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다들 그런 노래 있지 않아?
아 이노래 정말 내 얘기 같다. 싶고
들으면 괜히 울컥하고, 막 웃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노래.
내 노래 들어볼래?
PLAYLIST
03. 나 참 거만했었어
[열애중-석진의 이야기]
첫사랑의 기준이 뭘까
너와의 연애담이 담겼던 내 책은
끝내 후회로 물들고 말았어.
미안해, 끝까지 이기적이었던건 나였어.
넌 우리의 처음이 네 입학후 남준이와 만났던 그 순간이라고 생각하지?
틀렸어 바보야.
"저기요,,대강당이 어디에요?"
대학 캠퍼스와 같이있던 우리의 학교는 꽤 넓었어.
처음오는 사람들이 길을 묻는건 여러번이었지만
내가 왜 너만 기억했는지 알아?
"대강당 이 길따라 쭉 올라가서 파란건물끼고 돌아서 2분정도 걸어가면 있어요."
"아,,"
이렇게 내 옷자락을 생명줄 잡듯 꼬옥 잡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거든.
나보다 한참 작은,
딱 봐도 우리학교 신입생 오티에 와서 길을 잃은듯한 넌 참 귀여워서
"데려다 줄까요?"
괜히 내가 과한친절을 베풀게 하더라.
데려다 주는 내내 처음보는 내가 낯설지도 않은지 종알종알 떠들어대는 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어.
근데 그날따라 유난히 강당까지 가는길이 짧게 느껴지더라고.
아쉬운 내 맘도 모르고 넌 꾸벅 인사를 하고 인파속으로 사라졌어.
"뭐, 인연이면 다시 만나겠지."
그때까진 그냥 귀여운 동생이 우리 학교로 들어왔구나 싶었어.
그래 이땐 여자로 보이진 않았지.
우연히 만났다 헤어지고 또 언제 볼지도 모르는 사람을 여자로 보는 그런성격은 아니잖아 내가.
근데 내가 너때문에 좋아하게 된 말, 기억해?
"네가 남준이 친구 탄소야? 쟤랑 왜 친구해? 너처럼 예쁜애가?"
같은학교에 입학한 덜렁대는 동생녀석 준비물 전해주러 간 자리에 네가 있는거야.
그때 딱 그 말이 생각나더라고
우연이 겹치면 인연이라는 말.
그래서 괜히 동생 생전 챙겨주지도 않았었는데 온갖 자상한척 너네반에 걔 물건 다 전해주러 갔었잖아 내가.
그거 다 너때문이야,
너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그런거라고 바보야.
세상 어떤 고삼이 남동생 뒷바라지를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하겠어.
근데 이때도 널 좋아한건 아니었어.
그냥 귀여운 동생이랑 친해지고 싶었던거였거든
근데 내가 언제 너한테 반했는지 알아?
"누구세요,...탄소?"
"오빠 아프다길래... 이거 죽인데 드세요!"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감기에 제대로 걸려
하루 학교를 쉰 날이었어.
전날부터 아파서 골골거리다 딱 하루 쉰 날.
바쁜 부모님, 무뚝뚝한 남동생뿐인 내가 아프다고 집에서 위로받을곳이 어디있었겠어.
그냥 혼자 꾸역꾸역 참고 병원 다녀오는 길에 산 편의점 죽이나 먹는게 다였는데
네가 준 죽,
하루 학교에서 안보이는게 신경쓰여 남준이한테 물어봤다는 네 마음이 너무 예쁘더라.
너한테 내가 신경쓰이는 사람인게 기분이 좋았어.
그때부터 내가 널 조금씩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
마냥 귀여웠던 모습이 다르게 보이더라구
"김남준 내놔라."
조그만 너의 물건을 남준이가 높게 올려 장난칠때도 전같으면 귀엽게만 봤을텐데
"아 탄소 조라 조!"
애교를 피우며 달라는 네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네 앞에서 그 애교를 받는 대상이 내가 아닌게 참 묘하게 짜증이 나더라고.
결국 그 짜증을 참다 못해 그 물건 내가 뺏어서 다시 너 줬었잖아.
네가 가장 아낀다던 핑크색 토끼볼펜. 이런것도 아직 기억해.
-
그렇게 여름방학.
우린 같이 여름수련회를 갔어.
부모님은 가서 종교적인 경험을 쌓으라고 보내셨을텐데
난 너만 쌓고있었던거 알아?
아쉽게 너와 조가 떨어지게 되어서 멀리서 지켜만 봐서
넌 몰랐겠지.
근데 내가 얼마나 심장 쫄렸는데.
"아 오빠 진짜 이상해요ㅋㅋㅋ"
"그게 이 오빠의 매력이란다. 한번 빠져보던가."
처음만난 윤기랑은 왜 그렇게 쉽게 친해진건지,
둘이 하하호호 떠드는걸 보는 내 속은 아주 부글부글 거렸다니까?
"아! 형!"
"미안 실수야."
괜히 실수인척 윤기를 툭 때리기도 했을정도니까.
나름 어려운 남자였던 김석진이 짝사랑에 질투의 화신이 될줄 누가 알았겠어
넌 참 대단한 여자였어.
그러다 이틀째 밤,
여러 수련회가 그렇듯 우린 밤새워 놀고있었어.
근데 너 참 게임 못하더라.
내가 너 안걸리게 해준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한참을 널 방어해주다가 결국 네가 걸려 인디언밥을 맞게 되었을때.
"야 저 쪼그만거 어디 때릴곳이 있다고, 내가 대신 맞을게."
정말 너같이 작은애가 맞았으면 어디 하나 부러지겠다..싶게 맞았어.
근데 네가 내 걱정 해주면서 동동거리고 쫑쫑거리는건 참 귀엽고 좋더라.
한참을 미안해하던 너를 보다 이번엔 내가 기회를 만들었어.
"그렇게 미안하면 오빠 영화보여줘! 그걸로 퉁쳐준다 내가!"
장난스레 말했지만 네가 차라리 맞겠다고 할까봐 걱정도 좀 했어.
근데 발그레해진 네 볼은 사랑스럽게 위 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더라.
그때 붉어진 너 참 예뻤었는데,
사진으로 못남긴게 참 아쉬워.
-
그렇게 수련회가 끝나고 우린 영화를 보러가게 되었어.
근데 나 너 공포영화같은거 못보는거 알고있었어.
남준이한테 물어봤거든.
근데 너 놀려주려고 좀비영화를 고르는척하니까 딱딱하게 굳어서 울망하게 올려보는 네가 너무 예쁜거야.
좀 변태같을수도 있는데 울망거리는게 더 보고싶어서 괜히 그 영화 골랐어.
"헙."
"흐에.."
"하!아아아..."
내 옆에서 작게 놀라는 너를 보며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영화는 기억조차 안났다니까?
근데 널 골리려고 했던게 널 울릴줄은 몰랐어 나도.
"울지마 탄소야... 내가 미안해.."
차마 소리내서도 못울고 조용히 눈물만 뚝뚝 흘리는 네가 어찌나 가엽던지
네가 조금 더 욕심나고 안달나기 시작했어.
네가 내 옆에서만 울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렇게 우리의 첫데이트가 마무리 되었어.
그 뒤로 온갖 핑계를 대며 널 불러내서
먹이고 데리고 다니고 옆에 꼭끼도 다녔었어.
그러다 난 스물, 대학생이 되어있더라.
넌 아직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를 다니는데,
나는 학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대학생이 되었어.
-
새내기이던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네가 없을때만 네 사진으로 되어있었는데
내 동기였던 여자애 하나가 그걸 보더니 이러는거야.
"뭐야? 여자친구? 고등학생이네? 도둑놈이네 김석진~"
도둑놈.
그 말이 그날따라 왜그리 가슴에 푹푹 박히던지,
너도 날 그렇게 생각할까 두려웠어.
조만간, 꽃이피면 꼭 고백하자 생각하던 내 마음이 무너졌던 날이기도 해.
그렇게 내 고백은 미뤄지고 미뤄져 결국 꽃은 지고 온 생명이 잠드는 겨울이 되었어.
우린 여전히 내 말도 안되는 핑계로 만났고 난 너에게 하루빨리 고백하고싶어 미칠것같았어.
근데 내가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근데 걔가 형 먼저 부른적은 없어요?"
작년 여름 수련회때 내 감정을 눈치 챈 윤기가 툭 뱉은 말때문이었어.
그래, 우린 1년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단 한번도 네가 먼저 만나자고 한적이 없었어.
다 항상 내가.
내가 보고싶어서 연락하는게 다였으니까.
네가 날 동네 오빠로만 생각할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확 밀려오더라.
그렇다면 우린 다시 전처럼 만날수도 없겠다 싶더라고.
차마 그건 안되겠더라. 그래서 꾹 참고 참았던건데.
"나 오빠 좋아해."
너한테 선수치기 당할줄은 꿈에도 몰랐지.
바보같은 김석진, 조금만 더 용기내볼걸 싶더라.
흰 눈에 덮인 길목어귀에서 목도리 속에 꼭꼭 감춰진 네 모습이 너무 예뻤어.
네 고백에 멍해진 정신을 붙들고 겨우 답을 뱉었을때 또 엉엉 우는 널 이번엔 꼭 안아서 달래줬어.
"...아 대박."
그날 집에가서 본 내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어.
난 내 귀가 그렇게 빨개질수있는지 그날 처음 알았잖아.
참 웃겨.
스물이나 되어서 고백받은것 하나때문에 이렇게 붉어지다니 말이야.
아 근데 그날 나 좀 서운했어,
난 동네방네 너 내꺼라고 소문내고싶은데 비밀로 하자니
너무했어 진짜로.
김남준한테 들은 네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불안했단말이야.
넌 몰랐지 내 마음?
-
우리가 만난 이후로 난 술약속은 일체 잡지 않았어.
네가 걱정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 나한테 친구들은 팔불출이라며 놀려댔지만 뭐어때.
"맞아 나 팔불출이니까 난 빼줘라~"
너스레떨어서 넘기고 널 보는게 더 행복한데.
그리고 가끔 빠질수없는 자리에 갈땐 사진을 찍어 너한테 보내기도 했어
-회식싫다ㅜㅜ 탄소 보고싶어ㅜㅜ
남들이 보면 놀랄 메세지도 보내기도 했고.
-
그러다 하루는 남준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쇼파에 널부러져있던 날 노려보는거야.
"뭐, 왜."
"형 진짜 탄소랑 사겨?"
"응. 왜 뭐 문제있어?"
내 말에 김남준은 쿵쾅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놀라고 어이없어서 가까이 간 김남준 방에서 들리는 흑흑 소리에 그냥 쇼파로 돌아와 앉았지만.
그냥 감으로 아 남준이도... 생각하고 말았어.
나한텐 동생보다 소중했던 너니까.
포기 할 수 없었거든.
-
그리고 스물 하나.
신체 건강한 남자였던 나는 군대를 가게되었고, 넌 고삼이 되었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던 나한테
넌 걱정말라며 날 보냈어.
처음으로 떨어져서였을까,
우린 참 애틋했었다.
난 항상 네가 보고싶어 품안에, 관물대에 네 사진을 꼭 품었고
잘 쓰지도 못하는 글씨로 너한테 꾹꾹 편지를 눌러썼어.
가끔 너한테 편지받고 울때도 있었어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러다 네가 우리학교로 오게 되었어, 수시로.
난 네가 좀 더 여유로워져서 편지도 좀 더 자주 받고 사진도 더 자주 받을줄 알았는데
웬걸, 네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더니 엄청나게 바빠진거야.
한 2주 너한테 편지 안올땐 정말 삐져서 너한테 틱틱대기도 했어.
사람되려고 간 군대에서 애가 되버렸네 나.
-
그러다 널 놀래켜주려고 나간 휴가날.
네가 아르바이트 하는 카페에서 너와 틱틱거리며 웃는 남자 알바생을 보는데
네가 군인인 내 옆보다 거기가 더 잘 어울리는것 같은거야.
너한테 말도 못걸고 나와서 그냥 마냥 걷다 술집으로 들어갔어.
그렇게 한병, 두병 술병이 늘어날때
네가 그 술집으로 나타났어.
"오빠.."
너무 예쁜 너,
그리고 국가의 부름때문에 네 곁을 지키지 못하는 까까머리의 나.
난 내가 봐도 한심했어.
그날은 차마 널 내 옆에 둘수가 없더라. 내가 너무 한심해서.
"...가. 오늘은 내가 너무 못나서 보여주기 싫다."
그 뒤로 계속 얘기 좀 하자고 내 대답을 기다리는 널 차마 볼수도 없었어.
오빠가 되어가지고 이러는게 너무 못났잖아.
그때도 내 머릿속에 그 알바생과 네가 떠나질 않았어.
또 술병이 세병 네병. 넌 결국 그 술집을 떠났어.
그리고 내 휴가가 끝나고 복귀를 할때까지 우린 만나지 못했지.
내가 널 놓아줘야하는걸까.
못난 내가 널 붙잡아도 되는걸까. 고민에 빠졌어.
-
그렇게 고민하는사이 시간은 잘만 가서 네 생일이 돌아오더라.
첫생일에 약속했는데, 꼭 내년에도 함께 하자고.
너한테 연락을해야할까 달싹거리다 결국 휴가를 나가 집으로 향했어.
집에 다행히 남준이가 있더라.
남준이는 너와 같은과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여전한 친구였어.
"탄소 오늘 동기들이랑 술먹어."
"내가 탄소 집에 갈때 알려줄게. 화해해."
그날 남준이가 나보다 형인것같이 느껴졌어.
담담한 눈으로 나한테 말해주고 문을 나서는데,
널 좋아하던 내 동생도 나한테 널 잡으라는데 난 왜 내 생각속에 빠져 널 놓치려 하는가 싶더라.
집에서 한시간 두시간,
네 생일이 되기 한시간 전부터 난 네 집 앞에서 서있었어.
혹시 남준이가 취해서 전화를 못주면 어쩌나 싶어서.
그렇게 세시간쯤 지났나, 네가 오더라.
놀라고 당황한 술냄새가 조금 풍기는 너는
네가 어른이 되었다는걸 나한테 보여주면서 날 또 부끄럽게 만들었어.
"내가 너무 못나서 너 힘들게 한거같아. 미안해 탄소야."
넌 그날 또 나한테 안겨 엉엉 울었어.
그에 놀라 떨어진 케이크는 안중에도 없고 너도 나도 서로 끌어안기 바빴어.
그날 나도 조금 눈물을 보였던거 너는 알까?
-
그렇게 3월 넌 우리학교 신입생이 되었어.
근데 넌 왜그리 예뻐가지고.
오티만 갔는데 너한테 호감간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거야?
불안하고 질투났던 난 내 온갖 지인, 친구, 후배들을 이용해 소문을 냈어.
"실음과 김탄소 수학과에 남친 있다던데?"
그리고 남준이한테 꼭 당부했지.
"탄소한테 남자 못붙게 해야한다."
정말, 군인을 이렇게 질투나게 해도 되는거야 김탄소?
-
그렇게 애정전선에 이상없이 1년이 지나 난 너에게로 다시 돌아갔어.
"나한테 돌아온걸 환영해 김석진."
남들은 여자친구가 군대 기다려주면 부담스럽고 싫다던데
난 왜 눈물나게 좋았을까.
물론 네 앞에선 안울었어, 언제나 멋진 오빠이고 싶었으니까.
우린 시간표까지 맞춰서 같이 학교생활을 시작했어.
가끔 수업을 듣다 조는 널 보며 사랑스럽다고 생각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너와 함께 밥을 먹으며 입가에 묻힌걸 닦아줄 수 있어서 행복했어.
시험기간 함께 공부하며 골머리를 앓는 그 시간이 감사했고,
축제날 함께 불꽃놀이를 보며 붙잡은 손이 감사했어.
그리고 가장 좋았던건,
"오빠 사랑해!"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너였어.
널 위해서 내가 못할게 없다고 생각할정도로,
꼭 너와 결혼해야지. 생각하게 만드는 마법의 말이었어.
우린 매일같이 서로에게 사랑한다 말했지만.
그 말이 질린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
오히려 들을때마다 새롭고 놀라워서 마음이 녹아내릴정도였으니까.
내 자췻방에 늘어가는 너의 흔적과 내 생활패턴이 너한테 맞춰지는것도 행복했어.
가끔 공부하려고 핀 책 귀퉁이에
[오빠 내꺼♡]
너의 낙서에 힘이 나기도 했으니까.
그런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걸까,
그건 아마 군대에서부터였나봐.
자격지심.
연인인 너와 나 사이에 있어선 안되는 그 말이
내 안에는 생겨버렸던 거였어.
어리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와
미래가 보장되어있지 않은 나.
인기 많고 미운구석 없는 너와
그런 네 옆에 능력없는 나.
내가 과연 사랑 하나로 널 붙잡을 자격이 있는 놈인가? 싶더라.
그때부터 취업에 목을 메기 시작했어.
너를 행복하게 하기위하던 일이 널 외롭고 힘들게 만드는줄도 모르고.
난 우리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너를 놓치고 말았던거야.
바보같은 김석진.
현재의 네가 없으면 미래의 우리도 없다는걸 모르고.
취업동아리, 스터디, 온갖 내가 쌓을수 있는 모든걸 다 하기 시작했어.
당연하게 너와 같이 보낼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난 우리를 꿈꾸며 너한테 이해를 바랬어,
그게 이해가 아니라 상처인걸 몰랐어.
너를 위해 하던 모든일이 너를 찔러 피나게 하는지도 모르고
난 안일하게 네 옆을 지키기만 했어.
그렇게 난 점점 더 바빠졌고 넌 점점 지쳤지.
그래도 가끔 너와 보내는 시간엔 너한테 더 표현하려고 노력했었어.
그래도 그 공백은 메꾸어지는게 아니었지만.
나 참 바보였어 그치?
-
그렇게 계속 바쁜 학교생활 속에 4학년 1학기가 되었어.
봄과 여름 그 사이,
싸워도 항상 내 연락은 받던 네가 내 연락을 보지도 않던 날이었어.
학교에서 보이지도 않는 네가 이상했지만
그날도 난 동아리다 스터디다 여기 저기 싸돌아다니다 집에 들어갔어.
근데 들어가자마자 남준이가 날 치더라.
"니가 그러고도 남자친구야?"
내 자격을 논하는 말과 함께.
그 말에 나도 욱하더라.
편하게 가자가 모토였던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싶어서 억울했는데
이어 말하는 남준이의 말에 난 얼어버렸어.
"김탄소 오늘 죽을뻔했어. 근데 그 바보가 병원데려가서 살려놓은 나한테 뭐라고했는지 아냐?"
"고맙다 이런말이 아니라 너 찾았어. 그 병신이, 자기 아파서 죽을뻔했는데도 널 기다리고 찾았다고."
남준이가 날 지나쳐 자기 방으로 들어갈때까지,
그 방 문이 세게 닫히고도 한참을 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어.
"나 뭐하는거냐..."
내가 사무치게 한심하더라.
널 위한다고 하던 모든게 널 죽이고있던걸 그제야 안거야.
차마 너한테 전화도 못하겠어서 짧은 문장만 너한테 전했어.
이런 못난 내가 널 좋아해서 미안해.
나 그날 참 많이 울었어. 내가 지금 뭘 한건가 싶고 후회스러웠어.
정말 널 잃었다면.. 싶어서 죽을것같았어.
-
그렇게 난 4학년 2학기
넌 조기졸업으로 작곡가가 되었어.
사회인이 된 너와 학생에 취준생인 내 사이가 너무 멀더라.
대학원 간다고 공부 열심히 한다고 말했던 내가 사실 취업을 위해 노력했다는거 너 알아?
취업만 되면 너한테 프로포즈 하려고 했었어 나.
근데 나 단 한군데도 붙질 못했어.
그러면서 난 참 많이 못나지더라.
네 앞에서 당당한 오빠 멋진 남자친구이고싶었는데.
너한테 항상 멋지고 기댈수 있는 사람이고싶었는데.
어느새 나보다 네가 더 커져있더라고.
-
언제였지?
가을쯤인가.
넌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오빠 걔 기억나?"
"누구?"
"그 태형이라고 왜, 그 나 고삼때 같이 카페 알바하던 남자애!"
"..아. 어 걔.."
"걔 우리회사 다니더라? 프로듀서래! 신기하지!"
그 말을 듣고 기분좋게 웃을수가 없었어.
그 애도 너와 같은 위치에 있구나.
근데 난 왜 여기일까 싶어서.
그러다 하루 잠시 널 보려 들린 너희 회사 1층 카페에서
너와 웃으며 커피를 사들고 들어가는 그 아이를 보았어.
근데 탄소야. 너 그거 아니, 걔가 널 보는 그 눈은
그 눈은 말이야...
내가 널 처음 본 그 날의 눈이었어.
사랑스럽고 신기한 아이를 보는,
사랑에 막 빠지려 하는 그 눈이었어.
난 차마 그걸 보고 너한테 더 다가가지 못했어.
취준생,대학생,스물여섯의 나와
사회인,작곡가,스물셋의 너.
그리고 사회인,프로듀서,스물셋의 그 남자애.
아무리 봐도 나보단 그애가 너와 더 잘 어울리잖아.
같은 전공을 가졌으니 나보다 말도 더 잘 통할거고.
네가 더 행복해지는 길은 내 옆이 아닐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렇게 나도 지치기 시작했어.
-
그렇게 겨울.
코트 깃 사이로 찬기가 들어오는 날씨.
그날 난 너한테 이별을 고했어.
날 붙잡지도 화를 내지도 울지도 못하는 너를 차마 더 볼 자신이 없었어.
내가 그 카페를 나오고 나서도 그 자리에 앉아있는 널 보다 그냥 그 자리를 떴어.
그 자리에서 널 계속 보면 다시 달려가 널 안아버릴것 같았거든.
-
1년이 지난 지금,
난 아직도 네가 다니는 회사 근처는 가지 못해.
우연이라도 널 만난다면 널 붙잡을까봐.
네 옆에 아무도 없다면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있어도 되냐고 물을까봐.
넌 행복해져야하는데, 이제 겨우 사회 초년생이 된 내가 널 어떻게 행복하게 하겠어.
그러니 탄소야, 제발 행복해.
내가 아직도 널 참 많이 사랑하고있어.
그러니 넌 날 잊어줘.
아픈 사랑은 내가 다 할게.
사랑해.
--------
플레이리스트 1편 열애중의 석진이 이야기입니다..
둘 다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아픈 이별을 맞이 한 커플이었어요.
서로한테 이기적일수가 없어서, 둘은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노래 가사가 참 아파요 그쵸? :)
---------------
암호닉
●달걀말이●
p.s.암호닉은 최신화에 달아주세요.
환영이랍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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