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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나에게꽃바람 전체글ll조회 775


아저씨한테 맞아 온몸이 쑤실 때면 나는 항상 형을 찾았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좁은 방 안에서 눈물 콧물 다 빼놓고 질질 짜는 나를 말없이 껴안아준 형도 실은 등에 시퍼런 멍이 가득했다. 그날은 다른 날과는 다르게 얼굴을 맞은 날이었다. 입가가 터져 피가 흐르는 입술을 핥고 있으면 형은 한숨을 쉬며 내게 다가와 그 하얀 손가락에 연고를 짜서 내 입가에 발라 주었다. 잠깐씩 입술을 스치는 기분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간 마트에서 대충 배를 채울 봉지 라면과 소주 한 병을 샀다. 계산대에 그것을 올려놓고 구겨진 지폐를 내밀면서 나는 기껏해야 몇 백원 정도인 막대 사탕에 시선이 갔다. 알바생이 준 새까만 비닐봉지에 산 것들을 집어넣으면서도 노란색 껍질로 포장이 된 레몬맛 사탕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결국 사탕까지 계산하고 껍질을 까서 입에 물고 나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우는 내 앞으로 사탕을 내밀었던 형의 모습이 아른 거려 괜히 물고 있던 사탕만 이로 씹어 뭉갰다.  

 

 

 

성종아,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사탕 껍질을 까주던 형이 손바닥으로 튄 사탕가루를 입안으로 털어 넣고 말했다. 

 

 

 

가끔 죽고 싶단 생각을 해. 

 

 

 

입안에 뭉쳐진 사탕 조각들이 끈적했다. 혀로 잇새를 핥으며 가던 길에서 멈췄다. 뼈 밖에 없던 허연 손목과 보기 싫게 그어진 흉터가, 순간 눈앞에 바다처럼 일렁여 숨을 쉬기 조차 힘들었다. 빠드득, 사탕이 아작이 났다. 골목길에 서서 고개를 푹 숙였다. 무엇이 형을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다. 죽을 만큼 힘들 이유가 너무 많아서, 그중에 하나를 꼽을 수가 없었다. 

 

 

 

너는 안 우울해? 끝이 떨리는 형의 흐린 목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걸었다. 걸음이 저절로 느려지는 걸 보니 아마 슬리퍼 밑창이 다 닳았나 싶었다.  

 

 

 

적어도 그때만은 우울하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아니. 나도 우울해." 

 

 

 

형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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