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우주정복#2
궁
1
2018년 대한민국은 입헌군주국이다
"우리 진짜 궁으로 가요...?"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나를 궁으로 데려가지..?
내가 국가적 재산을 범했었나 아니지 그건 경찰에 잡혀갔겠지.. 아 진짜ㅠㅠ
"어?? 우리 궁으로 가는 거 아니였.... 우와..."
차는 궁으로 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방향을 꺾었다 그리고 외각 쪽으로 가는 듯하더니 곧이어 엄청 크고 단단해 보이는 대문 앞으로 직진했다 차가 부딪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무안하게 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360도로 펼쳐지는 처음 본 궁에 정신이 팔렸다
항상 사진으로만 접하던 궁이었다 궁이 항상 닫혀있는 건 아니지만 항상 앞쪽이나 궁 안에 있는 방 정도만 봤지 일반인은 쉽게 볼 수 없는 뒷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제일 크고 웅장한 건물을 중심으로 크기도 구조도 다 다른 궁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끝이 안 보이는 잔디들과 길, 호순지 연못인지 수영장인지 모를 큼지막한 물 웅덩이도 보였다
아 대한민국의 궁은 이렇게 생겼구나... 아름답다 아침부터 지금까지는 이상한 일들만 가득해서 잃어버렸던 평정심을 찾은 듯했다 보기만 해도 편안해 보이는 한옥처럼 생긴 이 많은 건물들의 용도와 안에는 또 어떻게 생겼을지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들어가다 한 궁 앞에서 차들이 멈췄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옆에 언니를 따라 내리려고 안전벨트를 풀자 내쪽 문 앞으로 와서 문을 열어주는 언니에 놀라 엉거주춤 차에서 내렸다
"언니... 갑자기 왜 이래요..."
질문형이었다 아까 그렇게 거칠던 언니가 내가 차에서 내리자 허리 숙여 인사를 하더니 이쪽입니다 하며 손을 모아 앞길을 열어줬다 언니의 공손하고 위엄 있는 모습에 나도 존댓말로 대답했다 더듬으면서 ㄴ.. 네..
차 안에 있던 사람들과는 또 다른 옷을 입고 내가 엄청 큰 회사의 회장님인 것처럼 문 양쪽으로 촤르륵 서서 고개 숙이는 사람들에 황급히 궁안으로 들어갔다
하아.... 점점 입술이 마르고 손과 온몸에는 땀이 흐를 정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도 모르고 끌려왔다가 대접을 받았으니 긴장도 됐고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궁과 사람들에 걱정도 됐다
"이쪽입니다"
여주 앞으로 걷는 사람이 없어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몰라 아무 곳으로 향하고 있는 발걸음에 길을 잘못 들때마다 방향을 알려주는 처음 보는 아저씨였다
궁에 들어올 때 문 앞에 계셔서 다른 이들보다 높아 보인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높은 분이신가 보다... 괜히 움츠러드러서 두 손을 앞으로 모아 걸었다
"들어오시죠"
어떤 방문 앞에서 멈춰 서자 뒤에 계셨던 아저씨가 문을 열어 안쪽으로 안내했다 와 여기는 문들이 다 이렇게 큰가? 겉으로는 한국 전통 한옥 건물처럼 보였는데 안은 서양식 같으면서 동양 느낌이 섞이듯이 생긴 곳이었다 방안은 회의실처럼 생겼고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스크린 양쪽으로는 한국 국기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 아저씨는 스크린 앞쪽에 언니는 나를 중앙 자리로 안내하고 내 뒤쪽에 서 계셨다
곧바로 회의실 불이 꺼지더니 말을 시작하는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황태자들을 모시는 송창완이라고 합니다 마마께서는 아직 고어가 익숙지 않으시니 편하게 송내관이라고 불러주세요"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궁의 역사나 황제와 황비, 황자들의 프로필을 읊는 송집사님이었다 그곳에서 왜 그런 내용을 보고 있는지도 까먹은 채 열심히 집중하는 여주였다내
"마마의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지금의 폐하와 아주 각별히 친하신 사이셨습니다 두 분은 마마가 태어나시기도 전에 자녀들의 정혼을 약속하셨고 이후 돌아가신 부원군의 건강이 악화되셔서 마마께는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황태자와의 국혼을 비밀로 해달라고 전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마마께서는 20살이 되시던 해에 궁에서 공식적으로 모셔야 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마마를 최대한 빠르게 궁으로 들이라는 명에 무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궁인을 대표해 사죄드리지요"
관님 뭐라 하시는 거지 갑자기 내관님 입에서 등장한 아빠 얘기에 당황도 잠시 너무 충격적인 사실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저 얘기가 진짜일까?
내가 아는 내 인생은 엄마가 날 낳다가 돌아가셨고 아빠는 나에게 한없이 좋은 아빠였다 그러다 내가 중학생 때 암으로 돌아가시고 그때부터 지연이와 둘이 살기 시작했다 집이 부유했던 지연이는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생각해서 독립을 결심했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내며 친구와 같이 사는 그냥 극도로 평범한 18살 고등학생이 다다
여주는 아빠가 물려주신 링 목걸이를 만지며 생각했다 아빠가 덜렁이는 나를 위해 반지를 목걸이로 만들어 선물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 폐하와 마마를 봤던 희미한 기억까지
그 반지는 폐하와 아빠가 끼던 반지였고 정혼과 우정의 증거였다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인데 신기하게 그 사실을 다 알고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하던 머리가 백지상태가 되더니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폐하와 아빠의 관계는 알겠고... 나는? 내가 황태자비라고?? 다른 사람에게 소설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내가 황태자비면 평생 궁에서 살아야 하나?
점심시간을 넘긴 시간에도 배고프지도 않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던 여주에게 송내관은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급하게 걸음을 옮겼고 뒤에 있던 언니가 정신없는 나를 챙겨 얼른 그를 따라나갔다
여주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상상했다 황태자비가 된 자신에게 더 이상 행복하던 자유는 없다는 결과까지 도달하자 걸음을 멈추고 송내관를 붙잡았다
"내관님 저... 결혼 안 할래요 집 갈래요..... 보내주세요"
"왜 이러세요 마마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셔야 해야 해요"
송내관는 안 들어간다며 문을 등지고 바닥에 발을 붙인 여주를 잡고 방문을 열어 안으로 끌었고 가만히 있던 언니도 열심히 저항하던 여주의 팔을 잡으며 방 안으로 넣었다
"송내관님! 저 나가게 해줘요 아! 언니 손가락 손가락 손가락 아아아아"
"마마 마마! 보는 눈이 많사옵니다 얌전히 계세요!"
조용히 속삭이는 송내관 말에도 들리는 건지 안 들리는 건지 계속 추한 자세로 나가고 싶다고 소리치는 여주에 송내관는 다시 마마! 황자님들이 보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방안을 살폈다 이 전에 있던 방보다 크고 고급져보이는 긴 책상에 격식있는 옷을 갖춰 입고 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황자들과 여러 궁인들이 보였다
여주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자신이 방금 무슨 행동을 했던 거지 후회하며 부끄러움에 빨개진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
"안녕하세요.. 일삼고등학교 2학년 1반 김여주입니다.."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언니가 앉으라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래 아빠가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인간은 없다고 했어.. 스스로 자기 위안을 하다 들어가기 싫다며 발버둥 치던 모습이 너무 후회되다가 자신의 상태를 떠올렸다 아.. 맞다 나 라이언 잠옷 입고 있었지 궁에 들어온 지 몇 시간 만에 자각한 사실이었다 안 좋아질 대로 안 좋아진 상황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제는 한숨과 웃음이 나왔다
"크흠 저는 제1황자 김석진이라고 합니다 순서대로 제2황자 민윤기, 제3황자 정호석, 제4황자 김남준, 제5황자 박지민, 제6황자 김태형, 제7황자 전정국입니다"
"사정은 송내관를 통해 다 들으셨을 테니 현재 한국에 없으신 폐하와 마마를 대신해 제가 나머지 말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1황자가 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 허리를 폈다
"ㄴ.. 네! 말씀하세요 황자님!"
하.. 바보같이 말을 왜 더듬고 난리야아 처음 보는 황자들에 주눅 들고 긴장해서 오늘만 몇 번째인지 실수를 남발하는 여주다책
"이곳은 황자들이 머무는 궁입니다 폐하께서는 궁이 처음이어 불편하실 황태자비를 배려하셔서 이 궁에 황태자비의 방을 마련하였습니다 앞으로 저희 황자들과 생활하시게 될 것이고요"
"네"
"또 황태자비라는 직이 갑작스러워 도움이 필요하실 황태자비를 위해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황자들이 직접 가르쳐드릴 예정이고 저희끼리 한 과목씩 맡기로 했습니다 저는 요리를"
"음악입니다"
"전 예절수업입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 교육 맡았습니다"
"저는 무용 담당이요"
"미술담당입니다"
"전 체육이요"
황자의 말을 시작으로 다른 황자들도 자신이 맡은 과목을 말했다 제2황자부터 7 황자까지 여주가 배워야 할 과목은 총 7가지로 신부수업 같은 느낌이었다
"현재 다니시는 학교는 5 황자와 6 황자, 7 황자가 다니는 서울황빛고등학교로 궁 쪽에서 전학을 준비하고 있고 다음 주부터 월요일부터 등교하시면 됩니다 그 외의 규칙이나 진행상황은 송내관에게 들으시면 되고 지금 뒤에 계신 최상궁이 황태자비 옆에서 도와드릴 겁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 국민들에게 발표할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네에..."
"그럼 저희는 하던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속사포 같던 1 황자의 말에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던 여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말고 해가져 어둡고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몰래 나갈까
황자들의 표정은 전부 무표정이었다 아니 오히려 불편해 보이는 표정 같았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럴 듯.. 이쪽도 무섭고 저쪽도 무서워서 그나마 나에게 말하고 있는 1 황자로 고개를 돌렸다 똑같이 눈은 못 쳐다봤지만
여주는 먼저 나간다는 황자들에 일어나서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한 명씩 자신의 앞으로 오는 바람에 당황했다 악수를 하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나가는 황자들에 또 한 번 불편해졌다
"하......"
황자들이 나간 방문을 바라보며 드디어 나갔다 하며 의자에 털석 앉아 한숨 쉬는 여주에게 송내관이 왔다
"마마 앞으로 마마가 머무실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헉 이제 쉴 수 있는 건가? 라며 보는 눈 없는 곳에서 편하게 널브러져 쉴 생각을 하더니 방까지 뛰어가고 싶다며 설레는 맘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는 지금까지 본 표정 중 제일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전학이라던지 황자들과 있을 수업 또 황태자비라는 직책, 앞으로의 궁 생활을 앞둔 사람의 표정 같지는 않았다 특히 오늘 보여준 행동들과 비교하면 더더욱
여주는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이러다가 쓰리지는 거 아냐? 오늘 약도 못 먹었는데
방을 나가 또 궁안을 이곳저곳 지나가더니 계단을 올라가는 송내관에 방이 2층에 있나 보네라는 생각만 하는 여주다 드디어 방앞에 도착해서 방문을 열어주고 자신은 이제 가보겠다며 저녁식사에 늦으시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간 송내관를 보다 대답을 하고 좀 있다 봬요라며 긍정적인 인사까지 했다 누가 봐도 아까보다 텐션이 오른 게 티가 났다
여주는 바로 문을 닫고 최상궁 언니가 설명해주는 대로 따라다녔다
"앞으로 여기서 주무실 거예요 마마의 취향을 몰라서 황제폐하와 황비마마가 엄청 신경 쓰시고 걱정하셨어요 여기는 화장실이고 옆에는 욕실 따로 이렇게 있어요 화장대, 책상, 컴퓨터, 드레스룸이고 한복, 교복, 정장과 드레스, 운동복 등등 쥬얼리와 신발, 가방 모두 준비돼있어요전부 최상급이라 불편하시진 않을 거예요"
"우와. 정말? 너무 좋다. 하하하 헐.... 저거 설마 침대야..? 와.... 아 최상궁은 다리안 아파? 최상궁도 얼른 가서 쉬어 힘들겠다ㅠ"
"네? 아뇨 저는 항상 마마 옆에 있어야 하는.. 마... 마마! 그럼 식사 전에 준비도와 드리러 오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저기 있는 인터폰으로 꼭 부르세요! 네? 마마!"
최상급 가구나 옷들이었지만 여주 눈에는 방안에 나 침대요 하고 존재감 가득히 뽐내는 공주풍 침대 밖에 안보였다
방은 상궁 언니가 말한 대로 고급진 티가 났다 심하게 공주풍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린이방 같았다 딱 보면 귀엽다 정도? 캐노피를 만지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
여주는 머리가 지끈거려서 눈을 감고 팔을 올렸다 오늘따라 많이 본 적도 없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 황태자비.. 황태자비.. 아무리 말해도 입에 익지 않은 말
"내가 도망칠 수 있을까.. 황태자비를 할 수 있을까.."
결국 여주는 어떠한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똑똑-
"마마..? 소인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마마?"
"마마.. 실례하겠습니다"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없자 최상궁이 천천히 문을 열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여주는 이불도 덮지 않고 불편하게 누워서 잠을 자는 듯했다 곧 황자님들과의 첫 저녁식사에 가실 준비를 해야 해서 급하게 흔들어 깨웠다
"마마 저녁식사에 가실 준비를 해야 하세요 얼른 간단하게 씻고 나오세요"
"으응.... 가기 싫은데.."
하며 잠에서 깨지 못해 위태롭게 걸으며 세수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세수를 하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배가 난리를 쳤다 아 배고파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잠이 깨 똘똘한 눈을 뜨고 나갔다
"마마 옷 먼저 갈아입으세요 이쪽에 식사자리 때 입으실 옷들이 있으니 기억해두세요 전 나가 있겠습니다 다 입으시면 불러주세요"
"네 언니"
옷이 진짜 많네.... 옷 가게라 해도 믿겠다ㅋㅋ"
수많은 옷 중에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흰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를 입었다 그러고 나와 상궁 언니를 불렀고 언니는 내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나는 화장대에 있던 화장품으로 대충 화장을 했고 괜히 미운털이 박힐까 얼른 1층으로 향했다
아... 망했다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가자 벌써 황자들이 모여있었다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1 황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얼굴치곤 굉장히 딱딱했다 분명 예의상 던진 말이었다 다른 황자들도 아까와 표정이 똑같았고 차가운 분위기에 여주는 상궁 언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자리로 갔다
여주의 자리는 문에서 가장 떨어진 자리라 거기까지 가는 동안 황자들의 눈동자가 따라왔다 여주가 의자에 앉자 1 황자는 식사를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황태자비와 황자들의 첫 식사가 시작됐다
분위기는 아주 삭막했다 식탁이 사각형이 아니라 원 모양이어서 황자들이 아주 잘 보였다 여주의 왼쪽에는 5 황자가 앉아있었고 오른쪽에는 7 황자가 앉아있었다 7 황자의 옆으로는 1 황자, 3 황자, 6 황자, 2 황자, 4 황자였다
그 방에서는 최상궁 언니와 송내관이 있었다 적막만 맴도는 자리에 그나마 그 둘이 있어서 심리적으로 조금 도움이 됐다 황자들의 눈치를 보며 제일 마지막으로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내 인생 최고의 만찬이었다 그와 동시에 최악의 만찬이기도 했고 이유는 황자들과 함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티 안내고 젓가락질해가며 밥을 눈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꾸역꾸역 입으로 넣기만 했다 한참 넣다가 목이 말라 옆에 있던 잔에 든 물을 마시는데 송내관이 한마디 했다
"마마 음식은 입에 좀 맞으십니까"
"푸흡"
콜록콜록 갑자기 들린 호출과 그 때문에 받은 황자들의 시선에 놀라 물을 뿜고 사래가 들려 기침을 해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물을 아래쪽으로 뿜었다는 것? 입을 막고 찔끔씩 눈물이 나오며 기침을 하니 상궁 언니가 놀라 내 옆으로 와 휴지로 내 옷을 닦아주었고 송내관은 물을 떠 건네주었다
"감사 콜록 합니 콜록 다 콜록"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계속 나를 보고 있는 황자들에게 죄송합니다 갑자기 너무 놀라서 그만 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막 했다
"아닙니다 괜찮아지셨으면 다시 식사하시죠"
"네..."
여주는 창피함에 고개를 숙여 새 그릇과 수저로 밥을 먹었고 음식을 담았던 그릇들이 바닥을 보이자 송내관은 다른 나인들을 시켜 디저트를 준비했다
진짜 어떻게 대화 한마디 없을 수가 있지 황자들이 sns도 하고 꽤 재밌고 활발하다고 들었는데 다 거짓말이었나 보다 라고 생각한 여주다
달그락달그락
이게 뭐지 오믈렛인가 안에는 아이스크림?
"맛있다.."
마음속으로 혼잣말한다는 게 실수로 입밖에 내어버렸다 다행히 황자님들은 못 들으신듯했다 진짜 다행이었다 이런 진중한 자리에서 물을 뿝는 것도 모자라 혼잣말한 것까지 알면 난 그때부로 궁 생활 끝일 것이다
"다들 식사를 끝내신 듯하니 이만 일어나 볼까요?"
"넵"
1 황자의 말에 습관적으로 대답한 여주였다 황자님의 말이 대답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었던 건지 다른 황자님들은 대답을 하지 않아 여주는 혼자 대답한 사실에 또 민망해했다
보폭이 큰 황자님들을 따라 여주가 빠른 걸음을 하며 방으로 가려고 문을 나서서 2층 계단을 올라갔다 2층은 계단과 난간 쪽에 로비처럼 작은 소파들과 러그, TV와 책들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치면 황자들의 방이 복도를 사이로 양옆에 있었고 복도 끝에는 내 방이 있었다
황자들이 하나 둘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최상궁 언니와 함께 방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풀리는 긴장에 또다시 침대에 다이빙하듯 누웠다 물론 망측한 행동이라며 언니한테 잔소리도 들었다
"마마 씻으시고 옷 갈아입으신 다음에 취침하셔야죠"
"나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아까 얼마나 쪽팔리던지"
"마마! 황태자비는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면 안 되시옵니다!"
"아라써영 온니"
"마마!!
"언니는 안 힘들어요?? 얼른 퇴근하셔요"
"하.. 내일은 바로 황자님들과의 수업이 있으세요 아침식사 전에 오겠습니다 알람은 7시로 맞춰두었어요 필요하시면 인터폰 하세요 송내관 님이 오실 거예요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황태자비 마마"
"알겠습니다아 아! 맞다! 언니 근데 저 집에서 가져와야 할 짐이 있는데.... 핸드폰도 없구요.."
"그건 내일 송내관 님이 알려주실 거예요 그리고 디자이너 선생님이 오셔서 방이랑 옷들 모두 마마님 취향으로 바꿔주실 거세요"
"헐 진짜???"
"네 마마님 안녕히 주무세요"
"언니 잘 가여어"
최상궁 언니가 가고 나는 또 한참 동안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생각하다 목이 말라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벌써 해는 져있었고 늦은 밤이 돼있었다
여주는 방문을 살짝 열고 벌어진 문틈으로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와 두 손으로 소리 안 나게 문을 닫고 슬금슬금 계단을 내려와 아까 식사했던 곳 옆에 있던 주방으로 향했다
?? 주방 앞에 왔는데 인기척이 들리길래 문 뒤로 숨었다 저분은... 6 황자님..??
"음! 역시! 음식은 먹고 안 치우는 게 제맛이지!"
여주는 처음 보는 황자의 풀어진 모습에 당황했다 잘못 들었나? 생각하다 6 황자님이 밖으로 나오시는 것 같아 문 뒤로 숨었다 황자님이 너무 충격적이라 주방에 들어가서 황자님이 안치 우신 반찬통에 남은 과일들과 아이스크림 쓰레기들이 있었다
"나라도 치워야 하나.."
뚜벅뚜벅 또 누가 오는 소리에 먹던 물을 꽉 쥐고 제일 끝에 있던 냉장고 옆으로 쪼그려 숨었다 아니 여기 꿀단지 있나? 7 황자님이 들어오셔서 냉장고를 열어 물통을 꺼내 마시더니 다행히 바로 나가셨다
"하아... 나도 얼른 가야지"
구두 소리가 안 나게 발꿈치를 들고 주방을 나갔다?? 열려있는 현관문을 보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집에 가서 딱 핸드폰만 들고 오는 거야 딱 핸드폰만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열심히 뛰었다
epilogue
"맛있다.."
야야 조용히 해
야.
포커페이스
풉
후..
푸흡
....
[암호닉]
온도꾸리
궁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해요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세용..
연재는 느리게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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