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체제는 뒤바뀌지 않았다. 국민들은 목구멍이 메말라가면서도 쉰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 반역 종자들은 뿌리 끝까지 뽑혀 제거되었다. 타도하라. 네 글자를 뱉어냄으로서 그들의 가슴에는 쇠냄새 풍기는 정부의 탄압이 똑똑히 새겨졌다. 몸부림 쳐봤자 그물질만 당할 뿐이었다. 의미 없었다. 그들의 죽음은, 우리의 갈망은. 부친은 떨리는 손바닥으로 술잔을 그러쥐었다. 수전증이 악화된 듯하였다. 잔이 협탁에 부딪칠 때마다 창밖으로 총성이 울려퍼졌다. 경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끊임없이 울려퍼지는데 들은 체도 않는 그들은 어린 가슴에 의구심을 유발했다. “아비. 총소리가 들리오.” 부친은 서늘한 시선으로 아들을 흘겨보았다. 잇새로 흘러나오는 것들은 그 눈매 만큼이나 서늘하기 그지 없었다. 안 들린다. 총소리가 아니라 갈대 소리 아니니.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경수의 입술이 옴찔댄다. 다닥, 하고 땅이 울리는가 싶더니 모친이 경수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너 그 입 다물어라. 혓바닥을 잘라버린다. 흰자를 훤히 드러내놓고 정신이 나간 듯 중얼댄다. 안 들린다, 안 들려. “얘.” 부친이 취기 오른 목소리로 부름을 하였다. “얘. 경수야.” “…….” “귓구멍을 틀어막아라.” “…….” “눈을 뜨지 말아라.” “…….” “입을 다물어라.” 알아도 알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 채 살아라. 응, 알겠니. 목소리는 변함 없었으나 어딘가 우는 듯하였다.
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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