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1. THE WAR
"Jan! 어서와, 보고싶었어."
"For Nenets! 안녕 자기. 오랜만이야."
굳이 저희들 밖에 없는데 딱딱하게 인사를 건네야겠냐며 너스레를 떤 종대가 으레 그렇듯 입꼬리를 더 말아올려 날 껴안았다. 종대의 품에 안기다시피 한 바람에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지만 이내 종대를 더 꽉 껴안았다. 최근까지도 함께 작업을 한 크리스를 제외하면 얼굴도 보기 힘든 멤버들이었다. 사정상, 그 동안 사사로운 연락조차 꺼려질 수 밖에 없던 것도 그들이 더 반가운 이유였다.
꽤 오래 껴안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종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지 제법 쎄게 종대의 엉덩이를 걷어 찬 루한이 어린 아이처럼 찡찡거리며 레이의 품에 안긴 종대를 뒤로 하고 자신도 역시 반가움의 포옹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지겹게 볼거니깐 인사는 그 쯤 해둬 루한."
"너야 종종 J를 봤다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잖아. 이 정도는 이해해. Jan, 아침은 먹었어? 피곤하진 않고?"
"루한, 여기까지 고작 한 시간이야. 그리고 운전도 내가 안했다구. 걱정마"
아빠처럼 다정스레 겉옷을 받아들며 이것저것 말하는 루한의 목소리는 이 전의 통화와는 다르게 조금 상기되어있었다. 아닌 척 해도, 자신 역시 모두 모인 팀원들 때문에 들뜬 모양이었다.
어깨를 감싸는 루한을 따라 들어간 집은 깔끔하지만 아기자기했다. 누가봐도 민석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는걸 알 수 있었다. 괜스레 민석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허나 거실엔 레이에게서 떨어져 우이판에게 이것 저것 종알거리기 바쁜 종대와 여전히 포근한 미소로 반기는 레이, 아침 일찍 자신과 함께 이곳으로 오느라 피곤해 보이는 크리스 뿐이었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민석을 찾는 듯한 J의 행동에 루한이 그녀의 옷을 정리해주며 당연하다는 듯 타오를 깨우러갔다며 팔불출처럼 뿌듯하게 대답했다. 하여간, 닭살ㅡ.
때 마침 아줌마처럼 잔소리를 하며 민석이 잠에서 덜 깬 타오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 졸린 눈을 비비며 J를 보지도 못하고 다시 소파에 엉긴 타오를 본 민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살을 뺀 모양인지 그 전보다 더 날렵해져 보였다. 도리짓을 한 민석이 뒤늦게 그녀를 발견하곤 해맑게 웃었다. 그 이름에, 타오 역시 잠이 깬 모양인지-여전히 두 눈은 졸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제 자리에서 일어나 J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헬쓱해보여 Jan. 요즘 일이 많다더니 피곤했나봐"
"전혀ㅡ. 오히려 당신이야 말로 살이 많이 빠졌네?"
"글쎄 저번에 한이랑 놀러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뚱뚱해보이는거 있지? 마음 좀 독하게 먹었어. 어쩔 수 없잖아, 그렇다고 허니한테 살 찌우라고 할 수는 없으니깐. 그렇게 많이 뺀건 아닌데 빠져보여?"
"그게 목적이었다면 이뤘다고 대답해줘야 되나? 좋아 보여."
"Sis. I really wanted to see you."
타오의 칭얼거림으로 또 다시 안기다시픈 꼴이 된 J가 그를 꼭 안아주었다. 아마 멤버들 중 가장 어리기도 했고 여린 타오였기 때문에 쉽사리 연락을 취하지도 못했을 것이란걸 잘 알았다.
타오를 달랜 J와 그새 간단한 차를 내온 민석까지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꼬박 2 년만에 M 멤버들이 전부 모인 것이었다.
조금은 숙연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루한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제법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위로 둘러 앉은 6명의 멤버들에게 파일을 돌렸다. 제각각 파일을 열어 본 멤버들의 표정 또한 썩 좋지는 못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무게감이 점점 자신들의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냉전시대를 위한 전쟁이었으면 좋겠다고, 수호가 그랬어."
"…수호형이랑 연락 됐어?"
"어젯 밤에. 먼저 연락이 왔어."
간만에 듣는 낯익은 이름에 가장 먼저 반응한건 역시나 종대였다. 침착하게 묻긴 했지만, 쓸쓸함은 떨칠 수 가 없었다.
천천히 자료를 읽던 J는 결국 끝까지 읽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내려 놓았다. 그녀와 함께 읽던 타오가 슬쩍 그녀의 표정을 살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마 타오 역시 굳이 보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오랜 침묵 끝에 하나 둘 씩 자료를 내려놓고 생각에 빠진 멤버들을 돌아보던 루한이 조심스레 리모콘을 집어들었다. 자연스레 그를 따라 7명의 시선이 모아졌다. 통신망이 잡힌 라디오 스피커에선 한 때 자신들과 함께 했던 다른 6명의 멤버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통신망이 좋지 못한 모양인지 약간의 거칠은 잡음이 섞인 목소리만 가득한 거실의 침묵은, 더욱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W. 룸파둠파
대기실 한 켠에 멤버들을 모은 준면이 신음하듯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 쯤이면 홍콩에 있는 M 멤버들이 모두 모였을 것이다. 그 곳에 J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젯 밤 망설임 끝에 이루어진 루한과의 통화에서도 J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그는 J가 자신들이 아닌 M 멤버들을 선택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오롯이 찬열 때문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딱히 찬열을 탓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이 전쟁은, 이미 이유를 따지기엔 너무 늦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 앞에 놓인 파일은 꼭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았다. 파일을 여는 순간, 전쟁의 결과는 해피 엔딩일지 세드 엔딩일지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에 나온 희망. 그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준면과 마찬가지로 제각각 인상을 쓰거나 눈을 감으며 감정을 추스리려는 멤버들 사이로 가장 먼저 파일에 손을 댄건 세훈이였다. 특기가 근접격술인 만큼 언제나 행동이 재빠른 멤버였다.
Code Name : XOXO
사진
본명 : 김준면
활동명 : 수호
소속 : Team-K
특기 : 해킹
본명 : 변백현
활동명 : Benny(Benjamin) / 베니
소속 : Team-K
특기 : 침투.공작
본명 : 박찬열
활동명 : Jerry(Gerald) / 제리
소속 : Team-K
특기 : 화학
본명 : 도경수
활동명 : D.O / 디오
소속 : Team-K
특기 : 수집
본명 : 김종인
활동명 : Kai / 카이
소속 : Team-K
특기 : 저격수
본명 : 오세훈
활동명 : Rex(Reginald) / 렉스
소속 : Team-K
특기 : 근접격술
본명 : OOO
활동명 : Jan
소속 : Team-K
특기 : 침투. 교란
건네 받은 파일엔 J가 있었다. 하지만, M 멤버들 역시도 자신들의 파일을 건네 받았을 때 J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 때는 한 팀이었다. 때문에 지겹게도 외웠던 프로파일이 이제는 남이라는 진실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덩달아, 우리라는 단어 조차도 어색해져버렸다.
사진 속 J는 여전했다. 아마 새 프로파일을 위해서 다시 사진을 찍었을테니 적어도 6개월 전의 모습일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우아했다. 그러나 J는 한국에 없었다. 홍콩에 있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일단 자신들과 함께가 아니라는 현실이 지독하게 아려왔다. 찬열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OO이ㅡ. 한국에 있대?"
"몰라. 홍콩에 M 멤버들이랑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
"어제 루한 형이랑 통화했다며."
"아무 얘기 없었어."
"형이 연락은 직접 해봤어?"
"나한테 떠넘기지마 박찬열. 누가 먼저 연락하는걸 따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먼저 할 필요는 더 더욱 없어. 어쨌든 오늘 우리가 모인다는 소식 전해들었을텐데도 안 왔으면 끝이야. 적이라고."
"…홍콩에 없을 수도 있잖아. 적이 아닐 수도 있…,"
"미련, 갖지마 찬열아. 내일 본부에 전화해서 소속 바꿔달라고 하던가 해야겠네"
찬열의 말을 자르며 나지막히 건네진 백현의 대답 때문에 찬열의 인상이 한층 더 깊어졌다. 소속, Team-K. 이것마저 바뀐다면 적은 고사하고 정말 J와 자신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가장 냉정해져야 할 때, 냉정해질 수 없었다.
비단 찬열 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J의 프로파일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살갑게 J를 잘 따르던 백현이 저렇게 말할 정도니, 더욱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했지만 도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찬열이라서 더욱 그랬을지도 몰랐다.
다시 긴 침묵이 찾아왔다. 여전히 멤버들은 J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통신을 준비하라는 말에 그제야 프로파일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멤버들이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을 때, 찬열은 마지막까지 그녀의 프로파일을 놓지 못했다. 결국 경수의 손에, 사탕을 뺏긴 어린 아이 마냥 울상인 채로 대기실을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간단한 통신이었지만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이었다. 한 때 최고의 팀이, 이제는 남이 되어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려 한다. 그 이유에 관한 루머는 수 없이 떠돌았지만 정확한건 13명의 당사자들 밖에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침묵은, 더 큰 루머를 나았다.
작은 통신대 앞에 선 준면이 긴장이 되는 듯 침을 삼켰다. 모두 정면을-앞을 쳐다보긴 했지만 정확한 초첨은 아니었다-응시하고 있었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 통신망의 범위가 넓어지는 신호음이 들렸다. 틱ㅡ. 틱ㅡ. 두 번의 초침소리와 함께 전쟁이 시작됐다.
"Team EXO is END."
이번 시리즈의 KEY POINT : For Nenets!
1. J가 종대에게 건넸던 인사말을 늘 기억해 주세요. 어디선가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제 글의 매우x209834193528 중요한 단어가 될거에요(찡긋)
2. 호스트부...애증의 호스트부...됴르륵
원래는 연재 계획에 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야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따귀)
3. 오늘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호스트부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4. 내용 첨부가 안됬어요..왜죠..?ㅠㅠ엏어엏엉허나ㅣ언어ㅏㄴㅇ헌
잦은 수정 쪽지 죄송합니다ㅠㅠ
+
Guardo en mis ojos tu utlima mirada.
너의 마지막 모습을 내 눈에 담는다.
힘내세요. 그리고 힘내라는 말 뿐이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