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에 이런 글들이 자주 보이던데.
처음엔 남 일, 혹은 지어낸 얘기들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저한테 일어나더라구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복도식인데, 저희 집이 제일 끝이거든요.
근데 옆집에 이사를 간 건지, 온 건지.
아무튼 시끄러웠어요. 쿵쾅쿵쾅.
아, 일이 일어난 건 옆집이 쿵쾅되던게 3일 째 되는 날이었어요.
오후 6시 즈음이었나. 학교를 다녀와 집에 들어가려는데
웬 걸, 옆 집 문 앞에 가녀린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겁니다.깜짝 놀라서 멈칫 했지만 이내 다가가 여자를 흔들었어요.
"저기요."
쓰러진 게 아니라 잠이 든 거더라구요.
음냐 하면서 꿈틀거리다가 눈을 비비고 나를 올려보는데. What the.
제가 평생을 꿈꿔 온 이상형이 뭔지 모르시죠?
얼굴 중요하겠죠. 하지만 전 엄청 뛰어나게 예쁜 얼굴은 사실 관심이 안갑니다. 부담스러워요.
그냥 작고 너무 마르지 않고, 긴 생머리에. 제가 제일 중요한 건 분위기입니다.
분위기 있게 생긴 얼굴을 좋아했어요. 귀여우면 금상첨화겠네요.쌍꺼풀이 얇게 진 눈으로 나를 올려보는데, 본능적으로 여자를 훑었습니다.
모든게 OK였어요.
마치 귀여운 대만 배우 같았어요.
몰라요, 대만 영화에서 이런 이미지를 본 것 같아서요.
엄청 예쁘진 않았는데. 제가 눈이 높은 걸지도 모르겠네요.그렇게 한참 넋 놓고 그녀를 내려봤는데 울먹이더니 갑자기 크게 우는 겁니다.
"집에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어."
아.나는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었어요. 물론 속으로.
"열쇠.. 여기 넣어놨는데 열쇠가 없잖아."
그러면서 여자는 제 가디건 주머니를 벌려 저에게 보여주었어요."아.. 그렇네요... 열쇠가 없네요."
내 말에 여자는 더 크게 울었어요.
당황스러워 서둘러 집 도어락을 풀고 있는데 내 팔을 양 손으로 잡은 그녀가 내게 애처로운 눈빛을 날리는 거예요.
그런데. 아. 왜죠. 왜 황홀한거죠.
어느 새 보니, 그녀가 우리 집 소파에 앉아있더라구요.
"경수!"
쥬스라도 줄까 싶어 부엌을 서성이는데 갑자기 제 이름을 불러서 엄청 놀랐어요.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나 싶어 쥬스를 따라 다가가 서자
소파에서 일어나 제 명찰을 꾹 누르더라구요.교복 위에 바늘로 꿰맨 명찰이라 그녀의 손길이 적나라하게 느껴졌어요.
이 여자가 겁도 없네요.
"도.경.수."
그리고 헤실 웃으며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어요.
나도 웃음이 나서 웃어보였죠:]
쥬스를 주니 양 손으로 컵을 들고 마시는데 그게 또 너무 귀여운 겁니다.
"나도 내일부턴 이거 입고 학교 가."
그러면서 내 교복을 잡아 흔들었어요.
"교복?"
"응, 교봇."
너무 귀여워서 크게 웃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볼이 벌개져서는 꽤 한참 컵에 얼굴을 박고 있더라구요.
가까이 앉아있다보니 그녀의 향기가 났어요.
아기 분 알죠? 묘하게 그 냄새가 나는 거예요. 은은하게.
근데 그게 아기 냄새 같으면서도 또 향수 냄새같고.
아 정말 말로는 표현 할 수가 없네요.피부는 뽀얗고. 말랑말랑할 것 같았어요.
그저 귀엽더라구요.
하지만 그녀를 여자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죠.
.
.
.
그리고 다음 날 그녀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어요.
"어? 경수!"
반을 들어서자마자 날 알아본 덕에, 그녀와 짝꿍이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매일 등하교를 같이 하고, 매일 같이 수업을 들어요.근데 글쎄.
자꾸만 보면 볼 수록 너무 귀엽고 난리입니다.
"견수야, 견수야."
0 발음은 왜 못하는 거야ㅠㅠ
"경수. 내 이름 경수라고."
화가 난 것처럼 말을 하면 괜히 시무룩해져
"어. 견수. 나도 알아."
하고 토라졌는지 앞만 보고 입을 비죽이는데.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녀는 그러다가 금세 엎드려 잠들어 있곤 했죠.
"야 일어나. 과학실 가야 돼."
아, 맞아요. 나는 단 한번도 티내지 않았죠.
오히려 그녀가 맘에 들 수록 더 무뚝뚝하게 굴었어요.
"으음."
그녀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기에 대신 과학책을 들고 먼저 교실을 나서면 금방 쫄래 쫄래 달려왔어요.
그럼 내심 미소 짓곤 했었죠. 내 뒤를 따라오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으며.
.
.
.
"경수야, 미안한데 아줌마가 오늘 많이 늦을 것 같아서 집에 가서 꽃순이 좀 봐 줄래?"
꽃순이는 제가 지어준 그녀 별명이예요, 지금 지은 건데 꽃 같으니까 꽃순이라고 하죠, 뭐.
처음으로 그녀의 집을 방문했어요.
방 구조가 우리 집과 똑같아 더 새롭더라구요.그녀의 방은 아기자기했습니다.
방 천장에 다닥다닥 붙여져있는 야광별들을 보며
밤에 잠들기전에 항상 이걸 보겠구나. 생각했죠.
"경수@ㅡ! 우리 뭐하고 놀까? 소꿉놀이?"
아직도 그런 걸 가지고 노나봐요.
"가져와 봐."
안한다고는 안하니 금세 신이나 이것저것 들고 오는데 씹귀예요.
소파에 앉아 무심한 척 티비만 보고 있는데
바닥에서 혼자 투닥투닥 거리더니,"여보~밥 다 됐어요."
항상 ㅇ 발음이 약간 ㄴ 섞여 들리는데, 알아서 읽어주세요. 귀엽게.
놀라서 내려보니까 내 무릎 집고 일어나서 장난감 숟가락 들이밀며 다가오는 거예요.
내가 계속 뒤로 빼니까 울먹이면서
"녀보는, 꽃순이가 만든 밥이 맛이 없어요?"
이러는데, 아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냥 쳐다보기만 했더니 어깨 몇 번 들썩이더니 결국 울더라구요.
소리도 안내고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주르륵.
저도 모르게 허리에 팔 감싸 안아서 제 무릎에 앉혔어요.
그리고 소매로 눈물을 닦아주었죠.그랬더니 내 팔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눈을 묻고 엉엉 우는 거예요.
"견수 미워. 견수 미워."
하면서.
무뚝뚝하게만 구는 내가 맘에 들지 않았었나봐요.
그게 또 귀여워서 피식 피식 웃었어요.
한참 울더니 눈 퉁퉁 부어서 저 쳐다보고는
"경수는 내 여보가 하기 싫어서 그래?"
하는데. 진짜 여보 자기 하고 싶던데요.
근데 사실 제 맘을 저도 모르겠습니다.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요.
정말 내가 그녀가 좋은 건지, 단순히 귀여워하는 맘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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