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정말로 미안하다..."
"그래서? 그래서 이젠 어쩔건데?"
"...."
"이미 집안 다 말아먹고 이제와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아빠가 미안해.. 미안하다..."
집으로 들어와보니 온 집 안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온갖 가구들이 뒹구르고 있었고 온전한 물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부서져 있었다. 며칠 안에 또 사채업자들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엄마는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았고 유일한 남동생인 지성이는 혼 빠진 얼굴로 집 안을 둘러보았다.
"이제와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우리 길바닥에 나앉게 만들 셈이야?"
"....그럼 뭐 어떡할까. 우리 다같이 한강에 가서 죽을까?"
"여기서...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와?"
"그럼 뭐 어떡하자는 얘기야!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는 아빠의 모습은 가히 미쳐보였다. 그러게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주식에 빠지더니 이렇게... 결국엔 이렇게 되어버렸어.. 애초에 엄마 말만 잘 들었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건데 대체 왜...
"우리가 왜 죽어?"
"뭐?"
"죽을 거면 아빠 혼자 죽어."
"..."
"난 아빠 때문에 죽고 싶지않아."
그 말을 끝으로 지성이의 손을 잡아 집을 나왔다. 아직 고등학생 1학년 밖에 안된 지성이는 모든 것이 두려운지 내 손을 꼭 붙잡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늦은 밤에 갑자기 모든 게 발칵 뒤집혀 버렸다. 과거는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의 미래만 생각하자던 아빠의 말이 이제는 역겨워지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갈 곳도 정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뛰어나와 그저 길바닥에 털썩 주저않아 버렸다. 나에게로 계속 전화오는 아빠의 전화도 무시한 채 길바닥에 나앉은지 1시간이었다. 당장 학교에 복학할 등록금도 모자른데 이제는 아예 집까지 무너져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누나... 나 배고파."
"미안해 지성아, 조금만 참아. 누나가 좀이따 맛있는 거 사줄게."
"우리 이제 노숙자 되는 거야?"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제 우리 집도 잃어버린 거 아니야?"
"......"
"진짜야?"
"아니야. 아니니까 걱정말고 넌 내일 학교 갈 생각이나 해."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집에라도 묵어야되는데 지금 제일 의지가 되는 내 친구 승완이는 미국 여행 중이고, 그렇다고 아는 동기한테 연락하기도 그렇고 수정선배? 아니야, 그럼 찬열선배는? 아니야 그건 더욱 아니야. 하, 진짜 누구한테 연락해야 되지. 한참을 생각하다 얼마 전에 헤어진 내 전남친이 생각났다. 아, 그 놈... 문자라도 남겨놓을까 아니 나 걔 차단했는데 지금 와서 연락하면 이상하려나 아악! 나 찌질한 전여친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 핸드폰을 붙들고 엄청난 고민을 하다 결국 연락하기로 마음먹었다. 옆의 지성이도 계속 칭얼거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녀석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무턱대고 전화하기는 좀 그렇고 카톡 하나를 보내보았다.
[자니?]
아, 보내놓고 보니 굉장히 찌질한 구남친의 수법이 그대로 들어나 보였다. 옛날 전전남친이 나한테 이렇게 보냈을 때 개욕하고 차단했는데 얘도 그럴까. 순간적으로 회의감이 들었다. 아빠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 카톡을 무시하고 차단해버릴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1이 하나가 없어지고 잠깐침묵이 오더니 답장이 왔다. 오 씨발, 신이시여 결국 신은 날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왜]
매우 단답적인 이 놈의 답은 정말로 오랜만에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러니 나랑 헤어지고 나서도 여친을 못사귀지 쯧, 불쌍한 놈. 혀를 한 번 차주고 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를 두드렸다.
-너 지금 집에 혼자야?
[?]
[응]
-나 잠깐 너네 집에 들르면 안될까
[갑자기 뭔 소리야]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래.. 지금 내 동생도 같이 있어서..
내 마지막 카톡에 1이 없어졌다. 그리곤 답이 없다. 개새끼 결국 이럴 줄 알았다. 뭐 헤어진 지 13된 여친이 갑자기 연락을 보내면서 집에 간다는 소리나 해대니 미친건가 싶기도 했을거다. 근데 좀 속상하다. 그래도 좀 그동안 사겼던 정을 봐서라도 해주든가 하지 내가 뭐 평생 눌러산다는 것도 아니고 잠깐 있다가 간다는데. 내가 속으로 그 놈에게 욕을 퍼붓고 있을 때쯤 옆에서 지성이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지 혼자 츄파X스 사탕을 꺼내더니 쪽쪽 빨아먹는 모습이 참으로도 야속했다. 누난 이렇게 새빠지게 고생하고 있는데 이 놈은 태평하게 츄파X스나 빨면서 핸드폰을 쳐하고 있네. 동생놈의 대가리를 한 대 쳐버릴 요량으로 손을 든 순간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계속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보니 그 놈에게서 온 전화였다.
[받지마]
"받지마? 이게 누구야?"
옆에서 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지성이가 내게 물어봤다. 그건 말이야 동생아, 너도 어른이 되면 어른들만의 연애를 해볼텐데 그게 아주 좆같고 개같은.. 이런 설명 다 부질없고 일단 난 이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시발 받지마가 뭔 소용이야 내가 지금 그 놈이 필요한데. 지성이의 얼굴을 밀어내고 난 계속해서 걸려오는 진동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오랜만이야.
"응, 그래... 그러네."
이런 시발 헤어진지 며칠 됬다고 이렇게 어색해하냐. 그냥 미친 척 하고 들이받자, 친구처럼 해 친구처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게.. 일단 집에 가서 말해주면 안될까? 지금 동생이 배고프다고도 하고 곧 있으면 비가 올 것 같아서.."
-아, 지금 잠깐만. 데리러 갈게.
맞다, 이 새끼 차 갖고 다녔지. 그러고 보면 내가 얘랑 헤어진 것도 좀 아깝기도 하다.
"굳이 불편하면 안...그래도 되는데."
-...아니야 지금 갈게.
"...."
-기다려.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근데 얘 내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뭘 데리러 오겠다는 거야. 진짜 허세는 여전하구만. 난 굳이 데리러 오겠다는 전남친 놈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채 내가 있는 곳의 메세지를 남겼다. 전화를 끊자 내 동생 지성이는 여전히 쪼그라진 츄파X스를 빨며 나를 바라보았다.
"뭘봐."
"누구야"
"알빠?"
"전남친?"
"닥쳐"
"에휴 가도 뭔 전남친 집엘 가냐."
"너 가기 싫으면 여기 있어. 난 거기 갈거니까."
"...혹시 했냐?"
"미쳤나 이게."
혹시 했냐고 묻는 지성이의 물음에 난 대답대신 발로 지성이를 걷어찼다. 어린 게 진짜 어디서 듣고본 건 있어가지고. 아니 한 건 맞지만, 어떻게 면전에 대놓고 그런 질문을 하냐 여자한테 이 미친놈아! 신명나게 털리고 있는 지성이와 신명나게 때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맞다 밖에선 동생을 때리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이 놈이 내 안의 이성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전남친 놈을 기다린지 20분이 됬을까 지성이는 다먹은 사탕막대기를 버리고 또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자유X간을 까먹는다. 아니 이 새끼는 주머니에 도라에몽이라도 사나 뭐이렇게 먹을 게 수도 없이 나와.
"뭘봐."
"너만 먹냐?"
"배고프니까 먹지."
"나랑 나눠먹을 생각 1도 없어?"
"어 없어."
"개새끼.."
그 때 저멀리서 우산 두 개를 들고 뛰어오는 허연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급하게 나온 건지 티셔츠와 트레이닝바지에 걸쳐입은 가디건과 슬리퍼를 신은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쪽팔렸다. 그나마 얼굴로 먹고 사는 인간이라 얼굴이 그마저도 다 커버를 쳐서 다행이었다.그는 우리에게로 뛰어오더니 헉헉대며 내게 자신이 입은 가디건을 건내 내게 씌워주었다.
"미안해 많이 늦었지. 오는 길에 어디서 사고가 나가지고 그것땜에 길이 좀 막혔어."
"진짜 왔네..?"
"어.. 왔어."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고마워.."
"아니야..뭐..."
막상 얼굴을 보니 어색한 우리 둘의 상황에 지성이만 홀로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인상에는 배고프니까 둘 다 궁상 떨지 말고 밥이나 쳐먹으러 가자는 내적의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 혹시, 동생.."
"네, 제가 동생입니다. 뭐 듣기엔 그 쪽이 우리 누나 전남"
"아하하하 뭔 소리야! 우리 이미 친구지 안그래? 태용아!"
"어.. 어 맞아! 우리 헤어져도 친구지 뭐! 뭐 그렇게 깊이 사귄 것도 아니었고 기간도 짧았잖아!"
우리 사귄지 1년이었다 개놈아.
"쨋든 배고프니까 우리 뭐 밥이나 먹을래?"
태용이의 제안으로 우리는 태용이의 집에서 무언가를 시켜먹기로 결정했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태용이의 차는 어느샌가 또 바껴있었다. 내가 탔던 차는 BMW였는데 지금 그가 타고 다니는 차는 벤츠였다. 돈많아서 부럽다. 내 등록금도 네가 대신 내주면 안될까. 아차, 내가 뭔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지금.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의 차 앞문을 열었다. 동생놈은 벤츠는 처음 타 본다며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어대고 있는 중이었다. 나한테 그동안 누난 이 차를 혼자 탄 것이냐며 왜 헤어졌냐 형이 최고라며 입을 놀리는 그 주둥아리를 꽤매고 싶을 정도였다. 나도 이 차 처음 타본다고...
"전에 탔던 차는?"
"...집에 갔다놨어."
"돈많아서 부럽다."
"난 별론데."
"..진짜 배부른 소리하네."
"진짜야, 세상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많거든."
"그래도 돈만 있으면 걱정은 없잖아."
그는 내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이 미소에 반했었지. 온갖 가식으로 덮여져 있는 미소가 아닌 나에게만 보여줬던 그만의 진심을 담은 미소.
"적어도 난 걱정 많아."
"그랬구나."
"근데 진짜 무슨 일인지 말 안해줄거야?"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라. 하루만 묵고 갈게."
"...계속 있어도 괜찮은데."
"...."
"미안."
"알면 됐어."
그의 차에 시동이 걸렸다. 난 안전벨트를 매려다 차 주머니 속에서 손에 짚힌 긴 머리카락을 보았다. 아, 어떤 여자를 여기에 태웠구나. 다른 여자.. 만나고 있었구나. 난 아무말없이 그 긴 머리카락을 다시 흘렸다. 이젠 내가 상관하지 말아야 할 그의 사생활이었다. 이제는 끊어졌지만 얇게 이어져 있는 아슬아슬한 실타리같은 이 관계 속에서 내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태용이네 집은 역시 부자답게 으리으리한 오피스텔 안에 살고 있었다. 지성이는 계속 돌아다니며 호들갑 떨기 바빳고 난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보았다.
[집에 안들어올거니?]
[아빠 정말 화난다.]
[야 이년아, 너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유세야 유세는!]
[전화 안받냐?]
[당장 집으로 와 당장!]
[아빠가 미안하다.. 그러니까 집에 와주렴]
모두 아빠의 문자였다.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태도에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나중에 돈만 생긴다면 핸드폰 번호를 아예 바꿔버릴 심산이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에게서 온 연락은 아무것도 없었다. 갑자기 엄마가 걱정되 괴로운 맘에 머리를 쥐어뜯으니 컵에 물을 따르던 태용이가 내게 심각하게 물어왔다.
"어디 아파?"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너 진짜 무슨 일 있지."
"..지성이 자고 나서 얘기하자."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곤 계속 치킨을 외치고 있는 지성이에게 치킨집 명단을 건네주었다. 이럴 땐 정말 그가 의지가 되기도 했다.
피곤했는지 치킨을 먹다 잠든 지성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내 옆으로 와 맥주를 건네오는 태용이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헤어진 전남친이라고 해도 전여친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전남친이 어디있겠어. 고마운 마음에 맥주를 따고 단숨에 들이마셨다. 그 모습을 보던 태용이도 한 모금을 들이켰다.
"내일은 어디 갈 거야."
"글쎄.. 사우나라도 가야지."
"동생 데리고?"
"어쩔 수 없잖아. 집엔 못들어가."
"그래도 동생 생각은 해야지."
"..지성이라도 여기 재워주면 안될까. 내가 집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너는"
"난.. 여기저기 전전해야지.."
"그냥 동생이랑 여기 있어. 어차피 내 집이고 부모님도 아무말 안하실거야."
"내 생각도 좀 해줘 태용아."
"...."
"우리.. 헤어진 사이고 동기들이랑 선후배들도 다 아는데 갑자기 같이 산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결국 다 상처받는 건 나야.."
그는 맥주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그럼 나한테 왜 연락했어?"
"연락할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
"...정말 나한테 미련같은 거 없냐."
"그럼 넌 있어?"
내 말에 그는 한참동안 말을 곱씹었다.
나를 바라보면서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네가 왜? 끝까지 상처준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헤어질 때까지도 넌 내가 상처받게 만들었잖아.
근데 왜 네가 이 한 마디로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는 거야?
"난... 아니다. 네 마음대로 해."
그는 맥주를 끝까지 들이켰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방으로 걸어갔다. 난 그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그의 방 문고리를 잡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뒤도 안돌아본 채 말했다.
"거기서 자지 말고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 거니까 너 마음 내키는 대로 해."
*
아직 덜 떠진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니 어제 쇼파에서 잠을 설쳤던 내가 그의 침대 위에서 자고있었다. 어제 했던 그의 말에 서둘러 침대 맡을 보니 정말로 바닥에서 자고 있었는지 바닥에 깔린 베개와 이불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가 너무나도 밝은 햇빛에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 9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혹시나 싶은 맘에 밖에 나가보니 나 혼자 홀로 남은 채였다. 지성이는 학교에 잘 갔나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보니 지성이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누나, 형이 나 학교까지 데려다줬다. 학교 앞에서 딱 내리니까 애들이 다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더라 완전 기분 캡짱!]
참나, 아직도 어린내가 풀풀 나는 듯한 문자에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상황파악 못하고 좋아라 하고 있네. 근데 얘는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간다고 나간건지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뭐, 이젠 지성이도 학교에 가고 이태용도 없겠다 얼른 빨리 학교에 가서 휴학신청이라도 해야했다 복학하자마자 휴학신청을 하는 내 상황에 약간 허탈함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피씨방에 가서 하루빨리 싼 값에 하는 방을 구해야 한다. 여기저기 신세를 질 수도 없고 엄마랑 나랑 지성이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작은 원룸이라도 구해야 했다.
"휴학이요? 이미 등록금 등록되셨는데..."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학교에 가자마자 이런 듣도보도 못한 소리를 들은 난 매우 황당한 표정으로 조교에게 다시 물어봤다.
"저, 등록금 낸 적 없는데..."
"그럴리가 없는데."
"다시 한 번 확인해주면 안되요..?"
"맞네요,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등록금 신청하셨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
"제가 장학금을 받았다구요..?"
"네, 소식 못들으셨어요?"
장학금... 분명 재현선배가 받은 거 아니었나...
학교 벽보에 선명하게 붙어있는 장학금 수혜자의 이름에 재현선배가 아닌 내 이름 석 자가 박혀있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몇 번을 되새기고 눈을 몇 번이나 비벼봐도 수혜자의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내 이름 그대로 적혀있었다.
"응? 여주야."
"어..아,안녕하세요 선배."
머리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고 벽보에 머리를 때리다 누군가 날 부르는 목소리에 행동을 몸추고 뒤를 돌아봤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의 목소리는 재현선배였다. 우리 과에서 항상 과탑에 과대까지 맡고 있으며 잘생긴 얼굴과 훈훈한 성격으로 여자들이나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도 예전엔 그를 흠모하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선배는 지금 3학년으로 곧 취업을 준비를 해야되는 상황이었고 난 이미 이태용 여자친구로 과에 CC로 낙인찍혀버린 상태였다.
"여기서 뭐해?"
"아, 그, 휴학신청..."
"휴학하게? 왜? 너 장학금도 받았잖아."
"그러니까요.. 저도 신기하네요..하하"
"이번엔 못받게 되서 좀 아쉽네."
"저도 선배가 될 줄 알았는데.. 왜 제가 됬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잘못.."
"잘못된 거 아니야. 내가 이번 시험범위를 잘못 외웠거든. 쨋든 잘됬네. 너 휴학안해도 되니까."
"...그러게요"
"시간 나면 밥이나 먹으러 갈래?"
그나저나 선배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계절학기 들으러 온 건가.
선배는 뭘 걸쳐도 멋있었다. 이태용이랑 재현선배가 과에서 얼굴로 투탑 먹었었는데 역시 그 짬밥은 어딜 가질 않는군.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선배의 말에 순간적으로 큰소리가 튀어나왔다.
"밥! 아, 밥. 그 밥이요?"
"아맞다. 너 태용이랑 사귄다고 했지."
"아니요! 저 괜찮아요. 걔랑 이제 뭐"
"헤어졌어?"
재현선배의 헤어졌냐는 물음에 쉽게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 우리가 헤어지긴 했지 헤어졌는데 뭐랄까.. 완전히 헤어지지 않은 느낌이랄까.
"헤..어진건 맞는데."
"아..."
"괜찮아요."
"그래. 그럼 같이 밥 먹어도 되겠네?'
"...네"
선배는 내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태용이와 똑같은 미소다. 가식적이지 않고 온전히 그만의 미소.
난 그런 미소에 또 한 번 그에게 마음이 흔들렸다.
재현선배는 내게 있어서 첫사랑이었다.
그런 내 첫사랑이 내게 밥을 먹자고 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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