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물의 클리셰
03 , 만남의 이해
"뭔 개소리야. 여주를 보낸다고?"
"가보고싶대. 맨날 너네한테 꽁꽁 싸매져서 살았는데, 한 번 구경은 시켜줘야지."
"에이, 형.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야 여주도 신임 좀 쌓을거 아냐, 임마. 나라고 보내고 싶겠냐. 우리가 이렇게 싸고 돌기만 하는 것도 여주한테 좋은거 아니야."
경찰서 간다고 신났다, 김여주. 자칫하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인지 알긴 하는건지. 총도 못쓰는게.
태형이 습관처럼 입술을 꽉 물었다. 위험한것도 그렇지만, 그 놈과는 다시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도 세게 쥔 주먹은 손바닥에 손톱 자국을 깊게 남겼다. 부엌에 앉아 라이터를 가지고 놀고있는 여주를 열린 방 문 사이로 가만히 보던 정국이 방문을 닫고는 보기 드문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여주, 모르죠."
"…."
"형, 우리가 어떻게 그래. 어떻게 쟤를 보내."
"어쩔 수 없었어. 조커가 직접 내린 지시 사항이야. 그 때 일이 있는데 조커가 무슨 수로 여주를 믿겠어. 원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제거하는게 맞았다고. 조커가 많이 봐준거야. 계속 이러면 팀 전체가 위험해져."
윤기가 골치 아픈 표정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며 의자에 앉았다. 벽에 기대며 매서운 눈초리로 저를 쳐다보는 태형에 윤기가 자연스레 태형의 눈을 피했다. 아마 알고 있었을거다. 애초에 그 놈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었던 태형이 몰랐을 리가 없다. 그래서 정국에게만 따로 얘기했던거였다. 특수 범죄 수사팀. 그 속에 그가 있었다.
"왜 미리 말도 안해주는건데. 쟤 그 새'끼 보면 이성 잃을거 뻔한데."
"어떻게 말해. …알잖아, 여주는 명령이 내려온 그 시간부로 조커 감시 대상이야."
"… 시'발 진짜."
벽을 내려친 태형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태형이 차마 흘리지 못하는 눈물이 대신 삐져나오는 듯 했다. 울고싶은 심정이었다, 그 애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큰 소리에 놀라 거기서 다들 뭐하냐며 문을 열고 들어온 여주의 손을 끌고 밖으로 나와 한참을 안고 서있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한참 뒤에야 여주를 힘껏 안고있던 팔을 풀어주자 태형의 갑작스러운 행동에도 토 하나 달지않고 가만히 안겨있던 여주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래 김태형. 나 거기가서 죽을까봐 쫄았어? 내가 연기만해서 잊었나본데, 나도 훈련 잘 받고 너랑 똑같이 컸어. 이런거 안무서워."
"그래, 그치. 내가 너무 쫄았다, 자존심도 없이."
태형이 힘없이 웃어보였다.
죽지말고 와. 무너지지마. 울지마 김여주. 울지마,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
"야, 퇴근하자. 머리 터지겠다."
"그러게.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는다고 칼쓰는 놈들이 잡히는 것도 아니고 뭐냐 이게."
"아, 먼저 들어가보십시오. 전 조금만 있다가 퇴근하겠습니다."
"넌 그 놈들 점 위치까지 다 외우겠다 아주. 올바른 자세야. 먼저 간다."
"적당히 하고 가.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경찰서 뭐가 좋다고 오래있냐. 나쁜 놈들만 들락날락 하는데."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남준과 호석을 향해 예쁘게 웃어보이며 인사를 하던 지민이 다시 앉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민윤기, 김태형, 전정국, 김여주. 화면에 띄워진 이름을 차례로 되뇌이듯 읽다가 김여주 라고 적힌 화면에서 마우스를 멈췄다.
얼마전, 국회의원 조영학의 아들 조하진이 연 사교모임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조하진의 옆에서 웃고있던 여주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젖혔다.
세상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일들이 많아. 여기서 일하면서 그런 것 좀 배워야돼 넌.
문득 남준의 말이 떠올랐다. 다시 화면 속 사진으로 시선을 옮긴 지민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일하면서는 못배워요 그런거. 안겪어본 사람들은 절대 모르거든. 사람 죽이는 기분, 살려달라는 눈동자, 나를 붙잡는 손길, 살고싶어서 아등바등하는 그 …마지막 모습.
"이래서 무슨 수로 우리를 잡는다고. 누가 지 죽일려고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낭창하게 앉아있으면서."
몇 년이 지나도 그리운 목소리. 그리운 향기. 그리운, 그리운 네 …얼굴.
머리 많이 길었더라, 여주야.
지민이 조용히 미소를 띄웠다. 제 목에 칼이 들어왔는데도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남자에 금세 흥미를 잃은 여주가 서서히 칼을 떼고 한 발자국 물러나 벽에 몸을 기댄다.
"뭐야, 그렇게 겁 먹으면 재미없는데."
"…"
"불은 키지 말자. 내가 끈 것도 아니고, 그 쪽이 꺼놓은거잖아?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이라 그런가, 전기도 잘 아껴요."
"후회할 것 같은데."
"… 너,"
"우리 여주가 여기까지 와줬는데, 얼굴도 못보고 보내면. 나 후회하지 않을까."
지민의 목소리에 조용하나 싶던 여주의 칼이 지민의 옆을 지나쳐 전등 스위치에 박힌다. 갑자기 밝아진 주위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지민이 피식 웃었다.
"크, 실력 안죽었네.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너, … 너 뭐야."
"더 예뻐졌다, 김여주."
"너 뭐냐고. 니가 왜,"
"이것봐, 나 또 설레 너 보니까."
"박지민."
"보고싶었어."
지민의 말과 동시에 다시 불이 꺼졌다. 어느 새 지민의 앞으로 다가온 여주가 지민을 포옹하듯 세게 껴안는다.
"만나서 반가웠다, 박지민."
"반가웠다니 다행이다."
"Je vous souhaite bonne chance là où vous serez."
아직 안죽었네, 나도.
여주를 발걸음 소리로나마 쫓아가던 지민이 교묘하게 명치를 피해 찔려진 배를 부여잡고는 호석과 남준에게 지어보였던 미소보다 훨씬 더 예쁘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예쁜 웃음으로 여주를 배웅했다.
#
사실 지민이의 정체를 이렇게 빨리 공개해도 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정체를 공개하지 않고서는 스토리 진행이 조금 지장있을것 같아서 ㅎㅎ
아 그리고 저번편에 안에서 태형과 여주를 보고있었던 사람이 윤기인지 정국인지 궁금해하는 분이 계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아무도 ,, 묻지 않으시더라구요 ,, (뻘쭘)
일부러 안적어놓은거긴 하지만 제 예상이 빗나갔 ,, ㅎ
+ 저번편에 암호닉에 대해 물어보신 분이 계셔서 혹시 암호닉 신청하고싶으신 분이 많으시면 받을게요 !
암호닉을 받게 된다면 나중에 암호닉이 있으신 분들만을 위한 이벤트가 있을 것 같아요 ! 여기에 대한 의견 부탁드려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댓글 한번씩만 남겨주는 센스 부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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