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일기장 01 |
2013. 3. 01. 날씨. 흐리다. 방학 동안 하라는 방학숙제는 저멀리 치워 버리고 서든어택과 한달을 같이 한 결과는 참담했다.조그마한 손에 쥐어져 있는 연필이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 일기장을 톡,톡 두드렸다.더 이상 쓸께 없엉.울상을 지으며 일기장의 앞을 뒤지던 세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영화를 봐따.재밌어따. 오늘은 서든어택을 했다.어떤 시베리아 같은 놈이 내 머리를 쏴따.기분이 나빠따.엉엉. 자신이 봐도 급하게 쓴 티가 역력히 나는 일기장의 모양새에 양심의 가책은 느끼는지,마지막 한장은 특별한 것으로 채우리라 세훈은 다짐했다.작은 몸이 벌떡 일어나 집안 곳곳을 종종이며 쏘다녔다.엄마..?엄망...엄마를 찾는 모양이었다.역시,방학숙제의 도우미는 엄마가 최고봉인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이니라.하지만,세훈의 간절한 바램과는 반대로 어머니는 집안에 있지 않았다.의기에 부풀었던 세훈의 작은 가슴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쫙 펴졌던 어깨가 팍하니 축 쳐졌다.엄마,미웡.엄마를 미워라 하는 세훈의 큰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거기다가 놔주세요.네.수고하셨어요. -장롱은 어디다가 놓을까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세훈의 귀가 쫑긋쫑긋 곤두섰다.어쩐지 아침부터 세훈이 신기해라 했던 크레인이 있더라니.이사를 온거구나!언제 눈물이 맺혔냐는 듯 세훈의 눈동자는 금세 반짝이는 빛을 냈다.세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 이유,첫번째는 쓸게 생겼어! 라는 것이고.두번째는, -준면아,이것 좀 들어봐. -네,알았어요. 문 밖에서 들려오는 미성의 남정네 목소리.세훈의 말동무가 생겼다는 것이었다.들려오는 목소리에 세훈은 결심을 한듯 현관문까지 도도도 달려갔다.그리고 작은 키로 힘들게 낑낑거리며 문을 달칵였다.세훈의 노력이 가상한지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은 띠리링-하는 발랄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열렸다!박수까지 짝짝 쳐가며 기뻐한 세훈이 무거운 문을 힘겹게 지탱하며 주변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역시 이사를 하는 모양인지 앞집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세훈보고 이리로 들어오라는 듯이.세훈만 들을 수 있는 문의 가련한 외침에 세훈은 발랄하게 걸음을 떼어 앞집으로 쏙 들어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림 일기장 01. W.Rein(라인)
세훈의 아기자기한 집과는 다른 분위기였다.가구가 아직 다 들어차지 않아서 그런건지 제 집보다 더 커보이기도 했다.자기가 마치 콜럼버스라도 된 기분에 사로잡힌 세훈은 신발을 신은 채로 집안 곳곳을 구경했다.티비도 없고 오직 책들로만 가득차있는 거실.괴상한 그림들만 걸려있는 한쪽 방.전부다 초등학생인 세훈이 지겨워할만한 요소로 만들어진 집안이었다.금방 시시해진 세훈이 일기에 앞집이 이사를 와따.기대했지만, 볼게 없어서 실망해따 엉엉.다신 안갈래.라는 문장들을 쓸 생각으로 거실을 나섰다.그럼과 동시에,세훈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우와! 냉장고 문이 두개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최대 10개 밖에 못담는 세훈의 냉장고와는 달리,문이 두개나 달려있어 아이스크림을 최소 20개나 넣을 수 있을 만큼의 냉장고가 세훈의 앞에 턱하니 섰다.진짜 크다.라고 하는 감탄사와 함께,꿀꺽.세훈의 침이 넘어갔다.상상만으로도 아이스크림이 고픈 모양이었다.한참을 냉장고 앞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세훈의 뒤로 아까 그 미성의 소리가 들렸다.어쩌지?세훈은 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배웠던,남의 집은 허락을 맞고 가야되요!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잔뜩 긴장했다.저 형아에게 호되게 혼날 것 같았다. "아,힘들다." "...." "..넌 누구니?꼬마야?왜 거기있어?" "..저..저는." 차마 뒤 돌아보지 못한 세훈은 그 자리에서 손가락 장난만 쳐댔다.무슨 말을 건네야 저 형의 화가 풀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응,꼬마야?자신에게 걸어오는 슬리퍼 소리에 세훈은 히익,하며 먼저 준면에게로 돌아섰다.눈 앞에 보이는 형아의 모습은 짝다리를 짚고 서있는 아주 무서운 모양새였기에 세훈은 꿀꺽,다시 침을 목뒤로 넘겼다.잘못했습니다,저는 오세훈입니다,옆집에 삽니다.라고 대답해야됭.머릿속으로 벌써 수만번은 읊어댄 문장을 상기시키며 세훈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뗐다.
"저는..저는 엑소초등학교 4학년 2반 오세훈 입니다!!!"
망했엉.세훈은 조그마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퍽,하니 한번 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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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세훈이에 빙의하니까 덩달아 나도 초딩이 된기분;;
그냥 귀여운 세준 보고싶어서 가벼운 마음에 쓴거니까 여러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세훈이를 귀여워하며 봐주시면 감사할께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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