보고 하다보면 아 아직 좋아하는구나 하는게 진짜 몸으로 느껴져서 다시 한 번 본인이 실수했음을 반성하며 적어둔 그 말. 마지막 부탁. 그것도 너무 늦게 전해져버린.
지금이 시간 상 여주와 재민이 18살인 1월이니까 정말 많이 늦었네. 아니 그래서 오히려 닿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

5년 전
동글동혁동글
간결한 문장이지만 재민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도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아도 여주는 저 한 구석에 있는 상자가 꼭 여주에게 열어봐 달라고, 확인해달라고 소리지르는 것 같아 거슬리던 참이었어. 이제는 정말 저걸 봐도 별 생각이 안 나는 것 같았거든. 가슴이 뛰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그래서 한 번, 부탁 들어주는 셈 치자 하고 다시 상자를 열어 종이들을 살폈지. 공부 잘하는 애는 뭔가 다르기는 한가. 이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게 좀 웃기지만, 순서대로 읽으라고 표시도 해뒀더라고. 손끝으로 종이를 매만지는데, 사람이 손으로 쓴 글에는 주문이 걸려있다고 하나를 집어드는 순간 꼭, 다시 작년 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음.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여주는 가장 단단히 접혀있는 첫번째 종이부터 펼쳐서 읽기 시작했어

'이제 겨우 사귄지 일주일 되는 날이야 여주야. 이걸 너에게 줄 지 내가 간직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7일 밖에 안되었다는게, 7일이나 되었다는게 믿기지 않아서 적어보려고. 나중에 보면 부끄럽겠지? 안되겠다 꼭 너 줘야지. 내가 가지고 있으면 언젠간 부끄럽다고 찢을지도 몰라••'

조금은 짧고 풋풋한 첫 편지를 지나서

'너랑 노래방 가보는 건 오늘 처음이었던 것 같아. 잘 불러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네가 좋아한다던 곡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다음에는 그거 불러볼게. 내가 잘 못부르더라도 좋아해줄거지? 응? 좋아해 여주야.'
'나 지금 학원이다ㅋㅋㅋ 이거 선생님한테 들키면 백퍼센트 압수지만 안걸리게 잘 숨기고 쓰는 중. 아 보고 싶다.'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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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틈틈히 쓴 것 같은 작은 쪽지들, 그리고 자리 잡고 고민해가며 적은 건지 잘 정리된 긴 편지 두 장쯤. 거기까지 읽고 여주는 다시 상자를 밀치고 엎드렸어. 체할 것 같아. 한 번에 밀려 들어오는 이 진심들을 삼키기에는 너무 힘겨웠어. 방학이니까, 날을 거르기도 하면서 하나씩 천천히 읽어나간 여주야. 그 글을 하나하나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부터 재민과의 사이가 0은 아니라는 걸 알지도 못하는 여주는 그렇게 모든 편지를, 아니 둘을 남기고 읽었어.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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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리 집에 옷을 두고 가 놓고서도 한참을 안 찾을 수가 있냐 너는 ㅋㅋㅋㅋ 어휴 못살아. 요즘 얼굴도 잘 못 보고 지냈는데, 이 기회에 볼 수 있으니까 조금 좋기는 하다. 아니 사실 엄청 좋다. 내일 너랑 하고 싶은 거 엄청 많은데, 다 해줄 수 있지? 너 이거 읽을 때는 이미 이것저것 다 해서는 지쳐 있는 거 아닌 지 몰라. 졸업식 전후로나, 그 이후로나 너에게 잘 못해주는 것 같아서 미안해. 서로 아끼는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하지 말라던데 안 할 수가 없네. 네가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는 말 들었어. 헤어지고 싶다고 했다는 그 말도. 그런데 전해 듣기만 해도 누가 때린 거랑은 비교도 못하게 아프더라. 그러니까 우리 서로 조금만 더 봐주면서, 오래 만나자.-'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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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는, 마지막 데이트 전 날에 쓴 편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승의 날 전에 쓴 편지. 여주는 마지막 편지를 펼쳐 보지도 않고 핸드폰을 집어들어 재민에게 연락을 했어.
오리라 기대도 않았던 연락이 오면 오히려 안 왔을거라고 부정을 하게 되더라. 찬 바람이 드는 창문 앞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던 재민은 번쩍이는 핸드폰을 확인해놓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 여주. 아직도 이름 두글자만 적힌 그 이름이 떠올라 있었거든. 지난 번 문자 이후로 몇 달이 지난 후라 두 문자 사이에 날짜선이 그이더라.

-'할 말 있어.'

딱 네 글자 뿐인데, 억지로 닫아놨던 마음의 문이 속수무책으로 열리는 기분. 낑낑 거리며 힘겹게 막아뒀던 둑이 터져 물이 범람하는 기분.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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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은 입술을 꾹 눌렀어. 얼굴보고,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데. 곧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거절당할 뿐이야. 수화기를 귀에 대고 기다리면서, 그제서야 제 편지를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지 않고서야,

-'만나서 하고 싶어'

여주의 의견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재민은 묵묵히 휴대폰을 두드렸어. 그리고 당장 찾아오겠다는 여주를 애써 달래 본인이 가겠다고 했지. 아, 내일이 토요일이라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민은 지갑만 겨우챙기고 집에서 나왔어. 어딜 가냐는 물음에는 잠깐 일이 있다고 둘러대면서. 너는 진짜, 핑계가 그것밖에 없냐 나재민.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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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집이 이사를 갔는 지도 안 갔는 지도 모르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길을 따라 서둘러 도착한 재민이, 그 추운 날에도 땀을 흘리며 헉헉 거리고 있으니까, 땅바닥을 바라본 시야 안으로 운동화가 들어와. 고개를 드니까, 겉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도 않은 여주야. 재민을 보자마자, 인삿말은 생략한 채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내밀어 재민이 가슴팍에 퍽 소리가 나도록 밀쳐.

"말로 설명해줘, 네가 왜 오해를 했는지. 나는 무슨 오해를 했는지."

재민은 조금 당황스럽고도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어. 읽고 나왔어야지 여주야. 이름만 부른 건데도, 옷깃이 벌어져서 그런가 시리더라.

5년 전
동글동혁동글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

나 너랑 마지막에 아무리 힘들었어도, 외롭다고 생각했어도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 조금 더 자라기는 한 건지 두 사람 다 감정을 억누르고 얼굴을 마주한 채로 이야기 하는데, 그래 많이 달라져 있었음. 여주가 천천히 조곤조곤 하게 제 할 말을 했음. 너를 좋아했어서, 힘들어도 좋다고 생각하던 시간이었다고. 네가 어디서 뭘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편지에 적힌 걸 보니까 헛웃음이 나더라고 말하는 여주를 보고 재민은 이제 땀이 다 말라버린 이마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한 번 했어. 감정을 가다듬으려고.

5년 전
동글동혁동글
" 말로 하기 싫은데, 그냥 이거 읽으면 안될까?"

구겨져 버린 종이를 다시 내미는 재민, 그리고 내밀어진 종이를 무시한 채로 재민의 얼굴만 굳게 바라보는 여주. 결국 재민은 그대로 서서 말을 시작했음.

"이제와서 이러는 거 좀 우습기도 하다. 그치? 너 내가 붙잡을 때는 안 붙잡혔잖아. 지금 이건, 네가 날 붙잡는 건가 싶어. 그래, 오해. 그거 다 이야기 해야지. 늦었어도 다 풀어야지. 지긋지긋 한 오해랑, 구역질 나는 뒷이야기."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저.. 여기서 끊구 가도 돼요?..(독자님들 또 우실까봐 눈치보기)

진행을 빠르게 하려다보니 처음에 하려던 스토리랑은 살짝 엉켰어요ㅜㅜ 내일 다시 올 때는 조금 더 정리해서 올게요. 재민이는 지금 여주에게 화가 난게 아니라 상황때문에 화가 난거에오..

5년 전
독자15
네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동글동혁동글
아니.. 우실까봐 걱정했더니 또 우셔..
5년 전
독자16
괜찮은데포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동글동혁동글
괜찮으신거 맞쬬..?
5년 전
독자17
슬프지만 괜찮아요 ㅠㅠㅠㅠㅠㅠㅠ 기다릴게요 ㅜ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8
동쓰
괜찮아요!! 언제 오셔도 괜찮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제 울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이게 될 지는 의문이기는 한데요,, ㅋㅋㅋㅋ 재민아 오해 싹 다 풀어줘 ㅠㅠㅠㅠㅠㅠㅠㅠ 솔직히 안 울 수 없어요,, ㅋㅋㅋㅋㅋ

5년 전
독자19
와 정주행했어요 기다릴게요ㅜㅜ
5년 전
독자20
작가님 뒷 이야기 너무 궁금해요...
5년 전
동글동혁동글
헉 저 이거 뒷부분도 잘린 줄 몰랐어요...
5년 전
동글동혁동글
크롬에 가셔서 이 제목 그대로 검색하시고, 그 아래에 적힌 URL 주소 누르시면 아마 완결난 상태로 보실 수 있으실거에오 ㅠㅠ 설명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ㅠㅠ
5년 전
독자21
다른독잔데요 크롬에 검색해도 뒷부분이 안떠용ㅠㅠ
5년 전
동글동혁동글
헉 큰일이네요 이 글은 백업본도 없고, 쓴 지도 오래되어서 제 기억도 확실치가 않아요ㅠㅠ
5년 전
독자22
헐 이 뒤도 날아갔다니..................... 으아어엉어옹우ㅜ러러럭럴ㄹ어거거엉륙우우루추ㅜ추추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23
작가니미이으쿠ㅜ웅우ㅜ우우ㅜㅜㅠㅠㅠㅠ
5년 전
독자24
뒷얘기를 몰라서 아쉽지만 ㅠ 2편도 재밌었어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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