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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난 후 태일은 한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원래라면 침대에 누워 곧바로 잠을 청했을 태일이지만 눈을 감으면 버스에서 본 지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2학년 표지훈. 명찰로 이름과 나이밖에 알지 못하지만 지훈에 대한 마음은 뭉게뭉게 커져만 갔다. 그 때문에 밤새워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곤 했다.
..일아..이태일!!!
태일의 옆에 앉아있던 재효가 넋을 놓고 앉아있는 태일을 불렀다. 아이코, 깜짝이야
하지만 태일은 자신의 피부가 거칠어진 것보다 혹시 지훈을 스쳐 지나갔는데 자신이 발견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에 집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종종 멍해있었다. 태일은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2학년 반 하나하나 뒤져서 지훈을 찾고 싶었다. 아니면 등교 시간에 교문에 서서 들어오는 학생 얼굴 하나하나 확인해서라도 보고 싶었다. 태일은 자신의 터질듯한 마음을 애써 눌러가며 저번처럼 우연히 지훈과 다시 만나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 잘 생각해보니깐 나도 참, 이렇게 보니 황진이가 따로 없다. 만나지 못한 임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거네.
' 어? '
지훈이다, 표지훈. 우연히 눈을 돌린 운동장에는 지훈이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었다. 태일은 몹시 보고 싶었던 지훈을 발견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훈만 쫓았다. 지훈은 하얀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채 공에 열중하고 있었다. 더운지 얼굴은 땀에 젖어 반짝거렸다. 축구도 잘한다, 지훈이. 태일은 마치 지훈을 키운 엄마라도 되는 듯이 가슴이 벅차올랐다.
공을 드리블하며 골대로 달려가던 지훈이 공을 막는다고 뻗은 상대편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본 태일은 깜짝 놀라 책상을 치고 일어났다. 아, 어떡해. 지훈이 아프겠다.
" 이태일, 왜 그래? "
갑자기 일어나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태일을 보며 재효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태일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자신의 행동과 그에 대한 재효의 질문에 당황해서 식은땀이 났다. 아마 무언가 숨긴 것을 들킬 것만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태일은 자연스럽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은 태일이 당황하면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이었다.
" 어? 나, 나 화장실 좀- "
태일은 교실을 나와 화장실로 걸으면서도 계속되는 걱정에 손톱을 물었다. 재효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아, 그것보다 지훈이! 괜찮을까? 무릎 까진 거 같던데. 상처 덧나면 어쩌지? 연고 잘 발라줘야 할 텐데-. 양호실은 갔으려나? 어휴, 가만히 달리는 애 다리를 왜 걸어서. 진짜 빵꾸똥꾸야. 넘어져서 미간을 찌푸린 지훈의 표정이 계속 태일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자신은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지훈을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것인지. 왜 항상 지훈의 생각에 잠을 늦게 이루는지. 왜 한동안 지훈을 못 봐서 불안했는지. 이상했다. 그날의 배려 때문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훈에게 쏟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 . . . . . . . . .
네가 내 롤모델이기 때문에,
내가 너를 닮고 싶으니깐,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치-? |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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