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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수작 부리지 마 경수야,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 너랑 안 잔다."   

   

   

   

김종인은 아팠다. 구체적인 병명은 내게 알려 준 적이 없지만 부모님의 처우에 그리 중증은 아닐 거라 짐작했던 내 한심한 자위를 질책하며 난 네 앞에 다짐했다.   

   

   

"어떻게 해도 좋아, 네가 가장 필요한 물건, 가장 필요한 사람이 돼 줄게. 그때그때."   

   

   

   

   

   

   

   

   

   

   

   

   

   

***   

   

김종인과 나는 가을동화를 연상케 하는 상황에 많이 얽힌 사이었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같이 자랐다. 전혀 다른 외양도 한 몫을 했지만 지금에 작아도 건강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나와 달리 이리저리 훑어봐도 족히 나보다 건강한 외양의 너는 어릴 적 부터 많이 아프고 컸다는 것 정도가 다만 우리를 확실하게 대조할 수 있는 척도의 역할을 했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고 우연찮케 가까운 지역에 둥지를 튼 우리네 가족은 자주 마주치는 일이 허다했다. 다만 어릴 적의 나는 내 옆집에 내 또래의 친구가 있다는 말을 어머니를 통해 전해 들은게 다였다. 진짜 저기에 친구가 있을까. 어린 맘에 몰래 열어다 본 옆집 창문엔 단정히 정리된 깔끔한 방이 있을 뿐이었다. 그 방엔 늘 주인이 없었다.   

   

   

   

   

"인사해 경수야, 엄마가 말했던 옆집 친구."   

   

허울뿐인 불알친구를 처음 만났던 건,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에야 이루어진 일이었다. 어릴적 부터 여기 저기에서 말썽을 부리고 다녔던 나는 그 나이대의 장난스러움 가득 담긴 눈으로 널 보며 인사를 건냈지만, 탁하고 가라앉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응시하며 고개를 까닥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을 때엔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내 나이대의, 아니 별 산 사람 같지도 않은 것의 인사를 받는 듯한 기분 탓이었다. 어릴 적 봤던 유령신부라는 영화처럼 내 몸이 영계로 같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김종인은 늘 그런 표정을 지었다. 같은 초등학교 부터 중학교를 겪는 내내 내가 내린 결론 중 하나였다. 따로 더 몇이 있다면 공부를 잘 하지만 할 게 없어서 공부를 하는 느낌이고, 다른 모든 것에도 그런 느낌이 강했다. 뭔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느낌도 좀 들고. 내 지레짐작에서 도출된 결론이었지만 좀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잘 붙이지 않는 김종인을 제일 잘 분석해 낸 거라 생각한다. 나만큼 가까이서 오래 김종인을 겪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 김종인이 변했다. 고등학교 때 부터 내게서 멀어지더니 곁에 따로 두는 사람이 생겼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이 웃고, 입을 열고, 손이 자연스럽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 행동은 유효했다. 그 사람은 집이 반대인 듯 김종인의 하교길엔 언제나 내가 옆에 있었다. 그 때 난 처음 알았다. 김종인은 살기 힘든 사람이었다. 나에게 살고싶다. 그 사람과 오래,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시간이라는걸 나도 만들어 주고 싶다고. 그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그렇게.    

   

   

   

내가 그 말을 듣고 놀랐던 이유는, 8년 간의 무지가 당황스러워서가 아니었다. 네게 그 말을 듣는 내 가슴이 죄일 듯 아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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