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다각] 백색왜성 pro-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d/6/bd676ddd0e292258feaab38982c1b08e.jpg)
울창하고 푸르르던 숲이 회색으로 우울해졌다. 넓디 넓은 숲에서 갈팡질팡 하는 두 소년의 뒤로 군사들과 그 군사들의 총대가 앞장서서 저것들 잡아! 라는 고함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은 점점 가파오는데 다리는 너무나 후들거렸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연결된 줄들을 헤쳐가며 숲의 중앙으로 추측되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소년의 손에는 USB가, 한 소년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져 있었다. 중앙에 다다르자 다른 나무들보다 엄청 큰 나무가 빛을 뿜어내며 자리하고 있었다. 저 이파리에도 비밀이 있으리라. USB를 손에 꼭 쥔 소년은 그 큰 나무를 요목조목 둘러보다가 밑쪽의 문을 열었다. 엄청난 톱니바퀴들과 얽힌 전선들에 카메라를 든 소년은 푸득 놀랬다.
"이게 사실인 거야?"
전선을 헤집는 소년에게 물었다. 머리가 샛노랗다.
"보시다싶이."
덜컹. 소규모의 문을 닫으며 소년이 일어섰다. 키가 크다. 샛노란 머리를 가진 소년은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되는건데?"
"이 USB에 나무의 데이터를 담아가야지."
키 큰 소년의 손에서 흔들리는 USB 메모리. 고개를 끄덕이는 샛노란 머리의 소년. 둘은 나무를 계속 돌며 데이터를 관리하는 끝을 찾아다녔다. 제발. 이 행성의 실체를 우리만 아는건 불리하잖아. 자신들이 살던 번지에 급습한 군사들과 끌려가는 주민들. 그리고 중앙 건물에서 일어나는 행성의 이름과는 다른 행동들. 거기서 소년과 소년은 대면했고 연구원들이 말하는 것과 카르테를 낱낱이 보고 들었다. 그 결과 발견한 의미와는 다른 행동들과 진실.
"찾았다."
USB를 꽂으며 소년이 말했다. 오오. 카메라를 켜며 다른 소년이 손바닥을 소리안나게 짝짝 쳤다. 허공에 데이터 화면이 뜨고 소년은 이것저것 터치했다. 로딩바가 뜨고 두 소년은 초조하게 바가 채워지기를 기다렸다. 정보들은 너무나도 거대해서 사양이 큰 것으로 가져와야 했다.
"저것들 잡아!"
아. 순간 두 소년의 행동이 멈칫 했다. 이번엔 한명의 목소리가 더 늘었다. 천재이거나 사이코이거나.
"장동우야."
"에. 걔는 갑자기 왜?"
장동우가 왜 나타났을까. 초조하게 손톱을 뜯으며 로딩바가 다 차길 기다렸다. 절반이 찼다. 군사들의 발소리는 더욱 가까이 와서 등에 식은땀이 비짓비짓 솟았다. 애꿎은 로딩바만 탓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소년은 본체를 내리자마자 보이는 거무죽죽한 꽃에 온 몸이 굳어버렸다. 왜 그래? 90퍼센트에 찬 로딩바를 보고 있던 다른 소년이 아무 기척도 없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는데도 아무 응답이 없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리버스의 군사. 맨드레이크
붉은 혀를 낼름거리며 맨드레이크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절반이 찼다. 넝실거리는 줄기와 벌름거리는 꽃잎. 툭 하고 떨어지는 카메라와 얼음이 되어버린 소년. 그리고 들리는 장동우의 사나운 목소리. 로딩바가 99퍼센트로 달려가고 있었고 키가 큰 소년은 서둘러 샛노란 머리의 소년을 끌어당겨 앉혔다. 꽃이. 꽃이. 트리우마가 강하게 남아버렸다. 큰 신선수의 나뭇잎은 더욱 번쩍였다. 눈이 부셨다.
"정신차려. 여기서 이러면 안돼. 잡힌다고!"
"내가 사랑하던 꽃이..."
소년이 맥없이 흔들렸다. 로딩 바가 다 차자 키가 큰 소년은 USB를 거칠게 뽑아들고 다른 소년을 들쳐 업었다. 제발 좀. 맨드레이크가 사람 하나의 정신을 후려 놓았다. 역시. 이 숲은. 희망이란 이름 안의 행성 안에는 또 다른 이름이 존재했다. 절망. 인간들을 상대로 인간이 유악한 짓을 하려 든 희망의 행성. 소년은 USB를 소중히 쥐며 이 안의 데이터들을 지켜내려 애썼다.
"찾았다!"
중후한 목소리가 두 소년의 뇌리에 박혓다. 그리고 당장 잡으라는 천재 연구원의 날카로운 목소리. 정신을 놓아버린 소년의 카메라도 목에 건 다른 소년은 읏샤 다시 들쳐메고 숲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얽히고 섥혀버린 형셩 색색의 줄들과, 너무나도 밝은 이파리들. 그리고, 꽃. 언제 무엇이 될지 모르는 꽃까지. 무참히 밟으며 열심히 박차를 가하며 달렸다.
'하나 말해주지. 이곳은 뭐가 뭐로 변할지 모르는 행성이야.'
리버스의 지하에 같혀 있을 때 한 방을 쓰던 노인이 제 입에 술을 들이 부으며 이야기했었다. 끌끌대는 기분 안좋은 웃음소리. 에이. 그냥 손사래를 치며 그럴리가 있겠냐고 하면서 넘겼다. 후에 그 노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카메라를 가진 소년이 들어왔다지. 그리고 지금 이런 상황이 되어 버렸고.
"가까워 졌다! 더 쫒아!"
풀들이 스걱스걱 밟히면서 발자국들이 전부 두 소년의 뒤로 향했다. 키가 큰 소년은 잔 땀을 발발 흘리며 있는 힘껏 달렸다. 숲의 출구는 어디일까. 들어올 때는 쉬웠으나 나갈땐 매우 어려운 이 숲의 정체. 리버스의 중앙이자 모든 사람들이 애지중지 하는 이곳. 장동우가 더욱 가까이 왔고 소년은 서둘러 사정거리를 넓히려 애썼다. 군사들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단지 셋이었다.
"감히 어딜 침입하시나."
비아냥대는 천재 연구원의 목소리. 리버스 지하의 그 할아버지는 맨 정신으로는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 숲의 제일 큰 나무를 잘못 건드리면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네.'
'무슨 세계요?'
'항상 차원이 불규칙하게 변해서 모르지. 누구는 시간이 정지된 곳에. 누구는 공간이 엉킨 곳에. 다양 하다더군.'
'예측, 불가네요.'
턱, 하고 연구원의 왼 손이 키가 큰 소년의 어깨에 얹어졌다. 킬킬거리며 조롱조의 눈빛으로 연구원은 소년을 잡아 뒤로 당겨버렸다. 여기가 어딘지는 너도 잘 알듯 싶은데. 샛노란 머리의 소년은 아직도 정신이 멍 했다. 온 나뭇잎들의 빛이 더욱 번쩍였다. 파지직. 파직.
'언제 일어나는지는 모른다네.'
그 노인의 말. 지금 그게 일어나나 보네요. 소년은 소년의 하얀 손을 꾹 쥐었다. 그리고 USB도 소중히 챙겼다. 다른 차원으로 이동을 할 것 같은 기미가 연구원도 보이자 이럴리가 없다며 어이없어한다. 온 빛이 거대한 나무에 모이고, 그 거대한 빛이 이내 온 숲으로 퍼져 빛으로 잠식해 버렸다. 밖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기획자와 시장도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해했다.
'몇년. 아니, 몇십년. 못 나올수도 있네만은.'
무섭지 않은가. 성준군? 노인은 동의를 구하듯이 소년의 이름을 나긋이 불렀다. 네. 뭐. 성준은 머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노인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빛의 잠식에 성준은 온 몸이 푸근해지고 나른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스스로 감았다. 다시 이 행성에 나올 수 있기를. 비식 웃으며 정신을 잃어버린 소년의 손을 꼭 쥐었다. 김기범. 너도. 정신을 잃은 기범이란 소년의 차가운 손. 장동우가 그새 쓰러져버렸다. 신선수의 잠식은 세 사람을 사리지게 만들었다. 영원성의 안식과 리버스의 대 혼란. 개발자는 매우 놀라워 했다. 행성이 성공적이군요. 시장도 슬몃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숲은 다시 어두워졌다가 빛의 이파리들로 인해 엷게 밝아졌다. 아무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어디 있는지, 살아있는지 걱정하지 않았다. 숲은 다시 텅 비어 울창함을 드러냈다.
이곳은 항상 평화롭군요. 그렇지 말입니다.
단조롭게 정의를 내려버리는 일행들이 이내 사라졌다. 어둠이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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