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W.감각
[BGM 시아준수-사랑은 눈꽃처럼]
[노래와 함께들음 조아요에요]
준면이 소리 없이 눈을 깜빡였다. 꼼짝없이 종인의 품에 안겨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종인의 잠든모습에 준면의 심장이 또 시끄럽게 뛰어왔다. 긴속눈썹이 종인의 눈밑으로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흐트러진 눈을 하고선 좋아한다고 말해오던 종인이 생각났다. 정말 종인이 한말이 맞을까 꿈을꾼건 아닐까. 준면은 하얀손끝으로 곧게 뻗은 종인의 콧등을 살짝 쓸어내렸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준면의 손이 종인의 도톰한 입술로 내려앉았다.준면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꿈아니네....눈도잘생겼고. 코도잘생겼고. 입도잘생겼다..혼자다해먹어라"
흠칫. 갑작스레 허리에 감겨오는 팔에 준면이 놀라 몸을 떨었다. 준면의 머리칼위로 종인의 낮은 웃음이 떨어졌다. 언제부터 깨어있었는건지 그것도 모른채 종인의 얼굴에다 조잘조잘 떤 자신이 민망해 준면은 얼굴을 화르륵 태웠다. 준면의 앞머리에 입을맞춘 종인이 방금일어나 갈라진 목소리를 꺼냈다.
"얼굴감상다했냐"
종인의 말에 준면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터질지경이였다. 아,아니 그게 어영부영 말을더듬는 모습이 뭇내 사랑스러워보이까지 했다. 제마음을 인정하기가 무섭게 밀려들어오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종인의마음에서 회오리쳤다. 오늘은 경수와 종인의 10주년이였다.
-
"천천히 나와. 곧 그리고 갈게."
종인의 휴대폰 사이로 경수의 상기된 목소리가 준면의 귓가에 닿았다. 어젯밤이후로 뭔가모를 어색함이 준면과 종인의 사이를 맴돌았다. 준면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엉망이된 거실을 정리해 나갔다. 구겨진 악보를 펴는 손길이 섬세했다. 오늘이 종인과 경수의 10주년인것은 일주일전부터 알고있던 준면이였다. 어쩌다 남의 기념일까지 꼬박꼬박 기억하게 된건지, 세월이 무섭긴 무서웠다.
"내가할게. 나둬."
준면의 손에서 구깃한 악보뭉치를 뺏어든 종인은 이제 나갈것인지 외출차림이였다. 깔끔하게 넘어간 애쉬블론드빛 머리 및으로 깔끔한 검정 와이셔츠를 채운 모습이 평소보다 조금더 신경쓴것 같아 준면의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다. 작년 경수가 종인에게 어울리는핏이라며 선물로준 와이셔츠였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준면의 시선에 조금 민망해진 종인이 헛기침을 몇번하였다. 그제서야 자신의 표정이 이상했을까 환하게 웃는 준면이였다.
"아, 엄청멋있네. 오늘같은날 이정도면 경수가 좋아하겠다."
"어?"
오늘같은날이라니.. 준면이 기념일까지 알리 만무했지만. 준면이 아무렇지 않게 한말에 종인이 당황해서 되물어왔다. 그런 종인의 되물음에 더욱 당황한 준면이였다.
"응..? 아, 오늘아닌가..오늘10주년아냐..?"
손톱끝을 딱딱부딪히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준면에 종인의 심장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준면이 그런것 까지 알고있을줄은 정말 꿈에도몰랐다. 종인이 자신보다 머리한통정도 작은 준면의 뺨을 쥐곤 부드럽게 입술을 파고들었다. 이제까지 자신의 뒷모습만 보고있었을 준면이 상상되 마음한구석이 이상해졌다. 조심스레 종인의 허리께를 잡아오는 준면에 종인이 준면의 혀를 놓아주지 않으며 입구석구석을 핥아내렸다. 마지막으로 준면의 아랫입술짧게 깨물었다 놓은 종인의 입술이 번들거렸다. 종인이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준면의 입술에 다시한번 입맞춤했다. 다정한 종인의 행동에 준면이 얼굴을 붉힌채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런거 ..기억 하지마."
씁쓸하게 웃음이 종인의 얼굴위로 번졌다. 준면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종인에게 불쌍함을 자처한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사실 어찌보면 애인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나쁜사람은 저인데 매번 종인만 나쁜사람이 되는것 같았다. 지금정도면 자신은 조금더 버틸 수 있었다. 두사람에겐 굉장히 중요한날일텐데..경수를 만나러가는 종인에게 짐이 되긴싫었다. 신발에 발을 끼워넣는 종인의 등이 왠지 무거워보였다. 종인아. 그런 종인을 준면이 불러세웠다.
"난괜찮아. 맛있는거 많이 먹구와"
멍하게 서있는 종인을 늦겠다며 준면이 현관밖으로 밀어내곤 문을닫아버렸다. 종인이 허탈한듯 바람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굳게 닫힌 현관문 앞에선 종인이 현관문 중앙에 제 손을 얹었다.
"울지마."
종인의 낮은목소리가 현관을 타고 들어왔다. 현관문에 힘없이 기대있던 준면이 주르륵 미끄러져내렸다. 울지말랬는데 눈물이 흘렀다.
-
이젤위로 캔버스를 올려놓는 준면은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답답하고 불편했다. 공모전에 나가길 권유하는 교수님께 정중히 거절했지만, 교수님은 늘어진 볼살근육을 올려웃으며 권유가 아닌 강요를 하였다. 졸업작품에 과제만해도 할일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와중에 공모전이라니. 이태리유학 같은거 다른학생들이야 눈에 불을 지피고 달려들것이였지만 준면은 그어떤곳을 보내준다고 해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아직 이사회는 경력 싸움이란 생각에 받아들였던 것이 화근이였다. 왜하필.. 준면이 구상중인듯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까닥이는 찬열을 힐끔 거렸다. 그날 이후로 처음보는 찬열이였다. 하고 많은 학생중에 찬열과 나가게되다니. 준면이 고개를 푹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준면아."
흠칫.눈에 띌만큼 깜짝놀란 준면이 조금 웃긴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말을 걸줄은 몰랐기에 어지간히 당황했었나보다. 그런 준면의 모습에 찬열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나랑 말도 안섞을거야? 자연스래 웃는 찬열의 모습에 그제서야 긴장을 푼 준면이 머리를 긁적였다.
"수업도 안나오고, 연락도 안되서. 나 때문인가 해서 미안해."
"... 아, 아니 그런건 아닌데."
손을 내저으며 아니라는 준면의 모습에 찬열이 자신보다 훨씬작은 준면의 머리통위에 손을 얹었다. 기다릴께. 찬열의 낮은 저음에 준면이 고개를 들었다.
"찬열아..나는,"
"알아. 그사람좋아하는거."
"..............."
"그러니까. 기다릴게. 내가 말했잖아 내가 그리고 싶은건 너라고. 니가 진짜 행복해질때까지만 기다릴게. 그러니까 그이상은 멀어지지마"
"................"
"부탁이야."
진심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전해오는 찬열의 말에 준면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찬열의 큰손이 사뿐이 떨어졌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준면의 이마에 찬열이 작게 딱밤을 놓았다. 아, 갑작스런 딱밤에 준면이 자신의 두손으로 이마를가리며 자동반사적 소리를 내었다.
"이씨-"
"그러게 누가 멍때리래?"
얼른얼른안하면 해진다? 하늘을 가르키며 찬열이 씩웃어 보였다. 물감으로 배경을 입힌뒤 꽃잎을 사용해 표현해야하는 작품이였다. 바로바로 말리려면 그어느때보다 햇빛이 필요했다. 작은테이블위로 색색별 꽃들이 준면의 눈에 들어왔다. 예쁘다. 찬열의 배려덕분에 준면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가벼운마음으로 파란 앞치마를 매었다. 슬쩍 바라본 찬열은 대충 구상을 끝난건지 붓을 들었다. 음.. 준면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일단은 밝은계열의 물감들을 따로뽑아둔 준면이 꽃병이있는 테이블로 돌아왔다. 공모전이라 신경쓴듯한 색색꽃들중 빨강.노랑.보라 튤립이 눈에 들어왔다.
-
"김종인!!"
종인이 깜짝 놀라며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몇번을 부른줄알아? 경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끼고있던 팔장을 풀어냈다.
"요즘대체 무슨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그렇게 멍해?"
"멍은..무슨."
요즘들어 경수와있을때면 준면의 생각이 곧잘밀려들어왔다. 괜찮다며 웃는얼굴이 웃는얼굴이 아니라는것을 안뒤로는 경수를 만나는 것이 마냥 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종인에게 다시 팔짱을 껴오는 그의 작은 연인은 모든것이 그대로였다. 어? 준면이다. 그림그리고 있나봐 가보자. 작은 광장에서 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붓을 찍어내리는 준면이 보였다. 경수가 종인의 팔을 끌어왔다.
"뭐하러. 바쁜것 같은데."
"으잉? 니가 언제부터 그런거 신경썼다고. 빨리와라. 씁"
무서운표정을 지으며 으름장을 놓는 경수에 종인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옛날은 옛날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경수와 함께 있는 모습에 준면의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자신의 마음이 확고해지기 전까지는 왠만큼 상처를 더이상 주고 싶지 않았다.
"준면아!"
캔버스 뒤로 까꿍하고 나타나는 경수의 동그란 머리통에 준면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깜짝이야. 준면이 진심으로 놀란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수의 뒤로 저멀리 다른곳을 바라보는 종인이 보였다. 준면이 그런종인을 보며 작게 웃어보였다. 가끔 아기같이 감정을 숨길줄 모르는 종인이 귀여웠다. 찬열이 잠시 자리를 비운것이 다행이였다. 종인과 마주쳐서 좋을것은 없었으니까. 내심 안심한 준면이 꽃에 관심을 보이는 경수에게로 다가갔다.
"진짜 이쁘다. 너희 전시회라도해?"
"아니. 공모전 나가라고 교수님이 권하셔서"
준면이 빨간 튤립을 꺼내 경수의 코끝에 가져다 댔다가 곧 자신의 코로 묻었다. 빨간 꽃잎과 대조되는 하얀얼굴이 종인의 얼굴에 들어왔다. 높은코였지만 끝은 둥그스름한것이 귀여워보였다. 이렇게 자세히 준면을 들여다 본적이 없던 종인이기에 조금 어색했다.
"어, 저건 뭐, 으아!"
뒤쪽에 위치한 데이지를 빼어들기 위해 테이블 모서리를 한손으로 지탱했던 경수의 힘에 테이블한쪽다리가 무너저내렸다. 급한듯 잡히는것을 무작정 잡고 쓰러진 경수의 뒷통수가 바닥에 툰탁한 소리를 내며 찧였다. 경사를타고 테이블위에 있던 모든꽃병이 와장창소리와 함께 처참히 바닥에 박혔다.
"도경수!"
종인이 급하게 달려와 테이블을 들어냈다. 경수가 잡고 쓰러졌던 것은 준면이였다. 정신을 잃은 경수에 비해 준면은 울리는 머리를 뒤로한채 쓰러진 경수를 추스리려 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바들바들 손이 떨리는것 같았다. 경수야, 경수야 ,
탁
경수의 어깨를 흔드는 준면의 손을 쳐낸것은 종인이였다. 종인은 이성을 잃은듯 어찌할줄을 몰랐다. 종인이 쳐낸 손이 아파오는것 같았지만 준면은 종인의 팔을 다시 잡아왔다. 종인아 일단,
"씨발 좀 놔보라고!"
........... 종인의 처음보는 모습에 준면이 손을 거둬냈다.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는 경수를 종인이 업어들었다. 작아지는 종인의 뒷모습이 점점흐려졌다. 서서히 느껴지는 어지러움에 준면이 머리를 누르다 따뜻하다못해 아린 손을 내려보았다. 듬성듬성 유리가 박혀 빨간피로 물들어진 손에 준면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테이블을 타고 쏟아진 유리병 파편이 여기저기 깨져있었다. 꽃들은 너저분히 흩어진채 그 빛을 잃었다. 준면이 유리 파편이 빠지지 않은 손을 뻗어 형편없이 찌그러진 빨간 튤립을 들어올렸다. 꼭 제마음처럼 밟힌 튤립의 모습에 준면이 눈물을 흘렸다... ..어지러운듯 잠시 흔들리는 몸을뒤로 , 튤립이 땅으로 힘없이 추락했다. 준면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쿵하고 준면의 머리가 울려왔다. 여기여기 사람쓰러졌어요! 준면아! 눈을 감기전 학생들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외침 사이로 찬열의 목소리가 듣긴것 같기도 했다.
-
휴 무사히 오늘도 마쳤네요 브금의 착한남자는 누구..?
착했다 나빳다 하는 우리의 니니 매번 니니 표현하기가 사실힘드네요 ㅠㅠ
오늘 손끝 마지막화까지 구성을 끝냈어요 (이제까지그래왔듯 별거없음)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댓글로 힘주시는 많은분들 감사해요 댓글과 추천은 저의 힘입니다.
워터파크님 빤니와님 재빠른님 항상 누구보다 남다른 스피드로 와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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